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1화 〉 831. 그대를 위한 폭군
“폐하!”
그레이트 홀이 열리고 대장군 루테온과 근위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오늘도 오필리아를 가지고 놀고 있던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루테온을 쳐다봤다.
“……반란인가?”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루테온은 얼굴을 붉힐 정도로 흥분하며 목청을 높였다.
“침략이옵니다! 하르멜 왕국의 30만 군세가 제국을 향해 출병했나이다!”
쾌락에 젖어 흐느적거리던 그레이트 홀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 당황하기 시작했다. 루테온의 뒤로 재상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재상은 그레이트 홀을 정리했다. 무희를 흩트리고, 미녀들을 궁으로 돌려보내며, 궁정악단을 내쫓았다.
나는 짧게 혀를 찼으나, 재상을 저지하지는 않았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나도 안다.
시녀들이 다가왔다. 시녀들은 보통 수수한 드레스를 입으나, 내 명에 의해 모두 메이드복을 입었다. 하녀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메이드복이었다. 내 취향이었다. 시녀들이 내 몸에 옷을 입혔다. 나는 시녀들의 몸을 주물렀다.
치마 속과 가슴팍에 손을 집어넣었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여자의 냄새는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다만 아쉽다.
‘…가슴이 작아. 이 세계의 여자들은 평균적으로 가슴이 작아.’
로맨스 판타지 세계라 그런지 여자들은 A컵이 대부분이다. 가슴이 큰 미녀가 간혹 있긴 하나 정말 드물었다.
‘빨리 풍류약이 완성되어야 할 텐데.’
옥좌 아래에 부복한 루테온을 쳐다봤다. 흥분했었던 그의 얼굴은 다시 냉정해졌다.
“대장군. 하르멜의 30만 군세가 제국으로 출병했다는 정보가 사실인가?”
“첩자들이 보내온 정보이옵니다. 신이 직접 몇 번이나 정보를 확인했나이다. 정보는 사실이나이다.”
대장군은 지금까지 내게 거짓을 고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저런 엄청난 말을 거짓으로 고하는 건 치매가 오지 않은 이상 불가능 할 테고.
“하르멜이라….”
내 시선은 침대로 향했다. 벌거벗은 황족들과 시녀들이 모여있었다. 재상은 황족들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황족들 중에는 제 3황비, 라플레아 디올 하르멜이 있다. 하르멜의 공주.
하르멜은 쌍익족의 나라다. 태어날 때부터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들. 그들이 쌍익족이다.
“날아오겠군.”
“예. 폐하. 하늘을 날아 제도로 진군하고 있나이다. 아마 내일 혹은 모레에 제도로 당도할 것이옵니다.”
“노리는 건 역시 짐인가.”
선전포고도 없이 제도로 진군했다는 건 날 죽이고 재빨리 전쟁을 끝낼 생각이다. 전쟁을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하르멜 왕국이니 확실하다.
사신을 보내지도 않고 선전포고 없이 일방적은 시작된 전쟁이다. 후에 비난은 좀 받겠으나, 명분은 하르멜 측에 있었다. 나는 폭군이고 제 3황비인 하르멜의 공주를 범하고 노예처럼 대했다.
“하르멜 국왕은 대마녀의 저주에 시달리는 황제 폐하의 정보를 입수하고 계획적으로 군세를 일으킨 것이 확실하옵니다.”
“재상. 그대의 말이 맞다. 30만의 군세를 준비도 없이 충동적으로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지. 아마 몇 달 전부터 준비하고 오늘 출병한 것이겠지.”
“하르멜의 국왕이 직접 군세를 이끌고 있다는 첩보가 있나이다.”
루테온이 첨언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르멜 국왕은 폭군 정도는 아니지만, 성정이 사납기로 유명했다. 그 취미가 몬스터 사냥이라고 할 정도니.
“폐하. 황성의 병력만으로는 30만 대군을 감당할 수 없사옵니다. 특히 하르멜의 쌍익족이 상대라면, 성벽은 의미가 없사옵니다.”
쌍익족은 하늘을 난다. 하늘에서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고, 바위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마법사까지 섞여 있으면 재앙 그 자체다.
“폐하. 전 제국에 소집령을 내리시옵소서.”
“재상. 지금 내가 소집령을 내리면 이틀 안에 올 수 있나?”
소집령 자체는 내릴 수 있다. 마법을 이용하면 되니까. 하지만 제국 각지에 떨어져 있는 귀족들이 군대를 꾸리고 제도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문제다. 이틀? 절대로 불가능하다. 못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린다.
“…제도의 결계를 의지하여 지원군이 당도할 때까지 버틴다면… 가능성 있지 않겠사옵니까?”
“재상. 제도의 결계는 무적이 아니오. 작정하고 결계를 펼치더라도 30만 군세를 감당할 순 없소.”
재상의 말을 대장군이 받아쳤다. 이건 대장군의 말이 옳았기에 재상은 반박하지 못했다.
“폐하. 어쩔 수 없사옵니다. 하르멜 국왕에게 사신을 보내야 하옵니다. 외교를 통해 하르멜 왕국을 달래어 군대를 회군시켜야 하옵니다.”
“지랄하지 마라, 재상.”
“폐, 폐하?”
“하르멜은 30만 대군을 일으켰다. 사신 좀 보낸다고 회군할 것 같은가?”
“외, 외무대신의 능력은 뛰어나옵니다. 하르멜 국왕도 최대한 피해 없이 평화롭게 상황을 끝내고 싶을 것이옵니다.”
“뭐. 원하는 것이 있으니 군대를 일으켰을 테니, 원하는 몇 가지를 내준다면 만족하고 회군하겠지. 우선 돈을 요구할 테고, 인간 노예, 그리고 제국의 영토, 마지막으로 짐의 목을 요구하겠군. 재상은 하르멜에게 짐의 목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허어어억! 아니, 아니옵니다! 폐하께서 오해하셨사옵니다!”
재상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부복했다. 재상은 능력은 있으나 두려움이 많았다.
“그런 뜻이 아님을 알고 있다. 재상은 농담도 구분하지 못하는가.”
“시, 신이 미흡하여 폐하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였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
“하르멜 국왕의 목적은 간단하다. 짐을 죽이고, 제 손자를 제국의 주인으로 만들 속셈이겠지.”
재상과 대장군을 비롯한 그 어떤 귀족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도 그리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장군.”
“예, 폐하.”
“소집령은 내리지 않는다. 황성 내의 병사로 하르멜의 군대를 맞이한다.”
“…하오나 폐하. 황성의 병력은 3만도 되지 않사옵니다. 설령 제도 시민들을 징집한다 하더라도 10만을 넘기는 건 불가능하옵니다.”
“제도에는 짐이 있다. 설령 적군이 30만이 아니라 100만이라 하더라도 짐이 있는 이상 제도를 침범할 수 없음이라.”
“제도 밖에서 전쟁을 치를 뜻이옵니까?”
“그렇다.”
제도를 끼고 싸우면 손해가 더 막심해진다. 제도 밖에서 싸워야 재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신은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리고 제 7황자, 시하브람 벨라카로스를 처형해라.”
황족 중 남자들은 모두 지하 감옥에 처박아뒀다. 고문은 하지 않고 식사는 흑갈색빵만 주었다. 그들은 인질로서 황비를 통제하는 수단이다. 황비가 함부로 발악하지 못하는 이유가 제 자식들 때문이다. 자식의 정도 있겠지만, 내가 잘못되면 황자들 중에 황위를 계승할 확률이 높으니까.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
떨어져 있던 3황비, 라플레아가 옥좌를 향해 달려왔으나, 근위기사에게 팔이 붙잡혔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 꿇으며 내게 호소했다.
“제가, 제가 뭐든지 하겠사옵니다! 시하브람은, 시하브람만큼은 살려주시옵소서! 시하브람은 폐하의 형제이옵니다!”
“내게 형제는 없다.”
나는 옥좌에서 일어났다. 라플레아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 씨발년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네년의 아비가 짐을 죽이기 위해 30만 병사를 이끌고 오고 있다. 마음 같아선 네년도 삶아 죽이고 싶으나, 네년의 보지와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살려두는 것뿐이다.”
“흐윽…. 폐, 폐하….”
“대장군. 시하브람의 머리를 잘라, 날짐승 새끼들이 잘 볼 수 있도록 궁의 가장 높은 곳에 전시해라.”
“따르겠나이다.”
라플레아의 두 눈에 눈물이 흘렀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동정심이 샘솟게 할 정도로 가련했으나, 봐줄 생각은 없었다.
“네년은 하르멜의 국왕이 당도할 때까지 짐에게 범해질 것이다.”
“아, 아아아….”
“크크. 우는 소리도 듣기 좋군.”
“폐하.”
누군가가 날 불렀다. 고개를 돌렸다. 남자가 있었다. 긴 파란색 머리카락을 묶은 미남자였다. 나를 보는 황금색 눈동자는 차분하면서도 신비하다.
오든 키비즈라이프. 로드릭의 뒤를 이은 마탑주이자 원작의 서브 남주다. 20대의 나이에 마탑주가 된 만큼 마법적 재능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원래는 죽이려고 했으나, 유능해서 내버려 뒀다. 처신도 잘 하는 편이었다. 이놈은 내가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걸 알고 마탑의 미녀 마법사들을 내게 바쳤다.
“뭐냐, 마탑주. 시덥잖은 말을 할 셈이라면 네놈의 두 눈을 파버리겠다.”
“좋은 의견이 떠올라 말해드리려고 하옵니다. 7황자는 죽이지 마시고 고문하여 그 고통에 찬 비명을 하르멜 국왕에게 듣게 하는 것이 어떻사옵니까? 하르멜 국왕은 친족을 아끼기로 유명한 인물….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손자를 보며 피눈물을 흘릴 것이 분명하옵니다.”
“괜찮은 의견이군. 그렇게 하라. 단, 네가 직접 고문해라. 놈의 비명이 마음에 안 든다면, 네가 직접 비명을 질러야 할 거다.”
“…맡겨만 주시옵소서.”
오든이 고개를 숙였다.
오든의 무슨 생각인지는 짐작이 간다. 고문을 핑계로 7황자를 살려두려는 목적이다.
‘원작을 통해 이놈이 속이 시커먼 놈이란 걸 알고 있지. 원작 주인공을 알게 모르게 엿먹이는 교활한 놈이니까.’
내가 죽거나 패배했을 때, 7황자가 황위를 잇게 되고 제국이 변하게 될 것이다. 3황비는 다른 자식이 없으니 고문을 핑계로나마 살린 것이다.
“아, 아아아….”
라플레아는 그저 눈물을 흘렸다. 나는 바지를 벗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보지를 따먹었다.
???
“황제! 아비를 죽이고, 혈족을 범한 인간이여! 네놈은 돼지보다 못하다! 나는 네게 붙잡힌 나의 딸을 구할 것이고, 신을 대행하여 너를 벌할 것이니라! 제국의 백성들이여! 제국의 병사들이여! 무기를 버려라! 나의 목적은 오직 세상을 망치는 폭군뿐이다! 나는 너희를 구원하겠노라!”
하르멜의 국왕, 기르콩 디올 하르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가마 위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 왼손에는 기르콩의 딸, 라플레아가 머리채를 잡혀 있었다. 기진맥진해서 축 늘어졌다. 온몸에는 내가 뿌린 정액이 가득했다. 그녀는 지난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내게 범해졌다.
“장관이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30만의 대군. 그들 모두가 창을 꼬나쥐고 한 쌍의 날개를 퍼덕이며 위협적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반면에 지상의 제국군은 3만이다. 똑같은 30만이라 할지라도 적들은 하늘을 날고 있으니 한참 불리한데 이쪽은 적들의 1할밖에 되지 않는다.
“폐하. 병사들이 당황하고 있나이다.”
대장군 루테온이 내게 알렸다. 그의 보고가 아니어도 알고 있다. 희망 없는 전쟁에 두려움을 느낀 병사들의 웅성거림은 내게도 들려오고 있으니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만 보고 있자 루테온이 재차 말했다.
“폐하. 이대로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 것이옵니다. 폐하, 옥음을 펼쳐 병사들의 사기를 복돋워 주시옵소서.”
“…….”
이번에도 무시했다.
나는 대마녀의 저주에 걸렸고, 30만에 이르는 적들이 날 죽이고 위해 하늘을 날아 당도했다.
객관적으로 내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야말로 배신을 위한 최적의 때였다.
나는 루테온의 배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테온과 3만의 병사들이 내게 검과 창을 겨누기를 기다렸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끄아악! 할, 할바마마…! 소자를 구해, 구해 주시옵소서! 끄아아아악!”
황성에서 7황자의 비명이 울렸다. 고통에 찬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마탑주 오든이 일을 잘하고 있다.
“네이놈!!!”
기르콩이 분노의 일갈을 터트렸다. 그는 창을 꼬나쥐고 나를 향해 투창했다. 나는 왼손에 쥔 머리채를 들어 올렸다. 라플레아를 내 앞으로 내세운다.
기겁한 기르콩이 빛살처럼 움직였다. 내게 던진 투창을 허공에서 붙잡았다. 그의 굵고 큰 손에서 핏물이 흘렀다.
“황제! 네이놈!! 네가 그러고도 한 나라의 군주이냐! 네놈에겐 군주의 자격이 없다! 아니, 네놈은 남자도 아니다!”
실제로 라플레아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창이 가까이 오면 염력을 이용해 붙잡을 생각이었다. 내가 내 좆집을 직접 죽일 리가 있나. 이건 단지 도발에 불과했다.
“황제의 병사들이여! 똑똑히 보았느냐? 아녀자를 내세우는 비열한 놈이 그대들이 모시는 군주다! 저놈에게 정녕 그대들의 위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