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7화 〉 897. 신의 아틀란티스
눈을 감았다가 뜨니 밤에서 아침이 되어 있었다.
개운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서부터 새벽 동안 무척 더웠는데 해가 뜨고 나니 그나마 좀 시원해진 느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느낌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
“밤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지?”
“아무 일도 없었다. 마수도 없이 조용했지. 네가 우리의 흔적을 잘 지우기도 했지만, 내 생각에는 이 지옥에서 야행성의 마수는 없는 듯하군.”
“밤이 엄청나게 더우니 그럴 만도 하지.”
일단 마수도 생물인 만큼 마수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 사막의 밤은 정말 지옥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덥다.
“밤사이에 몸이 텁텁해졌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먼지를 뒤집어써서 매우 불쾌하다. 샤워하고 싶은데 차가운 물을 준비해줄 수 있겠나?”
“마침 나도 땀을 쫙 빼서 찝찝하던 참이었어. 갈증이 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갈증은 생각만큼 없단 말이지.”
100ml의 물을 꿀꺽 마셨다. 그 양은 종이컵 용량의 절반 정도다. 성에 차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 지옥에선 1시간마다 100ml밖에 먹지 못하니까.
“네가 잘 때 물을 먹였다. 탈수증상은 위험하니. 본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자면서도 아주 잘 마시더군.”
“그랬어?”
“정말 아무것도 못 느꼈나? 입에 차가운 물이 들어오면 자면서도 느끼지 않나?”
“전혀 못 느꼈어. 따지고 보면 평범하게 잠에 든 것도 아니잖아. 환술로 강제로 깊은 잠에 빠졌지.”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만족한다. 깊게 잠든 덕분에 무더운 밤을 순식간에 보냈으니까.
“흐음. 그런가. 다행이로군.”
엘레나는 내가 욕조를 꺼내기도 전에 옷을 벗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에 놀란 나는 멍하니 보다가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
“욕조도 안 꺼냈는데 왜 벌써 옷을 벗어?”
“어제처럼 물이 금방 뜨거워지니 미리 준비해두는 거다. 어제 말했듯이 내 몸을 봐도 상관없다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겨우 이런 거에 낚일 것 같나.
두 눈을 감고 욕조를 소환했다. 엘레나가 다 벗은 시점에서 차가운 물을 욕조에 담았다. 첨벙. 욕조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좋구나. 너와 함께하니 지옥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군.”
“진짜 지옥이 아니니까.”
지옥 구역은 지옥을 테마로 만들어진 구역일 뿐이었다. 난이도가 지랄 맞아서 지옥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구역이지만.
아침 샤워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움직였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등에 업힌 엘레나는 내 목을 꽉 끌어안았다. 엘레나의 가슴이나 체향이 느껴져서 좋긴 했으나 좀 더웠다.
“안 더워?”
“헤카테 케이프가 있으니 덥지는 않다. 네가 땀을 자주 흘린다는 게 문제지.”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움직인다고 해서 다르지 않을까.
엘레나는 나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마법을 사용했다. 파란색 나비 한 마리가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지더니 살랑이며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마법? 사용해도 되는 거야?”
“수명 문제는 여전하지만, 어느 정도는 회복하긴 했다. 주위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마법이니 어렵지 않다.”
“어제보다 의욕이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내가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변함 없다. 그래도 염치는 있다. 네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반송장처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래서 뭔가 단서라도 찾았어?”
“…아니. 붉은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근처에 마수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는군.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게 편할 것 같군. 그런데 목적지는 정하고 가는 거냐? 어제는 남쪽으로 가더니 오늘은 서쪽으로 가는군.”
“아니. 그냥 막 걷고 있는데. 걷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
엘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한쪽 방향으로만 가는 걸 추천했다. 그래야 길을 잘못 들어도 돌아가기 편하다는 이유였다.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새근새근.
엘레나가 내 등에서 잠들었다. 나는 묵묵히 걸었다. 마수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엘레나를 조심히 내려두고 전투에 임했다. 엘레나는 나와 달리 예민한지 그때마다 잠에서 깼다가 전투가 끝나면 다시 내 등에 업혀 잠들었다.
걸으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상했다. 이 구역에서 엘레나와 함께 몇 년이고 돌아다니는 경우다. 생각만 해도 최악이었다.
밤이 되었다. 나와 엘레나는 여전히 사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엘레나는 돗자리 위에 누워 잠든 성유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오늘도 환술에 걸려 잠에 빠졌다. 엘레나는 조용히 손을 뻗어 성유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어제보다 익숙해진 것을 느꼈다.
그녀의 손가락이 성유진의 입술에 닿았고, 입술이 자연히 벌어졌다. 엘레나는 그의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혀를 만지작거렸다. 미끈한 혀의 감촉과 손가락에 달라붙는 타액의 느낌. 손가락을 이용해 그와 키스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왠지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군. 안쪽이 간질간질하고…. 이게 성욕인가? 나 참, 죽을 때가 다가오니 성욕이라니…. 죽을 때가 되면 번식욕이 강해진다는 속설이 맞는 건가?’
몇 분을 성유진의 혀를 만지던 엘레나의 눈동자가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성유진의 사타구니로 향했다. 성유진은 오늘도 덥다는 이유로 팬티 한 장만 입고 잠들었다.
그 사타구니의 중심은 확실하게 부풀어 있었다.
“…….”
엘레나는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러면 안 된다. 하지만 어젯밤에 이미 선을 넘었으니, 오늘 참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나는 엘레나 발데르트. 유스티아 제국의 공작이며, 유서 깊은 발데르트 가문의 가주다. 이런 천박한 짓은 내 품위를 떨어뜨린다. 여기서 관둬야…. ……지금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엘레나의 손이 움직였다. 그는 아침이 되기 전까지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손이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성기가 만져졌다. 어제와 달리 지금은 단단하면서도 약간 물렁했다.
‘팬티가 거슬리는군. 벗겨 놓을까. 나중에 일어나기 전에 다시 입혀 놓으면 되겠지.’
팬티를 벗겼다. 다시 그의 남근을 만지려던 엘레나의 손이 멈칫했다. 성유진의 축 늘어진 음낭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고간도 큰 편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엘레나는 그의 음낭을 만졌다.
물렁했다. 안쪽에는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고환이다.
“생각 없이 만지기에 괜찮군.”
장난감처럼 그의 음낭을 주물럭거리자, 어느새 자지가 어제처럼 우뚝 섰다. 엘레나는 자지를 잡고 천천히 문질렀다. 성기는 어제처럼 활기차게 사정했다. 정액이 붉은 사막에 묻힌다. 오늘은 남성기를 관찰할 생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군.’
묘하다.
빈말로도 좋은 냄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겹지는 않고 왠지 모르게 자꾸만 맡고 싶어진다.
스윽. 스윽.
손으로 자지를 훑던 엘레나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헤카테 케이프를 입고 있으니 외부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내 몸이 흥분하고 있는 거군. 어제도 이와 비슷했지. 이 정도면 아무렇지 않은 거나 다름없지.’
그녀는 계속해서 자지를 만져 사정하게 만들었다. 자지가 불끈거리며 정액을 발사하는 걸 보면 이상하게 뿌듯해졌다.
엘레나는 좀 더 편하게 자지를 만지작거리기 위해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다가 고양이처럼 몸을 엎드렸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편한 자세였다.
“흐읏?!”
엉덩이에 낯선 촉감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엘레나는 어울리지 않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려 촉감의 정체를 확인했다. 성유진의 손이었다.
“이, 일어나 있는 거냐?”
떨리는 목소리로 성유진에게 물었다. 차마 비난의 목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의 성기를 주물럭거리고 있으니까.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성유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호흡도 일정했다. 그러나 엘레나의 엉덩이를 만지는 손은 계속 움직였다. 강하게 움켜쥐듯이 만지다가 쓰다듬는다. 조금씩 주물거리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만지는 건가?”
엘레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서 화를 내면 적반하장이 되고, 가만히 있으니 뭐했다. 잠시 고민하던 엘레나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전에 성유진에게 말했듯이, 그가 자신을 범해도 저항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곧 죽을 몸. 이 몸을 원한다면 줄 수 있다. 성유진에겐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감정을 품고 있으니까.
엘레나는 성유진이 엉덩이를 만지도록 내버려 두고 다시 그의 성기를 만졌다.
성유진을 4번이나 사정시킨 엘레나는 몸을 일으켰다.
“후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이상하게 뜨겁고 답답했다. 잠든 성유진은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만져댔다. 엘레나는 몸을 일으켜 성유진의 손에서 벗어났다. 손은 엘레나의 엉덩이를 찾듯이 허공을 몇 번 움직이다가 아래로 툭 떨어지더니 반응하지 않았다.
“…답답하다.”
엘레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옷을 벗었다. 크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너무 답답해서 어쩔 수 없었다. 물론 헤카테 케이프는 벗지 않았다. 그걸 벗어버리면 답답한 수준으로 안 끝난다.
“좀 낫군.”
하얀 속옷 차림이 된 그녀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확실히 벗으니 답답함이 가셨다. 돗자리에 앉은 그녀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팬티를 쳐다봤다. 팬티의 중심에 얼룩이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의 뺨이 붉어졌다.
‘그가 잠들어 있어서 다행이군.’
엘레나는 성유진을 보며 고민하다가 그의 왼팔을 잡아 벌리게 하고 팔뚝에 머리를 눕혔다. 누우니 편했다. 물론 잠들 생각은 없었다. 마수가 올지도 모르니까. 허나 그녀의 시선은 성유진의 얼굴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
성유진의 손이 움직였다. 마치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그녀의 풍만하게 솟은 가슴을 만졌다.
“…뭐, 마음대로 만져라. 나도 그럴 테니.”
엘레나의 손은 성유진의 사타구니 쪽으로 향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야한 장난을 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낸 엘레나는 곧 해가 떠오르는 걸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뒷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정액을 치우고, 팬티를 다시 입히고, 마법으로 젖은 팬티를 원래대로 돌린다.
“…….”
뒷정리를 전부 끝낸 엘레나는 아직 잠들어 있는 성유진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괜스레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확인하고, 고개를 숙여 성유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가 뗐다.
부르르르.
그녀는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
개운하게 일어난 나는 엘레나와 두 눈을 마주했다. 엘레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녀의 몸은 현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기에 걱정되어 물었다.
“몸은 괜찮아?”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
샤워하기 전에 현실로 돌아갔다. 샤워에 사용되는 차가운 물과 얼음은 모두 현실에서 공수해오는 것이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희를 종료합니다.]
[경험치 정산을 시작합니다.]
[엘레나 발데르트의 인연 레벨은 8입니다.]
[인연 레벨 8 달성 보너스 포인트 22를 획득합니다.]
‘벌써 인연 레벨이 8이라고? 지옥에 떨어졌을 때 7을 달성했는데… 벌써 8이라니. 빠르게도 오르는군. 역시 이번 특별한 상황이 영향을 끼쳤나.’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엘레나의 함락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
붉은 사막에서 열흘을 헤맸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한 건물을 발견했다. 돌로 건축된 건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신전과도 비슷해 보였다.
문제가 있다면 입구가 막혀있어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강제로 문을 박살 내고 들어간다? 불가능했다. 문은 시스템에 의해 막혔다.
「지옥의 쉼터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지옥의 쉼터 입구는 현재 닫혀 있습니다.」
「입구를 열기 위해선 사막의 보물이 필요합니다.」
“일주일 만에 겨우 발견했는데 열지도 못하는가…. 허탈하군.”
엘레나가 말하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법이나 환술로 억지로 열 수 있지 않아?”
“……가능하다. 남은 수명을 전부 사용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내가 이 문을 열어주기를 원하나?”
“설마.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이야. 역시 네 환술은 만능이네.”
“수명을 대가로 하는 만큼 그 정도는 해줘야지. 어떻게 할 거지? 그 사막의 보물이란 걸 찾을 건가?”
“사막의 보물? 그게 뭘 뜻하는지 알고 어떻게 찾아.”
“그게 없으면 입구를 열 수 없다.”
“나에겐 다 방법이 있지.”
나는 웃었다.
지옥의 쉼터.
지금 이곳을 찾은 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슬슬 나도 정신적으로 지쳐가기도 했고. 엘레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엘레나는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생생해지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