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4화 〉 874. 신의 아틀란티스
「제 2,350 구역, 달의 사냥터에 입장했습니다.」
「이곳은 히든 구역입니다.」
「현재 십년제가 진행 중입니다. 사냥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달의 사냥터의 효과 일부가 사라집니다.」
「달의 사냥꾼이 사냥대회를 즐거이 지켜봅니다.」
「달의 사냥꾼(僞)이 사냥대회를 즐거이 지켜봅니다.」
「천공의 주인이 껄끄러워합니다.」
달의 사냥터에 입장했다.
숲 속이었다. 다른 사냥꾼들과 한 번에 마주칠 일은 없다. 입장과 동시에 랜덤한 곳에 나타나게 되니까.
나는 떠오른 알림창을 확인했다.
신좌, 달의 사냥꾼. 천공의 주인이 껄끄러워하는 이유는 그녀가 바로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이기 때문이다.
천공의 주인이 왜 그녀를 껄끄러워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원래 아버지와 딸의 관계처럼 껄끄러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들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세상에 알려진 신화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그 신화들은 과거에 있었던 역사에 가까웠다. 신들의 입장에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니까. 그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오직 신들만이 알 뿐이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존재를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천공의 주인의 반응을 보면 굳이 그 반응을 알려봤자 좋을 것 같진 않다.
나는 하늘을 쳐다봤다.
환한 대낮인데도 태양 대신에 달이 떠 있었다. 이 구역의 특성 중 하나다. 저 초승달은 이 구역에서 항상 떠 있다.
‘저 달에 아르테미스가 있겠지….’
입맛을 다셨다. 아르테미스가 어떤 미녀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녀일게 확실했다. 따먹고 싶었다.
나는 내 옆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엘레나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공의 주인이시여. 기회가 된다면 제가…. 감히 제가 아르테미스를 따먹어도 됩니까?”
달의 사냥꾼은 천공의 주인의 딸이다. 그래서 천공의 주인의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각오했다. 입과 자지가 근질거려서 참지 못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천공의 주인의 불호령은 없었다.
「천공의 주인은 당신의 패기에 감탄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0 AP를 후원합니다.
“그녀는 남자의 맛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르지. 그래서 만년생리증에 걸린 여자와 같다. 네가 그녀에게 남자의 맛을 알려준다면, 조금쯤은 얌전해지겠지.”」
이게 정녕 제 딸을 두고 하는 말인가.
나는 천공의 주인에게 감탄했다. 천공의 주인은 근친을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놈이다. 제 딸이라고 해서 그 상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천공의 주인이시여. 혹시 달의 사냥꾼을 겁탈하려고 시도해보셨습니까?”
「천공의 주인은 침묵합니다.」
「마천의 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마천의 왕을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마천의 왕이 시선을 피합니다.」
반응을 보니 천공의 주인은 제 딸을 따먹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여하튼 천공의 주인은 대단한 놈이다.
“유진. 아까부터 중얼거림이 천박하군.”
엘레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겉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환술로 외모를 수수한 처녀로 바꾸고, 모험가처럼 너저분한 옷을 입었다. 그녀는 현재 내 종자로서 사냥대회에 참가했다.
“어, 들렸어?”
“들렸다. 우리 목적은 무엇인지 잊지 않았겠지?”
“물론이고말고.”
사실 대회 우승 상품은 끌리지만, 쟁쟁한 경쟁자가 너무 많아서 전력을 다해도 우승은 힘들다. 그렇기에 사냥대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엘레나가 아니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3황자의 자작극으로부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지 3황자를 지키는 거지.”
“그것도 있으나, 이 참에 3황자의 세력도 확인한다. 환술을 걸어서라도 정보를 캐낼 생각이다.”
엘레나가 다짐하듯 말했다. 그녀가 지금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미션을 제안합니다.」
「즐거운 인간 사냥.」
「미션 조건. 인간을 사냥한다.」
「미션 제한 시간: 사냥대회 끝날 때까지.」
「미션 성공 보상: 사냥한 인간 1명당 3,000 AP」
「미션 실패 패널티: 없음」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이 새끼 또 이러네.’
여기서 사람을 죽이면 바로 들키고 탈락처리가 되며 제국 기사들에게 붙잡힌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건 황실 주최의 사냥대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3황자가 참가했으니 황실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미션을 거절합니다.」
???
나와 엘레나는 숲을 걸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도 무시하고 길을 걸었다. 우리 목적은 사냥이 아니니까.
첫 번째 목표는 3황자를 찾는 것이다. 3황자의 자작극이니 3황자 근처에 테러리스트들이 있을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그녀의 약점을 가르쳐주마. 그녀는 항문이 약점일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말문을 틀었다. 평소에 과묵한 척하던 양반이 아까부터 말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정말로 달의 사냥꾼을 따먹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것이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내 직감으로는 그러하다.”」
나는 천공의 주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때, 정면에서 검은색 멧돼지가 튀어나왔다. 붉은 눈을 빛내며 나와 엘레나를 향해 들이박는다.
“귀찮게.”
파지지직.
만뢰(卍雷).
내 손바닥에서 만뢰가 정면으로 쏘아졌다. 번개 줄기는 정확히 멧돼지에 명중했다. 멧돼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사망했다. 몸을 일으키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결국 쓰러져 죽었다.
「사냥감을 죽이고 3점을 획득합니다.」
「달의 사냥꾼(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달의 사냥꾼이 두 눈을 가늘게 뜹니다.」
「천공의 주인이 기겁합니다. 될 수 있으면 번개는 쓰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천공의 주인의 상징과도 같은 아스트라페 스킬을 쓴 것도 아니다. 고작 만뢰를 이용해 번개를 쏜 것만으로 들킬 일은 없었다.
“가자, 엘레나.”
“그나저나 요란하게도 몬스터를 잡는군. 꼭 번개로 잡아야 했나? 우리는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다.”
“번개가 편해.”
숲을 돌아다녔다. 몇몇 사람들과 마주쳤다. 딱히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경쟁자다. 화목하게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었고, 그 시간에 한 마리라도 많은 몬스터를 잡는 게 이득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유진 경. 오랜만이군. 설마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기막힌 우연이다.”
익숙한 미녀가 나타났다.
애쉬그레이의 롱헤어와 검은색 눈동자. 새하얀 피부. 나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로 큰 키에 G컵의 수박 같은 가슴을 가진 여인이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등에는 2M가 넘는 대검, 츠바이헨더가 있다.
세이라 아르피스.
우검공의 딸이다.
하얀 서코트를 입은 그녀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당차고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그녀의 옆에는 무뚝뚝한 여기사가 있었다. 사냥대회를 위해 데려온 종자라기보다는 호위기사인 게 틀림없다.
“예. 오랜만입니다. 세이라 공녀님.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놀랐습니다.”
“경과 나의 인연이 아니겠나? 경은 그동안 잘 지낸 모양이군.”
“잘 지냈습니다. 세이라 공녀님은 못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습니다.”
“그… 래?”
세이라가 얼굴을 붉혔다. 겨우 칭찬 한 번 했을 뿐인데 얼굴을 붉힐 줄이야. 못 본 사이에 날 더 좋아하게 된 모양이다.
나는 노골적으로 웃으며 세이라와 두 눈을 마주했다. 세이라는 부담을 느꼈는지 내 눈을 피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종자…는 아니군. 엘레나 발데르트.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바로 엘레나의 정체를 꿰뚫어 볼줄은 몰랐다. 당황한 나와 세이라의 호위기사와 달리 엘레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대단하군.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강해졌구나, 세이라.”
“환술에 대한 대비는 그 무엇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 네 환술은 성가시기 짝이 없으니까.”
“후후. 그런가.”
엘레나가 태연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는 태도가 미묘하게 다르다. 세이라가 반말을 하는데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다.
“…두 분은 혹시 제가 모르는 관계를 맺고 계셨습니까?”
내 질문에 두 사람의 반응은 상이했다. 엘레나는 여전히 태연자약했고, 세이라는 미간을 좁혔다.
“어렸을 적에 함께 놀았던 친구다. 소꿉놀이를 했던 사이지.”
“어렸을 적의 악연이다. 이제 와선 뭣도 아니다.”
엘레나와 세이라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엘레나의 경우 진심으로 세이라를 친구로 생각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내 직감으로는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세이라 공녀님. 저와 공작 각하는 사냥대회 참가가 목적이 아닙니다. 특수한 일 때문에 사냥대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못본척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수한 일이라…. 그게 어떤 일인지 내게 가르쳐 줄 수는 없나?”
“죄송합니다. 공녀님. 비밀을 요하는 일입니다.”
세이라는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아니, 엘레나를 바라봤다.
엘레나가 갑자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내 등을 살짝 밀었다. 그 스킨십은 의외였다. 지금껏 엘레나가 내게 직접 스킨십을 해온 적은 없었으니까.
엘레나의 목적은 바로 알아차렸다.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세이라의 얼굴을 보면 싫어도 알게 된다. 엘레나는 세이라의 상태를 빠르게 알아차리고서 일부러 장난치듯 도벌하는 것이다.
“나의 기사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보다시피 매우 바쁘니 이만 가보겠다. 세이라, 너는 느긋이 사냥대회를 즐기면 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깟 사냥대회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으니 내가 도와주지.”
“필요 없다만.”
살짝 흥분한 세이라는 엘레나의 말을 무시하고 우리의 뒤를 따라왔다. 엘레나도 굳이 세이라를 말리지 않았다.
좀 의외였다. 세이라가 엘레나를 상대로 이렇게 격렬히 반응할 줄 몰랐다.
나는 엘레나에게 조용히 전음을 보냈다.
-세이라와는 진짜 무슨 관계야?
-아까 말한 대로의 관계다.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관계지. 그리고 나도 묻고 싶군. 원래 세이라는 지금보다 훨씬 날이 서 있었다. 둥글해진 건 아마 너 때문이겠지. 세이라를 대체 어떻게 꼬신 거냐. 또 세이라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간 거냐?
-난 노빠꾸야.
-미친놈.
???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와 세이라는 눈치를 보며 일행과 떨어졌다. 지나가면서 봐둔 얕은 동굴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했다.
“다시 인사할까. 오랜만이야.”
손을 뻗어 세이라의 뺨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그녀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 후끈함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음. 오랜만이다.”
“난 세이라를 엄청 보고 싶었는데…. 너는 어때?”
데구르르. 세이라의 눈동자가 굴렸다.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히 대답했다. 부끄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다.
“나도… 널 보고 싶었다.”
세이라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두 눈을 감았다. 나와 그녀의 입술이 부딪혔다.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촉촉한 입술이 열리고 혀와 혀가 얽히기 시작한다.
“으응…. 쪽….”
양손이 움직였다. 한 손은 상의 안으로 들어간다. 손 하나로는 전부 쥘 수 없는 말랑하고 거대한 젖가슴이 느껴진다.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소복한 음모 아래로 습기가 가득한 보지가 느껴진다. 내 중지가 그녀의 보지 구멍을 천천히 쑤셨다.
세이라의 손도 내 고간으로 움직였다. 바지춤을 풀어헤치고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를 훑는다.
“세이라. 벗겨도 돼?”
“…빨리 끝내야 한다. 엘레나가 기다리고 있다.”
“빼지는 않네?”
“…….”
세이라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슬쩍 본 그 얼굴은 당당한 여장부가 아닌 암컷의 얼굴이었다.
내 손이 그녀의 상의를 올리고 바지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달의 사냥꾼이 분노합니다.」
「달의 사냥꾼(僞)이 분노합니다.」
「이곳은 신성한 사냥터! 감히 너희가 추잡한 행위로 이곳을 더럽히느냐!」
나와 세이라의 행동이 딱 멈췄다.
「달의 사냥꾼(僞)이 당신들을 사냥감으로 지정합니다.」
「달의 사냥터의 모든 몬스터가 당신들을 적대합니다.」
아무래도 일이 꼬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