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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8 - 978. 광명승천도 (758/2,000)

〈 978화 〉 978. 광명승천도

나는 그에게 묵지련(墨地聯)이란 세력에 관해 더욱 자세히 물었다.

묵지련은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세력이었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조폭. 아니, 마피아에 가까운 범죄 세력이다.

암시장, 인신매매, 도박, 살인청부 등의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해오는 곳이다.

그는 묵지련에 대해 말하면서도 몸을 벌벌 떨었다. 묵지련에 대한 두려움이 뼛속까지 들어차 있었다.

“묵, 묵지련과 싸울 생각이시라면 그만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무리 대협이라 하더라도 묵지련은 상대할 수 없습니다….”

“이게 어디서 주제넘게 훈수 질이야.”

딱!

내게 또다시 한 대 맞은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야, 성지곤! 너도 이야기는 들었지?”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성지곤을 불렸다. 성지곤은 할망구를 엎드리게 하고 후배위를 즐기고 있었다.

“어, 어, 응. 듣긴 했어. 유진아.”

“저녁때 묵지련에서 사람이 온다는데 어쩔래?”

“난… 유진이 네 뜻에 따를게. 할망구! 내 좆은 어때?!”

“좋아요…! 좋아…!”

“크윽, 어머니…!”

분명 그럭저럭 정리된 상황인데 어째 개판인 것처럼 느껴졌다.

“수면제에 당해 잠든 단원들은 언제쯤 일어나지?”

성지곤처럼 일일이 약 기운을 뇌기로 태워 깨우기 귀찮았다.

“앞으로 2시진 정도면 깨어날 겁니다.”

“2시진? 생각보다 짧군.”

“짧지만 아주 깊게 잠듭니다. 죽어도 모를 만큼….”

“그렇긴 한 것 같더라.”

2시진. 시간으로 따지면 4시간이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리고 깨어날 때쯤 다시 먹이면 또 재울 수 있다고 한다.

‘저녁쯤 돼서 일어날 테니 굳이 깨울 필요는 없겠군.’

???

해가 어둑해지고 실혼약에 당해 깊게 잠들었던 철오단 단원들이 일어났다. 나는 대충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들의 얼굴이 경악과 분노로 일그러진다.

“이런 씨발!”

“수면제에 당하다니!”

“성유진 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와 성지곤이 굳이 객잔에 가서 쉬자고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들도 눈치가 있었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단원들은 분노하면서도 어느 한쪽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커억! 컥! 죽어…! 나 죽네에에!!”

할망구가 성지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성지곤은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정력이 뛰어나긴 한데 나처럼 무한하진 않았다. 그는 한정적인 정력을 경험과 테크닉으로 극복했다.

“서, 성지곤 님이 저런 분이셨나…?”

“정말로 저런 할망구를 따먹다니….”

“어, 어째 꼴리는걸? 저렇게 허리를 흔드는 걸 보면 할망구의 보지가 끝내주는 걸지도.”

모두의 경악한 시선이 한 사람에게 향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당연히 농담이지.”

단원들의 분위기가 풀렸다. 다만 성지곤을 보는 눈에는 두려움이 실려 있었다. 기괴한 것을 보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허억, 헉! 간다아아!”

“오매애애!”

성지곤의 마지막 사정이 시작되었다. 그는 할망구와 입까지 맞추고 늙은 보지에 뜨겁고 싱싱한 정액을 분출했다. 뒤엉킨 두 사람의 몸이 구더기처럼 꿈틀거린다. 할망구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실신했고, 성지곤은 상쾌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맛있는 할망구였어. 한 번만 따먹기 아까울 정도야. 유진아. 이 할망구는 데려가면 안 될까?”

“상관없지. 네가 알아서 관리해.”

“걱정하지 마. 우영태가 도와줄 테니까.”

우영태와 함께 낯빛이 흙으로 변한 인물이 있었다. 할망구의 아들이었다.

“아, 안 됩니다! 어머니를! 어머니를 살려주십시오! 그 나이에 성노예 취급을 당하면… 결국 죽게 될 겁니다!”

단원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놈이 저 지랄을 하니 열이 뻗친 거다. 여기에 내가 없었으면 낭인들은 그를 죽도록 두들겨 팼을 것이다.

“우영태.”

“네. 성유진 님.”

“이젠 저 새낀 네 친구다. 알아서 관리해.”

“알겠습니다.”

우영태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당하고만 살던 우영태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이 생긴 순간이었다.

“유진아.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는 거야?”

옷을 갈아입은 성지곤이 산뜻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전원이 나를 보고 있다.

“조금 있다가 묵지련이란 곳에서 사람이 올 거다. 이놈이랑 거래하려고 오는 놈이야. 우린 그놈들의 주머니를 털어먹는다.”

“성유진 님! 묵지련이라고 하셨습니까?!”

철오단의 단장 진구언이 심각한 얼굴로 물어왔다.

“왜. 아는 놈들이야?”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낭인 중에서 모르는 놈은 없을 겁니다. 묵지련…. 그놈들은 일개 낭인단이 감당하기엔 힘든 놈들입니다. 약 5년 전에 불쑥 나타난 놈들인데 이 근처 음지를 순식간에 장악해버렸습니다.”

나는 다른 단원들을 살폈다. 그들도 진구언처럼 묵지련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진구언. 난 묵지련 전체와 싸우자는 게 아니야. 여기에 오는 묵지련 놈들의 주머니를 털어먹자는 거지.”

“그 뒷감당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뒷감당? 야, 우리 목적이 뭐야. 만무탑이잖아. 만무탑에 들어가서 무공이랑 영약으로 강해지는 거야. 그다음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반을 잡으면 돼. 아니면 뭐야. 여기로 돌아올 거야?”

“그…. 가족들이….”

“너희 절반 이상이 가족 없잖아. 그리고 만무탑에서 강해지고 난 뒤에는 묵지련인가 뭔가도 너희를 못 건드려. 그리고 오늘 얻은 이익은 정확하게 나눠 줄게. 공동 분배한다고. 내가 듣기로는 그놈들은 못해도 금 200냥은 가지고 온다더라.”

“금 200냥… 사실입니까?”

“사람 사려고 오는 놈들이야. 당연하지.”

꿀꺽.

여기저기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구체적인 돈이 나오자 낭인들의 눈빛이 변했다. 금 200냥이면 한 사람당 금 6냥은 얻을 수 있다.

“정말 공평하게 분배해주시는 겁니까?”

“진구언. 요새 덜 맞았지?”

“…죄송합니다. 믿겠습니다.”

“그놈들을 얕잡아 봐선 안 된다. 그러니 작전을 짜겠다. 우리가 당한 실혼약. 그거 한번 사용해 보자고.”

???

일련의 무리가 오동객잔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 모두가 삿갓을 쓰고 흑색 장포로 걸쳤다. 누가 봐도 수상한 7명은 어둠을 틈타 오동객잔에 들어섰다.

“어, 어서 오십시오. 묵지련에서 나오셨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동객잔의 주방장인 신구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반겼다. 7명 중 한 명,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나섰다. 신구보는 그가 익숙했다. 상대는 단골이었다.

“오랜만이군. 그런데 마요가 안 보이는군?”

“네, 오랜만입니다. 모비설 님. 어머니는 지금 기절했습니다. 처음으로 30명이 넘는 월척이 걸렸던지라….”

“무리했나 보군. 나이도 나이이니 힘들겠지.”

“그, 그래도 정정하십니다.”

신구보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모비설에 심장이 발광하는 걸 느꼈다. 원래 신구보는 얼굴과 몸에 구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성유진이 준 물약으로 인해 깔끔하게 나은 상태였다.

‘제발… 이상함을 깨달아줬으면… 이대로 어머니를 성노예로 끌려가게 둘 수는 없어. 그리고 나까지 부려 먹힐 거야….’

모비설에게 직접 도와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현재 그의 어머니는 낭인단에게 붙잡혀 있었다. 자신이 돌발행동을 하는 순간 어머니는 죽을 것이다.

“요리는….”

모비설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한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인육. 사람을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였다. 사람의 손과 발, 내장과 뇌가 먹음직스럽게 요리되어 있었다.

“완벽하군. 냄새만으로 군침이 돌아. 역시 요리 실력이 뛰어나.”

“치, 칭찬 감사합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런데 다른 인간들은 어디에 있지?”

“옆방에 치워뒀습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음. 그래.”

모비설을 비롯한 묵지련의 사람들은 삿갓을 벗었다. 멀쩡한 사람의 형상을 한 건 3명밖에 없었다. 나머지 4명은 얼굴이 뒤틀리거나, 눈이 4개거나, 입이 3개 등등의 기괴한 얼굴이었다. 마공을 익힌 마인, 그리고 태생부터가 다른 요괴가 그들의 정체였다.

모비설은 요괴였다. 중후한 목소리와 다르게 그의 얼굴은 갓난아기의 것이었다. 머리카락은 없고 볼살은 두툼하며 두 눈을 동그랗다. 그러나 벌린 입에서는 삐죽한 이빨이 가득했다.

모비설의 젓가락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뇌 요리였다. 부드럽게 삶아진 인간의 뇌를 젓가락으로 잘라 입안에 넣었다. 그의 얼굴이 대번 찌푸려졌다.

“이건… 평소보다 별로군.”

“죄송합니다. 뇌요리는 원래 어머니가 전문인데… 지금 어머니가 잠든 상태라….”

“어쩔 수 없지.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니 그냥 먹지.”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크으…. 역시 눈깔이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지….”

“인간은 허벅지살이 가장 맛있다. 내장을 먹는 이유를 모르겠군.”

“내장안 먹으십니까? 그 창자 볶음은 저 주시죠.”

“가장 맛있는 건 거시기야. 이 튀긴 거시기 좀 봐봐.”

“아이고, 누님. 그렇게 거시기가 좋으시면 제 거시기 좀 빨아주시지요.”

“까 봐. 빨아줄게. 대신 마지막에는 씹어 먹을 거야.”

그들은 낄낄 웃으며 인육을 즐겼다.

쿵.

그들 중 누군가의 머리가 탁자 위에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의 시선이 쓰러진 남자에게 향했다.

쿵. 쿵. 쿵.

이어서 그들이 잠에 빠지며 쓰러졌다.

유일하게 남은 모비설은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분노의 일갈을 내질렀다.

“신구보!! 네놈 음식에 약을 탔구나!”

“히익! 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겐 어머니가 전부입니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쿵.

모비설의 커다란 머리가 탁자 위로 쓰러졌다.

신구보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걸로 자신과 묵지련은 두 번 다시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

“잘했어, 신구보.”

객잔 밖에 몰래 숨어 있던 성유진과 낭인들이 객잔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

나는 바닥에 무릎 꿇은 신구보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었다. 신구보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헉…. 진짜 인육을 먹는 놈들이군.”

“마인인가?”

“요괴다. 요괴. 인간인 척하는 요괴.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게 되니… 역겹군.”

“유진아! 이거 좀 봐! 이 여자 입이 세 개야!”

나는 그들을 돌아봤다. 입이 세 개인 여자는 양쪽 뺨에 입이 2개 더 있었다. 못생긴 년이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해, 기회잖아. 전부 죽여. 그리고 가진 물건을 털어.”

“네. 성유진 님.”

“헉! 이 주머니에 금자가 가득합니다!”

“이놈은 무공도 가지고 다니는데?”

“영단이다!”

“이 묵직한 주머니를 봐! 안에 금자가 가득하다고!”

단원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주머니를 털면 털수록 값비싼 것들이 튀어나왔다.

내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일이 쉽게 풀렸다.

“공동 분배할 거니까 전부 가져와. 그리고 저 새끼들 죽이라고.”

“옙!”

단원들이 무기를 들었다. 푹, 푹푹푹, 푹. 살을 찌르는 소리가 울렸다. 피가 바닥에 고인다. 저들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라.

“저, 성유진 님. 이상한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쪽지?”

진구언이 내게 쪽지를 건넸다. 나는 쪽지를 보고 두 눈을 치떴다. 0-0 이 세계에 있을 수 없는 지구의 문자였다.

‘…아니, 잠깐. 이건 지구의 문자로 암호로 사용하는 건가?’

[광명승천도]는 여러 세계가 뒤섞여 있다. 그중에서 지구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나를 제외하고 두 명이다.

한 명은 이세계 천마의 주인공이었던 신종우. 차원이동 한 그는 내 손에 죽었다.

다른 한 명은 ‘깨어나 보니 천마가 되어 있었다.’의 주인공이다. 명명하기로 빙의 천마다. 이놈은 착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용할 건 철저히 이용하는 놈이다. 그게 설령 악의 세력이라 할지라도.

‘묵지련의 뒤에 그놈이 있는 건가.’

묵지련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어, 어어?”

“이, 이 새끼 뭐야!”

“왜 안 죽어?!”

“뭔가, 뭔가 위험합니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온몸에 칼이 쑤셔진 아기 얼굴의 남자.

‘이름이 모비설이라했던 요괴였던가?’

놈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흐르고, 몸통에는 칼 3개가 박혀 있었다.

“응애. 아주 깜찍한 짓을 해주는군. 낭인 버러지들. 너희 모두 영혼까지 쪽쪽 빨아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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