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1화 〉 931. 아카데미의 구원자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카르마 선이 올랐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원래 질이 나쁜 빌런을 죽이면 오르니까.
‘카르마를 올리겠다고 무작정 빌런을 죽이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지.’
F~E급의 질 낮은 빌런을 죽이면 오히려 카르마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거의 낮은 등급의 F급 빌런은 일반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이름 있는 빌런 집단에 속해 있는 놈들은 예외지.’
오피드처럼 이름 있는 빌런 집단은 신입을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종의 시험을 치러서 싹수 있는 놈들만 받아들인다. 제 부모를 죽이거나, 어린아이를 죽이거나, 뛰어난 능력을 입증하거나 등등.
극악한 놈들에겐 극악한 놈들이 모이길 마련이다.
-뒤! 뒤뒤뒤뒤뒤!!
마키나가 다급히 말했다. 나는 느긋하게 몸을 뒤로 돌렸다. 누군가가 내 뒤를 노리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기척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죽어라!!”
분노한 얼굴의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도끼를 휘두른다.
‘방패.’
왼손을 들었다. 마키나가 시기적절하게 내 왼손 건틀릿을 방패로 변화시켰다. 까앙! 도끼는 방패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습격자는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멍청한 놈.”
오른손을 총으로 바꿔 총알을 갈겼다. 벌집이 된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사망했다.
-3층에는 이제 없어. 4층으로 올라가서 다 죽여버리자!
서울 외곽에 존재하는 이 빌딩은 총 8층까지 있었다. 겉으로는 무역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위장하고 있다.
8층 끝에 오피드의 보스가 있을 것이다.
‘보스는 안 내려오겠지.’
오피드의 보스는 CCTV로 지금 날 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쯤 내가 보통 놈이 아니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고, 8층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최대한 힘이 빠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4층으로 올라갔다. 매복하고 있던 놈들이 한 번에 달려들었다. 미리 알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처리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진각을 밟았다.
천마기의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날 포위한 놈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칼.’
-오케이!
손등에 칼이 튀어나왔다. 나는 제자리에서 회전하듯 돌았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마풍(魔風)
검에서 발생한 검은 바람이 적들을 찢어발겼다. 주위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카르마는 오르지 않았다. 이런 놈들은 최소 100명 이상 죽여야 카르마가 오를까 말까 할 것이다.
5층으로 올라갔다.
D급 빌런 4명이 동시에 덤벼와서 약간 힘들었으나 나를 막진 못했다.
-이런 거 좋아! 재밌어! 전부 죽여버려!
‘왜 네가 더 좋아하는 거냐.’
-재밌잖아!
“…….”
마키나가 평범한 정령이 아니란 걸 새삼스레 깨닫는다. 발랄하고 귀여워 보이는 것과 다르게 과격한 걸 좋아한다. 인간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 까놓고 말해 인간 수천 만 명이 학살당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 게임을 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나는 그런 마키나에게 뭐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키나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
6층으로 올랐다.
적갈색 짧은 머리카락에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꽤 상당한 미녀였다. 미녀가 아니고선 짧은 머리카락을 소화하지도 못한다.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면 유능한 오피스 레이디처럼 보였다. 다만, 한 손에 들고 있는 긴 채찍을 제외하면.
“여기까지 올라올 줄이야. …무능한 놈들이 정말 도움 안 되네. 나까지 나서는 건 좀 아니잖아.”
-우와! 여기 와서 처음 보는 여자야!
마키나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해한다. 나도 말은 안 했을 뿐이지, 미녀의 등장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으니까.
이어서 마키나가 그녀에 대한 프로필을 올렸다.
이름 박설. C급 빌런. 현상금은 18억 2천만 원. 사용무기는 채찍. 특기는 전기 채찍.
그리고 가슴은 C컵.
“갑옷을 입었다고 무적이라고 생각해? 다른 놈들에겐 어쩔지 몰라도 내 앞에선 그딴 갑옷은 무용지물이야.”
박설이 위협하듯 바닥에 채찍을 휘둘렀다. 쫘악! 소름 끼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좀 섹시한데?”
박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린다.
“나중에도 그딴 말을 지껄일 수 있는지 한번 보자.”
“몇 번이고 지껄여 줄게.”
그녀를 향해 걸었다. 박설이 코웃음 치더니 나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손을 들어 채찍을 붙잡았다.
있는 힘껏 채찍을 당겼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나보다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채찍 자체가 특별한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이 채찍에는 당기는 힘이 통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던가.
“내 채찍을 잡아? 멍청하긴.”
박설의 미소가 짙어지며 가학적으로 변했다.
“움직이렴.”
박설의 명령에 따라 채찍이 꾸물거리더니 뱀처럼 변해서 내 몸을 칭칭 휘감았다.
“짜릿함을 느껴봐.”
박설은 채찍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녀의 손에서 발생한 전류가 채찍을 타고 흐른다.
파지지지직!
전류가 슈트를 타고 내 몸으로 흐른다. 아무 효과 없었다. 내가 가진 [뇌전] 특성으로 인해 어지간한 전류는 간지럽지도 않다.
“으아아아아아악!”
연기 실력을 발휘해 비명을 내질러 주었다. 박설은 만족스러운 듯 눈웃음을 지었다.
‘야, 마키나. 넌 괜찮냐?’
-응?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평범한 물리 공격에 빙의한 내가 당할 리 없잖아.
마키나의 말을 들은 나는 연기를 관뒀다.
뇌전을 일으킨다.
내 뇌전이 박설의 전류를 도리어 잡아 먹고, 전류의 흐름을 역으로 바꿨다.
“꺄아아아아아악!”
박설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넘어졌다. 몸을 휘감았던 채찍도 풀어졌다. 나는 쓰러진 박설에게 다가갔다. 감전당한 박설은 움찔대고 있었다. 전기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너… 능력이 뭐야…?!”
“말해주겠나. 근데 쓰러진 모습이 섹시한데?”
정장 스커트 사이로 검은색 팬티가 보였다. 노골적인 내 시선에 박설이 얼굴을 찡그렸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지? 너 히어로 아니야?”
“이 악마 가면을 보고 그딴 말이 나와? 섹시한데.”
“이 개새끼가! 죽어!”
박설은 입을 오므리더니 나를 향해 무언가를 뱉었다. 독바늘이었다. 바늘은 정확히 내 눈 부분을 노렸다가 튕겨 나갔다.
“내 갑옷에 빈틈은 없어.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 섹시한데.”
철컹!
사타구니 부분의 철이 벗어지더니 내 자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거대한 몽둥이의 등장에 박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치, 치워!”
“섹시한데.”
“치우라고!”
“섹시해.”
“미친놈이!”
“섹시.”
박설의 옷을 벗겼다.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해서 그런지 몸매가 뛰어났다. 보지의 경우 털을 전부 민 빽보지였다. 다리를 잡아 한껏 벌리고, 선홍색 보지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아악! 아, 아파…! 치워, 치우라고…!”
박설의 C컵 가슴을 만졌다.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스톰브레이커와 함체한 [악마의 광대 가면]의 효과다.
“악! 아악! 하아악!”
박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소리도 섹시한데?”
“이 미친놈이…!! 아아악!”
성감 고조를 사용하자 그녀의 보지도 빠르게 젖어들었다.
찔꺽.
젖은 보지의 소리를 들은 박설의 얼굴이 붉어졌다.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이다. 그녀의 표정은 날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며 보지를 강하게 찔렀다. 쿵쿵. 자궁구를 때리는 자지 소리가 울린다.
‘마키나.’
-왜?
‘내가 섹스하는 거 CCTV에 찍혔지? 해킹해서 지워.’
-그럴 필요 있어? 어차피 얼굴은 가렸잖아.
‘자지가 안 가려져서 문제지. 내 자지가 어디 보통 자지야? 자지 때문에 나중에 100% 정체 들키고 만다. 그러니 CCTV 영상 지워. ……내 스마트폰에 영상 보내는 거 잊지 말고.’
-에이, 귀찮게. 강간 안 하면 안 돼?
‘이런 미녀를 봤는데 어떻게 강간을 안 하냐.’
-에휴. 이걸 아줌마가 알아야 하는데.
‘너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 그때는 진짜 지옥이 뭔지 알게 될 거야. 나, 한다면 하는 남자야.’
-안 말해. 근데 이 여자는 죽일 거야? 이 여자가 너한테 강간당했다고 말하고 다니면 소용없잖아.
‘안 죽여. 그리고 어떤 멍청이가 빌런 말을 믿겠어? 경찰이나 히어로 협회에 찾아가서 신고하는 건 더 말이 안 되지. 그건 자기 잡아달라고 자수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요컨대 공론화시킬 수 없다. 복수하고 싶으면 직접 움직이거나, 다른 불법적인 일로 날 찾아야 한다.
“싼다!”
“아, 안 돼…! 밖에! 최소한 밖에 싸!”
“난 질내사정 전문이야!”
“야 이 개새끼야…!! 흐으으읏!”
박설의 보지 안쪽에 질내사정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한 발 싸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몸을 부르르 떤 박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기절이나 해라.’
머리를 후려쳤다. 박설은 가슴과 보지를 그대로 내놓은 상태로 기절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를 옆에 방, 텅 비어 있는 사무실 안에 넣어 두었다.
-그냥 죽여. 그럼 뒷일도 깔끔하잖아. 이제 와서 착한 척하는 거야?
‘나중에 나한테 복수하러 올지도 몰라. 그때 또 따먹을 수 있잖아. 이 정도 미녀를 죽이는 건 너무 아깝지.’
-…….
7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있는 놈들을 전부 죽이고, 방안에 묶여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총 7명. 모두 10살 이하다.
-장기 밀매?!
‘그건 아닐걸. 이 세계에선 장기 값은 똥값이라.’
포션과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다. 돈이 있으면 장기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고급 포션을 구매하는 게 더 안전하고 확실하다. 장기 밀매의 수요가 적으니 범죄자들도 장기 밀매를 잘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인신매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름이 뭐지?”
묶여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몸 곳곳에 구타의 흔적이 있는 아이는 나를 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나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착실하게 내 질문에 대답한다.
“신지훈이요….”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맞는다. 그런 공식이 아이에게 새겨져 있는 것이다.
이름을 알았으니 상태창을 볼 수 있다.
『이름: 신지훈
근력: F 체력: F- 민첩: F 내구: F- 마나: F-
특성: 질주자(C)
스킬: -
호감도: 3』
역시 각성자였다.
어린 각성자를 납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악한 마법의 제물로 사용될 수 있고, 범죄 조직에 끌려가 세뇌되어 킬러로 키워질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납치된 순간부터 암울한 미래가 되는 건 확정이다.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있어라.”
나는 방문을 다고 나섰다.
-뭐야. 안 죽여? 착한 척하는 거야?
‘착한 척은 무슨. 죽일 필요가 없어. 묶여 있는 데다가 힘도 없어. 날 방해하지도 못해. 무엇보다 죽이면 내가 손해야.’
기껏 올린 카르마 선(善)이다. 애새끼를 죽이는 것으로 까먹을 수는 없다.
‘…이참에 히어로 놀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히어로 놀이? 이미 히어로라 하기엔 좀 그렇잖아.
‘이 세상엔 다크 히어로라는 것도 있어. 이제부터 심심할 때마다 다크 히어로 놀이 좀 할 생각이야.’
나는 8층으로 올라갔다.
8층에는 방 하나가 있었다.
사장실.
보스의 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공룡이 튀어나와 내게 부딪혔다. 어마어마한 힘에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구른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랩터다! 랩터야!
마키나가 호들갑을 떨었다. 실존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공룡을 실제로 봤으니 그럴만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내 부하들을 쳐죽인 모양인데… 그 대가는 치러야지. 뼈 하나 남기지 않고 씹어 먹어주마.”
랩터가 커다란 입을 열며 말했다.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지성오.
오피드의 보스이자, A급 빌런. 현상금은 120억. 별명은 루키 킬러이고 능력은 변신으로 주로 공룡으로 변신한다.
‘A급 빌런이긴 해도 실제 강함은 B급 수준이지.’
빌런의 등급이 정해지는 기준은 강함과 범죄다. A급 수준으로 강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범죄를 일으키면 등급이 올라간다. 오피드의 보스인 지성오는 후자 쪽이다. 실제 강함은 아무리 잘 쳐줘도 B급 수준에 불과하다.
쿵. 쿵.
다가오던 랩터가 입을 쩌억 벌리더니 화염구를 내게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