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9화 〉 889. 신의 아틀란티스
나와 강명진, 엘레나는 하인의 안내를 받아 무도회장으로 향했다. 화려하게 치장된 넓은 복도를 걷는 데 시선이 느껴진다. 다른 귀족들이 우리를 힐끔거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엘레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나 또한 엘레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제복이 아닌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얀색의 드레스를 푸른색의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드레스였다. 딱 봐도 억 소리 나는 가격의 드레스다.
또각또각.
그녀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모두 무시하고 당당하게 걸었다.
의외인 건 강명진이었다. 이런 대규모의 무도회. 그것도 귀족들이 참석하는 무도회인데 전혀 기죽지 않았다. 웬만한 귀족들보다 그가 훨씬 귀족다웠다.
나는 지금 상황이 익숙했다. 최근에 들어갔던 유희 세계인 [그대를 위한 폭군]에서는 거의 매일 연회를 열었고, [백환] 세계에서도 무도회를 경험했다. 경험이 있는데 쫄 필요가 없었다.
무도회장으로 들어섰다. 수백…. 아니, 수천 명이 될 듯한 인원이 이쪽을 쳐다봤다. 귀족. 그들의 호위기사. 그들의 후원을 받는 자들.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이 무도회에 들어와 있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는 거다.
무도회장은 엘레나가 들어오자마자 술렁였다. 귀족들은 예를 갖추며 엘레나에게 다가갔다.
“발데르트 공작 각하! 저는 이번에 하베르트 백작위를 계승한….”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발데르트 공작 각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없으신지요? 공작 각하께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좋은 사업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발데르트 공작 각하. 제가 감히 각하께 춤을 신청합니다.”
귀족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엘레나가 인간 불신에 빠질만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엘레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 엘레나는 그들 중 80% 이상을 무시했다. 그녀가 대답해주는 자는 귀족다운 품위를 가진 자거나, 발데르트 가문과 연관 있는 자들이 전부다.
툭툭.
강명진이 팔꿈치로 내 팔을 쳤다.
“뭐야?”
남자의 접촉에 살짝 기분 나빠져서 대꾸하는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워졌다.
“나는 잠깐 떨어져 행동할까 한다.”
“그래. 무도회에서도 일이라니. 고생이 많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강명진은 원작에서도 다른 레기온 인물과 귀족들을 만나 안면을 트고 다녔다.
“유진. 너는 발데르트 공작의 옆에 붙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군.”
“그럴 예정이긴 한데…. 갑자기 왜?”
“느낌이 안 좋다. 그리고 어쩐지 오늘따라 그녀가 불안해 보인다.”
강명진은 그리 말하며 근처에 있던 다른 레기온 마스터에게 다가가 담소를 나눴다. 나는 엘레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엘레나를 지켜봤다. 엘레나는 권력자 중의 권력자였다. 대부분의 귀족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내뱉었다.
“유진 경.”
차분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세이라가 있었다. 그녀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고혹적인 분위기를 흘리는 보라색의 드레스. 우아하게 틀어올린 애쉬 그레이의 머리카락과 은근하게 매력을 어필하는 새하얀 목선.
화장까지 완벽한 그녀는 평소의 수련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청초하며 여성스러웠다.
“세이라 공녀님. 오늘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세이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근처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일단 키스부터 했을지도 모르겠다.
“경도 멋지다. 특히 망토가 눈에 띄는군. 그 망토는 혹시 사냥 대회의 우승 상품인 헤카테 케이프인가?”
“예. 알아보시는군요. 이번에 자랑도 할 겸 입고 왔습니다. 망토를 입은 사람은 저 말고 별로 없지만요.”
나는 붉은색 망토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망토를 걸쳤다고 해서 창피할 일은 없었다. 헤카테 케이프는 무려 SS 랭크의 망토다. 보물을 몸에 걸친 것이나 다름없다.
“경. 괜찮다면 나와 둘이서 이야기하지 않겠나?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신경이 거슬리는군.”
“무도회는 익숙하지 않으신가 봅니다?”
“무도회뿐만이 아니라 사교회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나는 항상 검만 잡아왔으니까.”
나는 엘레나를 힐끗거렸다. 그녀는 여전히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명진은 엘레나를 지켜보라고 했으나, 엘레나는 애도 아니고 알아서 잘하고 있다.
세이라에게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세이라는 흠칫 놀랐으나, 이내 내 손위에 손을 포갰다. 부드러운 손이었다.
“에스코트 하겠습니다.”
“…부탁하지.”
시선이 따가워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남자들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이라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웃음을 지어주고는 세이라와 함께 걸었다. 세이라는 조용히 나를 따랐다.
???
무도회장 3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춤을 추는 곳. 2층은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3층은 개인실이 있었다. 짙은 검붉은 색 커튼으로 가려진 개인실은 귀족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그러나 과연 휴식만 취하는 곳일까?
“아응, 앙! 흐으으읏….”
“하악, 하앙, 앙!”
3층 복도에서 귀를 기울이면 여성들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3층은 귀족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지만, 정말 휴식을 목적으로 이곳에 오는 이들은 적었다.
‘귀족이라고 해서 전부 깨끗한 것만은 아니지.’
나와 세이라는 개인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세이라에게 3층 난간을 짚게 하고, 나는 그 뒤에서 그녀의 드레스 치마를 들어 올렸다.
“겨, 경!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담한 게 아닌가? 이러다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괜찮아. 세이라. 내가 입고 있는 망토가 뭔지 잊은 건 아니지?”
헤카테 케이프의 능력 중 하나는 S랭크의 은신이다. 모습, 기척, 냄새, 소리를 지워주는 스킬. 이게 있으면 들키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망토를 몸에 둘러야만 효과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즉, 난간을 잡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세이라에겐 효과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내겐 은신(S) 보다 더 좋은 고유 특성이 있지.’
고유 특성 기만(SS).
은신의 상위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이 고유 특성으로 나와 세이라의 모습을 동시에 숨길 수 있었다.
“봐.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잖아.”
기만(SS)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는 드물었다. 엘레나라도 본격적으로 힘을 쓰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고, 강명진의 용안(S)은 랭크가 한 단계 낮았다.
그리고 혹시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을까 대비하여 3층 중에서도 구석진 곳을 선택했다.
“아, 아니다. 소란을 피우면 누군가가 알아볼지도 모른다. 개인실이 바로 옆에 있으니 들어가는 게….”
“여기에 들어가자고?”
나는 개인실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살짝 열었다. 안쪽에는 두 명의 남녀가 알몸으로 뒤엉켜 있었다. 타인의 정사를 훔쳐 본 세이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세이라. 저 남자 놈의 좆좀 봐. 내 거랑 비교해서 엄청 작잖아? 섹스도 엄청 못하네. 여자가 딱 봐도 연기하면서 신음을 흘리고 있잖아.”
“가,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저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 그 전에 목소리 좀 낮춰라.”
“괜찮아. 소리쳐도 못 알아보니까.”
나는 커튼을 더 활짝 열고 목소리까지 높였다. 그러나 소파 위에서 뒹굴고 있는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환술… 인가?”
“헤카테 케이프의 능력이야. 헤카테가 누구인지는 알지?”
“…으음. 마법의 여신이자, 그 마녀와 계약한 신좌지. 헤카테라… 대단하군. 일종의 환술인가?”
“뭐, 비슷하지.”
세이라가 감탄했다. 저들이 정말로 우리를 못 알아본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나는 세이라와 함께 개인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남자는 허리를 흔들며 헉헉거렸고, 아래에 깔린 여자는 어색하게 기분 좋은 표정을 연기했다.
“…헤카테 케이프의 능력은 확인했다. 이제 그만 나가지.”
나는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미녀는 아니었고, 고위 귀족도 아니었다. 고위 귀족이라면 이런 곳에서 천박한 짓은 하지 않는다.
“세이라. 이 보지 좀 봐봐. 젖지도 않았어. 너랑은 완전히 다르지?”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사실을 말하는 거야. 내 자지를 받아들인 네 보지에선 물이 콸콸 넘쳤는데…. 저놈은 자지가 작은 건 둘째치고 섹스 자체를 못 해. 여자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불쌍할 지경이야.”
실제로 불쌍하지는 않았지만.
“돼, 됐다. 그만 나가자!”
세이라는 얼굴을 붉히며 내 팔을 잡고 끌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아까처럼 다시 자세를 잡았다.
세이라는 양손을 뻗어 난간을 꽉 잡았다. 아까보다 행동이 당당하다. 내 능력을 믿는 것이다.
나는 세이라의 치마를 잡아 올려 허리에 얹었다. 탐스러운 엉덩이가 드러났다. 하얀 스타킹과 가터벨트. 그리고 하얀 팬티. 수련으로 가꿔진 탱탱하고 커다란 엉덩이. 보는 것만으로도 내 자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스윽스윽.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하얀 팬티의 중심, 보지 부분이 회색 얼룩이 번지기 시작했다.
“팬티를 가터벨트 위로 입었잖아. 내가 벗기기 편하라고 이렇게 입은 거야? 사실은 기대하고 있었구나, 세이라.”
“…경의 행동을 예측했을 뿐이다. 경은 역시 내 예측대로 행동했고…. 경. 빨리 끝내야 한다.”
“왜?”
빠른 걸 원하니 일단 성감 고조를 사용해 엉덩이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검은색 하이힐을 신은 발이 애처롭게 떨린다.
회색 얼룩은 점점 커지더니, 보지에 착 달라붙어 그 형태를 은근하게 드러냈다. 딱딱하게 솟은 클리토리스와 정갈하게 닫혀 있는 소음순. 나는 참지 못하고 젖은 부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보지 부분을 살짝 누르자, 팬티에서 투명한 액체가 찌긋하고 나왔다. 점성 있는 액체는 내 손가락을 타고 느긋하게 아래로 흘렸다.
“흐응! 화, 황제 폐하께서 곧 입장하실 거다. 불경을… 저지를 수는 없다…. 그러니 어서…. 경의 좆으로 나의, 공녀의 보지를 쑤셔다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디서 그런 야한 말을 배운 거야?”
“시치미 떼지 마라. 경이 가르쳐 주지 않았나. 내 몸은 경에 의해 길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 책임을 외면하진 않겠지?”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난 며칠간 시간이 남았고, 그 남는 시간에 세이라를 조교 했으니까.
“물론 책임져야지. 세이라, 널 지배할 수 있는 남자는 오직 나뿐이야.”
“경의 말이 맞다. 그러니 빨리… 나를 지배해다오.”
세이라의 하얀 팬티를 내렸다. 애액으로 된 거미줄이 팬티를 내릴수록 늘어났다가 끊어졌다. 팬티는 그녀의 허벅지 아래에 팽팽하게 당겨져 멈췄다.
뜨겁게 달아오른 분홍색 보지는 구멍을 벌렁이며 군침을 줄줄 흘린다. 그 군침은 회색 보지털까지 흠뻑 적셨다.
찔꺽.
굵은 자지가 그녀의 보지 안으로 들어갔다. 자지가 들어갈 때마다 투명한 애액이 새어 나왔다.
“하윽, 아아아아아!”
세이라는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평소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달콤한 교성을 흘렸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녀의 교성을 듣지 못했다.
“평소보다 더 잘 조이네. 많이 흥분했나 봐?”
축축하게 젖은 육벽이 내 자지를 감싼다. 그 자연스러움은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에 길들어졌다는 증거였다.
“어, 어쩔 수 없다. 이러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 생각만하면 너무 두근거려서… 흣응!”
내 자지가 그녀의 자궁구를 자극하는 순간, 그녀의 상체가 난간에 기대어졌다. 드레스에 감싸인 폭유가 난간에 맞닿아 찌그러졌다.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내려쳤다.
짜악!
“히이잇?!”
“상체 들어, 세이라. 겨우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안 되지. 아르피스의 공녀답게 당당한 자세를 보여줘.”
“아, 알았다….”
굽혀졌던 그녀의 팔이 다시 꼿꼿하게 세워졌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왼쪽 젖가슴을 드레스 밖으로 끄집어냈다. 묵직한 젖가슴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늘어졌다. 드레스로 고정된 오른쪽 가슴과 상반되었다. 우젖은 고귀하고 좌젖은 천박했다.
“흐윽! 젖꼭지는 살살… 하아앙! 살살… 해달라니까… 앙!”
나는 그녀의 커다란 유방을 주무르고, 발기한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괴롭히며 규칙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퍽퍽퍽.
살 부딪히는 소리는 끊임없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