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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9 - 819. 유리아 VS 미령 (599/2,000)

〈 819화 〉 819. 유리아 VS 미령

“서방님! 방송 끝났으니 이제…….”

방문이 열리고 미령이 나왔다. 그녀는 내 밑에 깔려 헐떡이는 유리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여자는 또 누구예요?”

미령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반응에 당황했다.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남궁린과 남궁설을 만났을 때는 이토록 첨예하게 반응하지 않았었다.

나는 그녀가 [광명승천도] 세계의 인물로서 내 여자 관계에 느슨할 줄 알았다. 그 세계는 남자가 능력만 된다면 삼처사첩이 기본이니까.

“하악…, 하악.”

유리아가 숨을 골랐다. 내 밑에 깔렸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상체는 땀에 젖었고, 목과 가슴 부위에는 내가 남긴 빨간 키스 마크가 유독 선명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리아가 날 힐끔 쳐다본 뒤, 살짝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유진 님의 아내입니다.”

그러면서 왼손을 들어 올려 가슴을 가렸다. 왼손 약지에 낀 반지가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아내?!”

미령이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뛰어와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결혼한 여자는 없다고 저번에 말했잖아요!”

“그랬지. 유리아랑은… 아직 정식으로 결혼한 건 아니야.”

“네. 하지만 여보. 이 세계에선 아내로 행동해도 괜찮죠?”

유리아의 말에 딱히 대꾸 할 말이 없었다. 백환 세계에서 결혼 사실을 숨기는 이유가 신분 차이 때문이라며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으니까. 여기, 현실은 신분제 사회가 아니었다.

“…그렇고말고.”

유리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 팔짱을 꼈다.

“이, 인정할 수 없어요! 정실은 저라고요! 제가 서방님을 훨씬 먼저 만났는데…!”

“아니. 그건 아니야. 유리아를 훨씬 이전에 만났어.”

내가 정정해주었다. 그럼에도 미령의 얼굴은 불퉁스럽다. 그녀는 내 말을 인정하지 않으며 유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녀 두 명이 내 눈앞에 나란히 마주 보고 있으니 눈이 즐거웠다.

일단 지켜봤다. 그녀들도 그녀들만의 세계가 있으니까. 그러나 물리적으로 싸우려 한다면 말릴 것이다.

“난 인정 못 해.”

“글쎄요. 저와 여보 사이에 당신의 인정이 필요한 것 같진 않네요.”

“서방님이 여자가 많은 건 이해해. 서방님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정실은 나야. 그걸 깔끔하게 인정해준다면, 나도 널 동생으로서 받아들일게.”

“…….”

유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같잖다는 듯이 그녀를 비웃는다. 아까부터 여유가 넘치는 쪽은 유리아였다.

“이게….”

미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의외로 성질이 있었다. 나는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내러벼 두면 싸대기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둘 다 진정해.”

양팔로 그녀들의 허리를 감싸고 내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서방님. 이건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집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아요.”

미령이 볼멘소리를 냈다.

“집안의 중심은 내 자지잖아.”

나는 당당히 말했다. 자지가 껄떡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미령은 복잡한 얼굴로 내 자지와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 이건 중요한 일이에요. 이대로면 저와 저 여자는 서로 납득하지 못하니까요.”

“남궁린과 남궁설은?”

“그 애들은 절 보고 바로 격의 차이를 인정했어요. 하지만 저 여자는 달라요. 얌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님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불여우가 확실해요. 불여우.”

“여우는 너잖아.”

미령이 나를 찌릿 쳐다봤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직접 정실을 가려주는 수밖에.

‘유리아랑 내가 지내온 세월도 있고…, 유리아가 내게 해준 것들이 더 많고… 유리아가 인연 레벨이 더 높으니…. 유리아의 압승인데?’

그러나 내가 이렇게 말하더라도 미령은 납득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정실 대결을 하는 수밖에.”

그렇게 유리아 VS 미령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요리였다. 뛰어난 아내라면 역시 남편에게 요리 정도는 대접해야 하지 않겠는가.

“서방님. 뭔가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세요?”

앞치마를 두른 미령이 발랄한 어조로 물었다. 미령은 자신 있어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요리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요리 방송을 따라하며 내게 요리를 해줬는데 먹을만한 수준은 되었다.

“간단하게 카르보나라 파스타로 할까.”

“네? 그런 쉬운 요리로 괜찮겠어요?”

미령은 자신감에 넘쳤다.

“쉬운 게 가장 어려운 법이지. 유리아, 넌 어때?”

“네. 카르보나라 파스타라면 저도 셰프에게 배워서 알고 있어요.”

유리아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그녀도 자신감 넘쳐 보였다.

나는 이 요리 대결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원래라면 유리아가 압승이었겠지만, 지금 유리아는 기억을 잃은 상태다. 요리를 배웠다고 해도 그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작!”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들이 움직였다. 미령은 다소 정신이 없이 움직였고, 유리아는 느긋했다.

“어, 그러니까… 레시피가….”

미령은 스마트폰으로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에 임했다. 자신 있게 말한 것과 달리 레시피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술법까지 사용하며 요리에 임했다. 요리 재료들이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거나, 자동으로 세척되는 등 여러모로 편리해 보이는 술법들이다.

반면 유리아는 차분히 움직였다. 마법은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채소를 썰 때 울리는 일정한 소리는 편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요리는 완성되었다. 유리아가 더 빨랐다. 그녀의 카르보나라 파스타는 딱 정석이었다. 젓가락으로 베이컨과 면을 집어 입에 넣었다. 고소한 풍미가 가득 채운다. 나는 감탄했다. 카르보나라 파스타의 맛은, 기억을 잃기 전의 유리아가 해주던 것과 똑같았다.

‘완벽해. 이 이상 맛있는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상상할 수 없어.’

나는 전부 먹으려다가 한 젓가락은 남겨뒀다.

“…맛없으셨나요?”

“아니. 이건 미령이의 거야. 무척 맛있었어.”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미령이도 직접 먹으면 승패를 인정할 것이다.

이번엔 미령이 가져온 파스타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아의 것보다 해물이 추가로 더 들어가서 그런지 겉은 더 화려해 보였다.

“데코에 신경 써봤는데 어때요? 먹고 싶으시죠?”

“새우살이 네 보짓살처럼 탱탱해 보여. 맛있겠는걸.”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미령의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먹었다. 맛있었다. 허둥거리며 만든 것치고는 정말 맛있었다. 기본적으로 요리 솜씨가 있었다. 그게 아니면 오래 살아오면서 쌓인 노하우같은게 있거나.

“유리아 승.”

“감사합니다.”

유리아가 싱긋 웃었다.

“어, 왜요?! 내 카르보나라 파스타에는 해산물까지 들어갔다고요!”

“내가 백마디 말하는 것보다 직접 먹어보는 편이 더 낫겠지. 좀 식긴 했지만, 한 번 먹어봐.”

승패를 인정 못 하고 발작하는 미령에게 유리아가 만든 카르보나라를 건넸다. 미령은 카르보나라를 먹고 두 눈을 번쩍 떴다. 보이지 않던 여우 귀까지 나타나 쫑긋거린다.

“이, 이건. …그, 그렇군요. 서방님이 가끔씩 가져오던 미친 요리들을 만든 사람이 이 여자였군요. …요리는 못 이기겠네요. 제가 졌어요.”

미령은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요리에 한정되었을 뿐이다. 그녀의 눈은 아직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겨우 요리 정도로 정실의 자리를 넘길 수 없어. 요리는 아내의 덕목 중 하나일 뿐이니까!”

“괜찮아요. 전 자신 있으니까요.”

미령과 유리아의 의욕은 활활 불타오른다.

이후에는 빨래와 청소였다. 나는 여기서 규칙을 몇 가지 정했다. 대표적으로 술법이나 마법의 사용 금지였다. 요리와 달리 청소는 술법을 이용하면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만으로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평함을 생각하면 원래 요리에서도 술법을 사용했으면 안 됐다.

이번 대결도 유리아의 승리였다. 기억을 잃은 유리아는 저택에 있을 때 항상 내 곁에만 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청소 등의 간단한 업무를 모았다.

“저, 전문 메이드라 그런지 청소도 잘하시네요. 다, 다음은… 게임으로! 게임으로 승부를 보죠!”

미령은 유리아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이미 마음속 깊이 패배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미령이 들고온 건 격투 게임이었다.

“잠깐.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유리아는 격투 게임을 해본 적도 없어.”

“조작법을 익힐 시간은 드릴게요. 1시간이면 되죠?”

어처구니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게요.”

내가 말리기도 전에 유리아는 수락했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유리아의 패배를 예측했다. 내가 알기로 미령은 최근에 이 격투 게임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만 해도 100시간이 넘을 것이다. 거기다 미령은 나보다 게임 센스도 좋았다.

유리아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게임 패드를 잡았다.

그리고 약 1시간 뒤,

“마, 말도 안 돼!!!”

미령의 경악성이 거실에 울렸다. 5전 3선승의 승자는 유리아가 되었다. 3승 2패. 그녀는 처음 두 번을 미령에게 패배하고, 나머지 세 번을 전부 이겼다.

“이 게임 해본 적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죠?! 이건 무효에요! 무효! 무효무효무효!”

“그렇게 억지를 부려도…. 네가 진 건, 진 거야.”

“내, 내가 이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이제 막 게임을 접한 뉴비에게 지는 건 말이 안 돼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미령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걸 보니 게임에서 패배한 게 많이 억울한 모양이다. 하긴,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소개하는 미령이니 게임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했을 거다.

“여보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납득하기 힘드시다면… 납득할 때까지 다시 싸워드리죠. 결과는 변하지 않겠지만요.”

“이이익!”

낚아채듯 게임 패드를 집어 든 미령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10전 10패.

미령의 전적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미령은 넋이 나가며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내 공격을 그렇게 잘 막는 거죠? 중간에 몰래 술법까지 썼는데….”

미령이 추해 보였다.

“패턴이 보였어요.”

“…패턴?”

“네. 결국,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공격 패턴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내가 선택한 캐릭터는 5개가 넘는데요?”

“아까 조작법을 익힐 때 모든 캐릭터의 공격 모션과 패턴을 확인했어요.”

“……그게 가능해요? 혹시 안드로이드세요?”

“한 번 보면 되던데요. 그리고 전 인간이에요.”

“…비, 빌어먹을 재능충! 난 인정 못 해!”

미령은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뭔가를 가져와 나와 유리아 앞에 내려 두었다. 트럼프 카드였다.

“이게 진짜! 진짜 마지막이에요!”

미령의 두 눈은 승리에 대한 욕구로 번들거렸다.

나도 함께 끼어서 포커를 쳤다. 이게 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쳤다.

“투, 투 페어!”

“플러쉬예요.”

“난 풀하우스.”

포커는 운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유리아와 미령의 승률은 비슷했으나, 유리아가 더 높았다.

그리고 가장 승률이 높은 건 나였다. 패를 받는 족족 좋은 카드가 나왔다. 나는 옛날부터 이런 운빨 게임은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미령아. 슬슬 정리하자. 너도 이제 알잖아. 유리아는 말도 안 되는 천재라는 걸.”

더욱 놀라운 건 이런 유리아가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이다.

미령은 떨리는 눈동자로 나와 유리아를 번갈아 보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 제가 졌어요. 유리아 언니를 정실로 인정할게요.”

“언니라니. 네가 10배 이상은….”

미령이 날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길래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틈을 보인다면 제가 정실의 자리에 올라설 거예요.”

그건 유리아를 인정한 게 맞는 건가.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미령.”

유리아가 여유롭게 웃었다. 절대로 정실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혼한 적 없는데 내 정실 자리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좀 웃기긴 했다.

“자, 그럼. 서열 정리도 된 것 같고….”

나는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자지는 이미 꼿꼿하게 발기했다. 눈앞에 무방비한 미녀들이 있는데 발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이제 밤놀이도 해야지. 아, 보지도 비교해줄게.”

나는 그녀들을 양손에 들고 침실로 향했다. 우리는 아침이 될 때까지 침대 위에서 서로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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