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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4 - 884. 신의 아틀란티스 (664/2,000)

〈 884화 〉 884. 신의 아틀란티스

그리고 아르테미스가 활시위를 놓았다.

달빛 화살은 어떠한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변이 일어났다.

밤하늘의 별자리가 아주 빠르게 움직이더니, 별빛의 힘이 달빛 화살에 스며든 것이다.

‘찰나.’

이변을 느끼자마자 찰나를 사용했다. 느려진 세계에서 천천히 나아가는 달빛 화살을 보다가 아르테미스의 눈치를 봤다.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심각한 모욕을 당한 사람처럼.

‘그 외의 특별한 점은… 별자리가….’

무수히 많은 별 중에서 자기주장을 하듯 반짝이는 별들이 있었다. 별자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저 강렬히 빛나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다.

‘…아하. 오리온이 개입한 거군.’

오리온이 개입한 이유? 뻔하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오리온은 아르테미스의 연인이었으니까. 아르테미스는 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그 순결을 내가 가지게 된다. 오리온에겐 피눈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잔뜩 초조해진 그는 아르테미스를 돕기 위해 멋대로 개입한 것이다.

‘멍청하긴. 고맙다. 오리온 트롤 새끼야.’

나는 찰나를 해제했다.

달빛과 별빛이 뒤섞인 화살은 허공을 날아가다가 분열되었다. 분열된 수십 개의 화살들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 화살들은 숲 속에 있는 다른 짐승들을 꿰뚫었다. 수십 마리가 넘는 짐승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갔다.

그리고 본체인 달빛 화살은 칼리돈의 멧돼지의 머리를 깔끔하게 꿰뚫었다.

사냥의 여신과 위대한 사냥꾼의 대단하고도 아름다운 사냥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냥의 여신에겐 모욕이었다.

“오리온…!! 이게 무슨 짓이야?!”

아르테미스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반짝이는 사냥꾼이 눈치를 살핍니다.」

「아르테미스…, 나는 그저 널 도우려고….」

“날 도와? 그 말은 나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잖아! 나는 사냥의 여신이야! 사냥에서 내가 진다고 생각했어?! 네가 저지른 짓은 날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날 모욕한 일이었어!”

「천공의 주인이 분노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분노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분노합니다!」

‘대체 얼마나 분노한 거냐.’

콰르르르르르르릉!

천둥이 울렸다. 내 고개가 자연스레 위로 향했다. 노란 번개 한 줄기가 별자리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누구의 짓인지는 뻔했다.

「시스템은 천공의 주인을 진정시킵니다.」

「시스템은 반짝이는 사냥꾼에게 제재를 가합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의 개입은 대결 무효 사유로 충분합니다.」

「대결 무효의 권한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아르테미스의 얼굴이 안 좋았다. 그녀는 한 발을 쏘기 위해 모든 능력치를 끌어 올렸다. 칼리돈의 멧돼지를 죽이기 위해서다. 칼리돈의 멧돼지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괴물 중 하나다. 유명한 영웅들도 쉽게 보지 못한 신수.

‘내가 여기서 무효를 인정하면 지친 아르테미스는 칼리돈의 멧돼지를 죽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온갖 핑계를 대며 대결을 미룰 수도 있다.

‘근데… 할만한데?’

아르테미스의 능력치는 나와 똑같다. 아르테미스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는 엘레나라는 카드가 있다. 오리온이 먼저 개입했으니 엘레나의 개입에도 정당성이 생긴다.

“아르테미스. 이건 명백한 반칙이다.”

“…인정한다.”

“내가 가진 무효권은 네게 넘기지. 대결을 다시 시작하든, 아니면 이대로 진행하든. 네가 선택해라.”

“…무슨 속셈이냐…!”

아르테미스가 불신의 눈으로 날 쳐다봤다.

당연히 꿍꿍이가 있었다. 나는 기회를 줌으로써 아르테미스의 마음을 꺾을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번 대결을 무효화해도 상관없다. 다시 대결을 벌여도 그녀는 지쳤으니 결과적으로 내 이득이다.

무효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때야말로 그녀의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내가 이기면 마음이 꺾이며 내게 반항도 하지 못하겠지.

“…무효권은… 사용하지 않겠다.”

아르테미스는 자존심을 버리는 대신 승리를 택했다.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아르테미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 권리를 넘긴 건 나니 이해해줄게. 대신 이 질문에는 대답해.”

“…어떤 질문이지?”

“지금 네 몸에 들어가 있는 건 본체지?”

시스템 알림창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부터 「달의 사냥꾼」과 관련된 메시지가 없었다. 그에 추측할 수 있는 건 하나. 진짜 아르테미스가 분신의 몸에 강림한 것.

“…맞다.”

아르테미스가 긍정했다.

“재밌네.”

나는 활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스톰브레이커는 화련비도와 합체한 상태였다.

「천공의 주인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이길 자신이 있는 거냐?”」

“네. 있습니다.”

내 눈에는 팔랑이는 파란색 나비에 향했다. 나비는 여전히 내 주위에 있다.

「천공의 주인이 1,000AP를 후원합니다.

“믿겠다.”」

스톰브레이커로 화살 분신을 만들어 활시위에 걸었다. 활시위를 최대한 한계까지 당겼다.

파직, 파지지직.

붉은 뇌전이 화살에 스며든다.

‘고맙다. 오리온. 네 덕분에 아르테미스를 따먹게 됐다. 내가 네 몫까지 아주 잘 따먹어줄게. 별자리에서 잘 지켜봐라.’

오리온은 선을 넘었다.

물론 오리온도 나름의 생각을 했겠지.

그건 아마 4번째 대결에서 아폴론이 개입한 걸 보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아폴론은 개입한 것치곤 가볍게 넘어갔으니까. 대결도 무효화 되지 않았고.

‘아폴론의 경우엔 애매했지. 아르테미스를 도울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나도 아폴론의 도움을 받은 꼴이 되니까. 그래서 시스템은 무효까지 가지 않았어.’

하지만 오리온은 빼도 박도 못하게 직접 아르테미스를 도왔다. 멍청한 짓이었다.

‘신이라고 해서 똑똑한 건 아니지.’

마찬가지로 오래 산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천재의 시간. 찰나.’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화살에 뇌전을 담는다. 마나가 쭉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현기증이 난다. 내 몸은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내게 가망은 없다. 허나 내겐 아직 비장의 수가 더 남아 있었다.

‘완전회복. 찰나.’

피로가 사라지고 마나가 완벽히 회복되었다. 나는 다시 화살에 뇌전을 담았다. 압축하고 회전시킨다.

‘찰나.’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한 끝에.

화살에 폭풍이 담겼다.

시위를 놓았다.

콰앙! 아르테미스가 쏜 조용한 달빛 화살과 달리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날아간다. 그러다 돌연 화살이 꺾여 아래쪽으로 날아간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엘레나의 도움이다.

화살은 땅 위에 있던 고릴라 몬스터를 꿰뚫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날아갔다.

「사슬꼬리고릴라를 사냥했습니다.」

「17점을 받았습니다.」

붉은 번개를 닮은 화살은 어두운 하늘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숲 속을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그 어떠한 것도 화살을 막지 못했다.

「블랙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13점을 받았습니다.」

「스톤 웜을 사냥했습니다.」

「21점을 받았습니다.」

…….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떠오른다. 대결과는 상관없는, 사냥 대회와 관련된 메시지다.

‘이걸 사냥감으로 쳐줄 줄은 몰랐는데.’

화살은 마지막으로 칼리돈의 멧돼지의 머리에 박혔다. 동시에 붉은 폭풍이 일어나 주변 일대를 초토화했다.

「칼리돈의 멧돼지를 사냥했습니다.」

「107점을 받았습니다.」

「사냥 대결의 승자를 가립니다.」

「심사가 끝났습니다.」

「축하합니다. 신과 인간의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천상을 향한 발걸음, 위대한 업적입니다.」

「칭호, 신을 이긴 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내 승리를 알렸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털썩.

아르테미스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실실 쪼개며 아르테미스에게 다가갔다.

“대,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 화살의 움직임은… 말도 안 된다! 넌 마법을 쓰지 않았다! 궁술과 관련된 스킬도 없을 터!”

아르테미스는 가까스로 일어났다. 그녀는 내가 다가가자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너와 같지.”

“…나와 같다? 서, 설마 누군가가 개입했나?! 제우스냐? 제우스가…!”

신인 아르테미스까지 알아보지 못할 줄이야. 나는 엘레나에게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화살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숲을 누빈 것은 엘레나의 환술이다.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환술. 엘레나가 전력을 다해 펼치는 환술이다.

‘나중에 엘레나를 만나 고마움을 표해야겠지.’

「1위. 성유진

2위. 기딘 유스티아

3위. 오잠 스팅어

4위. 강명진

5위. 스테판 앙쇼」

이번에 사냥 점수를 대량으로 얻으면서 대회 순위가 변동했다. 나는 사냥 대회에 대해서 신경 껐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천공의 주인이 기대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기대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기대합니다!!!」

“아르테미스. 대결의 보상에 따라 넌 지금부터 하루 동안 내 노예다. 어떤 명령이라도 들어야 할 거다.”

“마, 말도 안 돼…! 다, 다른 것으로 하자. 나는 네게 다른 것을 줄 수 있다! 막대한 AP를 주마! 그렇지. 미의 여신과 잠자리를 갖고 싶지 않느냐? 내가 주선해주마! 내, 내가 사용하던 활도 줄 수 있다!”

“추하게 굴지 마, 아르테미스. 패배했으면 받아들이라고. 어차피 본체도 아니잖아? 뭐, 정신은 본체의 정신이긴 하지만.”

“크으으윽….”

아르테미스는 나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려고 했다. 그러나 활시위는 당겨지지 않았다. 시스템이 힘을 쓴 것이다.

이번 대결은 시스템이 직접 심판역을 맡은 만큼, 패배자인 그녀는 보상을 완전히 지급할 때까지 도망치거나, 나를 해할 수 없다.

“아르테미스. 첫 번째 명령이다. 나를 주인님이라 불러라.”

“가, 감히 인간 주제에…!”

“넌 여신이지만, 지금은 내 노예지. 그 사실을 벌써 잊었나? 시스템. 아르테미스가 말을 안 듣는데.”

「그녀에게 제재를 가합니다.」

“꺄아아아악! 아, 알았다. 하면 되잖아! …주, 주인님!

”크크크.“

「태양의 노래가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이 당신에게 살기를 흘립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의 화살이 당신을 겨눕니다.」

「천공의 주인이 경고합니다.」

「태양의 노래가 침묵합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이 항의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반짝이는 사냥꾼에게 번개를 던집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이 감전당했습니다! 반짝이는 사냥꾼이 침묵합니다.」

나는 아르테미스의 뺨을 잡았다. 아르테미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순결의 여신이라 그런 걸까.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피부는 달빛처럼 아름다웠고, 눈동자는 밤하늘을 담아 신비로웠다.

내가 입을 맞추려고 하자 아르테미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올림푸스의 여주인이 50,000AP를 후원합니다.

“신에게서 승리를 거머쥔 자여, 자비를 베풀어라. 그리하면 나와 올림푸스의 신들은 너를 축복하리라.”」

올림푸스의 여주인. 감히 올림푸스의 여주인이라 칭할 수 있는 건 딱 한 여신뿐이다.

「천공의 주인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올림푸스의 여주인이 천공의 주인을 노려봅니다.」

「천공의 주인이 휘파람을 붑니다.」

“올림푸스 신들의 축복?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 아르테미스의 순결이다!”

“후우웁?!”

나는 아르테미스와 입을 맞췄다.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눌러 입을 벌리게 하고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순결의 여신이니 키스도 처음일 것이 확실했다.

「올림푸스의 여주인이 탄식합니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이 일은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입을 뗐다. 내 입과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침이 실타래처럼 이어졌다.

“후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즐겨야지.”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헤라. 언젠간 너도 따먹어주마.

「천공의 주인이 감동합니다.」

피식 웃었다.

천공의 주인은 내가 지금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나 있을까.

“아르테미스. 명령이다. 옷을 벗어라.”

“내가 왜… 꺄아아악!”

반항하던 아르테미스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스템의 제재다.

“알겠다…. 벗겠다. 벗으면… 되잖아….”

아르테미스가 옷을 벗어 새하얀 나신을 드러냈다. 내 손보다 약간 더 큰 풍만한 가슴과 미려하게 이어지는 허리 곡선. 그리고 엉덩이의 형태도 크고 아름답다. 허벅지는 딱 붙이고 있어서 보지가 보이지 않지만, 잔디처럼 옅게 자란 검은색 보지털이 보였다.

「천공의 주인이 100,000AP를 후원합니다.

“그녀의 약점은 항문이다! 항문을 공략해라! 항문은 약점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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