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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5 - 825. 그대를 위한 폭군 (605/2,000)

〈 825화 〉 825. 그대를 위한 폭군

“꿇어라.”

힘이 담긴 목소리는 작게 말했음에도 널리 울려 퍼졌다.

그러나 내 명령에 따르는 이들은 없었다.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여전히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건가.

검에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생아라고는 하나 내 몸에는 황가의 피가 흐른다. 내가 그들을 죽이다 보면, 그들은 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일단 근처에 있는 놈들부터 죽이려고 할 때였다.

털썩.

누군가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깔끔하게 회색 머리를 정리한 50대의 중년인이었다. 그의 눈매는 무척 날카로웠고, 입고 있는 옷은 구김살 하나 없이 깔끔하다. 그의 성격이 어떤지 옷을 보니 대충이나마 짐작이 간다.

“…폐하의 즉위를 경하드리옵니다. 폐하께서 전설로 전해지던 성배의 힘을 얻으셨으니, 제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옵니다.”

네팔슨 데리오리엔 공작. 제국의 재상인 그가 내게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나를 인정하는 건 아닐 것이다. 재상은 똑똑하다. 제국의 재상인데 멍청할 리가 없다. 그는 기사와 병사들로는 내 무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네팔슨을 시작으로 귀족들이 우후죽순으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어느 세력이나 파벌이 있고, 저들이 재상을 따르는 귀족들이다.

그들의 기세는 사방으로 퍼졌다.

“신, 루테온 브란그라시아. 황제 폐하를 따르겠나이다.”

군부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대장군이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그를 따르는 귀족, 기사, 병사들이 무릎 꿇는다.

나는 투구를 벗었다. 이곳에서 무기를 손에 든 자는 오직 나뿐이었다.

고개를 꺾어 한 여자를 쳐다봤다. 펑퍼짐하고 새하얀 옷을 입은 늙은 여자였다. 빛바랜 머리카락을 곱게 틀어 올렸다. 그녀의 인상을 부드러웠고, 자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흘려 나온다.

대신관, 페넬로페 포트웰. 제국의 국교인 천신교의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이다.

역대 황제들은 천신교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초대 황제가 천신에게 선택받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배의 원래 출처가 천신교였다. 천신교는 제국의 근본 중 하나다.

따라서 벨라카로스 황가는 천신교를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내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거슬린다면 여기서 다 죽여버리겠다.

그런 내 의지를 느낀 것일까. 페넬로페는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천신교를 대표하여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축하하옵니다. 천신의 광명과 성배의 축복이 제국과 폐하를 두루 비출 것입니다.”

그녀를 시작으로 성기사와 사제가 내게 무릎 꿇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은 내게 굴복했다.

허나 아직 무릎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제 2황자를 비롯한 계승권을 가진 황족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자들이다.

나는 제 2황자를 향해 걸어갔다.

푸른색 머리카락에 오른쪽 눈 아래에 눈물점이 있는 남자. 칼리사스 벨라카로스는 굳건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이건… 이건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네가 설령 아버지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했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이 너를 인정할 거라 생각하느냐!”

“인정하게 될 거다.”

칼리사스의 호위기사들이 검을 뽑고 나를 향해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검을 휘둘렀다. 단 한 번에 기사들이 찢겨 나간다. 내 일격을 받아치려면 최소 소드 마스터 수준에 닿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 놈들은 전부 죽을 테니까.”

칼리사스의 앞에 다가섰다. 칼리사스는 똑바로 날 응시했다. 1황자보다 더 강단 있는 놈이다.

“너는 가장 비참하게 죽을 것이며, 만신들이 너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강단 있는 모습이 보기 좋군. 보답으로 너를 따르는 놈들도 전부 죽여주지.”

“이 미친놈이! 그들은 아무 죄도 없….”

서걱.

칼리사스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그 목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분신검을 생성했다.

총 30개의 분신검이 공간을 날아다니며 칼리사스를 따르던 자들을 도륙했다.

30개의 검이 300명이 넘는 인간을 학살했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분신검을 해제했을 때, 황자들은 모두 바닥에 무릎 꿇었다. 딱 한 명, 제 3황녀를 제외하고.

오필리아 벨라카로스는 내가 칼리사스를 죽였을 때부터 약삭빠르게 움직여 도망쳤다.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 듯 살 듯 뛰어가는 그녀를 쳐다봤다.

황녀답게 화려한 푸른색 드레스를 입었고, 긴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가슴은 E컵으로 풍만했으며 얼굴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황녀 중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제 2황비의 딸이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이유는 1황자와 2황자를 죽였으니,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했겠지. 특히나 제 어미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고 있으니 더욱 두려웠을 것이다.

‘잘못 생각하고 있군. 죽일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미모다. 신하들이 피가 섞였다고 지랄할 것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지만, 어쩌라고.

도망치는 오필리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정신을 좀 더 집중하고 염력을 사용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오필리아를 붙잡았다.

“꺄아아아악!”

오필리아가 내 쪽으로 끌려온다. 나는 갑옷을 해제하고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아아악!”

“짐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 이거 놔! 이러고도 어마마마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가만히 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년에게 당한 게 좀 많아서 말이지. 아, 너한테도 받은 것들이 많았지. 2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나?”

“2년 전…?”

“꼴을 보니 모르는 모양이군. 네년이 3일 동안 짐을 하인들의 창고에 가둬뒀지.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낡아빠진 모포가 없었다면 아마 얼어 죽었겠지.”

“너 같은 건 그때 죽었어야 했어!”

오필리아가 외쳤다. 내가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다. 그리고 제 어미인 제 2황비를 믿고 있겠지.

이해는 간다. 2황비는 대단한 인물이다. 멍청한 황제를 뒤에서 조종하던, 제국의 실질적인 주인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황후와 제 1황비도 그녀의 눈치를 봤다.

“1년 전의 성인식 때도 기억나는군. 네년이 칼로 짐의 연회복을 찢어발겼지. 덕분에 짐은 지금 이옷, 상복을 입고 연회에 나가야 했다. 하인들의 비웃음을 샀지. 초대객이 없던 초라한 성인식이라 다행이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드레스를 찢었다. 화려한 옷이라도 찢어지면 볼품없는 천 쪼가리에 불과했다. 나는 그녀의 속옷은 물론이고 신고 있던 구두와 액세서리를 전부 벗겨 알몸으로 만들었다.

“꺄아아아아악!”

오필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풍만한 가슴과 은밀한 곳을 재빨리 가렸다. 나는 그 전에 그녀의 음부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녀의 보지는 분홍색으로 보기 좋았는데 털이 없었다. 무모증이다.

오필리아가 버둥거린다. 머리채를 손아귀에 힘을 더 주자 조금 얌전해졌다.

“대장군.”

“…예. 폐하. 하명하시옵소서.”

루테온이 내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 공손한 태도다.

“성안에 있는 황족들을 전원 잡아와라.”

“폐하. 감히 아뢰옵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그들은 모두 황가의 일원이옵니다.”

“대장군.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짜증을 담아 말하자 루테온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루테온이 기사와 병사를 이끌고 사라졌다. 이 넓은 황성 곳곳에 있는 황족들을 잡아 올 것이다. 일부러 황족을 방생하는 경우도 있을 법하긴 한데…. 그때는 루테온과 그 가족들을 처형하면 될 일이다.

나는 오필리아를 질질 끌며 그레이트 홀 안으로 들어갔다.

그레이트 홀을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상황 파악을 한 귀족들이 모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홀이 더럽습니다. 연회는 뒤로 미루시고 우선 정리부터 하심이….”

“재상. 닥쳐라.”

눈치 빠른 재상은 닥쳤다.

“음악.”

악단이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다. 흥겨운 곡과 오필리아의 비명을 배경 삼아 레드 카펫을 걸어 옥좌로 향했다.

옥좌에 앉은 나는 오필리아를 쓰러뜨리고 그 풍만한 가슴에 발을 올렸다. 오필리아가 신음을 흘렸다. 도망치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 내 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 짐의 동생의 성인식이고, 짐이 황위를 계승한 날이지. 연회를 즐겨라. 오늘만큼 즐거운 날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

“…….”

그들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피비린내를 풍기는 수많은 시체를 옆에 두고 연회를 즐길 정도로 강단 있는 자는 없었다.

내게 범해졌던 제 5황비, 제르미나의 경우 조금 떨어진 옥좌에서 천으로 몸을 감싸고 덜덜 떨고 있다. 이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았다는 것에 그녀의 영악함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참…. 모두 얼어붙어 있군. 연회를 즐기는 법도 짐이 알려줘야 하나?”

“아, 아닙니다. 폐하. 모두 연회를 즐기십시오! 궁정악단은 음악을 더 키워라! 광대와 무희를 불러와라! 폐하를 위한 술을 가져와라!”

재상이 외쳤다. 그가 손짓하며 빠르게 분위기를 잡았다. 하녀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굳어 있던 귀족들이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이 정말로 연회를 즐기는 게 아니더라도 겉으로 보기엔 꽤 그럴싸한 연기였다.

나는 허공을 쳐다봤다.

[황비를 범했습니다.]

[황성의 실세를 장악했습니다.]

[황족과 귀족, 기사와 병사들을 도륙했습니다!]

[212,000 폭군 점수를 획득합니다!]

오늘 얻은 폭군 점수만 약 70만이다. 이후에도 포인트를 벌 생각을 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또각또각.

내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갈색 머리의 시녀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내 눈을 피했다. 그녀의 손에는 고급 와인과 와인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있었다. 얼굴이 제법 내 취향이었다.

눈동자를 굴러 재상을 쳐다봤다. 재상은 이리저리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다. 눈치 하나는 진짜 빠른 놈이다.

“폐, 폐하. 술을 가, 가져왔사옵니다.”

시녀는 안쓰러울 정도로 덜덜 떨었다. 시선을 떨군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내가 3황녀, 오필리아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인잔을 잡았다.

“따르라.”

“예, 예. 폐하.”

그녀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했다. 와인이 잔 밖으로 튀어 내 손에 묻었다.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폐하! 사, 살려 주시옵소서!”

“하하. 술이 손에 좀 튄 걸 가지고 널 죽이겠느냐? 짐의 손에 묻은 와인은… 네가 처리하거라.”

“네…?”

“핥아먹어라.”

잔에서 손을 놓고 시녀에게 내밀었다. 시녀의 입술이 열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선홍색 혀가 내 손가락을 핥았다.

간지러워서 피식 웃었다. 흠칫 놀란 시녀가 굳어졌다.

“계속 핥아라.”

“네, 네…. 폐하….”

시녀가 내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핥는다. 제법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녀를 잡아 품 안에 끌어당겨 희롱했다. 감촉이 뛰어났다.

솔직히 오필리아보다는 미모가 떨어지지만, 오필리아는 제 2황비의 앞에서 따먹어야 하니 남겨뒀다.

“흐윽, 흣….”

시녀가 내 손에 반응한다. 내가 그녀의 드레스를 벗기려고 할 때였다. 그레이트 홀의 문이 열리고 루테온이 들어왔다. 아쉽지만 시녀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이후에도 시간은 많으니 상관없다.

루테온은 시킨 대로 황족들을 데려왔다. 강압적으로 데려온 건 아니다. 내가 데려오라 명했으나 그들은 황족이었으니까.

나는 빠르게 그들을 훑었다. 4황자와 5황자, 6황녀에서부터 막내까지. 계승권을 가진 황자들은 모두 도착했다. 물론, 그 계승권은 이제 의미가 없지만.

1황자의 어미였던 황후도 보인다.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1황비는 내 눈을 피했다. 제 아들과 달리 심약했다. 그 외에도 3황비에서 8황비가 있었다. 모두 있었다. 다만 딱 한 사람, 2황비가 보이지 않는다.

“…루테온. 2황비, 모르가나의 모습이 안 보이는군. 빼돌렸나?”

털썩.

루테온이 바닥에 무릎 꿇었다.

“…송구하옵니다.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짜증 나게 굴지 말고 질문에 대답이나 해라.”

“신이 2황비의 거처에 들이닥쳤을 때, 2황비는 마법을 사용해 하늘을 날아 도망갔나이다. 명백한 신의 실수이오니…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그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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