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2화 〉 882. 신의 아틀란티스
네 번째 대결은 아르테미스가 종목을 선택할 차례였다.
“내가 선택한 대결 종목은 사냥이다.”
사냥.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나왔다. 나는 그녀가 마지막에서야, 여섯 번째 대련에서 사냥을 선택할 줄 알았다.
‘사냥의 여신이 자존심도 버리고 사냥을 선택했다. …아니지. 자존심을 챙기기 위해, 승리하기 위해 선택했어.’
아르테미스는 진심으로 나왔다.
“사냥의 여신과 사냥 대결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불리하잖아.”
“그래서 사냥 대결은 거절할 것이냐?”
아르테미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내가 강하게 반박한다면, 사냥이란 종목을 관둘 가능성이 있다. 그녀에게도 여신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냥 종목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지. 예를 들면… 아르테미스의 펠라치오 라던가.’
아니다. 아르테미스는 아직 그 정도까지 몰리지 않았다. 내가 펠라치오를 부탁하면 노발대발하며 종목을 바꿔버릴 것이다.
‘이기기 위한 조건을 생각해야 해. 그래야 4번째 님프를 따먹지.’
님프 5명 전원의 순결과 아르테미스의 순결까지. 나는 그 전부를 따먹어야 한다.
“……조건이 있다.”
“어떤 조건이지?”
“사냥은 1시간 동안. 낚시 대결과 마찬가지로 점수제로 한다.”
“받아들이지. 그게 전부냐?”
“사냥터는 수중이다.”
“뭐?”
“말 그대로 수중이라고. 마침 강가에 있는 강 안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벌이는 거지. 물론 강 밖으로 나와서 사냥하는 건 금지.”
아르테미스가 날 빤히 쳐다봤다. 내가 어떤 속셈을 가졌는지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대신 나도 조건을 걸겠다. 사냥은 오직 사냥 도구로만 행해야 한다. 도구는 활, 검, 창, 그물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번개, 폭탄 등으로 인한 대량 학살은 인정하지 않겠다.”
뇌전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쉬웠다. 물속에서 뇌전만큼 효과가 뛰어난 건 없으니까.
“그럼 네 번째 대결을 시작해볼까. 혹시 휴식 시간이 필요해? 휴식 시간 동안 가슴 만지게 해주면 얼마든지 쉬게 해줄 수 있어.”
“필요 없다. 천박하게 굴지 마라…!”
[물의 축복 Lv.1
?아가미 호흡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활력을 조금씩 소모합니다.
?수중 생활
물속에서보다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활력을 조금씩 소모합니다.
?수상보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마나와 활력을 소모합니다.
?수중 회복
물속에서 생명력이 미세하게 회복됩니다.]
[150포인트를 사용해 물의 축복 Lv.1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나는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총 450 포인트를 사용해 [물의 축복]의 레벨을 3까지 올렸다. 내가 수중 사냥을 제안한 이유가 이 물의 축복 스킬 때문이다. 이 스킬이 있는 한, 내가 훨씬 유리하다.
‘아르테미스는 내가 섹스할 동안 휴식을 취하긴 했어도, 지난 세 번의 대결 동안 쌓인 피로도가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닐 테지. 이번 대결 또한 내가 유리하다.’
「수중 사냥 대결의 제한 시간은 1시간입니다.」
「10초 뒤, 수중 사냥 대결을 시작합니다.」
「10. 9. 8.」
나와 아르테미스는 강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물속에서도 숨을 내쉴 수 있었고, 물안경이 없더라도 제대로 떠서 깨끗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의 축복] 덕분에 물속에서 체력이 회복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아르테미스는 아니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숨을 찰 것이다. 강물의 흐름이 그녀를 방해한다.
‘오오…. 천이 물에 젖어서 몸매가 야하게 보이잖아!’
나는 아르테미스의 옷을 쳐다봤다. 사타구니 쪽은 천이 젖어도 잘 안 보이지만, 가슴은 달랐다. 봉긋한 가슴에 천이 달라붙어 그 예쁜 모양을 드러낸다. 삐죽 솟은 젖꼭지의 모양도 보인다.
‘여신의 젖꼭지! 꼴린다!’
자지가 반응했다. 나는 애써 시선을 돌리려고 애썼다. 이 대결에는 여자가 걸렸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아르테미스는 손에 활을 쥐었다. 물속에서도 화살을 쏴서 물고기를 잡을 모양이다. 여긴 물속이지만 알아서 하겠지.
나는 스톰브레이커를 작살로 바꿨다. 분신작살 하나를 만들어 다른 손에도 쥐었다. 총 2개의 작살.
「3. 2. 1.」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아르테미스가 화살을 쏘았다. 그녀의 화살은 물속에서도 올곧게 뻗어 나가 헤엄치는 물고기를 꿰뚫었다.
시체가 된 물고기는 갑자기 사라졌다.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의 짓이니까. 사냥에 방해되지 않도록 시체가 된 물고기를 가져간 것이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모여서 헤엄치는 물고리를 향해 작살 하나를 던졌다. 작살이 물고기에게 닿는 순간이었다. 화살 하나가 작살의 창대와 부딪혔다. 작살이 옆으로 미끄러진다.
‘아르테미스. 이년이….’
고고한 척하던 여신의 방해였다. 확실히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없긴 했으나 설마하니 시작하자마자 노골적으로 방해해올 줄이야.
‘허나 예측했다.’
방향이 바뀌었던 작살의 형태가 그물로 바뀐다. 그물은 물고기 3마리를 붙잡았다.
‘방해만 없었다면 6마리는 잡았을 텐데. 쯧.’
「6점을 획득합니다.」
수중 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사냥에 집중했다. 스톰브레이커의 형태 변화와 분신 능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아르테미스는 꿋꿋하게 화살을 쏴서 수중 생물을 사냥했다.
‘물속에서 잘도 화살을 쏴대는군. 이대로면 내가 지겠는데…?’
백발백중.
아르테미스의 화살은 무조건 물고기를 꿰뚫었다. 화살 하나가 물고기 2마리를 꿰뚫는 일도 흔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꾸준히 방해했다.
놀랍게도 그녀의 화살은 직진이 아니라 곡선으로도 움직였다. 물의 흐름을 이용했다고 하기엔 그 궤적이 심히 반항적이다.
‘아르테미스의 권능 비슷한 거겠지.’
이대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면 승산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아르테미스를 방해하는데 좀 더 집중했다. 그래야 내가 이 대결에서 이긴다.
우선 수질을 더럽혔다.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키듯이, 분탕질을 쳐서 흙탕물을 일으켰다. 표정을 찌푸린 아르테미스가 헤엄쳐서 위치를 옮기려고 했다. 나는 그녀를 쫓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아르테미스가 주먹을 피하며 내게 발길질을 했다.
우리는 물속에서 주먹과 발을 몇 번 주고받았다. 돌연 그녀의 입에서 공기 방울이 나왔다. 한계를 느낀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강 위로 올라갔다.
‘크크. 난 올라갈 필요 없지. 이때 물고기를 잡아야지.’
「2점을 획득합니다.」
「5점을 획득합니다.」
「4점을 획득합니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온 아르테미스의 안색은 빈말로도 좋지 않았다.
‘지쳤군.’
이번이 4번째 대결. 그녀가 지치기엔 충분했다. 특히나 그녀는 매번 대결할 때마다 크나큰 집중을 했으니까. 특히 2번째 궁술 대결에서 지나칠 정도로 집중했다. 나는 사격 특성에 기대어 비교적 편하게 화살을 쐈었다.
그리고 지금.
물속에서 정교하게 행동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물속에서 정확하게 화살을 쏘면서 마나도 많이 소모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물의 축복에 의해 오히려 체력이 회복하고 있지.’
나는 그녀를 계속 방해했다. 분탕을 쳐서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군.’
그때였다.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렸다.
‘아아악! 내 눈!’
강렬한 빛에 순간적으로 눈이 멀었다. 그 틈을 노려 아르테미스의 발차기가 내 복부를 때렸다. 나는 땅바닥에 박혀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간신히 시력을 회복해 눈을 떴을 때, 신기한 광경을 쳐다봤다.
하늘에서 떨어진 빛줄기들이 수중 생물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덕분에 아르테미스는 시야에 방해받지 않고 수중 생물들을 사냥했다.
‘이, 이대로 질 수 없어!’
나도 서둘러 사냥에 나섰다.
「천공의 주인이 분노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태양의 노래를 노려봅니다!」
「태양의 노래가 두려움에 벌벌 떱니다.」
「천공의 주인이 시스템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태양의 노래. 내가 알기로 그 신좌의 정체는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라비다.
아무래도 태양의 노래가 이 대결에 끼어들어 아르테미스에게 도움을 준 모양이다.
「시스템이 이의를 검토합니다.」
「검토 결과 달의 사냥꾼(僞)에겐 어떠한 의지도 없었으며, 태양의 노래가 멋대로 끼어든 것으로 판단합니다.」
「태양의 노래에게 막대한 페널티를 안깁니다.」
「이 일에 관해서 태양의 노래의 간섭은 일종의 자연재해와 같은 것으로 판단.」
「대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옥좌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천공의 주인이 번개를 움켜쥡니다.」
「시스템이 천공의 주인에게 경고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혀를 찹니다.」
「천공의 주인이 사라집니다.」
「태양의 노래가 비명을 지릅니다.」
「어디선가 매타작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아르테미스는 도움이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신좌가 멋대로 도움을 주었고… 시스템은 대결을 지속했다.’
시스템이 대결을 중지시키지 않은 건 아폴론의 도움이 내게도 되었기 때문이다. 사냥감을 알려주는 빛 기둥은 내게도 통용되니까. 비록 그 빛 기둥에 잠시 시력을 잃긴 했지만.
‘그 정도는 통상적인 방해 수준이라고 판단한 거겠지.’
시스템에게 따져봤자 소용없다. 보아하니 천공의 주인은 오랜만에 자식 교육을 하는 모양이기도 하고…. 나는 사냥 대회에 집중했다. 다행인 점은 지친 아르테미스의 사냥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1시간이 지났습니다. 사냥 대결을 종료합니다.」
「점수를 비교합니다.」
「당신의 점수는 421점. 상대방의 점수는 397점입니다.」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강 밖으로 나온 나는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겼다!!!”
내 목소리는 숲 속에 쩌렁쩌렁 울렸다.
콜록콜록.
나오자마자 기침하며 물을 입에서 토해낸 아르테미스는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요동치는 눈동자로 나를 망연히 바라봤다.
“아르테미스. 잘 봐라. 너의 4번째 시종이 범해지는 모습을!”
“꺄아아아악! 아르테미스 님! 구해주세요!!”
“나, 나는….”
“제 오라비의 도움을 받고도 패배했군. 넌 부끄럽지도 않나?”
“…….”
아르테미스가 고개를 숙였다. 4연속 패배. 그녀의 자존심을 찢어발기기엔 충분했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달의 여신 앞에서 즐겁게 그 시종을 범했다.
???
다섯 번째 대결.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생각한 종목을 알렸다.
“다섯 번째 대결은 술래잡기다. 제한 시간은 총 1시간이고 술래는 너야. 나는 5분 동안 정해진 구역에서 숨을 테니, 넌 제한 시간 내에 나를 잡아야 해.”
“…….”
아르테미스는 음울한 눈으로 나와 님프를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인데?”
“제한시간을 3시간으로 늘려라.”
“장난해? 그건 내게 너무 빡세잖아.”
“대신 네게도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
“…그건 좀 괜찮은 조건이군. 다른 조건은 없나?”
“술래잡기의 장소는 어디서 어디까지지?”
“그건 여기서 저기까지.”
나는 한쪽 숲을 가리켰다. 길이만 해도 100km는 될듯한 초대형이다. 어차피 협상하게 될 테니 있는 힘껏 질러봤다.
“…알았다.”
아르테미스는 군말 않고 수긍했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사냥의 여신이라 그런지 추적에 자신 있는 건가?’
나는 그녀 이상으로 자신 있었다. 현재 아르테미스는 매우 지쳐 있었다. 거기에 나는 기만(SS) 고유 특성이 있었다.
‘기만(SS)을 이용해 도망 다니면 날 쫓진 못할 거야. 크크. 이것도 나의 필승법이지.’
이번 대결도 내가 이길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여섯 번째 대결은 아르테미스의 순결이 걸렸다.
“시작하지.”
「술래잡기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에게 숨을 시간 5분이 주어집니다.」
「5분 뒤에 술래잡기 대결을 시작합니다. 술래잡기 대결의 제한 시간은 3시간입니다.」
알림창을 보자마자 숲 속으로 헐레벌떡 뛰었다. 아르테미스는 권능을 사용해 검은색 사냥개를 소환했다. 사냥개를 풀어 나를 찾아낼 모양이다.
나는 적당히 좋은 나무 위에 자리 잡았다. 기만(SS)을 이용해 내 흔적과 냄새를 전부 지우고, 만일을 위해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루시터를 착용했다. 아르테미스의 사냥개라도 나를 찾지 못한다.
「술래잡기를 시작합니다.」
1시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우수한 사냥개는 아직 내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나한테는 3번의 기회가 더 있지. 설령 지금 잡혀도 상관없어. 크크. 이번 대결은 내 승리야. 님프 5명을 다 따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태양의 노래가 힘을 사용합니다. 태양이 좀 더 빠르게 저물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태양의 노래에게 제재를 가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한숨을 내쉽니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당했군.”」
「천공의 주인이 옥좌에서 일어납니다.」
‘…당했다? 무슨 말이야?’
나는 영문 모를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가늠했다. 천공의 주인은 어떤 뜻으로 말한 것일까.
「어디선가 매타작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