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939 - 939. 아카데미의 구원자 (719/2,000)

〈 939화 〉 939. 아카데미의 구원자

“응. 엄마. 웬일로 화상 통화야? 그 이상한 늑대 가면은 또 뭐야?”

화면 속의 성유진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평소와 같았다.

“우리 유진이가 보고 싶어서 연락했지. 가면은… 일 때문에 착용하고 있었어.”

성하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잠깐 고민했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이미 경매 참가자 중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챘을 것이다.

성하리는 늑대 가면을 위로 올려 얼굴을 드러냈다. 뺨과 이마에는 전투의 여파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엄마. 땀에 젖은 모습이 섹시한데?”

“얘는. 왜 엄마를 상대로 성희롱하는 거야? 그러면 안 돼.”

성유진이 킥킥거리며 웃기만 했다. 안 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유진아. 지금 어디에 있어?”

“당연히 기숙사에 있지. 왜? 지금 오게?”

“정말 기숙사 맞아?”

“…엄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성유진이 얼굴을 싹 굳히고 정색하며 묻자, 성하리가 당황해 고개를 저었다.

“의, 의심이라니. 방금 널 닮은 사람을 봐서 그래.”

“뭐, 나도 농담이야. 자, 기숙사 보여줄게. 몇 번 왔으니 엄마도 잘 알지?”

스마트폰 속의 화면이 돌아가며 성유진이 머무는 기숙사 거실을 보여줬다. 성하리는 기숙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에 3~4번 정도 찾아가 몸을 섞었으니 기숙사의 형태를 모를 리 없었다. 성유진은 정말 기숙사에 있다.

‘백령도에 있는 적광과 강원도에 있는 유진이. 동일인물이라고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해.’

그때, 바닥에 뻗어 있는 작은 검푸른색 머리의 여아, 마키나가 보였다. 기숙사가 아닌 성하리의 집에 있어야 할 마키나인지라 성하리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마키나? 마키나가 왜 거기에 있어?”

마키나를 보니 문득 떠오른다. 적광의 슈트는 굉장히 기계적이었다. 이 세계의 기술력과는 맞지 않는 오버 테크놀로지. 마키나의 기계화의 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방금까지 마키나와 수련하고 있었어. 마키나도 나랑 계약한 정령이니까.”

“그래? 그러고 보니 요즘 자주 마키나를 소환하는 것 같더라.”

“마키나도 내 정령이니까. 아카데미에도 입학했으니 마키나와 합을 맞춰야지.”

“응. 유진아. 잘하고 있어. 넌 누가 뭐라 해도 정령사야.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알겠지?”

“엄마가 그리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성하리는 성유진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모든 정황이 성유진이 적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엄마.”

그대로 통화를 종료하려고 할 때, 성유진이 은근한 목소리로 불렸다.

“으응?”

성하리가 약간의 불길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성유진이 느닷없이 옷을 전부 벗었다. 팬티 하나 까지 전부 벗은 성유진은 카메라에 성기를 비췄다.

“엄마. 보고 싶어. 이것 봐 자지도 외로워하고 있잖아.”

“유, 유진아 이러면 안 돼…!”

성유진이 자지를 쭈물거린다. 축 처져 있던 자지에 피가 들어가고 늠름한 모습으로 딱딱하게 변한다. 성유진의 자지에 익숙해진 성하리는 화상 통화를 종료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자지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진이를 못 본 것 같네….’

아랫배, 자궁이 있는 쪽이 움찔움찔 거리는 기분이었다.

“성하리!”

최정화가 다가왔다. 깜짝 놀란 성하리는 서둘러 스마트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왜, 왜? 정화야.”

“백영직 회장이 너한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대. 덤으로 보상도 줄 거야.”

“보상이라…. 금전으로?”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겠지.”

“알았어. 나중에 만날게.”

“그런데 가면도 벗고 누구랑 통화 중이었어? 아주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데.”

성하리는 위로 올려두었던 늑대 가면을 아래로 내려 얼굴을 가렸다.

“아들이야. 경매가 진행되는 건 불가능하겠지? 서울로 돌아가자.”

“흐음. 그 아들 말이지? 이름이 성유진이지?”

“알아?”

“네 아들인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거기에 네 아들은 내 딸이랑 같은 반이야. 저번에 대련에서 내 딸이 졌다더라.”

“당연한 일이야. 지금 유진이의 실력은 아카데미 1학년 수준이 아니니까. 아마 3학년 중에서도 유진이를 이길 수 있는 애는 별로 없을걸?”

그녀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상황을 정리하는 인형과 골렘들 사이를 지나쳐 바깥으로 걸었다.

“…내가 부탁한 거 알아봤어?”

“아? 어머? 맞아. 깜빡하고 있었네.”

“깜빡?”

성하리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최정화는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 상대는 미친년이다. 평범한 미친년도 아니고 한때 세계최강이었던 미친년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마찰을 일으키는 건 좋지 않았다.

“경매가 끝난 뒤에 말하려고 했어. 이번에 아카데미에 침입한 암살자에 대한 건 전부 조사했어. 근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피드. 적광이 처음 나타났을 때 쓸어버렸던 빌런 집단. 그 집단이 암살자가 속해 있던 집단이었어.”

적광이 쓸어버렸다. 적광. 그 이름에 성하리는 복잡한 한숨을 내쉬었다. 왜 갑자기 적광의 이름이 또 나오는지….

“왜 그놈들이 내 아들을 노리는 거야?”

“정확하게는 네 아들은 말려든 것뿐이야. 놈들이 노리던 건 노스다이아 클랜장의 딸이었을 걸? 정황상 확실해. 지금 노스다이아 클랜도 오피드의 배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배후가 누군데?”

“노스다이아 클랜을 싫어하는 놈들이겠지? 그리고 노스다이아 클랜이 무너지면 이득을 얻는 놈들일 테고.”

“최정화. 넌 말을 너무 돌리는 경향이 있어.”

“하아. 보통 이 정도 말하면 눈치채지 않아? 노스다이아 클랜이 무너지면 가장 큰 이득을 받는 곳. 뻔하잖아. 중국과 일본.”

“……한국의 다른 클랜이 아니라?”

“한국 클랜들은 이미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노스다이아 클랜이 없으면 그 협력 체계도 흔들려. 그러니 굳이 노스다이아 클랜을 건드릴 이유가 없지. 뭐, 중국과 일본의 원조를 받는 클랜은 다르겠지만.”

“중국과 일본이 직접 손을 쓸 정도야?”

“옛날부터 그 두 나라랑 사이좋았던 적은 없잖아. 특히 최근에는 사이가 더 안 좋아졌고. 한국이 더 성장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막고 싶을걸?”

“…….”

성하리가 조용해지자 최정화는 괜히 불안해졌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이 미친년이라면 혼자서 국가에 싸움을 걸고도 남았다.

“이,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너랑 아무 관련이 없어.”

“아니야.”

서울로 돌아온 그녀들은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귀가한 성하리는 어두운 집안을 보며 허전함을 느꼈다. 마키나가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둘 다 없으니 집이 우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우선 샤워부터 끝내고 가벼운 차림으로 거실에 들어섰다. 테이블 위에 놓인 황금 사과가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황금 사과.

약 3,000억에 산 물건.

『황금 사과

랭크: S

상태 이상을 해제한다.

회복한다.

아름다워진다.』

상태 이상 해제 아이템치고 3,000억은 지나치게 비쌌다. 아름다워진다는 효과. 젊음을 준다는 그 효과 때문에 값이 더 비싼 것이다.

성하리처럼 상태 이상 해제를 목적으로 산 황금 사과를 노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름다워진다라…. 내가 아름다워지면 유진이도 더 좋아하겠지.’

그녀는 황금 사과를 한 손으로 들어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물었다. 아삭!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흐으으응~!”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온갖 과일을 맛봤지만, 황금 사과처럼 맛있는 과일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성유진에게 먹이고 싶다. 그러나 황금 사과는 끝까지 다 먹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아삭. 아삭.

1분도 지나지 않아 황금 사과를 전부 먹어 치웠다. 황금 사과에는 씨앗이 없고 그저 달콤한 과육이 있었다.

“……!”

성하리는 상체를 숙이고 몸을 떨었다.

자신의 목을 구속하고, 힘을 뺏어가던 정령왕의 주박이 한순간이지만 풀리고 회복되었다. 물론 전성기 수준까지 회복한 건 아니다. 그 정도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대충 4년 전의 상태일까? 딱 내가 예측하던 수준이야. 이 정도면… S급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어.’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신체 능력은 서서히 하락할 것이다.

‘후우. 이젠 황금 사과를 다시 먹어도 효과가 없겠지.’

정령왕의 주박은 면역이라도 생기는 것인지 한 번 사용했던 해주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그게 통했다면 한국 히어로 협회의 도움을 받아 정령왕의 주박을 매일 해주 했을 것이다. 한국에도 해주 전문의 히어로가 몇 있으니까.

성하리는 스마트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도 여자였다. 미모에는 관심 있었다. 특히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쩍 미모에 관심이 갔다. 그녀가 뛰어난 히어로로서 동안을 유지하고 있긴 하나, 평생 늙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정화처럼 극성맞게 관리할 생각은 없으나, 어느 정도는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름다워졌나?’

피부가 더 탱탱해지고, 머리카락에 윤기가 더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웠다.

“…….”

한참 외모를 확인하던 성하리는 잠깐 마른침을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쳤다. 그리고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황금 사과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으음.”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손끝으로 만져본 그녀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가 더 탄력적으로 변하고, 젖꼭지 색깔이 더 밝아진 느낌이다.

‘……거기도 확인해볼까? 이참에 거기 사진을 찍어서 유진이에게 보내 주는 것도… 아,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꼭 내가 변태 같잖아.’

그래도 궁금했기에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보지털을 최대한 당긴 뒤 스마트폰으로 보지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 내 거기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예뻐졌나…? 모양이나 색깔은 예쁜 것 같긴 한데….’

이번에는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소음순을 벌리고 사진을 찍을 때였다. 허공에서 마키나가 뿅하고 나타났다.

“아줌마! 나 왔… 어…?”

찰칵!

“…….”

마키나의 두 눈이 커지고 성하리는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 난 아무것도 못 봤다구!”

마키나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다만 손가락 사이로 눈동자가 보였다. 성하리는 다리를 붙이고 서둘러 옷을 집었다. 그녀의 뺨은 토마토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우, 우리 마키나 와, 왔어? 오해하지 마. 아줌마는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 거니까.”

“아줌마는 보지를 확인하는구나. 대체 뭘 확인한 거야? 보지털? 보지구멍?”

“그, 그런 게 있어. 그리고 마키나! 여자애가 그렇게 상스러운 말을 하면 안 돼! 몇 번을 말해야 하니?!”

“보지는 보지잖아. 아니면 뭐라고 불러? 짬지?”

“…그 정령사에 그 정령 아니랄까 봐. 나쁜 말은 하지 마.”

성하리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몸은 가려졌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마키나. 오늘 저녁은 먹고 싶은 거 있어?”

“치킨이랑 피자랑… 햄버거랑 돈까스랑… 떡볶이도 먹고 싶어!”

“다 사줄게. 그러니 유진이한테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응! 안 말할게!”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성하리는 몰랐다.

마키나는 성하리가 보지 사진을 찍은 순간, 그녀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그 사진을 성유진에게 보냈다. 성하리가 알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아줌마는 무섭지만… 정령옥 3개는 못 참지!’

냉혹한 정령계에선 정령옥을 가진 자가 갑이었다.

???

나는 마키나가 보낸 성하리의 보지 사진을 보고 감탄사를 흘렸다.

‘구도를 보니 성하리 혼자서 찍은 것 같네. 황금 사과를 먹고 몸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 확인한 건가?’

확신할 수 있다. 성하리의 몸은 좀 더 아름다워졌다. 젊어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이 보지 속살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다음 주에 집으로 돌아가서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성하리의 알몸을 보자 급격히 꼴렸다. 윤희정을 부를까 하다가 오늘은 윤희정의 그날이라 못한다는 걸 알았다.

윤희정은 생리 중에 섹스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반대로 생리 중에 섹스를 즐기는 여자도 있지.’

나는 폰을 뒤적거렸다. 여자 연락처는 많으나 당장 섹스할 수 있는 여자는 적었다.

‘…창녀촌이나 갈까?’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옷을 입은 나는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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