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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0 - 860. 그대를 위한 폭군 (640/2,000)

〈 860화 〉 860. 그대를 위한 폭군

달을 밟은 나는 눈앞에 있는 하얀 신전을 보며 웃었다.

“제대로 찾아왔군.”

신전을 향해 걸어갔다.

나를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신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아론다이트를 뽑아 손에 쥐었다. 결계같은 게 있어 나를 막을 줄 알았으나, 결계도 없었다.

뚜벅뚜벅.

드넓은 신전을 걷는다. 울리는 것이라곤 오직 내 발소리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신에게 당도했다.

천신은 앉아 있었다.

금발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미남자였다. 그는 새하얀 천 한 장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나의 아이야.”

나른해 보이는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본다. 목소리 또한 평온하다.

“마음에 안 드는군. 짐은 네놈을 죽이러 온 것이다.”

“그렇겠지. 너는 누군가의 위에 서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니. 내가 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겠지.”

나는 미간을 좁혔다. 천신의 분위기는 전투를 앞둔 사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일어나라. 네놈의 의자는 짐의 마음에 들었으니, 짐이 네놈을 죽이고 가져가겠다. 그 과정에서 네놈의 피가 묻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 자리 정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천신이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성질대로 검을 던졌다. 아론다이트는 날아가 천신의 어깨에 꽂혔다.

“아프군.”

천신이 표정을 찡그렸다.

“…무슨 꿍꿍이냐.”

내가 물었다.

천신은 대단한 신이다. 원작의 남주인공을 회귀시킨 장본인이 바로 천신이니까. 천신이 남주인공을 회귀시킨 이유는 그가 인간을 편애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나서지 않은 이유를 하나라 생각했다. 인간을 편애하니까.

그러니 인간 제국 대륙을 통일하는 걸 바라는 줄 알았다.

‘…내가 저지른 일들을 전부 알고 있다면, 한참 전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아.’

다른 국가와 전쟁하며 죽은 인간보다, 내 명령에 의해 죽은 인간이 훨씬 많을 것이다.

천신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나는 대지모신과 다르다. 대지모신은 자아가 거의 없다. 그 모습만큼이나 식물에 가깝지. 그러나 나는 다르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 내겐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이제 마모되어 형체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지…. 나는 소멸을 바란다.”

“소멸을 바란다면 자살이라도 하지 그러냐?”

“내가 자살한다면, 세상은 좋든 싫든 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지모신이 죽으면서 땅이 점점 쇠락하듯 말이다.”

“…너는 죽을 테니, 짐에게 그 뒤처리를 하라는 거냐?”

“맞다. 원래는 네가 죽은 뒤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네가 인간의 삶을 즐기도록 말이다. 허나, 너는 기어이 이렇게 나를 찾아왔지. 신의 자리와 신의 힘. 네게 주마. 너라면 감당할 수 있겠지. 네게는 자격이 있다.”

나는 불신의 눈으로 천신을 쳐다봤다.

“네 꿍꿍이속이나 말해라.”

“단, 조건이 있다.”

“역시나 그랬군.”

원하는 게 있었으니 이렇게 나왔겠지. 나는 말해보라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이 세상을 지켜다오. 축적된 나의 힘을 사용한다면 대지모신이 없더라도 세계가 멸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호오? 그래? 고분고분히 나오겠다면…. 나쁘지 않지. 신의 힘을 내놔라.”

신의 힘을 받는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힘을 사용할 것이다. 이 세계가 멸망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진짜 세계는 여기가 아니다. 여기는 단지 퀘스트 세계일 뿐이다.

“너의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라.”

“맹세하는 것쯤이야 쉽지.”

거짓으로 맹세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이곳엔 지켜보는 이들도 없었고.

허나 천신은 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눈부신 빛이 나를 묶는다.

“…무슨 짓이지?”

“맹세의 주관자로서 이 세계를 걸겠다. 네가 맹세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멸망할 것이다. 네가 신의 힘을 누릴 일도 없어질 것이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자, 맹세하라.”

“거절한다. 쉽게 쉽게 가려고 했더니…. 이제 됐다. 널 죽이고 그 힘을 가져가겠다.”

나를 묶은 빛을 끊어내고 천신에 접근했다.

“역시 그런가.”

검을 번쩍 들어 휘둘렀다. 천신의 몸이 베어졌다. 새빨간 피가 치솟아 내 몸을 적신다. 그러나 천신의 상처는 곧바로 회복되었다.

“네게 아무 조건 없이 신의 힘을 주는 건 안 된다. 너는 분명 이 힘으로 세계를 멸망에 이르게 할 테니.”

“망할 놈이. 짐은 널 죽이고 그 힘을 가져간다고 했다.”

천신의 목을 베었다. 천신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려고 하다가 시간이 되감기는 듯하더니 그의 목에 자리 잡았다.

“나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자고.”

“무슨 헛소리냐?”

“나는 너를 안다. 너는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닌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움직였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긴 했더라도, 결국 너는 황제였다.”

푹.

천신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천신은 입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차분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새끼를 죽일 수 있지? 오러블레이드가 통하지… 않는 건 아니야. 가진 힘이 워낙 방대해서 바로 회복할 뿐.’

죽일 방법은 금방 깨달았다. 놈이 가진 힘을 모두 소모하게 만들면 된다.

“나는 너를 싫어하지 않는다.”

천신이 말했다. 한층 따스해진 목소리였다. 동시에 천신의 힘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건 좀 위험하다.

무언가 내 존재를 옭아맨다.

‘천심(天心)!

천심을 사용하자 옭아매는 것들이 사라졌다. 천신이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너를 지켜보는 건 즐거웠다. 너는 내가 본 어떤 인간들보다 자극적이었다. 허나 가끔은 후회하기도 했지. 일찍이 손을 썼더라면 이토록 세계가 고통스러워지진 않았겠지.”

“시발. 대체 무슨 짓을 할 속셈이냐?!”

“…….”

천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뻥 뚫려 있는 신전 천장에는 푸른색의 아름다운 별이 보였다.

“작별이다, 세계여. 이렇게 모든 것을 놓으니 속이 시원하군. 뭐, 내가 없더라도 대지모신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위험하다.

천신의 힘이 주위를 가득 채운다. 아니, 주위뿐만이 아니다. 그 힘은 우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전력을 다해 천신의 몸을 베었다. 천신은 피하지 않았다.

“황제여, 네가 세계의 주인이다.”

빛이 번쩍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무언가가 내 몸을 옥죈다. 나의 힘을 가져가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이를 악물며 저항하자 그것은 내 힘을 가져가지 못했다. 아마도 천심(天心) 덕분이었다.

빙글빙글.

세계가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

죽는 건가.

아니, 죽었다면 죽음 저항 메시지가 떠야 정상이다. 나는 죽지 않았다.

’…이것도 천심 덕분인가?‘

그렇다고 마냥 낙관할 수는 없었다. 이제 곧 천심의 효과가 끝난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젠장. 방법이 없잖아.‘

천심의 효과가 끝나자마자 세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

???

번쩍!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싸구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딸꾹!”

양 갈래로 땋은 갈색 머리의 하녀였다. 툭 튀어나온 앞니와 주근깨로 가득한 못생긴 얼굴. 기억 속에 있는 하녀였다.

이 세계에 오자마자 처음 마주친 하녀. 미란다.

나는 그녀를 보자 대충이나마 상황을 파악했다.

’천신. 이 새끼. 시간을 되돌렸군. 원작 주인공을 회귀시킨 것처럼, 날 회귀시켰어. 미친 새끼가… 내가 회귀라도 하면 반성할 줄 알았나?‘

나는 솟구치는 짜증에 이를 악물었다. 당장 천신을 찾아가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폭군 점수 ? 129,127,495]

다행히 폭군 점수는 초기화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유희를 종료하고 보상받을 수 있다.

’짜증 나는군. 천신 새끼는 죽인다.‘

다음으로 내 힘을 점검했다. 힘은 존재했다. 허나 이전에 비하자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성배의 힘을 다시 얻으면 돼. 그럼 더 강해질 수 있어. 이건 회귀한 게 더 도움이 되겠군. 예전에 얻었던 걸 다시 얻을 수 있으니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이 13번째 황자의 성인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뭐, 아니어도 상관 없다. 바뀌는 건 없을 테니까.

털썩!

내가 일어나자 미란다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사, 살려주시옵소서! 황제 폐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손가락을 휘둘렀다. 손가락 끝에서 푸른색 오러블레이드가나 발현되어 미란다의 목을 잘랐다. 나는 옷장을 열어 검은색 제복을 입었다. 손에는 장검 형태의 스톰브레이커를 소환했다. 처음과 달리 굳이 갑옷 형태를 할 필요는 없었다. 제국에서 나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없으니까.

밖으로 나가던 나는 멈칫했다.

’……방금 저년. 나보고 황제 폐하라고 부르지 않았었나?‘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호칭에 그냥 지나쳐버렸다.

’……뭐, 됐다.‘

복도를 걸었다. 처음에는 몇 명과 맞닥뜨린 걸 기억한다. 나는 그때 문답무용으로 전부 죽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기감으로 숨어 있는 몇몇이 느껴진다. 나는 굳이 놈들을 찾아내 죽이지 않았다.

그레이트 홀로 향했다. 평소보다 많은 근위기사들이 있는 걸 보니 13황자의 성인식이 맞는 것 같았다.

“비켜라.”

의례적으로 말했다. 어차피 비키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일어난 일은 내 생각과 달랐다.

근위기사들은 그레이트 홀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근위기사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나는 그들이 만든 길을 걸었다.

“……과연.”

아까 죽인 미란다가 나를 황제 폐하라 불렀고, 이들 또한 나를 황제 폐하라 부르며 굴복했다. 여기까지 오면 모를 수가 없었다.

천신은 세계를 회귀시켰고, 모든 이들에게 회귀전의 기억을 주었다.

그리고 이들은 내가 회귀전의 기억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저자세로 나오지 않고 당장 날 죽이려 들었을 테니까.

그레이트 홀의 입구로 다가갔다. 근위기사 두 명은 내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그레이트 홀의 문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문이 열리고 내부의 광경이 들어왔다. 모든 귀족이 나를 향해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황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내게 죽임당한 모든 이들이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덜덜 떨고 있었다.

한차례 둘러보던 나는 옥좌로 이어진 레드카펫을 걸었다.

궁정악단은 내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내가 좋아하는 흥겨운 곡을 연주한다. 저들 또한 회귀한 것이다.

옥좌에는 두 명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선황과 근위기사장이었다.

“무, 무엄하다! 놔라! 놈이고 있다! 성배를! 성배를 먹어야 한다! 짐이 성배의 힘만 얻는다면…! 저 빌어먹을 패륜아가 황위에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선황 폐하! 성배는 황제 폐하의 물건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오고 계십니다! 어서 무릎 꿇고 조아리십시오! 황제 폐하께 자비를 구하십시오!”

“우, 웃기지 마라, 근위기사장! 짐은 그대와 다르다! 놈은 나를 죽일 것이다! 짐이 굴복하더라도 놈은 나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야!!”

선황이 옥좌에 숨겨진 성배를 얻으려는 것을 근위기사장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힘이 약한 선황은 근위기사장을 뚫지 못했다. 그 누구도, 제 아내와 자식들마저 선황을 돕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나는 옥좌에 도착했다.

“히이이익! 아, 아들아! 화, 황위를 물려주마. 그러니 제발. 제발 살려다오…!”

“이 나라에 황제는 오직 한 명뿐입니다. 황위 계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버지.”

감히 내 성배를 탐하려고 한 놈이다.

그리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살려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선황의 어깨를 잡고 그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커어억!”

죽은 선황의 시체가 옥좌에서 굴러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옥좌에 숨겨져 있는 성배를 꺼냈다. 성배 안에 성스러운 액체가 가득했다.

꿀꺽꿀꺽.

성배의 힘을 취한다.

두 번째 성배의 힘.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회귀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옥좌에 앉았다. 익숙한 편안함을 느꼈다.

“모르가나. 모습을 드러내라.”

“후후후.”

모르가나가 옥좌 옆에서 나타났다. 놀라지 않았다. 그레이트 홀에 들어선 순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보니 또 반갑네?”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설명해라.”

“보는 대로야. 세계는 회귀했어. 너도 짐작하듯이 난 회귀전의 내 기억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번에 회귀하면서 다른 기억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

“다른 기억?”

“천신의 기억. 천신이 기억한 너의 행보. 이 세계 모든 이들은 네가 저지른 것들을, 네가 지배한 것들을 알고 있어. 대륙을 통일하고, 드래곤 로드를 죽이고, 세계수를 범하며, 천신의 인정을 받았지. 그 기억을 받았는데 감히 누가 네게 반항하겠어? 모두가 네게 굴종을 생각한 거야.”

모르가나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어차피 너는 인간. 언젠가는 죽으니까.

맞다.

나는 아직 인간이었다. 성배의 힘을 취했어도 200살 정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다.

언젠간 나는 죽는다. 그에 다른 이들은 굴종을 선택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 고개를 숙이기로 정한 것이다. 그들에겐 내가 자연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

음악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부복한 모든 이들이 내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그레이트 홀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날 죽이러 왔나.”

스톰브레이커를 들고 그레이트 홀 밖으로 나갔다.

대장군, 재상, 대신관을 비롯한 기사와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바닥에 무릎 꿇었다.

“위대한 황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드워프 국왕, 쌍익족의 국왕, 거인족의 국왕, 술탄, 그랑드 국왕, 엘프 여왕. 각 나라의 수장들이 내 앞에 무릎 꿇었다.

“위대한 황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드래곤들이 있었다. 각 나라의 수장을 데려온 것들도 분명 그들의 짓이겠지.

쿵.

드래곤들이 황궁 앞에 내려섰다. 인간의 모습으로 떨어진 그들은 모두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어서 그들을 대표해 드래곤 로드가 말했다.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모르가나마저 내게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두 발로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하.”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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