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985 - 985. 광명승천도 (765/2,000)

〈 985화 〉 985. 광명승천도

“진구언!! 멍청한 짓 하지 마라! 너희가 나 없이 저 망할 두꺼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좀 힘들긴 하겠지. 허나 못할 것도 없다. 우리에겐 저런 요괴를 잡아본 경험이 몇 번이나 있다.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단장! 저딴 두꺼비는 오히려 쉬운 편에 속하죠!”

“가자! 놈을 죽여라!”

철오단의 단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출지에 이른 단원이 앞에 나서고, 나머지는 뒤에서 돌멩이를 던지거나 활을 이용해 엄호한다.

‘이거 씨발. 내가 몬스터가 된 기분이잖아.’

기본적인 레이드 대형이다. 나는 혀를 찼다. 내가 철오단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채앵!

진구언의 칼을 튕겨낸 나는 화염두꺼비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화염두꺼비는 이쪽을 보면서 성지곤을 상대하고 있었다. 성지곤은 날 도와줄 여력이 없어 보였다.

“진구언!! 잘 생각해라! 저 두꺼비가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 하냐? 너희도 죽는다!”

“멍청한 건 너다. 저런 요괴는 지성은 없지만, 뛰어난 본능이 있다. 본능적으로 강자를 노리지. 봐라, 저 두꺼비의 눈은 우리가 아닌 네게만 향해 있다. 우리와 저놈은 네가 죽기만을 원하고 있다.”

쐐애애애액.

화염두꺼비의 혀와 철오단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온다. 진구언과 그 부하들의 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찰나를 사용하더라도 전부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피해를 감수하고 반격한다. 찰나!’

사고 속도가 빨라진다. 느려진 세계에서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맞기로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푹, 화살이 어깨에 박혔다. 고통에 미적거릴 시간은 없다. 곧장 칼을 세워 진구언의 칼을 막아내고 몸을 땅바닥으로 확 숙여 두꺼비의 채찍 같은 혀를 피했다.

‘뇌전, 지뢰!’

파지지직.

뇌전을 휘감은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찍었다. 전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위로 솟구친다.

“크아아아악!”

뇌전에 감전당한 단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생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정말 위험했더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을 테니까.

‘어쨌든 기회다.’

철오단의 구심점은 진구언이다. 진구언이 죽으면 저들의 사기를 바닥을 칠 것이고, 나를 향한 두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죽어라, 진구언!!”

영천류(影天流) 뇌광(雷光).

화련비도가 붉은 빛살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시기적절하게 화염두꺼비의 혀가 내 오른 다리를 노린다.

나는 공격을 중단하고 바로 백스텝을 밟았다. 뒤로 물러나며 화염두꺼비의 상태를 확인한다. 성지곤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가슴팍에 남은 자국을 보니 화염두꺼비의 앞발에 얻어맞은 모양이다.

“성지곤!! 죽었냐?!”

“안 죽었어. 잠깐 실수했을 뿐이야.”

성지곤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은 투지로 빛나고 있었다. 성지곤은 한층 더 성장했다.

“친구의 안위까지 걱정하나? 여유만만이시군.”

진구언의 거대한 칼이 내 정수리를 노리고 떨어진다. 나는 그것보다 뱀처럼 땅을 기어 다리를 노리는 화염두꺼비의 혀가 더 신경 쓰였다.

‘스톰브레이커.’

왼손에 검 형태의 스톰브레이커를 소환해 진구언의 칼을 쳐내고, 오른손으로 화련비도를 바닥에 찍었다. 화염두꺼비의 혀가 칼에 꿰뚫려 고정되었다.

“그 물건을 소환하는 능력. 이미 알고 있었다!”

진구언의 소매에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비수가 소리 없이 튀어나왔다. 비수의 끝에는 검은색의 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다. 보나 마나 독이다.

비수는 내 옆구리를 노리며 그 칼날이 톱날처럼 변했다. 평범한 비수가 아닌 법기다.

사방에서는 단원들이 내 몸을 쑤시려고 일제히 들어온다.

“쓰읍.”

천마신공의 마기를 끌어 올리며 진각을 밟았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충격파가 발생하며 적들을 날려버린다. 진구언도 예외가 아니다. 빈틈이 벌어졌다. 아주 치명적인 빈틈이.

“진구언. 좀 놀라긴 했으나 결국은 여기까지다.”

“아직 안 끝났어!”

진구언이 아니다. 그 부하인 우영태의 목소리다. 나는 우영태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고작해야 이제 막 출지의 경지에 오른 놈이다. 위협적이지 않다.

진구언을 죽이기 위해 땅을 박차는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내 다리를 끌어당겼다. 시선을 내렸다.

‘밧줄? 언제 감았지?’

밧줄을 쥐고 있는 건 우영태였다. 같잖다.

파지지직.

뇌전이 밧줄을 타고 우영태에게 향한다. 우영태는 이를 악물고 전류를 감당했다.

“유진아!!”

성지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화염두꺼비가 날 향해 입을 쩌억 벌리더니 화염을 내뿜는 것이다. 우영태가 노린 게 이거였다.

‘스톰브레이커 방패 형태.’

쿵! 커다란 타워 실드가 나타났다. 나는 한 손으로 방패를 고정하며 화염방사를 막아냈다. 돌아본 우영태는 감전에 의해 기절한 상태였다. 한껏 달궈진 타워 실드를 버려두고 끝장을 내기 위해 움직였다.

되려 진구언이 내게 달려들었다. 커다란 참마도에 서린 붉은 도기(刀氣)가 3개로 갈라진다. 좌우와 정면으로 나를 노린다.

‘거의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 위협적이긴 한데… 어설프게 보이는군.’

영천류(影天流) 뇌광(雷光).

푸른 참격이 진구언의 도기와 칼을 단숨에 베어냈다. 지난 수련을 통해 뇌광은 정확도만이 아니라 위력까지 올라갔다.

“네놈은 가진 게 많더군. 하지만 너만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진구언의 손바닥에 주홍색 기운이 서린다.

‘…모비설의 주홍신장? 과연. 나 몰래 비급을 빼돌리고 수련했었나.’

그러나 놈의 손바닥이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푸욱.

진구언의 뒤에서 나타난 검이 놈의 등을 꿰뚫었다. 진구언이 두 눈이 커지고 손바닥이 아래로 내려간다. 진구언은 죽기 직전에 내 오른손목을 바라봤다. 작은 검이 장식된 팔찌, 유성검천(流星劍釧). 허공에 유성검을 소환해 떨어뜨리는 법기. 유성검의 크기와 떨어지는 위치와 각도 정도는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빌어먹을 새끼…. 가진 것도 엄청나게 많군.”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가졌어.”

놈이 바닥에 엎어진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안 되겠다. 같이 지옥에 가자!!”

진구언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 빠각. 비수가 부서지고 보라색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온다. 독연기다.

“진짜 비장의 수, 이거냐?”

“호흡을 멈춰도 소용없다! 이 독은 네놈의 피부로도 흡수되니까!”

파지직, 파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을 뿜었다. 저번에 수면제의 기운을 뇌기(雷氣)로 태워 없앴던 것처럼, 뇌전으로 독연기를 태워 없앴다. 순식간에 제압되는 독연기를 본 진구언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진다.

“씨바아알!! 꺽!”

진구언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졌다. 이미 유성검에 심장이 꿰뚫린 놈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퍼억!

진구언의 머리를 발로 찼다. 허공을 날아가던 머리통은 나무와 부딪혀 터졌다.

‘진구언을 죽였으니 급한 건 화염두꺼비인데… 허. 아까부터 묘하게 조용하더니 죽었군.’

화염두꺼비도 죽었다. 그 앞에 상체의 절반 이상 화상을 입은 성지곤이 바닥에 앉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의 검에는 화염두꺼비의 검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성지곤의 실력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아까 화염두꺼비가 화염을 내뱉었을 때를 노린 건가?’

화염두꺼비는 시종일관 나를 노렸다. 그게 화염두꺼비의 패착이었다.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은 남아 있었다.

철오단의 단원들은 내 시선을 느끼고는 사색이 되었다. 도망가는 이들은 없었다. 내게서 도망가는 일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서, 성유진 님.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사실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장이…! 아니, 진구언이 우리를 협박했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나는 서늘하게 웃었다.

“혀가 길다. 배신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뭐, 난 자비로우니 좀 더 살게 해주마.”

철오단 단원 전원의 오른팔을 베고, 목에 밧줄을 묶었다. 돌아가는 머리가 있는 놈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시끄럽게 떠드는 놈이 있으면 왼쪽 팔도 잘라줬다.

이어 성지곤에게 다가갔다.

“고생했다, 지곤아. 죽는 건 아니지?”

“으으…. 아파 죽을 것 같아. 금창약 좀 주라. 그거라도 바르면 좀 낫겠지.”

“그럴 시간에 8층으로 올라가서 회복술사들한테 치료받는 게 나아.”

“그래. 빨리 가자.”

성지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고통이 심한 듯 비틀거리면서도 계단을 뛰듯이 올라갔다. 나는 철오단원들을 데리고 느긋하게 그 뒤를 따랐다.

‘내 계획과는 좀 꼬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됐군.’

???

“7층 시련을 통과하신 걸 축하합니다.”

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한 번 훑어봤으나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술법사의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맞아요. 좀 도와주세요. 피부가 화끈거려서 너무 아파요.”

“술법사를 불러오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었는지 3분도 지나지 않아 술법사가 나타났다. 성지곤은 술법사의 치료를 받았다. 그의 상체의 화상이 빠르게 사라진다.

술법사는 이어 철오단원들을 살펴봤다.

“팔이 잘렸군요. 잘린 팔이 있다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만… 없는 것 같군요. 응급조치만 해두겠습니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병사들과 술법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의 살벌한 분위기를 눈치챘음에도 어떠한 말도 없다.

“시련 통과 보상은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6층의 보상보다 더 좋은 무공과 영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법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부 법기를 고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따라와 주십시오.”

병사들을 따라 움직였다. 그곳은 바닥에 이상한 술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 비슷한 걸 본 적 있지. 화월루에 있던 그거랑 비슷하군. 이게 좀 더 단순하지만.’

우우우웅.

술법진이 잠깐 빛났고, 우리는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다. 그곳의 바닥에도 전이진이 그려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넓은 공간에는 장식장이 가득했다. 장식장 내에는 온갖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 숫자만 ㄸㆍ져도 어림잡아 수십만은 될 것 같다.

“여기 있는 법기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법기에 대해 적어 놓은 것입니다.”

병사가 두꺼운 책을 건넸다. 바로 책을 펼쳤다. 법기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책을 몇 번 훑어본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쓸만한 법기가 없잖아.’

유성검천처럼 하늘에서 유성검을 소환하는 정도는 바라지 않는다. 유성검천 정도면 법기 중에서도 상위 이상이니까.

‘검날에 불을 일으키는 법기? 물에 젖지 않은 도포? 날을 갈지 않아도 되는 창? 좋은 향기가 나는 허리띠? 쓰레기들이 왜 이렇게 많아.’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게 거의 없다. 대부분 쓰레기다. 신기한 힘이 있기에 법기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이거 기장사(器匠士)들의 양산품이군. 아니지. 양산품이란 이름도 아까워. 초보 기장사들의 연습품이라 해야 하나?’

기장사.

법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자들을 일컫는다.

‘…그래도 법기이니 나중에 팔 수 있지 않을까?’

돈이 될만한 것들을 위주로 법기를 선택했다.

“이거, 이거랑 이거… 반짝이는 조각품이랑… 이거를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병사는 다시 묻지 않았다. 의문도 품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가져왔다.

“자, 잠깐! 그건 우리의 몫이 아닙니까! 우린 아직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맞아! 우린 선택하지 않았다고!”

“난 영약을 원해!”

철오단원들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병사는 담담히 그들을 무시했다. 병사들의 담담함으로 알아차렸다. 그들은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다.

나는 박스를 꺼내 그 안에 넣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뛰어난 공간함(空間函)이군요.”

감정이 없을 것 같던 병사가 내 스마트폰을 보고 감탄했다. 공간함. 이 세계의 인벤토리 같은 물건이다.

“내 보물이죠. 여기가 좀 더러워질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청소는 매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꼼수가 통하는 건 7층까지입니다. 8층부터는 저희가 제재할 겁니다.”

이런 꼼수에 대한 대책은 이미 있었던가. 하긴. 그런 식으로 하면 전부 만무탑의 보상이 전부 털리고 마니까.

“서, 성유진 님! 살려주십시오!”

철오단이 아우성쳤다. 도망가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도 있었다.

“진구언보다 오래 살았잖아. 그럼 된 거지.”

“유진아. 우영태는 내가 죽일래.”

나와 성지곤은 동시에 무기를 빼 들었다. 이윽고 단말마가 메아리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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