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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59 - 959. 무지개 과일 (739/2,000)

〈 959화 〉 959. 무지개 과일

레빌리디 남작 부인과 새벽까지 몸을 섞다가 받은 방으로 돌아왔다. 시종이 방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방문을 연다. 나는 시종을 무시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레빌리디 남작 부인의 시녀와 나를 모시는 시종. 두 사람이 입이 무겁지 않다면 당장 오늘부터 나와 남작 부인의 관계가 소문이 되어 떠돌 것이다. 그러다 영주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문제가 일어나겠지.

‘상관없지. 이 던전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굳이 시종에게 입단속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종이 뭘 하든 관심 없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어.’

침대에 앉아 레빌리디 남작 부인을 떠올렸다. 아직 내 몸에 그녀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내 허리 위에서 알몸으로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레빌리디 남작 부인은 따로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섹스를 즐길 줄 아는 여자다.

‘목적이 뭔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여자야.’

오늘 밤에는 어떤 섹스를 할까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잠깐의 잠을 자고 정오에 일어난 나는 성 밖으로 나가 강석수를 만났다.

강석수는 어제와 같은 곳에서 옷을 팔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감탄했다.

“왔나, 성유진. 태연한 걸 보니 계획은 성공했나 보군. 나는 솔직히 실패할 확률이 3할은 되리라 생각했다만.”

“보란 듯이 성공했지. 이젠 농부가 아니라 기사야. 뭐, 이 던전은 내 전직을 허락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지만.”

강석수의 옆에 앉았다. 강석수의 시선은 내가 들고온 자료로 향했다.

“이것들은?”

“영주가 무지개 과일에 대해 모아둔 자료. 이거 말고도 서재에 자료가 더 있어. 영주가 무지개 과일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야. 난 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대충 너한테 가져왔어.”

강석수는 자료를 펼쳤다.

“글자는 읽을 수 있어?”

“한글로 보이는데 뭔 소리지?”

뜻밖의 말이었다. 내게는 이 글자가 한글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나만 다른 거지? 나도 한글이 편한데.’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어젯밤에 주점에서 영주가 무지개 과일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을 접했다. 영주는 분명 무지개 과일과 연관이 있을 거다. 아 참, 영주는 현재 두문불출이라던데 상태가 어떻지?”

“병상에 누워서 오늘내일한다더라. 지금은 그 아내가 영주대리로서 활동 중이야. 영주대리는 무지개 과일에 관심 없는 눈치야.”

“……영주가 며칠 내로 죽는다고…? 그건 안 좋군. 무지개 과일에 대한 단서를 쥐고 있는 게 영주 일 텐데…. 흐음.”

강석수는 계속 자료를 살펴봤다. 나는 조용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내 눈길을 끄는 미녀도 간간이 보였다.

“강석수. 네 쪽은 어때? 차도는 있었어?”

“응? 아, 자료에 정신이 팔려 상황을 설명하는 걸 깜빡했군. 이쪽에도 소득은 있었다. 상인들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돈을 쓰니 금방이더군. 그리고 다른 헌터도 만났다. 경비병으로 일하고 있더군. 덕분에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났지.”

“뭐 흥미로운 정보라도 있어?”

“상인들 사이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돌고 있다.”

“그 괴물이 혹시.”

“네가 죽였다는 그 괴물이 맞을 거다. 그리고 그 경비병에게 얻은 정보도 있다. 이 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 3곳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더군. 마을 한 곳에는 수십 마리의 괴물 시체가 발견되었고, 다른 마을 2곳에는 주민들이 실종되었다.”

“괴물 시체가 있는 곳은… 내가 있던 마을이겠네.”

“그래. 다른 마을 2곳의 사람들은 괴물이 되어 사라진 거겠지. 아마 오늘 저녁이나 내일부터 도시 전체에 괴물에 대한 소문이 돌 것이다.”

“그게 전부야?”

“셀 교단의 이단심문관이 도시로 온다는 말이 있다. 아, 셀 교단이란 건 이 세계의 종교인 것 같더군. 자세히는 모르지만, 귀족도 함부로 못 할 정도로 강대한 세력이란 건 확실하다.”

“이단심문관이라.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영주를 어쩔까? 오늘 가서 한 번 족쳐볼까?”

“아니, 지금 시점에서 함부로 접근하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 영주는 뭐라 해도 이 도시의 최고 권력자이니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겠지. 그보다는 영주의 서재에 있는 다른 자료들도 보고 싶군. 가져와 줄 수 있겠나?”

“어려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자료를 계속 가져가면 영주대리가 이상함을 눈치챌 거야. 집사는 아예 대놓고 날 감시하는 느낌이니까. 읽은 자료는 줘, 다른 자료 가져올게.”

“…잠시만 기다려라.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본을 만들 시간은 없으니… 이게 낫겠군.”

찰칼찰칵.

강석수는 스마트폰을 들어 자료의 내용을 사진 찍었다.

나는 아예 그의 스마트폰을 받아 서재의 자료를 사진 찍어 그에게 돌려주었다.

???

나는 영주와 만나려고 했다. 무지개 과일에 대해 직접 물어보면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영주를 어떻게 내 꼭두각시로 만들지 고민하기도 했다.

“남편을 만나고 싶다고요? 경은 가문의 기사가 되었으니 당연한 요구겠죠. …미안해요, 경. 제겐 그 권한이 없어요. 남편은 지난 며칠 동안 저를 만나주지 않고 있어요. 집사에게 말해보세요. 남편이 지금 유일하게 방안에 들이는 사람은 집사니까요.”

레빌리디 남작 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미묘한 불안감을 포착했다. 몸을 섞어서 그런지 나에 대한 경계심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풀렸다. 어쩌면 내 목에 목줄을 걸었다고 착각 중인지도 모른다.

화는 나지 않았다.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도리어 나는 그 점을 이용했다. 그녀와 내 몸이 겹쳐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빌리디 남작 부인과 섹스를 한 판하고 난 뒤 집사를 찾았다.

“집사. 영주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소. 레빌리디 가문의 기사가 되었으니 인사를 드리는게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소?”

영주를 만나고 싶다. 그러니 만나게 해달라.

내 요구에 집사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마치 흉터와 같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영주님께선 유진 경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허나 면담은 불가능합니다. 영주님은 현재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태입니다. 영주님의 상태가 지금보다 좋아진다면, 영주님께서 직접 유진 경을 부르실 겁니다.”

“영주님께서 하루라도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시길 바라겠소.”

나는 한발 물러났다.

이 성에서 하루 정도 지내니 대략적이나마 돌아가는 분위기가 파악된다.

레빌리디 남작 부인은 겉으로는 영주대리지만,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 건 이 집사다. 남작 부인도 집사를 경계하고 있다.

‘영주란 놈의 상판은 몰래 들어가서 한 번 봐야겠군.’

영주를 쥐고 흔들 방법은 흔하다. 칼과 주먹으로 협박하면 된다. 죽음이 코앞에 있다고 해서 죽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저녁을 먹었다.

어제 남작 부인과 함께 먹었던 저녁은 그럭저럭 먹어줄 만 했지만, 따로 기사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쓰레기라 죄다 갖다버리고 [백환] 세계의 요리를 꺼내 먹었다.

이후에 3층으로 올라갔다. 영주의 방 바로 아래. 나는 거기서 천장을 바라보며 천안(天眼)을 발동했다.

천안의 능력 중 하나인 투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단 분위기 정도는 파악하고 몰래 영주 방에 침입을…. 어? 없잖아?’

영주의 화려한 방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방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잠깐 나갔나?

그럴 리가. 영주는 지난 며칠간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다.

‘영주가 유일하게 만나는 건 집사…. 영주가 먹는 음식도 집사가 직접 가져가지. 그리고 아까 집사는 영주가 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지. 집사 이 새끼, 뭐야? 존나 수상하잖아.’

나는 성내를 돌아다니며 집사를 찾았다. 하인에게 물어 집사의 위치를 찾았다. 그는 서재에 있었다.

“유진 경. 저를 찾으셨습니까?”

“어떻게 알았소?”

“이미 자료를 전부 확인한 유진 경이 저를 찾을 이유가 그것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서재에서는 뭐 하고 있었소? 설마 내가 자료를 훔쳤으리라 생각했나? 이건 좀 기분이 많이 안 좋군.”

“오해입니다. 영주님의 명령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무지개 과일에 대한 자료는 영주님이 가장 아끼시는 자료입니다.”

영주의 명령.

그러나 내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영주는 없었다.

“수고가 많소.”

“절 찾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기사가 됐는데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서 뻘쭘하지 않소. 난 뭘 하면 좋겠소? 병사들 훈련이라도 시키면 되오?”

“유진 경은 이제 막 기사가 되셨습니다. 아직은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성에서 휴식을 취해주십시오. 그리고 사모님을 보좌해주십시오.”

집사가 구태여 남작 부인을 짚으며 말했다. 나와 남작 부인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이다.

‘날 협박하려는 건가?’

웃음이 올라왔으나, 일단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하겠소.”

???

밤이 되었다. 나는 당연히 남작 부인의 방으로 찾아갔다.

남작 부인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였다. 반투명한 분홍색 슬립을 입은 그녀는 섹시했다.

“…유진 경. 솔직하게 말하죠. 매일 밤 이러면 곤란해요.”

“남작 부인. 부인도 저와의 밤을 즐기고 계시지 않습니까.”

남작 부인에게 손을 뻗었다. 속옷을 천천히 벗겼다. 미녀의 팬티를 벗기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그녀의 다리를 잡아 양옆으로 벌렸다. 튼실한 허벅지 사이로 검은색 음모가 조금 거슬렸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지를 벌렸다. 약간이지만 이미 젖어 있었다. 나와의 밤놀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지를 꺼내 그녀의 보지에 비볐다. 두툼한 소음순이 귀두를 간질였다. 귀두가 육단지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귀신같이 허리를 뒤로 뺐다. 찍, 귀두에 묻은 애액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응, 경의 말대로 저도 이 밀회를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경…. 아무리 그래도 매일 새벽까지 이럴 수는 없어요. 체력적으로 한계예요.”

나와는 달리 그녀는 평범한 여자였다. 매일 5시간 이상 하는 섹스는 힘들 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도시엔 다른 미녀도 많지.’

남작 부인 한 명에게 목매달 필요는 없다. 저택에서 일하는 시녀 중에도 내 눈에 들어오는 미녀도 있고.

“알겠습니다. 부인. 오늘부터 적당히 하겠습니다. 매일 밤 하는 것도 힘드니, 일주일에 두 번은 어떻습니까.”

“…두 번은 너무 적고 세 번이 적당할 것 같네요.”

일주일 동안 여기에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러죠.”

자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질벽이 부드럽게 내 질벽을 감싸온다.

내 허리가 몇 번 움직여 남작 부인의 보지를 들쑤셨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버티던 그녀의 상체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나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하악, 하앙, 아아앙!”

남작 부인은 팔목으로 눈가를 가렸다. 그러나 오뚝한 코와 벌어진 붉은 입술이 그대로 보였다. 벌어진 입에선 붉은 혀가 삐져나와 흔들렸다. 그녀만의 버릇이었다. 잔뜩 흥분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마치 더위 먹은 개처럼 숨을 헐떡였다. 신분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천박함이 날 꼴리게 했다.

“흐읏, 흐아아아아아앙!”

남작 부인의 허리가 위로 떠오른다. 동시에 그녀의 혀가 날 놀리듯이 꿈틀거린다. 나는 그녀의 입안에 손가락을 쑤셔 넣으며 사정했다. 그녀의 혀가 내 손가락을 마구잡이로 할짝였다.

???

침대에 뻗어 세상모르게 잠든 남작 부인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주위를 노려봤다. 천안을 발동한 내 눈에는 주위 상황이 투시되어 보인다. 투시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마나 소모가 좀 많아지긴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성에 집사가 없군.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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