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5화 〉 835. 그대를 위한 폭군
나는 엘프의 보지 머리카락, 줄여서 보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기이잇이익?!”
놀란 엘프가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엘프의 머리카락과 보리카락을 잡아 비교했다. 머리카락보다 보리카락 쪽이 약간 더 굵다. 머리카락의 매끄러움은 비슷했다.
‘보리카락이 더 튼튼하군.’
이 세계에서 엘프의 머리카락에 대한 속설이 떠오른다. 엘프의 머리카락은 신비하고 탄력 있으며, 마나도 담을 수 있어서 쓰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엘프의 활시위를 엘프의 머리카락으로 만든다. 뿐만이 아니라 엘프의 머리카락으로 손수건이나 옷을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다. 보리카락을 연구할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였다.
나는 보리카락을 들어 올렸다. 보지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보리카락이 워낙 길어서 보지를 찾는데 한참 걸렸다.
‘쯧. 보지 찾기 힘들군.’
검지에 오러블레이드를 일으켜 보리카락을 대충 잘라냈다. 잘라낸 보리카락은 흑마회주 오닉스와 마탑주 오든에게 반씩 나눠주었다.
“폐하?”
“이것은….”
“엘프의 보리카락이다. 짐이 봤을 때 엘프의 머리카락보다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한 번 조사해보아라.”
그들은 곧장 내게 부복하고 서로를 노려봤다. 본의 아니게 마법사와 흑마법사의 경쟁심을 부추긴 모양이다.
“맡겨만 주시옵소서, 폐하!”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사옵니다.”
나는 엘프 보지에 다시 자지를 삽입했다.
“마탑주. 네가 바친 발모약은 훌륭했다. 발모약은 풍유약과 마찬가지로 오직 짐에게만 납품하라. 대가는 정당하게 치르겠다.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으니.”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래도 풍유약보다는 가치가 적었다. 풍유약은 전설이었다.
나는 오든에게서 발모약을 또 받았다. 이번 발모약은 엘프의 겨드랑이에 뿌렸다. 50cm 겨털이 찰랑거렸다. 나는 엘프의 겨털을 잘라 마법사에게 나눠주었다.
“이것도 조사하라.”
마법사들은 떨떠름함을 숨기고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물러나고 다음 인물이 찾아왔다.
“폐하. 이렇게 알현하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너는….”
붉은 머리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떡 벌어진 어깨와 뚜렷한 이목구비. 미남이었다.
“제국의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요르한 멜코스 후작입니다.”
“제독이었군.”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는지라 지금에서야 인사드립니다.”
제국의 제독 요르한. 그는 잘생겼으며 지위에 걸맞지 않게 20대 중후반으로 젊었다.
잘생기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지위.
그는 원작의 서브 남주였다. 다만 다른 서브 남주에 비해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잠깐 나타나서 원작 여주인공을 흔들게 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여주인공의 조력자가되어 물심양면 도와준다.
“그래. 네가 수고가 많다.”
시큰둥하던 나는 곧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인 몇몇이 거대 수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수조 안에는 긴 주황색 머리의 여자가 들어가 있었다. 상반신은 인간으로 젖가슴이 달려있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몸이다.
인어였다.
“폐하를 위해 직접 잡은 인어족입니다. 본래는 20마리를 잡았으나, 폐하의 눈에 들어오는 인어는 이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미색이 뛰어나군.”
나는 계속 엘프의 보지를 자지로 쑤셨다.
이 세계에서 엘프보다 인어가 더 희귀하다. 이 세계에는 엘프 나라가 따로 존재하고, 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엘프다. 모험 혹은 여행을 하며 대륙을 돌아다니는 엘프가 많으니까.
반대로 인어는 부족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륙보다 더 큰 바다에 흩어져 부족단위로 생활한다. 외적이라곤 바다를 돌아다니는 해양 몬스터를 제외하면 없기 때문에 왕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인어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고기 보지에 박는 취향은 없기 때문이다.
“인어에겐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특별한 특징?”
“예.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요르한은 하인을 시켜 인어를 수조에서 끄집어냈다. 인어는 그저 슬픈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어서 하인들이 마른 수건으로 인어의 물고기 하반신을 닦았다. 어느 순간부터 인어의 하반신이 인간의 다리로 변해 있었다.
미끈하고 잘 빠진 두 개의 다리와 털하나 없는 분홍색 빽보지. 나는 경악했다.
“하반신이 사람의 다리로 변했다고…?!”
“인어의 하반신은 물기가 없으면 사람의 다리로 변하며 인간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인간의 씨를 받아들여 임신도 가능합니다. 다만…. 인간 상태일 때는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크크. 그런가?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제독! 인어를 내게 데려와라!”
“예. 폐하.”
나는 인어를 만졌다. 바다 냄새가 나고, 몸이 조금 차갑다는 걸 제외하면 인간이나 다를 바 없었다. 보지도 처녀보지였다. 가슴은 B컵으로 인간 평균보다 컸다.
“짐의 정원에 호수를 만들어야겠군. 크크.”
수영장 크기로 만들어두면 재밌어질 것이다.
귀족들의 선물 공세는 계속되었다. 선물을 가져오지 않은 귀족은 없었다. 내게 조금이라도 잘 보여야 가문이 존속할 테니까.
“폐하. 베르메르 상단의 주인인 베르메르 스켈로그이라 하옵니다.”
흑녹색 머리카락에 안경을 낀 남자가 내 앞에 부복했다. 매우 깔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도 원작의 서브남주 중 한 명이었다. 베르메르 상단.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단이라 알려져 있다. 원작에서는 그 재산이 제국 최고라 일컬어지지만, 지금은 내 재산에 비비지도 못한다.
이번에 정책을 바꾸면서 세금 폭탄을 맞은 게 베르메르 상단이다.
내 앞에서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날 찢어 죽이고 싶을 것이다.
“베르메르 상단주를 짐이 모를까. 50년 전, 그대의 조부가 세운 상단이 제국 제일의 상단이 되었다지? 50년 만에 제국 제일 상단이 된 그 수완 참으로 대단하구나.”
“황제 폐하의 위업에 비하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옵니다.”
“뒤에 있는 여자들은?”
“폐하께 드릴 선물들이옵니다. 폐하의 취향을 고려하여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30명의 미녀를 데려왔사옵니다.”
“호오.”
나는 그가 데려온 30명의 여자들을 살펴봤다. 하나같이 미녀였다. 인간, 드워프, 엘프, 쌍익족, 마녀족, 수인족 등등 종족도 다양했다.
“눈을 끄는 여자가 한 명 있군.”
30명의 여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며 헤어스타일을 손질해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나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흘린다.
그러나 30명 중 딱 한 명, 금발을 틀어올린 여자 만큼은 달랐다. 그녀에게서 귀족 특유의 고귀함이 느껴졌다.
“역시 눈썰미가 대단하시옵니다. 이 여자는 그랑드 왕국의 자작 영애이옵니다.”
주위가 웅성거렸다.
귀족. 그것도 제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그랑드 왕국의 귀족이었다. 주위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재미있군. 어떻게 데려왔지?”
“5년 전의 일이었사옵니다.”
베르메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연 대상인이라 해야 할까. 그는 이야기의 재능이 있었다. 주위의 귀족들은 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무역을 통한 사기 계약이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는 베르메르의 자기 자랑보다 엘프와 인어의 보지를 따먹느라 바빴다.
“이렇게 된 것이옵니다.”
“잘 들었다. 자작의 선물은 잊지 않을 것이다.”
대상인까지 물러갔다.
나는 오늘만 거의 200명이 넘는 미녀들을 선물 받았다. 대부분이 처녀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연회도 슬슬 지겨워지는군.’
내가 지금 옥좌에서 일어나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편한 내가 없으니 기뻐하겠지.
“라이스트 대공께서 입장하옵니다!”
하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나를 비롯해 귀족들의 시선이 모두 입구 쪽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세 명이 들어선다.
중심에 선 중년인은 프린츠 라이스트. 검은 머리에 창백한 안색이다. 현 라이스트 대공이 바로 그다. 원작에서는 병으로 죽고 자신의 아들에게 작위를 물려줬다. 그의 붉은 눈은 빛나지 않았다.
담담한 척 입장하고 있으나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조만간 죽을 것이다.
프린츠의 오른편에 선 건 후계자이자 아들인 아벨 라이스트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에 냉정한 붉은 눈. 큰 키와 근육질의 몸.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그는 서브 남주이자, 원작 남주인공의 라이벌이다.
프린츠의 왼편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허벅지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과 차분한 붉은색의 눈동자. 차가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녀는 부채로 얼굴 일부를 가리며 입장했다.
에르넬 라이스트.
원작 공식으로 대륙 최고의 미녀로 손꼽히는 여자였다. 웹툰에서 봤을 땐 별로 끌리지 않았기에 무시했었는데, 지금 보니 대륙 최고 미녀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았다. 이 정도의 미녀였다면 북부부터 조졌을 텐데.
‘……어딘가 유리아를 닮은 것 같군.’
에르넬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셋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다. 프린츠와 아벨은 제복을, 에르넬은 몸의 선이 잘 드러나는 검은색 드레스를. 라이스트 대공가는 검은색 옷을 입기로 유명했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옥좌 앞으로 다가와 부복했다.
“라이스트 일가가 황제 폐하께 인사드리옵니다.”
프린츠 라이스트가 말했다.
지금까지 라이스트 대공가는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몇 번 황성으로 초대장을 보내도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북부에 몬스터들이 극성을 부린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그렇다고 내게 반기를 드는 것도 아니었다. 라이스트가는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수용했다. 30%의 세금도 어떤 반론도 없이 받아들였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 정말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군.”
“그간 찾아뵙지 못한 무례를 용서하소서….”
“짐의 생일에 참석해 빛내주었으니 용서하마. 선물은 없나?”
나는 노골적으로 에르넬을 쳐다봤다. 에르넬이 선물이면 좋겠지만, 프린츠는 제 딸을 선물로 바칠 놈이 아니었다.
프린츠는 시종이 조심스레 가져온 한 상자를 내게 바쳤다. 마법적인 힘이 느껴지는 화려한 상자였다. 시종을 시켜 상자를 열게 했다. 상자 안에는 푸른색의 주먹만 한 보석이 있었다.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보석을 바라봤다.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는군. 마석은 아닌 듯한데. 이건 뭐지?”
“10년 전, 북부에 나타났던 프로스트 웜의 심장이옵니다.”
프로스트 웜. 북부에 나타나 3개의 마을을 없애고 북부의 대도시에 피해를 입혔다던 2마리의 대형 몬스터들.
‘원작에서 나와서 알고 있지. 프로스트 웜 한 마리의 심장은 아벨 라이스트가 먹었고, 다른 하나는 아벨이 여주인공에게 주는데…. 내게 잘 보이고 싶었나 보군. 아니면 에르넬 라이스트를 내게서 지키고 싶은 건가.’
일단 주는 거니 받았다. 프로스트 웜의 심장은 최고급 영약이다. 복용하면 신체능력이 올라가고 마나로 늘어난다.
“고맙다. 감사히 받지. 옆에 있는 사내는 라이스트가의 후계자인가?”
“예. 폐하. 저의 뒤를 이을 유일한 후계자이옵니다.”
“라이스트가의 아벨 라이스트라 하옵니다.”
“제 아들이라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가진 무재가 뛰어납니다. 제 아들이 있는 한, 북부의 몬스터는 제국으로 넘보지 못할 것이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벨은 실제로도 원작 남주 급으로 유능한 놈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딸인가? 라이스트의 영애가 북부최고의 미녀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에. 제 딸이옵니다.”
“라이스트가의 에르넬 라이스트 이옵니다.”
에르넬은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 에르넬은 의연했다. 보통 귀족 영애들의 경우 내 시선에 들어오면 눈을 피하고 몸을 덜덜 떤다. 심한경우에는 오줌을 지리는 여자도 있었다.
‘아벨이 남주인공의 라이벌이면, 에르넬은 여주인공의 라이벌이지.’
에르넬은 중간에 탈락하는 악역 영애였다. 그것도 꽤 비참한 최후를 당한다. 폭군의 분노를 사고, 남동생에게 배신당해 북부로 쫓겨난다. 남동생과 달리 어떠한 힘도 없는 그녀는 북부 몬스터의 먹이가 되어 사망한다. 그 시체 조각이 설원에 흩뿌려졌다는 묘사가 있었다.
“짐은 피곤하니 이만 일어나겠다. 그대들은 느긋이 연회를 즐기다가 떠나라.”
나는 옥좌에서 일어나 그레이트 홀을 떠났다. 재상이 재빨리 내 뒤를 따라붙었다.
“폐, 폐하. 혹시 연회가 마음에 안 드셨사옵니까?”
“연회는 훌륭했다. 선물도 마음에 들었고. 좀 귀찮아졌을 뿐이다.”
내 눈치를 살핀 재상은 내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재상.”
“예. 폐하.”
“에르넬 라이스트가 짐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더군. 독대하겠다. 조금 후에 데려와라.”
재상의 얼굴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