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1화 〉 961. 무지개 과일
성스러운 철퇴로 이단을 쳐죽인 콜만은 만족하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차가운 눈길에 병사와 기사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남작 부인의 몸은 미세하게 몸이 떨렸다.
“부인. 이 자는 이단이오. 보통의 이단이 아니오. 괴물이 되어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는 건, 악신 브라마센의 축복을 받은 사제라는 뜻이지.”
“저, 전 그가 이단의 사제인 줄 몰랐어요! 제가 레빌리디 가문에 시집오고, 십몇 년이 지났는데 이단의 낌새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요!”
남작 부인이 발작하듯 말했다. 이해한다. 성스러운 철퇴가 자신의 골통에 떨어질 수 있는데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거기에 가족과 친척까지 모조리 죽여버릴 기세인데 어떻게 안 쫄겠어.’
나는 부러운 눈으로 콜만을 바라봤다. 콜만이 가진 저 권력. 가지고 싶었다.
“평범한 이들이 이단을 구분하는 건 어렵지. 부인이 이단의 존재를 몰랐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오.”
“이단의 괴물이 죽었어요. 레빌리디는 이제 안전한 도시가….”
“그건 아니오. 이 도시에 이단의 사제가 나타났다는 건, 도시는 이미 어느 정도 이단으로 물들였다는 말이오. 그리고 이단의 사제가 죽기 전에 말하지 않았소? 이미 늦었다고. 아마 그 말은 사실일 것이오.”
남작 부인의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요동친다.
“콜만 님! 도시를 불태워선 안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그것만큼은…!”
“내가 불태운 도시가 몇 개 있긴 하나, 레빌리디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오.”
남작 부인이 눈에 띄게 안도했다.
“허나 내 일은 끝난다는 말은 아니지. 이단을 색출할 것이오. 남작 부인은 협조해주시오. 병사, 기사, 하인 가릴 것 없이 몸을 확인해야겠소. 예외는 없소.”
“……저도 말인가요?”
“예외는 없다고 했소.”
“제 몸을 확인하시겠다고요? 저는… 레빌리디 가문의 안주인이에요!”
“귀족이라 해서 이단이 아니라는 법은 없소. 나는 지금까지 30명이 넘는 귀족들을 죽였소. 어느 의미로 귀족이기에 이단에 더 쉽게 빠질 수 있소.”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콜만을 노려봤다. 이 새끼가 지금 권력을 이용해 내 여자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건가?
그러나 잠깐 지켜본 결과 콜만의 눈에선 흑심이 보이지 않는다. 남작 부인을 보는 시선 자체가 무감정하다. 집사를 죽일 때의 격렬한 눈에 비하면 죽은 눈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부인. 나는 이단심문관이요. 협조하지 않는다면 나는 부인이 이단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소.”
콜만이 철퇴를 만지작거렸다. 진심이었다. 이 미친놈은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보이면 남작 부인의 뚝배기도 깨부술 것이다.
“……알았어요.”
남작 부인이 모멸감에 떨며 말했다.
“확인은 내가 직접 하겠소. 여신께 맹세코 다른 마음은 없소. 나는 셀 교단의 이단심문관이요.”
나는 남작 부인의 앞으로 나섰다.
“콜만 님. 남작 부인의 기사인 유진입니다. 저는 콜만 님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콜만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무감정한 시선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훑고 지나간다.
“나를 믿지 못하겠다고? 자네는 여신님을 믿지 않는 건가?”
“물론 여신님을 믿습니다. 그러나 콜만 님은 여신님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여신을 저버리고 부패한 이단심문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 있습니다.”
“내 신앙을 의심하는 놈이로군.”
콜만이 나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동시에 내 손이 움직였다. 스르릉. 검집에서 검을 빼내고 철퇴를 맞받아친다. 콜만이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내 양팔은 반동에 덜덜 떨렸다.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농부 출신의 운 좋은 기사로 보였는데… 보통 실력이 아니군.”
콜만의 눈에 흥미가 서렸다.
그가 다시 다가온다. 어깨가 위로 올라가며 철퇴를 휘두른다. 그 깔끔한 동작과 정확히 계산한 사거리에 반격은 불가능했다. 검을 옆으로 세워 철퇴를 막아냈다. 콜만은 반대 손으로 허리춤에서 숏소드를 꺼내 내 목을 노렸다.
나는 과감히 검을 버리고, 발차기를 날렸다. 그냥 발차기가 아니다. 갑옷을 입은 발이다. 콜만이 뒤로 물러났다. 그는 더 싸울 생각이 없는 철퇴와 숏소드를 갈무리했다.
“여기 오기 전에 이단의 시체가 널브러진 마을을 보았지. 한 명의 솜씨라 누가 그랬는지 궁금했었는데, 당사자가 여기에 있었군.”
내가 시작한 마을을 보고 온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괴물로 변해서 절 덮치더군요. 문제 있습니까?”
“어떠한 문제도 없다. 네가 한 일은 옳은 일이다. 너는 나를 믿지 못하겠다고 했지. 그러나 남작 부인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그러니 너도 그 자리에 참석해라. 물론 부인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남작 부인을 바라봤다. 남작 부인이 고민했다. 시선이 있으니 고민하는 척하는 거다. 그녀의 결정은 이미 정해졌다.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이단심문관과 단둘이 있는 것보다는 몸을 섞은 충성스러운 기사가 함께하는 편이 몇 배나 나으니까.
“…유진 경.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제 목숨을 걸고 부인을 지키겠습니다.”
“더 시간을 소비할 것 없겠군. 지금 이 순간에도 이단은 증식하고 있으니 확인 작업을 시작하지요.”
우리 셋은 밀폐된 방에 들어갔다.
“하는 김에 유진 경. 자네도 확인하지. 두 사람 모두 옷을 벗으시오.”
그럴 거라 예상했다. 저 이단심문관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종류의 인간 같았으니까.
나는 거침 없이 옷을 벗었다. 남자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는 건 기분 나빴지만, 이왕 하게 된 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반면에 레빌리디 남작 부인은 망설이고 부끄러워한 끝에 드레스를 벗었다. 다시 봐도 꼴리는 몸매였다. 애 두 명을 출산한 몸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그녀의 형기가 코끝을 때린다. 자지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뒤돌아 서보시오.”
뒤돌아섰다. 콜만의 태도는 시종일관이다. 무심하게 나와 남작 부인의 몸을 훑어봤다.
“상체를 숙이고 엉덩이를 벌리시오.”
“그게 무슨…!”
남작 부인이 기겁했다. 이건 나도 좀 빡치는데.
“치욕적이란 걸 알고 있소. 그러나 성기나, 항문에 이단의 흔적이 있는 경우도 많소.”
이게 다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콜만의 시선을 무시하고 남작 부인만 봤다. 남작 부인의 항문과 보지가 고스란히 보였다.
익숙한 보지다. 그러니 자극될 리가 없다. 라고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보지는 항상 자극적이다. 그리고 안정적이다. 보지는 내게 밥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주식.
남작 부인의 보지 맛을 알기에 더욱더 군침이 나왔다. 자지가 서서히 한계까지 딱딱해진다.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보여주시오. 다음은 발바닥이오.”
그는 몸의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1분이면 끝났다.
“이단이 아닌 걸 확인했소. 나는 다른 이들을 확인하러 가겠소. 부인과 경은… 보통 사이가 아닌 듯하니 알아서 하시오.”
나와 남작 부인의 관계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남작 부인은 그가 나가자마자 몸을 휘청였다.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잡았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적어도 이걸로 이단의 낙인을 찍힐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남편이 정말 이단이라면….”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 던전 속 세계에 대해서 잘 몰라도 가족이 한 번에 처형당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부인. 제가 있습니다. 제가 반드시 부인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물론 공자님과 아가씨도 제가 지키겠습니다.”
“아, 아아… 유진 경….”
남작 부인의 가느다란 손이 내 몸을 만진다. 부드럽고 따뜻한 체온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자지를 허벅지에 비볐다.
“제가 믿을 수 있는 건 유진 경밖에 없어요. 유진 경, 이단심문관을 도와 제 남편을… 아니, 이단자를 죽여 주세요. 유진 경이 공을 세워야 저와 제 자식들이 살 수 있어요.”
남작 부인이 아양을 떨었다. 젖가슴을 내 몸에 비비고, 가는 손으로 내 자지를 애무했다. 입으로는 뜨거운 숨을 흘렸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부인.”
“유진 경… 전 제 옆에 항상 유진 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부인의 옆에 서고 싶습니다.”
내 자지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아쉬웠다. 여긴 던전 속. 유희 세계도 아니었기에 공략이 끝나면 먼지처럼 사라질 세계였다.
“하윽, 앙! 유진 경…! 더 격렬하게 해줘요!”
???
나는 영주대리인 남작 부인의 허가를 받고 기사와 병사 일부를 부렸다. 이들을 데리고 이단심문관 콜만을 돕는 게 내 일이었다.
그러나 시작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림이 발생하고 있었다.
뒤쪽.
레빌리디의 기사들이 저들끼리 모여 신나게 내 뒷담을 까고 있었다.
“남작 부인의 생각을 모르겠군. 왜 신참 기사, 그것도 농부 출신 따위에게 지휘권을 주신 거지?”
“그야 뻔하지. 남자 부인과 밀회를 하는 사이라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겠나.”
“후우. 나는 지금까지 남작 부인이 현명하고 특별한 여성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평범한 여자였나.”
“저 품위 없는 농부도 가능한 일이라면… 나도 부인을 안을 수 있겠군.”
전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1명씩 떨어져 있을 때는 몰라도 서로 뭉쳐 있으니 자신감이 샘솟은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무시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새끼는 감히 내 여자를 노려? 이건 선 넘었지.’
나는 몸을 돌렸다. 주위에 있던 콜만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성큼성큼.
기사의 무리로 다가갔다. 기사들은 흠칫 놀랐다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고 날 맹렬히 노려봤다.
내 시선은 선을 넘은 기사에게 향했다. 키가 작고 입가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였다.
“유진 경. 내게 할 말 이라도 있나?”
“너는 기사의 도리를 져버렸다. 주인인 남작 부인을 욕봤지. 네놈에겐 기사의 자격이 없다.”
“기사의 자격? 농부 출신에다가 기사가 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네가 기사의 자격을 논하니 어이가 없군. 그리고 네놈의 말은 틀렸다. 우리의 주인은 남작 부인이 아니다. 영주님이야 말로 우리의 충성을 받는 분이시지. 남작 부인은 영주 대리일 뿐이다.”
“내 주인은 남작 부인이다. 내 주인을 모욕한 대가를 받아야겠군.”
기사의 어깨를 잡았다. 마나까지 사용해 힘을 강화했다. 놈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진다.
“크억?!”
스르르릉.
검을 뽑아냈다. 당황한 놈과 기사들이 대응하려고 했으나, 내 검이 놈의 목을 꿰뚫는 게 훨씬 빨랐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꺽꺽거리는 목소리는 덤이다. 나는 담담하게 검을 움직여 그의 목을 잘라냈다.
데구르르르.
기사의 머리가 발치를 구른다.
“이런 미친놈이!”
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병사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치를 살폈다.
나는 검에 검기를 일으켰다. 푸른 검기가 불꽃처럼 타오른다. 기사들이 긴장했다.
“너희에게 기회를 주지. 검을 집어넣어라.”
“…넌 바르고를 죽였다.”
“바르고인가 뭔가 하는 새끼는 선을 넘었어. 너희도 들어서 알 텐데? 마지막 기회다.”
“…….”
기사들은 내 검을 보고 전투 의지를 없앴다. 화르륵 타오르는 검기. 저들은 이 정도로 선명한 검기를 만들지 못한다.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설 준비를 했다. 나를 보는 콜만의 시선이 따가웠다.
“콜만 님.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아닐세. 기사 간의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 기사는 내가 볼 때 이단일 가능성도 있었네.”
“이단… 말입니까?”
“이단인 영주를 두둔하지 않았던가. 이단을 두둔하는 자도 이단이지.”
콜만의 말을 들은 기사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들 모두가 영주를 자신의 주인이라고 했으니까. 콜만은 기사들을 살벌하게 노려본 뒤 다시 시선을 내게 주었다.
“유진 경, 혹시 이단심문관이 될 생각 없나? 자네라면 뛰어난 이단심문관이 될 수 있을 거야.”
“죄송합니다. 저는 남작 부인의 기사로 남을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이단심문관이 아니더라도 이단은 충분히 죽일 수 있습니다.”
“아쉽군. 그럼 출발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