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4화 〉 101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나와 그녀들은 임시숙소로 돌아왔다. 장로가 임시로 내준 2층짜리 주택이다. 돌아오자마자 셋이서 함께 욕탕에 들어갔다. 거부하려는 엘레나를 고집을 부려 함께 들어왔다. 셋이서 같이 섹스를 해서 그런지 그녀도 한 겹 풀어진 것 같다.
따뜻한 물에 몸을 덥히며 생각에 잠겼다.
‘감시자도 없어졌으니 오늘 밤에는 진짜 3P로 간다. …엘노아도 불려서 4P를 할까? 나쁘지 않은데.’
히죽, 히죽 웃고 있으려니 한숨 소리가 들렸다. 엘레나였다.
“하아.”
“왜 한숨을 쉬고 그래?”
“방금전의 일이 떠올라서 그렇다. 그건… 너무 음탕했다. 죄악감이 차오르는군…. 발데르트 공작은 사실 음탕한 년이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끔찍하군.”
엘레나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목욕탕에 들어오기 전에 포도주를 원샷 때리길래 술에 취한 줄 알았더니 부끄러워서 그런 모양이다.
“어차피 다른 세계인데 뭔 걱정이야.”
“…그래.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라 마음을 놓았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실제로 죽는 게 아니니까.”
소환된 그녀는 죽어도 역소환될 뿐이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발데르트 가문도 이 세계엔 없다.
“그냥 즐기라고. 즐겨.”
나는 손을 뻗어 엘레나의 허리에 둘렀다. 엘레나는 내 손을 쳐낼까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한 듯 가만히 있었다.
“그래. 포기하겠다. 즐기기로 하지. 유진, 너를 갖고 싶어서 기 싸움을 했다면…. 원래부터 독점 가능성은 희박했지. 어느 정도 타협은 하겠다. 너는 내가 타협해야 할 정도의 남자니까.”
“날 독점하려 하다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대신 내가 널 독점해줄게.”
“부드럽게 말하고 있다만, 쓰레기 같은 발언이란 건 인지하고 있나?”
엘레나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가 뭐라 하든 내가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나는 내가 꼴리는 대로 할 거다.
“…문제는 네가 내 마음을 동하게 한다는 예쁜 쓰레기라는 거지. …문득 생각해보니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너를 사랑하는 것 같군.”
“내 매력에 홀딱 빠지셨군. 하긴. 내 좆을 한 번 맛보면 어떤 여자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가… 아악!”
엘레나가 내 자지를 꽉 붙잡았다. 자지가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고통에 부들부들 떨며 그녀에게 열 번이 넘게 사과해야 했다.
이어 엘레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유리아였다. 유리아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욕조 벽에 기대어 있었다.
“유리아. 너는 관심 없는 거냐? 아니면 관심 없는 척을 하는 거냐?”
유리아가 두 눈을 떴다.
“…엘레나 님은 제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으신가요?”
“기억을 잃었다는 핑계는 하지 마라. 기억을 잃어도 너는 너다. 너는 유진과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엘레나 님. 저와 여보는… 곧 결혼할 거예요. 유물의 시련을 통과하면… 전 기억을 찾고 더 강해질 테고, 여보는 저와 약속했던 대로 결혼해주시겠죠. 제가 처음으로 결혼하는 거예요.”
유리아가 결혼을 강조했다.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 유리아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 그녀와 결혼하기로 했었다.
여유롭게 웃는 유리아와 달리 엘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여유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나.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 마라. 지금은 네가 앞선다고 해서 끝까지 앞서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네. 그렇겠죠. 충고 감사합니다.”
유리아가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였다. 엘레나는 욕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혀를 찼다.
“…그런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여보라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괜찮아요. 이미 결혼은 결정된 일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우린 결혼을 약속한 사이니까요.”
엘레나는 본전도 찾지 못했다. 그녀의 목에 핏대가 섰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를 알아보니 전설에서나 나올법한 경지더군. 현재 이 대륙에는 그랜드 마스터가 한 명도 없다. 정녕 네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거라 단언하는가?”
“네. 전 할 수 있어요. 근거는 여보가 그렇게 믿어주고 있으니까요. 저 혼자로는 부족하더라도… 여보가 도와준다면 가능하겠죠.”
“쯧.”
유리아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녀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내 도움이 없더라도 시간은 걸릴지언정 분명 오르겠지.
‘유리아의 재능은 불가해의 수준이야. 그냥 그랜드 마스터도 아니고, 그랜드 아크메이지의 경지에 오르겠지. 마법을 익히지 않고 검술만 익혔다면… 이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었을지도….’
유리아가 움직였다. 내 오른편으로 다가와 내 팔을 품에 안았다. 풍만한 가슴의 압력이 팔뚝을 통해 전해진다. 시선을 마주하니 유리아가 방긋 웃었다.
“사랑해요, 여보.”
쪽. 유리아가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응. 나도 사랑해.”
나는 그녀의 품에서 오른팔을 빼,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내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잠깐! 왜 둘이서 꽁냥거리는 거냐.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
나는 엘레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아예 왼팔까지 펼쳐 주었다. 엘레나의 얼굴은 그 어느때 보다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엘레나는 나와 유리아를 번갈아 보다가 입술을 깨물며 다가왔다. 스스로 내 왼쪽 품 안에 안긴 것이다.
“사, 사랑한다. 유진.”
“나도 사랑해.”
뽀뽀는 없었지만, 만족한다. 둘이 있을 때면 모를까. 유리아의 시선이 있는데도 여기까지 한 엘레나의 노력이 가상했다. 엘레나의 등을 끌어안았다. 따뜻한 물 안에서 그녀들을 품에 안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었다.
자지도 동의하는지 물속에서 껄떡껄떡 거렸다. 그 모습이 웅장하게 헤엄치는 향유고래와도 같았다.
‘빨리 밤이 와야 할 텐데!’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밤이 찾아왔다. 나는 유리아와 엘레나와 함께 내일 아침까지 질펀하게 3P를 즐길 계획을 짜두었다.
‘우선은 두 사람에게 더블 펠라를 시켜보자. 엘레나가 반발하겠지만, 떼를 쓰면 괜찮을 거야.’
작은 침대를 보다 큰 것으로 바꿨다. 이제 그녀들만 방에 오면 된다.
그런데 마을이 어딘가 소란스러웠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빠르게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가 거슬린다.
‘왜 갑자기 지랄이야. 역병 때문에 격리 중인 거 잊었나? 단체로 맛이 갔어?’
오늘 밤은 중요한 일이었다. 유리아와 엘레나의 3P 섹스가 있는 날이니까. 물론 낮에 3P 섹스를 하긴 했지만… 그건 일종의 맛보기다. 3P라 하기에도 뭣하다. 같이 섹스한 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따로 섹스한 느낌이니까.
‘별 것도 아닌 일로 지랄을 했다면… 단단히 따져야겠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무 창문을 열어 밖을 살펴봤다. 엘프들. 그것도 무장을 갖춘 엘프 병사들이 뛰어다닌다. 수호대다. 엘프들은 그들을 경비대라 하지 않고 수호대라 부른다.
‘……비트라세 군대가 습격해왔나?’
이쯤 되면 나도 심각해졌다.
‘어쨌든 오늘 3P를 하긴 글렀군.’
짜증이 난 나는 옷을 갖춰 입었다. 방밖으로 나가자 이미 유리아, 엘레나가 나와 있었다. 밖이 하도 소란스러우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엘노아는?”
“엘노아는 상황을 알아보고 오겠다며 나갔어요. 금방 올 거예요.”
유리아가 대답했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 뭐라 해도 우리는 벨리아크 마을의 손님 입장이다. 이렇게 급할 때 함부로 움직이는 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벌컥!
문이 열리고 엘노아가 들어왔다.
“큰일 났어요! 시체가! 역병에 걸린 시체가 마을을 습격하고 있어요!”
엘노아의 말은 다급했다.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역병 좀비가 덮쳐온 건가?”
“그…. 언데드는 아니에요!”
“언데드가 아닌데 역병에 걸린 시체가 움직인다고?”
“네! 마을 전방위로 습격 받고 있어서 손이 부족해요! 주인님! 도와주세요!”
“우리가 남이야? 당연히 도와줘야지.”
3P 섹스를 방해받은 건 아쉬우나, 이건 벨리아크 마을에 빚을 지게 할 기회이기도 했다.
‘엘프는 내 노예가 될 건데. 여기서 잃을 수는 없지.’
그녀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수호대가 없는 쪽을 향해 뛰었다.
나무 사이의 어둠 속에서 역병 시체가 튀어나왔다. 시체는 한둘이 아니었다. 남자, 여자,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기괴한 움직임으로 달려든다.
‘기존의 역병 시체와 다르군. 창백한 피부 위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게 역병 시체였는데… 이놈들은 피부가 검다. 하얀 부분이 거의 없어.’
그럼 왜 역병 시체라고 했던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체 중에 엘프 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병으로 인해 죽었던 자들을 엘프들이 알아본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언데드가 아닌 건 확실하군. 움직임이 언데드가 아니야. 이건 마치… 인형처럼 딱딱한 움직임이군.’
나는 손아귀에서 시체들을 향해 번개를 던졌다. 번개가 번쩍이고 시체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시체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그때, 시체들의 땅밑이 꿈틀거리더니 시커먼 무언가가 솟구쳤다. 유리아의 그림자 마법이다. 솟구친 그림자는 칼로 변하여 시체를 간단히 썰었다. 시체는 피하지도 않았다.
펑! 퍼엉! 펑!
시체가 터지고 시커먼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엘레나가 손을 휘저었다. 바람이 불어와 시커먼 연기를 몰아냈다.
“역병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아예 노골적으로 이 마을에 역병을 퍼뜨리기로 한 모양이군.”
엘레나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다른 시체를 향해 불을 붙였다. 몸에 불이 붙은 시체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펑하고 터졌다. 검은 연기, 역병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바람을 일으켜 몰아내더라도 한계가 있었다.
파삭!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무에 붙어 있던 마석이다.
‘…저 마석은 유리아가 설치한 정화의 룬을 유지하기 위한 마석인데…, 저게 박살 났다는 건… 이미 이 마을은 역병으로 오염됐다는 거잖아.’
상황은 최악이었다.
“시체를 없애지 않고 제압하는 게 어때? 저게 터지면 역병이 퍼지잖아.”
“의미 없다. 불을 붙였을 때 몸이 부풀어 올라 터졌다. 자폭 기능이 있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저 시체들의 손에 엘프들이 죽을 거다. 역병은 나중으로 생각하고 저 시체들을 없애는 일이 먼저다.”
나는 검을 들고 시체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완전 회복이 있는 나는 역병이 두렵지 않았다. 엘노아는 불의 상급 정령을 소환해 싸웠고, 유리아도 그림자 마법을 이용해 전투를 벌였다. 엘레나는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우리는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마을 내를 움직이며 시체를 쓰러뜨렸다.
그러다 마을 중심에까지 이르렀다. 그곳에 쓰러져있는 수호대의 엘프들을 발견했다. 익스퍼트의 실력자인 그들은 모두 살아있었으나, 역병에 걸려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들의 새하얀 피부 위로 검은 반점이 실시간으로 늘어났다.
“제그너 씨!”
엘노아가 경악했다. 오러마스터인 제그너도 역병에 당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악한 것…!!”
베리카가 악을 쓰며 지팡이를 휘둘렸다. 땅에서 돌기둥이 솟구치고, 정련된 불의 창이 하늘로 날아가며, 고열량의 레이저가 주변을 밝히며 쏘아진다. 목적지는 하늘을 날고 있는 한 여인이다.
“깔깔깔. 그런 건 안 통해.”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여유롭게 베리카의 공격을 피했다.
고귀함이 묻어 있는 새하얀 피부와 백금발, 화려한 드레스로도 감추지 못하는 H컵의 풍만한 가슴.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떠올렸다. 우리는 옛날에 마주친 적 있었다.
‘…역병이라 했을 때 바로 떠올렸어야 했는데….’
역병의 악마와 계약한 귀족.
벨라 휴트리스.
그리고 그녀는 악마회, 판테움 소속이다.
“멍청한 것, 그 오만함이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베리카가 분노에 차 일갈했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나가 하늘을 뒤엎고, 하나의 폭풍이 되었으니까.
끼이이이이이이이.
하늘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바람의 비명소리였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기 위해 천안(天眼)을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