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0화 〉 830. 그대를 위한 폭군
황제가 오필리아의 보지 안에 사정했을 때, 떠났던 근위기사가 돌아왔다. 그의 뒤에는 수갑과 족쇄를 찬 나체의 죄인들이 일렬로 걸어오고 있었다.
총 20명. 절반 이상이 남자였다.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선 하나같이 기품이 느껴진다. 모두 귀족 출신이었다.
오닉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백작 둘, 자작 넷, 남작 일곱, 그리고 그들의 부인들까지. 저들이 왜 죄인이 되었는지 짐작이 가나?”
“…저들이 무거운 죄를 저질렀다는 걸 짐작할 뿐이옵니다.”
“오늘 새벽, 짐에게 암살자가 찾아왔다. 무려 30명이 넘는 암살자 집단이었지. 그 집단의 이름이… 이런. 너무 보잘것없어서 기억이 안 나는군. 아무튼, 재상은 유명한 암살자 집단이라 말했고, 그 집단을 고용한게 저것들이다.”
“대역죄인이옵니까.”
“그렇다. 역적이다. 이미 저들의 구족을 멸했다. 거열형을 내리려고 했으나…. 요새 거열형만 내린 것 같아 팽형을 내렸다.”
“……삶아 죽였다는 말씀이옵니까?”
“그러하다. 그 시체는 죄인들에게 먹였다. 식비가 아까워서 말이다. 죄인을 죽이고, 그 시체로 다른 죄인들을 먹이니. 효율이 늘어났지. 멍청한 재상은 이런 좋은 방법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의외의 부분에서 헛똑똑이더군.”
“…….”
오닉스는 할 말을 잃었다. 너무도 태연하게 인간의 도리를 내던진 짓을 말하는 폭군이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악마도 이보다 덜 잔혹 하느라. 오닉스는 긴 로브를 입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숨길 수 있었으니까.
“흑마법사. 자원이 눈앞에 있다. 대마녀의 저주를 해주 해라.”
“…예. 폐하.”
오닉스는 죄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시커먼 마법진이 손 앞에 펼쳐지고, 죄인들의 몸에서 붉은 기운을 뽑아낸다. 죄인들의 생명력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죄인들이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흑마법에 생명력을 빼앗기는 건 크나큰 고통을 동반한다.
“유진 벨라카로스으으으!!”
한 남자가 증오를 담아 황제의 이름을 외쳤다. 그가 황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든다. 근위기사가 검을 뽑았으나 휘둘러지는 일은 없었다. 황제의 염력에 의해 제압되었기 때문이다.
“네놈도 짐에게 저주의 말을 남기고 싶으냐? 들어주마. 지껄여 보아라. 얼마나 참신한지 점수를 매겨주마.”
“너는 죽을 것이다! 만백성들이 너를 궁에서 끄집어내고, 마신들이 너를 지옥에 처박을 것이다! 너는 죽어 지옥에서 영원히 불탈 것이다! 아비를 죽인 패륜아여! 네가 죽인 모든 자들이 악귀가 되어 지옥에서 너를 죽일 것이다!! 나는 죽어서도 너를 저주하리라!!”
죄인의 저주는 처절했다. 비록 마법이 되지 못한 저주지만, 분노와 증오 섞인 말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오닉스는 눈동자를 굴러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황제는 무덤덤했다. 아무 감흥 없이 오필리아 황녀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움직여, 그 작은 입에 굵은 자지를 쑤셨다. 황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지를 빨았다.
“60점. 진부했다. 참고로 100점을 받은 놈은 짐에게 고자가 되라고 저주한 놈이었다. 짐의 고간을 어찌나 노려보던지. 그토록 섬뜩한 놈은 처음이었다.”
죄인이 쓰러졌다. 그 몸이 쪼그라들었다. 오닉스의 손위에는 붉은 기운이 뭉쳐 두둥실 떴다.
“그게 생명력인가?”
“예. 폐하. 이대로 두면 생명력이 흩어지니 바로 해주를 진행하겠사옵니다.”
“그러하라. 그런데 생명력은 저장하지 못하나?”
“마석과 마도구를 이용하면 가능하옵니다.”
“그렇군.”
오닉스가 흑마법을 이용해 저주를 해주 하기 시작했다. 저주에 서린 대마녀의 영혼을 조금씩, 조금씩 소멸시킨다.
30분이 지났다.
해주는 성공했다. 다만 전체의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오닉스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되었다.
“폐, 폐하. 송구하오나 제 능력으로는 이게 한계이옵니다.”
“이게 한계라고?”
“오, 오해하지 마시옵소서. 오늘의 한계일 뿐이옵니다. 내일, 체력을 회복되는 대로 다시 해주를 진행하겠사옵니다.”
“네놈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짐은 너의 유능함에 굉장히 만족스럽다.”
황제는 그 말이 정말인듯 했다. 그는 황녀의 입에 정액을 싸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흑마법사. 옥좌 아래로 내려가 무릎 꿇어라.”
오닉스는 황제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오닉스라 하옵니다.”
“성은 없나?”
“…있었으나 버렸사옵니다.”
오닉스는 몰락귀족 출신이었다. 버린 이름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곧바로 지웠다.
“짐은 네게 백작의 작위와 영지, 그리고 성을 내리겠다. 너의 성은….”
황제는 오닉스를 들여다봤다. 오닉스는 늙었고 머리카락이 없었다.
“탈모르다. 오닉스 탈모르 백작. 약식으로 작위를 내리겠다. 연회를 하고 싶으면 네 영지에 가서 해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오닉스는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귀족이 되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흑마법사들이 뭉칠 것이다. 흑마법사란 이유로 구박과 차별, 증오를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오닉스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약식이라도 할 건 해야겠지. 짐은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해주마. 움직이지 마라.”
황제가 손을 뻗었다. 검은색 장검, 아론다이트가 황제의 손으로 날아왔다. 황제는 검을 들고 오닉스의 머리와 어깨를 두들겼다.
오닉스는 이건 기사 임명식이옵니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그냥 닥치고 있기로 했다.
“아, 또 뭔가 해야 했던 것 같은데… 모르겠군. 재상이 알아서 하겠지.”
황제는 고개를 돌렸다.
“마탑주.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군. 발언을 허한다.”
“…폐하. 흑마법사는 더럽고 천한 놈들이옵니다. 그들을 이용하는 건 말리지 않겠사옵니다. 허나, 작위는 아니 되옵니다. 차라리 노예로서 흑마법사를 부리시옵소서!”
“즉, 짐이 흑마법사에게 작위를 내려서 아니꼽다는 거군.”
흠칫!
로드릭은 몸을 떨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있을 수 없는 일을 봐서 잠깐 정신이 나갔었다.
“폐, 폐하! 용서를! 용서해주시옵소서!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
서걱!
로드릭의 머리가 데구르르 굴렀다. 목 없는 시체는 피 분수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처형!]
[150,000 폭군 점수를 획득합니다!]
“마법사들.”
“…예. 폐하…. 하명… 하시옵소서….”
마탑의 마법사들이 벌벌 떨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이 날아가지 않기를 기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 달 주마. 새로운 마탑주를 선출해라. 어중이떠중이가 왕궁 마법사로 오는 건 짐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고 마탑을 멸하겠다.”
“황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꺼져라. 아, 시체는 두고.”
마법사들은 조용히 뒷걸음질하며 그레이트 홀에서 빠져나갔다.
황제가 오닉스에게 말했다.
“탈모르 백작. 짐은 그대에게 내릴 명령이 몇 가지 있다.”
“하명 하시옵소서.”
“우선은… 흑마법사는 시체와 영혼을 부려 언데드로 만든다지? 이놈을 리치로 만들어라. 생전에 마탑주였으니 쓸만하겠지.”
바닥에 떨어진 로드릭의 머리를 본 오닉스의 눈동자가 떨렸다. 만약, 오늘 조금이라도 실수했다면 머리가 잘리는 건 로드릭이 아니라 자신이었을 것이다.
“…리치를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사오나, 최소 1년 이상의 시간과 일만 명의 생명력이 필요하옵니다.”
“얼마 안 드는군. 두 번째 명령이다. 네 영지 옆에 수용소를 만들어라. 지원은 짐이 할 테니 최대한 크게.”
“…어떠한 수용소이옵니까?”
“수용소가 수용소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나? …아니지. 목장이라 부르는 게 낫나?”
“목장이라니… 혹시 이종족을 가둬둘 곳이옵니까?”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이종족을 넣을 거다. 그것들은 자원이다. 흑마법에는 생명력이 필요하지 않으냐. 원할 때 꺼내써라. 아, 마석도 지원해줄 테니 거기에 생명력을 담아라.”
오닉스는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그곳에서 인간을 사육해라. 생명력을 쓰기만 하면 결국 없어지니 보충해야 하지 않겠나.”
“…인간을, 가축처럼 다루란 말씀이시옵니까. 폐하. 인간은 가축이 아니옵니다.”
“가축처럼 다루면 가축이다. 흑마법사가 그것도 모르는가? 또 백작이 주의해야 할 건 보석을 찾아내 짐에게 보내는 것이다.”
“보석? 영지에 광산도 있사옵니까?”
“가끔 인간 중에는 돌연변이가 나타난다. 제 어미와 아비가 지독하게도 못생겼는데도 무척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는 돌연변이가. 그런 보석들을 내게 보내라. 보석이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들어주고.”
“…그 보석이 제 어미와 아비를 풀어주기를 원하면 어찌해야 하옵니까?”
“원하는 대로 들어주라고 했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알아서 잘 할 거라 믿는다만, 종마 관리를 철저히 하라.”
“…종마는 혹시 잘생긴 남자를 말씀하시옵니까?”
“역시 이해가 빠르군. 맞다. 태가 좋지 않으니 씨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나? 종마는 일정 기간마다 갈아 치우도록.”
“예. 폐하.”
황제가 옥좌에 앉았다. 오필리아 황녀가 다시 바닥을 기며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제는 오필리아 황녀를 발로 찼다. 오필리아가 바닥을 구르며 기침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시녀가 달려와 오필리아에게 포션을 먹였다.
황제가 침대를 향해 손을 까딱거린다. 금발의 여자가 몸을 일으켜 황제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단발머리가 찰랑댄다.
라플레아 디올 하르멜. 제 3황비이자 쌍익족(雙翼族)의 나라, 하르멜 왕국의 공주다. 그녀의 등에 날개가 없는 이유는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쌍익족은 성인이 되면 날개를 숨길 수 있다.
“아아… 폐하… 폐하….”
라플레아는 황제 앞에 무릎 꿇었다. 황제가 발을 내밀자, 그 발등에 키스하고 발가락으로 보지를 문지르며 자위하기 시작했다.
“아응! 앙! 아아앙! 하앙!”
“듣기 좋구나. 계속 울어라.”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 어떤 악기도 그녀의 목소리에 비하면 쓰레기로 들릴정도였다.
종족의 영향이 컸다. 쌍익족의 여성 일부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난다.
황제는 라플레아의 가슴을 쳐다봤다. A컵. 아니, A-컵. 좀 많이 아쉬운 크기다.
“탈모르 백작. 흑마법사는 키메라를 만든다는 말을 들었다. 인간도 만들 수 있나? 인간이 복사가 된다니… 정말 끝내주는 일이 아닌가.”
“송구하오나 폐하. 생물을 창조하는 건 신의 영역이옵니다. 키메라는 생물이 아니라 언데드에 가깝사옵니다.”
“그런가 아쉽군.”
“……혹시 폐하께서는 불로불사를 원하시옵니까? 저희 흑마회를 황궁에 불러들인 것도….”
“관심 없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황제의 기세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황제는 무심했다. 마탑주를 죽일 때도 이토록 진지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인 것일까. 오닉스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풍유약을 만들어라.”
“…풍유약…? 그게 무엇이옵니까?”
“여성의 가슴을 키우는 약이다. 꼭 약이 아니어도 좋다. 어쨌든 여성의 가슴을 키울 방법을 마련해라. 자연적으로 말이다. 이게 중요하다. 보형물같은 걸 가슴에 넣는다는 방법을 가져왔다간 넌 짐의 손에 뒈진다.”
“며, 명심하겠사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 마탑주를 리치로 만드는 것보다 우선시해라. 설마 불가능하다고 지껄이진 않겠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옵니다. 본래 흑마법은 불노불사를 추구하며 시작되었사옵니다. 생명 창조는 불가능하나, 생명 변이는 가능하옵니다. 가슴 부위를 한정하여 성장시킨다면…. 예. 포션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대는 실로 제국의 보물이로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라. 청을 하나 들어주지. 미녀를 내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청만 아니라면 말이다.”
“…폐하. 마탑을…. 흑마법사를 위한 마탑을 영지에 짓고 싶사옵니다.”
“윤허한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흑마법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60,000 폭군 점수를 획득합니다!]
???
흑마법사를 받아들인 후로 2개월이 지났다.
내가 약해졌다는 소문은 들은 귀족들은 거의 매일 암살자를 보냈고, 독살을 시도했다. 암살자는 궁내에 침입하기 전에 근위기사에게 붙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침실까지 들어오는 암살자는 무척 드물었다. 물론 들어온다고 해서 암살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독살의 경우엔 애꿎은 기미 노예들만 죽어 나갔다. 무희로 변장한 여자 암살자에게 11번 독에 당했는데, 성배의 힘 덕분인지 극독은 큰 효과가 없었다. 기껏해야 잠깐 두통이 생기거나, 짧은 시간 컨디션이 나빠지는 정도다.
독이 통하지 않자 여자 암살자들은 방식을 바꿨다. 흉기로 날 직접 죽이려는 것이다. 이것도 처음엔 좀 당황했으나, 익숙해지니 통하지 않았다. 요령은 목과 보지와 항문을 잘 확인해서 비수를 잘 찾아내는 것이다. 가끔 신체를 개조한 미친년들이 있긴 했으나, 정말 가끔일 뿐이고 크게 위협적이란 느낌은 받지 못했다.
[즐거운 연회!]
[3,000 폭군 점수를 획득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연회를 열었다.
집무? 그딴 걸 내가 왜 하는가. 재상이 알아서 하겠지. 만약, 재상이 부패하여 내 돈을 빼간다면 재상일가를 몰살하고 새로운 재상을 앉히면 될 일이다.
가끔 연회가 질릴 때는 황성 밖으로 나가 평민들을 따먹었다.
대마녀의 저주는 일부러 놔뒀다. 내가 저주로 인해 약해졌다는 말을 듣고 감히 반기를 드는 귀족놈들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사실 노리는 건 북부였는데, 북부는 조용했다. 세금도 잘 보내온다. 다만 그 잘난 북부대공을 만나지는 못했다.
“폐하!”
그레이트 홀이 열리고 대장군 루테온과 근위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오늘도 오필리아를 가지고 놀고 있던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루테온을 쳐다봤다.
“……반란인가?”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루테온은 얼굴을 붉힐 정도로 흥분하며 목청을 높였다.
“침략이옵니다! 하르멜 왕국의 30만 군세가 제국을 향해 출병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