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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3 - 863. 힐링 캠프 (643/2,000)

〈 863화 〉 863. 힐링 캠프

미령이 내게 제안한 힐링 캠프는 말 그대로 힐링을 목적으로 한 캠프를 말한다. 달리 감성 캠핑이라고도 말하는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선 유행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힐링 캠프에 전혀 관심 없다. 시골이라기엔 발달했고, 도시이라기엔 뭔가 부족한 곳에서 살았던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도시가 가장 편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굳이 캠핑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미령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야.’

부랴부랴 캠핑용품을 사고 캠핑 장소를 예약하고 전라도로 향했다. 이번에 홧김에 구입 한 SUV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았다. 조수석에는 미령이 잡았고, 뒷좌석에는 유리아가 앉았다. 유리아도 조수석을 노렸으나, 미령과의 가위바위보에서 패배했다.

“아. 차라리 캠핑카를 살 걸 그랬나?”

내게 돈은 충분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유희 세계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가져왔고, 지금은 굳이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데도 돈이 쌓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돈 쓸데가 없었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유희 세계에서 훨씬 더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것도 좋지만 면허 따기 귀찮잖아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건 그런 캠핑이 아니에요! 캠핑카는 갬성이 부족해요. 갬성.”

“그놈의 갬성….”

“어머. 서방님도 싫어하시진 않으실 텐데요?”

“좋아하지도 않아.”

“텐트에서 자연을 보며 할 수 있는데요.”

“……!”

무엇을 하는가. 그거야 정해져 있었다. 섹스 말고 있을까.

텐트에서 자연을 보며 미령과 유리아와 함께 하는 3P 섹스.

“갬성이 장난 아니네….”

섹스 캠프.

나쁘지 않은 울림이다.

???

캠핑장에 도착했다.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힐링 캠핑이 유행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미리 예약한 장소로 차를 끌고 갔다. 계곡과 좀 떨어진 곳이었지만, 나무가 많았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

“와아~!”

미령은 감탄사를 지르며 차 밖으로 뛰쳐나갔다.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자연 광경은 결코 아니었다. 자연으로 치자면 그녀의 원래 세계인 [광명 승천도]가 더 웅장하고 대단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캠핑을 왔는데… 여러분을 위해 잠깐만 방송을 진행할게요.”

미령이 방송을 시작했다. 오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미령이 캠핑을 하는 이유도 시청자에게 자랑하기 위한 목적이 80% 이상이다.

나와 유리아는 짐들을 꺼내 땅 위에 펼쳐 놓았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텐트 설치였다. 오늘을 위해 구입한 캐빈 텐트 가방을 열었다. 친절하게도 설명서가 적혀 있었다.

“으음….”

쉬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했다.

‘뭐, 차근차근하면 되겠지.’

우선 괜찮은 장소부터 몰색 했다. 나무에 방해되지 않는 곳을 찾아야했다.

“여보. 여기에 설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유리아가 내게 말하며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땅은 평평하고 오가기 편해 보이는 곳이다.

“딱 좋네. 한 번 해볼까.”

텐트는 10분 만에 설치했다. 옆에서 유리아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니 금방이었다. 유리아는 점심으로 라면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나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캠핑장을 쳐다봤다. 캠핑장에 있는 여자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미녀는 없었다.

미령을 쳐다봤다. 그녀는 계곡 앞에서 뭐가 재밌는지 깔깔 웃고 있다. 방송이 즐거운 모양이다.

유리아는 진지한 얼굴로 요리하고 있었다.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라, 수제라면을 준비하고 있다. 유리아는 언제나 진심이었다.

다음 주. 유리아는 역소환 될 것이고, 미령 또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해서 기분 좋다.

‘뭐, 이런 것도 괜찮네.’

???

“서방님. 잠깐 이리로 와보세요.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재밌는 거?”

미령이 나를 불렀다. 벌레나 작은 동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령의 앞에 꽤 깊어 보이는 동굴이 있었다. 캠핑장 직원에게서 이런 동굴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동굴을 방치 해두는 것도 이상했다.

“결계로 숨겨져 있더라고요. 꽤 오래되고 단단한 결계이긴 했는데… 저한테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죠. 후흥.”

미령이 자랑스럽게 등을 펴며 말했다. 그녀의 커다란 젖가슴에 잠시 시선이 갔다.

“이 동굴 안에 뭐가 있는데?”

“글쎄요. 그건 아직 저도 잘 몰라요. 전 결계만 해제했거든요. 서방님. 호기심과 모험심이 치솟지 않나요? 자, 빨리 들어가 보죠.”

미령이 양손으로 내 등을 밀었다. 호기심이 생기는 건 사실이었기에 못 이기는 척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비슷한 상황. 들어본 적 있어.’

현실에는 마법과 무공의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이런 소설 속의 기연 같은 일이 종종 현실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위험한 건 아닌 거지?”

“네에. 결계도 사람의 출입과 시선을 피하는 것에 특화된 결계 였으니까요. 꽤 대단한 결계이긴 했어요. 아마, 제가 아니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너끈히 버텼을 결계죠. 특별히 강력한 존재도, 힘도 느껴지지 않아요. 서방님도 그렇죠?”

“그렇긴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어떠한 존재도,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미령이 오래된 결계라고 했으니 이 동굴 안에서 살아 있는 생물은 없을 것이다.

거침없이 나아가던 내 발걸음은 곧 멈추었다.

동굴 속에 뼈가 널려 있었다. 헌터로서의 짬밥이 있다. 뼈가 인간과 몬스터의 것이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정확히 어떤 몬스터의 뼈인지는 모르겠지만.

“꺆! 무셔!”

미령이 장난스럽게 내 팔을 끌어안았다. 미령이 고작 이런 거로 두려워할 리 없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내숭이었다.

“결계의 영향인지 뼈의 상태도 좋네요.”

“주술적으로 뭔가 이상한 힘 같은 건 없지?”

“없어요.”

동굴 끝에 도달했다.

낡은 한복을 입은 해골이 가부좌로 앉은 상태로 있었다. 나는 해골이 품에 안고 있는 것에 시선이 갔다.

검이었다.

“검날이 지금도 살아 있어요. 잘 만들어진 명검이네요. 거기에… 항마의 기운까지 있네?”

“항마의 기운?”

“말 그대로 마에 대항하는 기운이에요. 사악한 존재에게 효과적이죠. 제 세계에서는 보통 퇴마사들이 들고 다녀요.”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데… 만져도 되나?”

“서방님은 인간이니 괜찮아요.”

항마의 검을 손에 쥐었다. 잠깐 허공에 검을 휘둘러봤다.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미령의 말대로 명검이 확실했다.

나는 좀 더 자세히 명검을 살펴봤다. 검자루에 연꽃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평범한 연꽃 문양이 아니다. 마치 연꽃이 회전하는 듯한 문양이다.

“…….”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연꽃 문양을 쳐다봤다. 어디서 본 적 있는 문양이었다.

“서방님?”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미령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 미간을 좁히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북백 손가의 문양이잖아.”

한국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오대 가문이 있다. 그들은 가문의 무예를 이으며 발전해왔고, 현대에 와서는 한국 헌터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오대가문은 이렇다.

동청 신가(東靑 申家), 남적 오가(南赤 玉家), 서흑 현가(西黑 玄家), 북백 손가(北白 孫家), 천주 황가(天柱 黃家).

나는 예전에 일본에서 동청 신가의 소가주를 일본에서 만난 적 있었다. 그리 많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그는 나보다는 진세영에게 더 관심이 있었지만.

‘이 검은 북백 손가의 물건이 틀림없어.’

가져다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주면 호구지. 내가 좀 쓰다가 줘야지.’

나는 항마의 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현실에서 쓰지 못할 것이다. 북백 손가의 문양은 한국에서 유명하니 함부로 썼다간 도둑놈으로 몰려 일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유희 세계에서 쓰는 건 아무 제약도 없었다.

“북백 손가…. 확실히 강원도 설악산에 위치한 가문이죠?”

“알고 있었어?”

“한국의 오대 가문은 서방님 생각보다 훨씬 유명해요. 당장 인터넷에 검색해도 바로 나오는 걸요. 그 검은 북백 손가에 돌려줄 거예요?”

“나중에 돌려줘야지. 아마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흐응. 의외네요.”

“돌려주는 게 의외라고? 나한텐 이미 쓸만한 무기가 많아. 그 검을 북백 손가에 돌려주고 인맥을 만들면 내게 더 이득이야.”

“최근에 북백 손가의 일원 중에 헌터이자 연예인으로 데뷔한 여인이 있던데…. 전 서방님이 그 여자를 노릴줄 알았죠.”

“……좀 더 자세히 말해봐.”

동굴 밖으로 나왔다.

동굴을 어떻게 하는가도 문제였다. 이대로 동굴을 내버려두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발견될 것이다.

“미령아. 결계 가능하지? 오래 숨겨둘 필요는 없어. 10년…? 아니다. 3년 정도면 돼.”

“에이. 절 너무 얕보시네요. 10년? 그 정도는 기본이죠. 못해도 30년은 갈 결계를 만들어드리죠. 아, 오해하지 마세요. 준비물이 없어서 30년이니까요. 준비물만 충분하면 500년도 거뜬해요. 다른 뛰어난 술법사가 이곳에 오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요.”

“30년이면 충분하고도 넘치지.”

나는 미령이 술법으로 결계를 치는 걸 지켜봤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마나가 움직이는 건 느껴진다. 그러나 코앞에서 봐도 어떤 방식으로 술법이 전개되는지 전혀 모르겠다.

“끝났어요.”

나는 동굴이 있던 곳을 쳐다봤다. 흙벽으로 가려져 있었다. 손을 뻗어 동굴이 있던 곳을 만져봤다. 단단한 흙의 감촉만 느껴졌다. 여기에 동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결계였다.

“그럼 이제… 서방님. 어때요?”

미령이 요염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다 댔다. 그녀는 지금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부드러운 음부 대신에 뻣뻣하며 거친 청바지의 감촉이 느껴진다.

“힐링하러 온 거 아니었어? 난 네가 캠프를 즐길 수 있도록 참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 그게….”

“생각보다 별로지?”

“…네.”

미령이 어색하게 웃었다.

[광명승천도] 세계 출신인 그녀다. 자연을 보며 힐링한다? 그녀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차라리 집에 누워 TV를 보는 게 더 즐거워할 것이다. 자연은 처음에는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이것만큼 지겹고 재미 없는 게 없다.

“텐트로 가자.”

나는 미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연인처럼 딱 붙어서 움직였다. 캠핑장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우리를 힐끔거렸다. 나는 당당하게 웃으며 남자들의 질투와 부러움 섞인 시선을 즐겼다.

텐트로 돌아왔다. 유리아는 텐트 앞에 앉아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셨어요?”

“응. 별일 없었지?”

“네.”

유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은발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유리아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미령아. 문제가 있는데….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미녀가 있다는 소문이 났는지 지나가는 척하면서 이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중에는 대놓고 다가와 말을 거는 남자들도 있었다. 대부분 내가 마나를 담아 노려보면 겁먹고 도망간다.

그래도 유리아와 미령에게 말을 거는 놈들이 있었다. 유리아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했고, 미령은 적당히 대꾸하다가 돌려보냈다.

“그렇네요. 너무 예뻐도 탈이라니까요.”

미령이 결계를 사용했다. 우리 쪽을 힐끔거리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 갈 길을 갔다.

“무슨 술법을 쓴 거야?”

“이 근처에 결계를 쳤어요. 저희가 소리를 지르거나, 불을 질러도 인식하지 못하는 결계예요.”

“그래?”

발치에 있는 돌멩이를 발로 찼다. 돌멩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남자의 머리에 부딪혔다.

“억!”

남자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그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내가 있음에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씨발…. 돌멩이가 어디서 날아온 거야?”

짜증스럽게 중얼거린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던 길을 갔다.

“봤죠? 괜찮다니까요?”

미령은 결계의 효과를 자랑했고, 유리아는 남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다른 남자에게 흥미 없는 그 태도! 아주 바람직했다.

“크크. 아주 좋은 결계야.”

나는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두 여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는 당당하게 기지개를 켰다. 자지가 위로 올라간다.

“이게 자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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