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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797/2,000)

〈 1017화 〉 101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항복하고 벨라는 우리에게 넘기게. 나는 벨라를 넘기는 조건으로 우리와 자네들의 목숨을 다시 협상할 것이네.”

“그걸 어떻게 믿어 망할 할망구야.”

나는 베리카의 머리에 벼락을 내리꽂았다.

콰콰콰콰쾅!

베리카의 머리 위로 바람이 휘몰아치며 벼락을 막아냈다. 벼락은 바람의 장막을 뚫지 못하고 힘없이 뭉그러졌다.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베리카는 상급의 아크 메이지이자, 최상급 정령을 부리는 대정령사니까. 홧김에 내지른 공격이 통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화내는 건 인정하네. 허나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하게 생각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네. 자네들이라면 무엇이 최선인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걸세. 그 마녀를 데려오게.”

베리카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녀 한 명이 우리가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엘레나를 불렸다.

“…엘레나.”

“말하지 않아도 된다. 벨라를 데려오지.”

엘레나가 벨라가 있는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지하 감옥에는 벨라와 데미테라가 함께 있을 것이다. 최악의 가능성은 데미테라가 우리를 배신하고 벨라를 빼돌리는 것인데, 벨라가 우리 앞에 온 것을 보면 데미테라는 배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아직 데미테라에게 마을이 정한 방침을 전달하지 않았거나.

“잘 생각했네. 앞서 말했던 대로 놈과 협상하여 자네들의 목숨을 구하겠네. 그때까지 자네들은… 이 숙소 안에서 대기해주게.”

“…….”

침통한 나와 달리 베리카와 엘프들의 분위기는 흉흉한 분위기는 한결 풀어졌다. 자신들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잠시 뒤, 엘레나가 벨라와 데미테라를 데려왔다. 데미테라는 주위를 한 번 살펴보고도 무표정했다. 베리카도 데미테라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벨라는 풍만한 몸에 거적때기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몸 곳곳에 채찍 자국이 보이고,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다. 얼굴은 멀쩡했는데 우울과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눈이 퀭한 걸 보니 밤새 데미테라에게 시달린 모양이다.

“멀쩡해서 다행이로군.”

베리카가 벨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 이제 그 마녀는 내게 넘기게.”

나는 벨라의 어깨를 잡았다. 벨라의 몸에선 역병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라 하더라도 온종일 역병을 뿌릴 수만은 없다.

나는 엘레나를 바라봤다.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다.

“이미 말했을 텐데. 할망구. 네년 말을 어떻기 믿냐고. 너희 엘프들은 선택을 잘못한 거다. 베인트인가 뭔가 하는 놈이 아니라 우리를 믿고 따라야 했어.”

풀어지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데미테라! 벨라를 이쪽으로 넘겨라!”

베리카가 일갈했다. 데미테라는 베리카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죄송합니다, 장로님. 전 오늘부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마을의 일은 너무 따분했습니다.”

“데미테라! 네가 감히…!”

베리카가 파르르 떨었다. 그녀의 몸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 나는 천안을 이용해 마나를 바라봤다. 보이지 않는 마나는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술식을 그리고 있었다. 마법으로 우리를 가둘 속셈이다.

파란 나비가 나타났다. 총 10마리가 넘는 나비가 팔랑팔랑 주위를 날아다녔다. 엘레나의 환접술이다.

“망할 엘프놈들. 너희는 대우받을 가치가 없다. 모두 노예로 삼아주마…! 그때까지 잠깐 이별이다!”

베리카의 마법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엘레나의 환술이 더 빠르고, 더 뛰어났다.

슈욱.

우리의 몸이 사라지고 숲 속 어딘가에 나타났다.

“콜록!”

엘레나가 비틀거리며 피를 토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부축했다.

“수고했어, 엘레나.”

“……벨리아크 마을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이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엘레나가 입가에 묻은 피를 손바닥으로 스윽 닦아냈다.

“완전 회복은 안 써도 돼?”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속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이지만, 버틸 만은 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남은 수명까지 알뜰하게 써야겠지.”

일단 이것으로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베리카가 우리의 위치를 찾아내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거다. 그리고 알아내더라도 베리카는 섣불리 마을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의미 없는 짓이야.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도와준 엘프에게 역으로 공격당하는 기분은 어떠니? 깔깔깔.”

벨라가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데미테라에게 눈짓했다.

“벨라. 유진 님은 너의 주인이 되실 분이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하아? 웃기지 마. 너희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누구도 섬기지 않아. 너희가 내 노예가 된다면 모를까.”

“아직 덜 맞았군.”

데미테라는 벨라의 몸을 덮고 있던 거적때기를 확 잡아당겼다. 벨라의 하얀 나체가 드러났다. 벨라는 몸을 가리지도 않고 데미테라를 노려봤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 넌 평범하게 죽지 않을 거야. 더러운 마수들에게 강간당한 끝에 죽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그거참 무섭군.”

데미테라가 손을 들어 올렸다. 벨라가 움찔 몸을 떨었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데미테라의 손은 뺨을 내리치려는 듯하다가 엉덩이를 때렸다. 짜악. 찰진 소리가 울린다. 나는 벨라의 커다란 엉덩이가 푸릉푸릉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벨라는 살기를 담아 데미테라를 노려봤다. 벨라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유리아의 그림자에 발목이 붙잡혀있는 벨라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아….”

엘노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주인님. 장로님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잘못을 저지른 건 그 망할 할망구니까. 엘노아, 넌 날 따를 거지?”

“전 이미 벨리아크 마을을 떠났어요. 제겐… 이젠 주인님밖에 없어요.”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당연한 반응이다.

“유진.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엘레나가 물어왔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벨리아크 마을에 복수할 방법은 있다. 현대 무기를 이용해 폭격을 가하면 엘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하겠지.

허나 엘프를 노예로 삼겠다는 내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벨리아크 마을의 엘프는 이미 모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다. 장로인 베리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벨라는 이미 예전부터, 어쩌면 반년 이상을 엘프 마을에 역병을 퍼뜨렸다.

“기다리자. 시간은 우리 편이야.”

벨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이이이익!”

야릇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벨라는 데미테라의 손가락에 젖꼭지가 당겨지고 있었다. 분홍색 젖꼭지가 고무처럼 늘어나고 유방이 쭈욱 당겨졌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자지가 빳빳해진다.

참아야 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때가 되면 데미테라가 날 부를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벨라에게서 들을 말이 많다는 것이다.

???

베리카는 마을 근처에 엘프를 풀어 유진과 벨라를 찾도록 명령했다. 숲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야 했다.

시간이 점점 지났다. 평범한 엘프들은 역병에 시달리며 신음을 흘렸다. 온몸이 썩어가는 듯한 고통이 엘프들을 두려움에 차게 했다. 역병으로 사망한 엘프도 전날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베리카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피부 위로 나타난 검은 반점이 아까보다 더 선명해졌다. 몸의 내부가 쿡쿡 쑤시고, 온몸이 무거워지고 있다. 역병이란 불꽃에 몸이 타들어 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역병은 몰아낼 수 없구나.’

치료 마법을 사용해도, 정령의 힘을 사용해도 역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 마녀…. 훨씬 이전부터 준비했던 게로구나.’

베리카가 떠올린 건 엘레나였다. 격을 달리하는 마법을 쓰는 자. 그녀의 마법이라면 이 역병을 없앨 수 있겠으나, 그녀와는 이미 사이가 틀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녀의 힘만으로는 마을 전체를 구하지 못한다.

날이 저물었다.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 왔다. 말끔하게 생긴 백금발의 귀족이다. 두 눈 아래로는 짙은 다크 서클이 있었다.

“실패했군.”

“…일이 약간 틀어졌을 뿐이네. 실패하지는 않았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봐라.”

베인트의 목소리는 고압적이었다. 베리카는 분을 삭였다. 이제 그녀의 남은 선택지는 베인트와 협력하는 것뿐이었으니까.

“…과연. 그 엘레나라는 여자의 마법이 대단하다는 거군. 비전 마법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그들은 어쩌면 이미 숲을 벗어났을 수도 있네.”

“그건 아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으나 누이의 존재가 느껴진다. 누이는 이 숲 어딘가에 있다.”

베리카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뻔하다. 같은 악마 게약자끼리 느껴지는 게 있겠지. 그게 아니면 특수한 마법이나 고대 유물이라도 가지고 있던가.

베인트는 담담하게 서 있는 베리카에게 말했다.

“3일. 너희에게 남은 시간이다. 3일이 지나면 움직일 수 있는 엘프는 없을 거다.”

“……”

베리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허공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공간이 소리 없이 갈라지고, 갈라진 공간에서 녹색 구슬이 튀어나왔다. 벨라가 원하던 고대 유물인 땅의 보옥이다.

대지를 조종할 수 있는 고대 유물이다.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땅의 형태를 바꾸거나, 숲에 현혹성을 부여하거나, 대규모의 결계를 사용하거나. 벨라와 베인트가 노리는 보물이기도 했다.

“그게 땅의 보옥인가?”

“일이 끝난 뒤에 이것도 주겠네. 약속은 잊지 말도록.”

“우린 악마 계약자다. 다른 건 몰라도 계약에는 진지하지. 믿어도 좋다.”

“나도 믿고 싶네.”

보옥을 쥔 베리카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마나가 보옥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의 감각이 넓어졌다. 그 감각은 순식간에 벨리아크 마을을 뒤덮었다. 역병에 전염되어 침대에 누운 엘프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정보량은 어마어마했다. 아크 메이지인 베리카가 아니었다면 정보량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을에는 없구나. 마을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었거늘.’

이미 확인한 정보를 없애고 감각을 마을 밖으로 극대화한다. 베리카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이건 그녀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찾았다.’

약 30km 떨어진 곳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겁에 질리거나, 당황하지도 않았다. 편안하게. 여행이라도 나온 것처럼 시시덕거리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 광경에 괜히 울컥해진다.

‘그 마녀년도 무사하구나.’

데미테라가 괴롭히고 있긴 하나, 고문 수준은 아니었다.

‘위치를 알아냈으니… 이제… 흡…?!’

저들의 일행 중 한 명인 은발의 메이드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우연이 분명하겠지만, 눈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어 기겁했다.

‘…우연이겠지. 보옥을 통해 보고 있는데 눈치챘을 리가 없다.’

베리카는 집중력을 풀었다. 보옥과 연결되었던 감각이 끊어졌다. 마나를 절반 이상 소모했다.

“찾았네.”

“누이는 어디에 있지?”

“북동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네. 도망치지도 않고 여유롭더군.”

“알겠다. 움직이도록 하지.”

“…직접 움직일 텐가?”

“네게 맡기기엔 신뢰가 가지 않는군.”

“…….”

베리카는 이를 악물고 베인트의 뒤를 따랐다. 베인트는 여유롭게 숲으로 향했으나, 그의 발걸음 속도는 무척 빨랐다. 그가 숲을 거닐 때마다 역병 시체가 모여들었다. 베인트는 시체를 조종하는 괴뢰사였다.

???

나는 데미테라가 벨라를 희롱하는 걸 지켜봤다. 미녀가 미녀를 희롱하며 괴롭히는 건 제법 볼만했다.

“거, 거기 만지지 마…! 아악, 꺄으으윽!”

데미테라는 손발이 묶인 벨라의 음핵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껍질을 까고 손가락으로 꼬집고, 혀로 핥으며 쪽쪽 빨았다. 결과 3시간이 지나자 백금색 털 사이로 딱딱하게 발기한 음핵이 도드라졌다.

“미, 미친년….”

벨라는 눈물을 흘리며 데미테라를 욕했다. 벨라가 6번이나 음핵으로 절정할 정도로 데미테라의 테크닉은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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