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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6 - 896. 신의 아틀란티스 (676/2,000)

〈 896화 〉 896. 신의 아틀란티스

「달의 축복의 효과가 끝났습니다.」

「어떤 여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안전한 곳을 찾지 못했다.

걸어도, 걸어도 붉은 모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달의 축복이 끝나며 약해졌다. 내게는 이제 마수를 학살할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고유 특성인 기만(SS)을 적극 사용했다. 나와 엘레나의 기척, 냄새, 발자국 등을 모두 기만으로 속였다. 이것으로 먼 거리에서 추적해오는 마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맞닥뜨리는 마수는 상대하기로 했다. 기만(SS)으로 모습까지 숨기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니까.

사막을 걷던 나는 걸음을 멈췄다. 하늘은 벌써 어두워졌다. 우중충한 건 여전해서 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진. 땀을 많이 흘리는군. 내가 그렇게 무겁나?”

“너 때문이 아니야. 네 몸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

엘레나의 무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건 이 빌어먹을 환경 때문이다.

“보통 사막은 밤이 되면 추워지는 데 여긴 반대야. 밤이 될수록 더워지고 있어. 마나를 사용해도 더위를 피할 수 없어. 먹을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고. 왜 이 구역의 이름이 가뭄 지역인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야.”

엘레나가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건 헤카테 케이프 덕분이다. 헤카테 케이프의 능력 중 하나, ‘극지 환경에 적응한다.’가 제대로 발동하고 있다.

“마나나 얼음으로 더위를 막는 방법은?”

“내 키만 한 얼음이 30초 만에 녹더라. 마나는 마수를 대비해서 아낄 필요가 있어.”

“……곤란하군. 일단 여기서 멈추고 쉬는 게 어떻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텐트를 꺼냈다. 선풍기도 틀어봤는데 뜨거운 바람 때문에 오히려 죽을 것 같았다. 물도 마찬가지다. 몸에 묻힌 물은 증발하지 않고 뜨겁게 변해서 역효과다.

팍!

텐트를 걷어찼다. 텐트 안에 들어가면 미친 듯이 답답했다.

“하지 마.”

“…뭘 말이지?”

“헤카테 케이프. 그거 벗을 생각하지 말라고. 이딴 더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밤이 되면 온도가 상승했으니, 낮이 되면 반대로 온도가 내려갈 거야.”

내가 이럴진대 일반인 수준으로 약해진 엘레나가 헤카테 케이프를 벗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나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 10분 정도면 버틸 수 있을 거다.”

“네 예측일 뿐이잖아. 하지 마.”

내가 완고하게 나오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뭐라 해도 듣지 않을 셈이군. 알겠다. 5분으로 타협하지.”

“…?!”

엘레나가 헤카테 케이프를 벗어 내게 던졌다.

“쓰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5분 동안은 쓰지 않을 거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엘레나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미친년.”

이렇게 나오는 엘레나는 못 막는다.

나는 헤카테 케이프를 썼다. 더위가 차단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옥에서 천국으로 간 기분이었다. 여긴 여전히 천국이긴 하다만.

3분이 지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엘레나는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바쁘게 움직인다. 뚝뚝뚝뚝 떨어지는 땀은 덤이었다.

“버티기 힘들지? 잘못했다고 말하면 지금 바로 헤카테 케이프 줄게.”

“…우습군. 이 정도쯤은… 윽….”

비틀거리던 엘레나가 모래에 쓰러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헤카테 케이프는 그녀에게 건네지 않았다. 아직 5분이 지나지 않았다. 엘레나의 고집을 알기에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1분 남았어.”

“꽤 길군.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너머에 있군. 다행히 아버지의 안색이 나빠 보이지 않아 다행이군. 이 정도 강이라면… 헤엄쳐서 건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 농담으로 안 들려.”

5분이 지났다. 나는 엘레나의 몸 위에 헤카테 케이프를 덮었다. 엘레나의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엘레나는 10분 동안 바닥에 누워 있다가 후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누워 있지 그래?”

“…몸은 땀으로 끈적하고, 모래가 들어가서 기분 나쁘다. 씻고 싶군.”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욕조를 꺼내고 거기에 얼음물을 잔뜩 띄웠다. 수십 초가 지나면 뜨거운 물로 변하겠지만, 적어도 수십 초 동안은 냉수로 샤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안 볼 테니까. 샤워해.”

“사양하지 않지.”

엘레나는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뒤에서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벗는 게 어딨냐!”

“봐도 상관없다만.”

보고 싶다. 그러나 상대는 그 엘레나다. 나랑 데이트 한 번 해주지 않고 철벽을 치던 엘레나. 그녀의 장난스러운 말에 쉽게 넘어가선 안 된다.

‘아직 제대로 된 공략도 하지 못했는데 알몸을 봤다가는…. 후. 상상만 해도 두렵군.’

지금까지 쌓은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건 내 계획과는 살짝 틀어지는 일이었다.

‘며칠 지나면 애틋한 상황이 올 거야. 내가 노려야 하는 건 그때지.’

그때까지 신사인 척할 필요가 있었다.

“곤란하군.”

“이번엔 왜?”

“옷을 벗는 사이에 물이 뜨거워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감은 멀쩡했기에 엘레나의 위치와 욕조의 위치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은 채로 얼음물을 다시 채웠다.

첨벙. 내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엘레나가 욕조의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차갑다. 이런 차가운 말은 딱 질색이지만… 지금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군. 그런데 유진. 눈은 안 뜨나? 내 알몸에는 관심 없나?”

“난 신사야. 자극하지 마.”

“…눈을 떠도 된다. 타박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내가 네 성격을 모를까. 그딴 말은 안 믿어.”

“…….”

그녀의 짧은 샤워가 끝났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마천의 왕이 혀를 찹니다.」

「천공의 주인은 이건 이것대로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팬티차림으로 돗자리에 누웠다. 더위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옷을 벗어버렸다. 확실히 입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았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더워서 잠을 못 자겠다는 점이다.

“환장하겠네. 피로를 풀려면 자야 하는데….”

여긴 지옥 구역. 완전 회복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방법이 있다.”

낮에 내 등에서 실컷 자고 밤에 불침번 역을 맡은 엘레나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내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의도적으로 내 사타구니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무슨 방법? 잠드는 비법이라도 있어?”

“환술이라는 방법이 있지.”

“내게 환술이 안 통하는 건 알잖아.”

“네가 내 환술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통할지도 모른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만?”

“환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잖아.”

“잠을 부르는 환술은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내게는 다른 마법보다 환술이 훨씬 쉽지.”

“되려나?”

“환술이 성공하기 어려운 건 상대방의 정신 방벽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환술은 수면을 부를 뿐이지, 정신을 주무르고 농락하는 쪽이 아니다. 네가 거부감없이 환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달렸다. 뭐, 요컨대 네가 나를 온전히 신뢰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좋은 기회였다. 엘레나에게 내 신뢰를 어필할 기회!

‘절대 정신 때문에 안 걸릴 것 같기도 한데…. 시도는 해봐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환술에 걸리기를 원하면 걸릴 수 있는지.

“마음 편안히 먹으면 된다. 준비됐으면 말해다오.”

“……준비됐어.”

“꿈은 꿀 수도 있고, 안 꿀 수도 있다. 꿈까지 조작해주기엔 내 상태가 너무 안 좋군. 악몽을 꿔도 원망 마라.”

“알았어.”

엘레나의 검지가 천천히 다가왔다. 점점 눈과 가까워진다.

툭.

그녀의 검지는 정확히 내 미간에 닿았다.

“잠 안 오….”

급격히 졸음이 몰려왔다. 아주 잠시, 저항할까 하다가 졸음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의식이 가라앉았다.

???

“이렇게 쉽게 잠들었다고…?”

엘레나는 당황했다. 당황할 정도로 환술이 잘 통했기 때문이다.

성유진이 자신을 골리기 위해 자는 척을 하는 걸까? 엘레나는 장담할 수 있다.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자는 척하는 인간과 깊게 잠든 인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하…. 진심으로 건 환술에는 걸리지도 않더니…. 어이가 없군.”

손가락으로 성유진의 뺨을 콕콕 찔렀다. 제법 힘을 주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환술은 제대로 걸렸다. 너무 제대로 걸린 게 문제였다. 자기가 만족스러운 수면을 취하거나,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도중에 깨지 않을 테니까. 물론 그녀는 더 손쉽게 깨울 수 있다. 마나를 살짝 움직여 환술을 해제하면 된다. 얕은 환술이니 그 정도로 깰 것이다.

엘레나는 성유진의 옆에 앉았다. 불침번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잠은 낮에 성유진의 등에 매달려서 자면 된다.

“…….”

힐끗힐끗.

그녀의 눈동자는 성유진에게 자꾸만 향했다. 그렇게 20분이 지났다.

‘자면서도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군.’

엘레나의 손이 성유진의 얼굴로 향했다. 땀을 닦아줄 생각이었다. 손수건이 없으니 손으로.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쓸리고, 이마와 뺨에 맺힌 땀방울이 떨어진다.

‘이렇게 보니 제법 잘생겼군. 세이라가 매달리는 것도 이해가….’

엘레나가 눈을 찡그렸다. 세이라를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괜히 심술을 부리듯이 성유진의 뺨을 다시 콕콕 찔렀다.

성유진의 머리가 움직였다.

“……!!”

그는 입을 벌리더니 엘레나의 손가락을 물고 쪽쪽 빨았다. 엘레나가 굳었다. 혀 놀림이 다소 이상하긴 했으나,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챘다.

‘물을 원하는군. 하긴 땀을 이렇게 흘리니….’

이 구역에선 1시간 마다 100ml만 마실 수 있다. 자는 동안에도 물을 주는 편이 옳다. 엘레나는 옆에 있는 마법의 물통을 들었다.

입에 물려주면 알아서 마실 거다. 보아하니 깊은 수면에 빠졌음에도 본능은 있는 것 같으니.

성유진의 입으로 향하던 물통이 중간에 멈췄다.

‘…너무 쉽게 주면 재미가 없지.’

엘레나는 갑자기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무시하고, 검지에 차가운 물을 묻히고 성유진의 입에 넣었다. 성유진이 손가락에 묻은 물기를 빨아 먹는다. 그의 혀가 손가락을 끊임없이 핥으면 물을 원한다.

엘레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막 태어난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듯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통해 물을 마시게 했다.

손가락을 바꿔가며 몇 번을 반복했을까. 그녀의 양손은 성유진의 침으로 끈적했다.

그녀는 그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입술이 열리더니 혀가 삐져나와 손가락을 핥는다.

‘마치… 손가락과 키스하는 것 같군.’

묘한 간지러움에 엘레나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에… 손가락이 아니라 입술을 가져다 댄다면….’

어떻게 반응하려나.

결과는 뻔히 보였으나, 궁금해졌다.

콩닥콩닥 뛰던 심장은 어느새 쿵쾅쿵쾅으로 변했다.

“…안 되지, 안 돼.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군. 몸이 정상이 아니라 그런지 별 이상한 충동까지….”

중얼거리던 엘레나의 행동이 멈췄다. 그녀의 커다래진 눈은 성유진의 사타구니에 향해 있었다. 덥다는 이유로 사각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잠들었는데, 하필이면 사각 팬티의 통풍 구멍을 통해 성기가 빠져나와 기둥처럼 우뚝 서 있다.

“…….”

엘레나는 본래 성에 대해 흥미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엘레나는 성유진의 남근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그녀는 겨우, 겨우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깨어 있는 거냐? 나를 놀리는 거라면 관둬라. 우습지도 않다.”

성유진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툭툭 때렸다. 반응이 없었다. 눈꺼풀까지 들어 올리고 환술까지 확인했다. 성유진은 깊게 잠들어 있었다.

엘레나의 시선이 다시 우뚝 선 성기로 향했다.

“…그저 생리현상일 뿐인가. 넣어줘야겠군.”

엘레나는 성유진의 하체로 다가가 성기로 손을 뻗었다. 철 방망이처럼 단단했으며,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살아 있다. 고동치는 맥박이 손바닥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상태로 안에 넣을 수는 없으니….”

자지를 잡은 가늘고 하얀 손이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 더 익숙해지자 손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반응이 있었다. 귀두 끝의 갈라진 부분에서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나온 것이다.

‘정액이라 하기엔 너무 투명하군. 이게 쿠퍼액이란 액체인가.’

스윽스윽.

그녀의 손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하다 보니 힘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그녀의 손은 더욱 능숙해졌고, 어느 순간 자지가 불끈거리며 떨리더니 하얀 액체를 뿜어댔다.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고, 거의 2M까지 올라가 모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엘레나는 손에 묻은 정액을 천천히 관찰했다.

‘비릿하군. 질감은 끈적하고…. 맛은 당연히 없겠지.’

손을 흔들어 정액을 털어냈다. 다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성유진의 성기에 집중되었다.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의 섬섬옥수가 다시 자지를 잡았다.

엘레나는 손으로만 12번을 사정시킨 뒤에야 겨우 자지를 사각 팬티 속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해가 뜨기 전에 모든 흔적을 지웠다.

성유진은 해가 뜨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 눈을 떴다. 엘레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일어났나? 수면은 만족스러웠는지 모르겠군.”

“개운하고 좋은데? 엄청 만족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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