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6화 〉 906. 신의 아틀란티스
[제 9,705 구역, 니플헤임에 입장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다.”
나는 감격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뭄 지옥을 클리어하고 두 달. 지옥 구역의 북쪽 끝에 있는 지옥. 니플헤임에 입장했다. 이 니플헤임을 통과하면 지옥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가뭄 지옥과는 다른 의미로 삭막한 곳이군.”
주위를 둘러본 엘레나가 감상을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가뭄 지옥과는 달랐으나, 그 이상으로 삭막한 곳이었다.
니플헤임은 얼어붙은 곳이었다.
얼어붙은 땅은 무척 딱딱했고, 신발과 양말을 신었음에도 차가운 한기가 피부를 뚫고 스며들어와 뼈를 얼리는 것 같다.
「니플헤임의 한기가 시간을 얼립니다.」
「니플헤임에 오래 머물수록 바깥 구역의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갑니다.」
지옥 구역에는 각 구역마다 특성이 있고, 니플헤임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네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압박감부터가 다르군. 시간 차이는 어느 정도 되지?”
“지금 막 니플헤임에 입장했으니 1대3. 이곳에서의 하루가 바깥 구역에서는 3일이야. 니플헤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비율이 점점 늘어나지.”
최대 1대100까지 늘어날 수 있는 거로 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니플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꼭 이곳을 택해야 했나?”
“다른 곳은 지금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어. 여긴 시간 페널티가 있는 대신에 힘든 일은 없어.”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곳의 주인을 만나 허락을 받아야지.”
나와 엘레나는 니플헤임 어딘가에 있을 주인을 찾아 움직였다.
???
강명진은 에이플랜 레기온에 들어섰다.
공기가 무겁다. 우울한 분위기가 피부에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성유진이 엘레나와 함께 지옥에 떨어지고 반년. 에이플랜 레기온은 아직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발데르트 공작과 성유진이 떨어진 지옥은 가뭄 지옥이었다. 마수보다는 지옥 자체가 성가신 곳이지. 성유진이 보여준 능력을 생각해 혹시 모른다고 기대해왔지만…. 슬슬 한계군. 레기온이 성장하려면 성유진의 흔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영 쉽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마스터. 던전에 갔다 왔습니다.”
지영빈이 강명진에게 다가왔다. 강명진은 그의 뒤편에 있는 인물들을 확인했다. 새로 뽑은 레기온 일원들이 긴장한 눈으로 강명진을 바라봤다.
레기온의 덩치를 불리기 위해서 신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울해진 레기온 분위기를 신입들을 받아들임으로써 타파하려고 했다. 실패했지만.
“수고했다. 신입들의 훈련은 어떻지?”
“2개월 간 훈련한 보람이 있습니다. 모두 1인분은 할 겁니다.”
“그렇군. 당장 할 임무는 없으니 일단 쉬어라.”
“에. 마스터!”
지영빈을 비롯한 신입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물러났다.
강명진은 신입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들 모두 못하지는 않지만, 특출나지도 않고 평범했다. 레기온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어디 한 부분이 특출난 인재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성유진은 대단했다. 무력이면 무력, 재력이면 재력, 인맥이면 인맥. 나처럼 원작의 정보가 있는 게 아닌데도 모두 뛰어났다.’
성유진이 사라지면서 레기온 운영이 3배는 힘들어진 것 같았다.
강명진은 에이플랜 레기온 본부를 돌아다녔다. 레기온의 분위기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는 가장 편한 유인하의 방에 들어갔다. 유인하는 평소와 같이 마도서를 읽고 있었다. 강명진은 그의 성실함을 인정했다.
“유인하. 요즘은 어떻지?”
“전 평소와 같습니다. 마스터, 주제넘게 한 가지 충고하자면 서브 마스터를 뽑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스터가 가끔 자리를 비울 때의 레기온은… 최악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요즘 고민이 많다.”
생각하고 있는 서브 마스터 후보는 유인하와 지영빈이다. 그러나 성유진에 비하면 그들은 부족했다. 성유진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심코 비교해버리고 만다.
“유서희는?”
“누나는 여전합니다.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간간이 이민정과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지만….”
유서희는 성유진이 사라진 이후 방에 틀어박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은 꽤 쓸만하기에 퇴출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대로면 진지하게 유서희의 퇴출을 고려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알겠다. 개인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유인하의 방에서 나온 강명진이 복도를 걸었다. 휴게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평소에 비어 있는 휴게실 안에는 금발의 엘프가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릴스네.”
“아, 마스터. 돌아오셨군요. 일은 잘 풀렸습니까?”
릴스네가 반응했다. 그녀는 성유진이 사라진 이후로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강명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감스럽게도 잘 풀리지 않았다. 발데르트 공작가는 현재 우리보다 더 한 혼란에 빠져 있다. 몇몇 귀족이 발데르트 공작가를 맹비난하며 구역 전쟁을 일으켰다. 지금 발데르트 공작가는 점점 세가 약해지고 있다. 우리를 다시 후원할 여유는 없다더군.”
“…발데르트 공작가도 큰일이군요.”
“유스티아 제국의 유서 깊은 공작가다. 지금 흔들린다고 해서 무너질 일은 없으니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 그렇긴 하죠.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한 달 뒤에 엑세빌 레기온과 165 구역을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한 달은 공략 준비 시간으로 좀 빠듯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보조다. 165 구역을 공략하는 주체는 엑세빌 레기온이지.”
“우리가 보조면 제가 나설 일은 별로 없겠군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부탁한다.”
강명진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주서현이 차지하고 있었다. 주서현은 찾아온 강명진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수련에 빠져 있었다.
주서현이 허공에 검을 휘두른다. 강명진이 감탄할 정도로 깔금한 검격이었다. 강명진은 그녀의 검술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서현과 싸운다면 쉽게 결판을 내기 힘들겠군. 최소 1시간을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승리는… 장담하기 힘들군.’
반년 동안 주서현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수련했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오직 수련에만 힘쓴다.
“…어쩐 일이야?”
검을 내린 주서현이 강명진에게 물었다.
“잠깐 들렸다. 원한다면 대련을 해줄 수도 있다.”
“…대련? 아니, 지금은 됐어.”
강명진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의 주서현이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대련을 원했을 것이다. 검을 손에 쥐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친 듯이 덤벼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서현은 차분했다. 두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서 어떠한 목표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주서현.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뭔데?”
“네가 서브 마스터의 자리를 받았으면 한다. 유인하와 지영빈을 생각했지만… 그들은 서브 마스터를 맡기엔 무력의 수준이 너무 낮다.”
“거절이야.”
되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왜지? 서브 마스터라고 해서 어려운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레기온 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된다.”
“어차피 그놈이 돌아오면 물러나야 할 자리잖아. 끝이 정해져 있는데 서브 마스터 같은 귀찮은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어.”
강명진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주서현의 말은 이전과 달리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성유진이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의아한 강명진은 그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성유진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나?”
“살아 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지.”
“…….”
이전과 대답이 다르다. 이전에는 모른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강명진은 주서현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용안을 사용했다. 그편이 훨씬 빠르니까.
「이름: 주서현
클래스: 복수자
칭호: 복수를 품은 자.
신좌: 검은 복수
소속: RT 118 지구
근력: 79 민첩: 84 체력: 71 마나: 64 행운: 6
고유 특성: 검제(SS)
특성: 복수자(B)
스킬: 복수의 시간(A). 복수의 낙인(S), 이기어검(B), 복수의 맹세(S)」
‘근력, 민첩, 체력이 또 올랐군. 몇 달 전에 랭크가 올라간 검제(SS)와 복수의 맹세(S)의 효과인가…. 무시무시한 성장 속도다.’
복수의 맹세(S). 성장 가속 스킬 덕분인지 최소한의 영약만 지원했는데도 이토록 대단하게 성장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1년 내로 내 능력치를 따라잡을지도 모르겠군.’
이어서 그의 시선이 향한 것은 복수의 낙인(S)이다.
복수 대상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스킬.
‘A랭크 였었는데 한 단계 상승해 S랭크가 되었군.’
주서현은 성유진이 지옥 구역에 떨어지고 복수의 낙인(A)을 발동해도 그 위치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S랭크가 된 지금은 다를 것이다.
“…복수의 낙인이 성유진에게 반응했나?”
주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은 강명진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맞아. 복수의 낙인은 그놈이 있는 방향을 알려줬어.”
“기분 좋아 보이느군. 성유진이 살아 있는 사실이 그렇게 기쁘나?”
“당연하지. 그놈이 살아 있어야 내가 죽일 수 있으니까.”
주서현의 몸에서 살의가 느껴졌다. 강명진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는 주서현과 성유진이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그들의 재능은 아틀란티스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서현이 웃는다.
살기등등하다고 말해야겠지만, 성유진이 실종되고 지난 반년 동안, 주서현은 단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단지, 성유진을 자신의 손으로 복수할 수 있어 짓는 미소일까. 강명진은 왠지 그게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좋은 정보를 들었다. 나는 이만 가보지. 너는 어쩔 거지?”
“수련에 집중할 거야.”
“알았다.”
강명진이 수련장에서 떠났다.
주서현은 멍하니 서서 강명진이 떠난 것을 곁눈질로 다시 확인하고는 복수의 낙인(S)을 사용했다.
「복수의 낙인을 발동합니다.」
「복수의 낙인이 반응합니다. 대상의 있는 방향이 느껴집니다.」
몇 번째 인지 모를 확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성유진의 존재감을 느꼈다.
‘성유진…!’
빠득.
그녀가 이를 갈았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그녀는 거침없이 수련복을 벗었다. 그녀의 하체에는 반년 동안 단 한 번도 벗지 못한 정조대가 걸려 있었다.
‘성유진! 나한테 이딴 걸 달아놓고 도망치려고 해? 웃기지 마….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주서현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성유진에게 개발된 몸이 달아오를 때면 정조대로 인해 해소하지 못해 가슴을 주무르게 되었다.
“하아, 하아… 하윽….”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발기한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젖꼭지가 늘어나며 쾌락이 찾아온다. 그러나 부족했다. 젖꼭지만으로는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주서현은 검을 손에 쥐었다. 검자루로 정조대를 내려쳤다.
깡! 까앙! 깡!
“하윽! 흐읏, 하앙!!”
정조대에 달린 작은 딜도가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 들어가 있었는데, 정조대가 흔들리며 그녀에게 성적 쾌락을 주었다.
깡! 깡! 까앙! 깡!
“흐으읍, 옷윽!!”
사실, 지금의 그녀는 정조대를 벗을 수 있었다. 고유 특성인 검제(SS)로 인해 잠시동안이지만 검강(劍?)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정조대를 벗지 않았다.
‘성유진, 네놈을 이기고 정조대를 벗어버릴 테니까.’
성유진을 이기고 열쇠를 받아 정조대를 벗는다.
주서현은 이미 그렇게 정했다.
까앙! 깡! 깡!
“앗, 아아아아아!”
머릿속을 번쩍이게 만드는 절정이 찾아왔다. 주서현이 교성을 내지르며 아래로 무너졌다. 바닥에 떨어진 무릎이 벌어지고, 허리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풍만한 가슴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짓눌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주서현의 얼굴이 보였다. 눈동자는 풀리고 헐떡이는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렸다.
쪼르르륵.
정조대에서 투명한 물이 바닥으로 흐른다. 정조대의 기능에 의해 오줌의 성분이 사라진 평범한 물이었다.
“서, 성유진…! 주겨, 주겨버릴 거야… 하아아아아앙!”
움찔움찔.
엎드린 그녀의 몸은 한동안 계속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