〈 803화 〉 803.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리아는 켈리와 멜리사, 넬라와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은 뷔페식이었다. 굉장히 넓었고 요리의 가짓수만 해도 70개가 넘는다. 메이드들은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접시에 덜어 식탁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멜리사 님은 오늘도 스테이크?”
켈리의 물음에 멜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저택에 오고 나서부터 저녁은 거의 스테이크로 먹는다.
“저녁은 든든한 음식을 먹는 게 습관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지만… 이곳의 메이드가 되고 스테이크에 완전히 빠져버렸지. 내가 살던 곳의 요리사보다 이곳의 키친 메이드가 몇 배는 수준이 더 높다.”
“난 이런 호화롭고 맛있는 요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어. 저번에 일 때문에 옆 마을 촌장 집에 갔는데 내오는 음식이 감자죽 달랑 하나뿐이었어. 한 입 먹는 순간 토할 뻔했다니까. 멜리사 님의 펫은 뭐 먹어?”
이 세계에서 평민들의 음식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발전된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그나마 문화생활을 하며 즐기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마을은 문화생활의 문자도 모른다.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잘 먹는 거다.
“저택의 요리에 익숙해지면 바깥의 평범한 요리는 맛없게 느껴지지. 아, 넬라의 음식도 스테이크다. 요새 뱃살이 나온 게 보여 주인으로서 좀 걱정이긴 하다만, 훈육을 하려면 든든하게 먹여둬야겠지.”
“메이드장은? 원하는 음식이 있어?”
“저는… 음….”
유리아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었다.
“메이드장. 오늘은 든든하게 먹는 편이 좋을 거다. 아예 접시 몇 개를 가져와 여러 가지 음식을 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자, 메이드장. 이 접시에 원하는 음식을 담으면 된다.”
“좋네. 내가 맥주 가져올게. 멜리사 님도 먹을 거지?”
“나는 소주 쪽이 취향이다.”
켈리와 멜리사가 사라지며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주위 눈치를 보다가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그녀들은 한 식탁에 앉았다. 물론 넬라는 예외였다. 멜리사의 펫취급 받는 그녀는 식탁 옆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접시를 받아 음식을 먹었다.
유리아는 놀랐으나, 정작 넬라는 아무렇지 않았다. 넬라는 식기를 사용해 스테이크를 썰어 포크로 찍어 입안에 넣었다.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맨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했으니까.
“메이드장. 가만히 있지 말고 먹어라. 다른 사람들도 메이드장이 먹는 걸 기대하고 있지 않나.”
유리아는 긴장했다. 근처에 있는 메이드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었다. 특히 위생모와 위생마스크를 낀 키친 메이드들의 시선이 따갑다.
“왜 이렇게 절 주목하는 거죠? 많이… 부담스럽네요.”
“그거야 메이드장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메이드장은 예전부터 음식에 굉장히 많이 신경 썼으니까. 키친 메이드 중 메이드장에게 혼나보지 않은 메이드는 없을 거다. 이곳 키친 메이드를 여기까지 키운 것은 메이드장이다.”
“워, 원래의 전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요?”
“그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메이드장 덕분에 요리의 수준이 높은 거니. 배우는 것도 많고, 도움 받은 것도 많으니 나를 비롯한 메이드들은 메이드장을 존경한다.”
멜리사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유리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기분은 좋긴 한데, 기억이 없으니 찝찝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꼭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유리아는 숟가락을 손에 쥐었다. 고기와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비프 스튜를 떠서 입에 넣었다.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육즙이 가득 빠져나왔다.
‘맛있어. 맛은 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조금 덜 끓였으면….’
유리아는 생각을 지웠다. 기억도 없는 자신이 뭐라고 이런 평가를 내리는가. 유리아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을 느끼며 말했다.
“맛있어요.”
“그거 다행이군.”
멜리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와. 메이드장이 맛있다고 했어.”
“이게 얼마 만에 듣는 소리야.”
“셰프에게도 말해줘야지.”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유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식사에 집중했다. 식사 마지막 즈음에는 술을 곁들였다. 맥주, 소주, 와인을 모두 마셨으나 취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메이드장은 평소에도 술을 잘 하지 않았지. 뛰어난 신체 때문에 술에 취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가끔 술을 먹을 때는 대부분 와인이었다. 지금은 어느 술이 가장 낫지?”
“와인이 가장 제 입맛에 나은 것 같네요.”
유리아는 와인잔을 들었다. 아름다운 자주색이 찰랑인다. 한 모금 마시니 몸 전체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향이면 향, 맛이면 맛. 흠잡을 곳이 전혀 없었다.
멜리사가 킬킬 웃었다.
“그 와인, 메이드장이 직접 빚은 거다. 다른 메이드들은 손도 못 대지. 주인님이나 메이드장의 허락이 있어야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와인이다. 물론 메이드장 본인은 예외로.”
“…그렇게 중요한 와인이었나요?”
“말 했지 않나. 메이드장 본인은 예외라고. 원하는 만큼 마셔도 괜찮다. 메이드장이 직접 만들고 숙성시킨 와인인데 누가 뭐라 하겠나. 주인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저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은 것 같네요. 멜리사, 켈리. 같이 먹지 않으실래요? 그 넬라 씨도….”
“나야 고맙지.”
“넬라는 됐다. 이 녀석에겐 그 와인은 사치다. 차라리 내가 다 마시고 말지.”
저녁 식사가 끝났다. 켈리의 얼굴이 약간 붉었다. 멜리사와 유리아는 멀쩡했다.
“…이제 주인님에게 가면 되나요?”
유리아가 물었다. 저녁 식사 내내 성유진과 만난다는 생각뿐이었다.
“주인님과 저녁에 만나기로 했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마 주인님도 지금쯤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테고….”
멜리사가 유리아를 빤히 쳐다봤다.
“여유 있을 때 씻고 가는 게 좋을 것 같군. 메이드장과 주인님이 만나서 할 거라곤 뻔하니 말이다.”
유리아는 조용히 눈만 끔뻑였다. 멜리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기억이 없는 유리아는 순수하게 성유진이 자신의 기억을 찾도록 도와줄거라고만 생각했다.
“목욕탕으로 안내해주지. 켈리, 너는 어쩔 거지?”
“나는 좀 더 마시고 갈게. 기다리지 말고 할거해.”
“알았다. 가자, 메이드장.”
“아, 네.”
유리아는 넬라의 목줄을 쥐고 걷는 멜리사를 따라 움직였다.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목욕탕은 지하에 있었으니까.
“목욕탕… 가는 거 맞죠? 엄청 넓네요….”
지하로 내려간 순간 유리아는 깜짝 놀랐다. 지하 공간치고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천장 높이만 최소 5M에 수십 명이 동시에 다녀도 문제없을 정도로 폭이 넓다. 게다가 미용실, 찜질방, 네일샵, 마사지방, 노래방, 휴게실, 스낵코너 등등 온갖 편의 시설까지 존재했고 현대문물까지 넘쳐났다.
메이드 중 일부는 종일 이곳에서 뒹굴 정도로 재밌고 편리한 곳이었다.
“몇 개월 전에 중축했지. 드워프 노예들과 나와 메이드장을 비롯해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메이드들이 달라붙어 2주 동안 공사했지. 덕분에 더 편해졌다.”
“제가 마법을 사용했었나요? 방에 마법서가 있긴 했는데….”
“평범한 마법사도 아니고 아크 메이지였다. 메이드장이 마음만 먹으면 작은 도시 하나쯤은 마법 하나로 없애 버리는 것도 가능했을 거다.”
“그, 그 정도라니….”
그녀들은 목욕탕을 향해 걸어갔다. 유리아는 곁눈질로 주위를 살폈다. 아직 탈의실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절반 이상이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몇몇은 아예 나체로 바닥에 앉아 뒹굴었다.
우연히 구석진 곳을 본 유리아의 두 눈이 커지며 경악한다.
“……!!”
두 명의 여자가 나체로 서로에게 달라붙어 끈적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의 손은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거린다. 사타구니 사이에는 서로의 허벅지가 들어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택에선 흔한 일이다.”
멜리사가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원래 여자끼리… 저러는 게 정상인가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뭔가 다른데….”
이 저택에서 남자는 오직 한 명, 성유진 뿐이다. 반면에 여자 메이드는 300명이 넘는다. 아무리 성유진이 절륜하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여자 전원을 품을 수 없다. 메이드의 욕구는 같은 메이드에게 향했고 자연스레 동성 커플이 늘어나게 됐다.
“상식적으로는 옳은 일은 아니지. 그러나 여긴 상식적인 곳이 아니다.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멜리사는 담담하게 말하며 넬라를 끌고 돌아갔다. 유리아는 넬라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멜리사와 넬라의 관계를 보면 여자들의 성관계는 평범해 보였다.
탈의실에 들어왔다.
멜리사는 익숙한 듯 메이드복을 벗어 사물함에 넣었다. 속옷을 벗는 것에도 주저함이 조금도 없었다.
유리아는 잠깐 멈칫했다가 천천히 메이드복을 벗었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당당히 옷을 벗고 있었다. 여기선 옷을 벗는 게 맞았다.
알몸이 된 유리아는 자신의 왼손을 쳐다봤다. 은색 고리에 푸른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착용하고 있다.
목욕 중에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 잠시 빼는 게 좋을까?
‘아니야. 빼고 싶지 않아.’
반지를 빼려고 하니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반대로 약지에 있는 반지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반지만큼은 몸에서 빼고 싶지 않았다.
“메이드장의 몸매는 언제봐도 대단하군.”
옆에서 들린 멜리사의 말에 유리아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멜리사의 몸을 훑어봤다. 매끈한 몸매에 커다란 가슴. 흉터 하나 없는 하얀 피부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메, 멜리사 씨도 아름다운 몸매세요.”
“알고 있다.”
멜리사는 씨익 웃더니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은 역시나 화려하고 넓었다. 탕의 숫자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수십 명의 여자들이 저마다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유리아는 멜리사를 따라 몸을 씻었다.
“넬라. 다리를 벌려라. 가장 중요한 곳을 씻어야지.”
“네!”
바닥에 엎드린 넬라가 한쪽 다리를 들고 벌렸다. 음부가 드러나는 민망한 자세였다. 넬라의 음부를 본 유리아는 입을 살짝 벌렸다. 선홍색의 보지가 움찔거리더니 구슬들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구슬의 크기는 계란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다.
“흐욱, 흐우웃!”
보지속에 들어가 있던 구슬이 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총 7개. 저게 전부 보지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대로 있어라.”
멜리사는 넬라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몇 번 쑤시더니 사타구니를 씻겼다.
“넬라. 네 차례다.”
“네. 멜리사 님.”
넬라는 무릎 꿇고 앉아 상체를 세웠다. 검푸른색 음모가 적당히 나 있는 보지에 입을 대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흐으응…. 역시 훈련시킨 보람이 있구나. 아읏…. 혀를 더 깊숙이 넣어라.”
쭈우웁. 쭙.
보지 빠는 소리가 울렸다. 유리아는 멜리사로부터 두 발자국 물러났다. 그녀의 등에 누군가의 손바닥이 닿았다. 깜짝 놀란 유리아가 무의식적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리며 뒤를 돌아봤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은발의 여인이 있었다. 청은발인 유리아와 달리 회색에 가까운 은발이었다. 눈동자는 적갈색으로 순수한 구석이 남아 있었다. 유리아와 비교해서 체구는 조금 작고 가슴은 B컵으로 봉긋 솟았다. 나올 때는 나오고, 들어갈 때는 들어갔다.
“유리아 언니.”
유리아는 순간 당황했다.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자신을 메이드장이라 부르지 않았으니까.
‘혹시 내 여동생?’
네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맞다. 기억을 잃으셨다고 하셨죠? 전 메이드장 대리인 네피아에요.”
“메이드장 대리….”
“네. 제가 있으니 저택에 관한 일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유리아 언니는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휴식을 취해 주세요!”
“…네. 고마워요.”
“고맙긴요. 항상 유리아 언니가 하던 일인데요. 뭘.”
뚜욱.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기에서 내리는 물방울과 달리 유난히 묵직한 소리였다. 유리아의 시선은 아래로 내려갔다.
네피아의 털 하나 없는 미끈한 분홍색의 보지에서 걸쭉한 새하얀 액체가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액이다.
이 저택에는 남자는 한 명밖에 없으니 누구의 정액인지는 뻔하다.
유리아는 가슴이 술렁이는 불쾌한 감각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