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872 - 872. 신의 아틀란티스 (652/2,000)

〈 872화 〉 872. 신의 아틀란티스

나는 다시 찌를 던졌다. 이번에는 좀 더 먼 곳으로 던졌다.

풍덩.

찌가 호수에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입질이 왔다.

‘응? 낚싯바늘의 효과인 유혹도 안 썼는데?’

입질이 왔으니 일단 낚싯대를 당겼다. 나보다 주위가 더 소란스러웠다.

“헉!”

“이번엔 검은 머리 문어다!”

“또 낚았다고?!”

머리카락 달린 문어가 낚싯바늘에 걸려 잡혔다. 호수에 문어가 왜 있냐고? 여긴 지구가 아니라 아틀란티스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은 온갖 괴상한 생물이 존재하는 곳이다.

“검은 머리 문어까지…. 대단하십니다. 검은 머리 문어는 15점입니다. 현재 성유진 씨가 가장 선두에 있습니다. 타고난 낚시꾼이시군요.”

대회 심판이 찬사를 내뱉었다.

“하하.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심판은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10분도 되지 않아 월척을 2번이나 낚으니 곁에서 지켜볼 모양이었다. 다소 거슬리긴 했으나, 아무 문제 없었다. 특수한 낚싯바늘이 들킬 일은 없다.

나는 그 후로도 물고기를 연속으로 낚았다. 못해도 3분에 한 마리는 낚이는 듯했다. 거기에 대부분이 희귀한 물고기거나, 커다란 월척이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100점을 취득했다.

심판은 대회가 끝나기까지 8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나를 우승자 취급했다.

“대단하십니다. 전 한 달에 10번 이상 낚시를 즐기는 사람인데, 선생님처럼 낚시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프로 낚시꾼 중에서도 선생님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심판의 두 눈이 반짝였다. 나를 향한 존경심이 느껴진다. 나는 대충 대답해주며 찌를 던졌다.

“선생님. 낚시의 비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꼭 선생님의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비법은 특수한 낚싯바늘이었다. 그러나 그걸 대놓고 말하는 순간 부정행위가 된다.

“제 비법은 행운입니다.”

“행운…. 아! 행운 능력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전 보너스 능력치를 얻을 때마다 행운 능력치만 올렸습니다.”

“보너스 능력치를 얻는 것도 보통이 아닐 텐데…!”

그가 감탄했다.

행운 능력치는 쓸모없는 능력치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근력, 민첩, 체력, 마나와 다르게 체감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운 능력치를 올릴 바엔 차라리 마나 능력치를 올리는 게 몇 배나 더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그렇다. 어중간하게 높은 행운 능력치는 의미가 없다.

‘내 행운 능력치는 38. 추방자 중에서는 최상위 수준이지만, 쓸만한 곳이라곤 낚시 같은 걸 할 때뿐이지.’

그러나 나는 이 행운 능력치의 힘을 원작을 통해 알고 있다. 행운 능력치를 더 높여두면, 극적인 곳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입질이 왔다. 힘이 보통이 아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낚싯대를 당겼다. 1M가 넘는 거대 민물 새우가 잡혔다.

“오오오오오오!”

주위의 환호는 덤이었다.

???

낚시 대회의 우승자는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정 났다. 실제로 우승자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다. 다른 참가자들의 경우 낚시 점수가 내 10%도 따라잡지 못하는게?현실이었다.

‘너무 엄청나서 따로 심판들에게 조사까지 받아야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지.’

낚싯바늘의 효과는 시스템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이라고 해서 알아차릴까. 나는 도리어 그들의 인증만 받은 것이다.

“자네. 실력이 엄청나더군. 옆에 앉아도 되겠나?”

검은 머리에 짧고 거친 턱수염을 가진 노년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어르신. 딱히 제가 전세 낸 것도 아니니 마음껏 앉으십시오.”

“어르신이라니. 나는 아직 그렇게 부를 나이가 아니네! 내 이름은 파울로이니 편하게 파울로 씨라고 부르게.”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성유진입니다. 좋을 대로 부르십시오.”

파울로.

그가 내가 감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대외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클레이 레기온의 간부다. 바클레이 레기온의 외부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바클레이 레기온의 파멸을 바라고 있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까부터 자네를 지켜봤다네. 낚시를 아주 잘하더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것 같더군. 대체 행운 수치가 어느 정도인가? 30 이상인가?”

“정확한 수치를 알고 싶으십니까? 그냥 알려주기에는 제 손해인 것 같습니다만.”

추방자들 사이에선 자신의 능력치를 타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게 당연했다. 남에게 직접적으로 능력치를 묻는 건 매우 무례한 짓이었다.

“무례한 짓이란 건 알고 있네만, 너무 궁금해서 말이네. 특별히 알려줄 수 없겠는가? 특별히 알려준다면…. 그렇지. 딱 한 가지. 자네가 원하는 질문에 대답해주겠네.”

나는 낚싯대에서 잠깐 손을 놓고 파울로를 쳐다봤다.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행운 능력치는 38입니다.”

“역시 30 이상이었군. 내가 추방자들을 많이 봐서 아는데 자네처럼 운이 좋은 추방자들의 행운 수치는 보통 30이 넘더군. 하지만 내 예상보다는 낮군.”

“몇을 예상하셨습니까?”

“50. 적어도 그 정도는 생각했네. 행운이 38인 것치곤 너무 좋아 보였거든. 자네는 행운 능력치와는 별개로 행운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르겠군.”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행운과 행운 능력치는 별개라네.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네. 행운 능력치를 너무 신뢰하지 말게.”

“…예. 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충고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자, 이제 자네 차례군. 내게 할 질문은 뭔가? 아까부터 나를 은근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네. 흔치 않은 기회이니 잘 생각해서 질문하게.”

“…알고 있었습니까?”

“그게 질문인가?”

“아니란 거 아시지 않습니까.”

파울로는 피식 웃었다.

“나는 시선에 좀 민감하다네. 그리고 자네는 에이플랜 레기온의 서브 마스터이자, 환상공이 직접 임명한 감찰관이 아닌가. 나도 자네를 주시하고 있었다네. 대답은 됐나?”

“제가 파울로 씨를 너무 무시했던 것 같군요. 사과드립니다.”

“하하. 괜찮네. 오히려 더 무시해줬으면 하네. 그래야 자네가 방심하지 않겠나?”

“…….”

아틀란티스 대륙 최고의 레기온, 바클레이 레기온의 간부 자리는 폼으로 차지한 게 아닌 모양이다.

“질문입니다. 엔젤러스 레기온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생각을 묻는 겐가? 아니면 바클레이 레기온의 의중을 묻는가?”

“……둘 다 답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당돌하군. 난 자네 같은 젊은이를 싫어하지 않네. 대답해주지. 바클레이 레기온은 엔젤러스 레기온을 굴러들어온 가시로 여기네.”

“엔젤러스 레기온을 위협적으로 여기는군요?”

“위협적이지. 그들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알고 있고말고.

황태자와 손을 잡은 레기온이 바로 엔젤러스 레기온이다. 엔젤러스 레기온의 간부는 추방자가 아니라 천사들이다.

천사.

편법을 써서 아틀란티스에 개입한 신좌들.

“바클레이는 엔젤러스에 적대적이군요.”

“적대적이긴 하나 엔젤러스와 전쟁할 뜻은 없네.”

“…이제 파울로 씨 개인의 의중을 말해주시죠.”

파울로는 잠시 침묵한 뒤에 말했다.

“…자네. 천사를 만나 본 적 있나?”

“있습니다.”

“어땠나?”

“순진한 천사였습니다. 멍청하더군요.”

“하하. 자네 말을 재밌게 하는군. 어리숙한 천사를 만난 모양이야. 내가 본 천사는 말일세…. 악마나 다름없었네. 그것들은 인간을 자기들 아래로 보네. 지배해야 할 동물로 보고 있다네. 막말로 말해서 천사들이 보는 인간은 개와 돼지와 별 차이가 없네. 나는 천사들이 무엇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네.”

“저와 비슷하군요. 저와 손잡으시지 않겠습니까?”

“자네와 손잡으면 무엇을 얻게 되나?”

“음. 환상공께서 좋아하실 겁니다. 환상공은 공정하신 분으로 공을 세우면 그만큼의 보상을 하사합니다.”

“미안하네. 난 귀족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네.”

“안타깝군요.”

“…….”

“…….”

그 이후로 우리는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침묵했다.

그리도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우리는 낚시와 관련된 대화만 나누었다.

‘아쉽게 됐군. 파울로에게 접근하는 건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했는데….’

그리고 바클레이의 간부인 파울로가 낚시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알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설마 순수하게 낚시 대회를 즐기러 온 건가?’

파울로는 원작에서 몇 번 나오는 등장인물에 불과해서 그 취미가 낚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낚시 대회 우승을 축하하네.”

“갑자기 말입니까? 혹시 어디 가십니까?”

“약속이 있어서 말이네. 이만 가보겠네. 자네는 낚시를 즐길게.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보게 되겠지.”

“……조심히 가십시오.”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 상대는 아마도 원작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엔젤러스 레기온의 배신자일 테니.

나는 떠나는 파울로의 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파울로의 역량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나의 고유특성인 기만(SS)을 적극 이용해 미행하더라도 금방 들킬 것 같았다.

???

“십년제 낚시 대회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성유진 씨!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하셨는데, 소감 한번 말씀해주시죠!”

사회자가 내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이게 뭐라고 우승 소감까지 말해야 하는지.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말했다.

“저에겐 정말 감격적인 일이고요…. 이 우승을 저의 가족과 저의 동료들과 저의 신좌들에게 바치겠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필요 없다.”」

「마천의 왕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감사히 받지. 키키.”」

나의 신좌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천공의 주인은 싸늘했고, 마천의 왕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소감을 전부 말하고 트로피와 함께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십년제 낚시 대회에서 압도적인 점수의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습니다.」

「‘프로 낚시꾼’ 칭호가 주어집니다.」

「체력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우승 보상을 받았다.

천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한다는 소문을 가진 무지개 꼴뚜기의 눈알.

눈알이라기보다는 무지개 구슬처럼 생겼다.

「무지개 꼴뚜기의 눈알

랜덤으로 능력치 3개가 증가합니다.

랭크: A」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바로 입안에 집어넣었다. 의외로 달콤한 사탕 맛이 났다.

「마나 2, 근력 1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행운이 당신을 감쌉니다.」

「추가로 민첩 1, 행운 1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이게 행운 파워지! 크으~! 달달하다!’

???

엘레나가 제도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제도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피곤한 안색이었다.

그녀는 저택에서 에이플랜 레기온과 간단히 인사하고는 나를 집무실로 불렀다.

“오랜만이야, 엘레나. 네 덕분에 이 저택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 모처럼 십년제에 빨리 왔는데, 내일은 밖으로 나가서 놀지 않을래? 포도주 시음회가 있거든. 어느 정도 돈만 내면 이 세상 곳곳에 있는 포도주의 맛을 시음할 수 있어.”

“됐다. 이 세상 모든 포도주의 맛은 이미 알고 있으니.”

엘레나는 제국오공 중 한 사람. 포도주의 맛을 모른다면 이상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주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장난기를 없애고 다소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환술을 남발한 모양이네.”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아끼긴 위해서 환술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엘레나는 환술을 쓰면 쓸수록 몸이 약해진다. 물론 그 정도는 푹 쉬면 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그녀가 진심으로 쓰는 환술이다. 신의 힘에 버금가는 환술. 그 환술은 그녀의 수명을 대가로 발동된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야?”

“네가 가진 미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십년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엘레나는 눈치챈 것이다. 십년제의 화려함 뒤에 흐르는 불온함을.

‘원작은 소설이었지. 소설이란 자고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이어지는 법이고.’

다시 말해 십년제에는 사건이 일어난다.

주인공인 강명진을 영웅으로 만들어 줄 사건이.

“몬스터 사냥대회 알지? 거기서 3황자를 죽이기 위한 테러가 일어날 거야.”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