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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810/2,000)

〈 1030화 〉 103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진. 손을 잡자. 유리아가 드래곤 로드의 심장을 손에 넣는 순간 끝이야. 유리아는 심장을 복용하지 않고 이곳에서 널 감금할 거야. 너도 영원히 이곳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잖아.”

“손을 잡는 건 좋지. 구체적인 방법은?”

“유리아는 아직 심장을 찾지 못했어. 내가 심장을 찾아 복용할 때까지 네가 유리아를 막아. 유리아는 심장과 너. 둘을 찾고 있긴 한데 네가 나타나면 심장을 찾는 건 잊고 네게 집착하겠지.”

“유리아의 지금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군.”

“모를 수가 없지. 아마 지금도 주인님이란 단어를 중얼거리고 있을 테니.”

“…….”

유리아를 상상했다. 유리아의 알몸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성욕이 폭발해서 발기했다.

카일의 검이 내 목을 노렸다. 나는 찰나를 이용해 뒤로 빠지며 검을 피했다.

“…무슨 짓이지?”

“미안. 순간적으로 역겨워져서…. 지금 넌… 유리아의 알몸을 생각한 거겠지?”

카일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니 필사적으로 날 향한 살의를 참는 모양이다. 그 꼴을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난 이미 유리아에게 한 번 붙잡힌 적이 있어. 3일 동안 잡혀 있었지. 그리고 3일 동안 뭘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지? 3일 내내 몸을 섞었….”

매화 검기가 날아왔다. 대비하고 있던 나는 바로 옆으로 피했다.

“거기까지 해라, 유진. 난 너와 손을 잡고 싶어.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야. 너도 내 도움이 필요하잖아.”

“자기 스스로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군. 네 도움은 필요 없어.”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검이 나타나 손에 쥐어졌다. 지난 며칠간 이 심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몇 가지를 깨달았다. 그중에 하나가 이것. 작은 물건을 소환하는 것이다. 유리아처럼 분신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지만.

“…유진. 정말 싸울 생각이야?”

나는 정색하는 카일을 비웃었다.

“뭘 새삼스레.”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야. 여기서 누구 한 명이 죽더라도 다른 곳에 다시 나타날 뿐이지.”

“그거 알아? 유리아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게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다는 걸. 유리아가 내게 처녀를 바쳤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 행복하게 웃었지. 카일. 넌 죽었다 깨어나도 유리아를 행복하게 못 만들어.”

“죽여주지. 여기서 죽이고, 현실에서도 죽인다. 그리고 유리아는 나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카일이 자줏빛 안광을 폭발시키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찰나를 사용해 카일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오러 마스터는 괜히 오러 마스터가 아니라는 건가. 이거 정면으로 싸우면… 팔 하나는 버려야겠군.’

판단은 바로 내렸다. 설령 현실이었다 하더라도 카일을 이기기 위해선 팔 하나쯤은 버렸을 것이다. 어차피 팔을 회복할 방법은 몇 가지 있으니까.

‘온다.’

자주색 매화가 카일의 주위로 피어난다. 아름답다. 매화향이 코끝에 느껴진다.

‘그리고 위험하지. 저 매화의 정체는 강기니까.’

카일이 매화와 함께 내게 쇄도한다. 피할 길이 안 보인다. 사방이 전부 매화로 뒤덮인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도륙 나도 이상하지 않다.

‘방법은 있다.’

카일을 향해 기를 두른 왼팔을 뻗었다.?공방일체가 되기 전에 틈을 내야 했다.?성공했다. 매화가 겹쳐지는 그 틈에 넣은 왼팔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카일을 향한 틈을 열었다.

영천류(影天流) 뇌사(雷蛇).

그 틈에 검을 찔러넣는다. 검은 번개의 뱀이 되어 카일의 목을 노렸다. 카일이 급히 옆으로 움직였다. 내 검은 카일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뇌전!!’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검을 통해 뇌전을 흘려보냈다. 카일이 고통에 찬 비명이 내질렀다. 카일이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어깨에서 검이 빠지고 뇌전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유진!! 네가 이토록 강할 줄이야! 인정해주마! 이젠 방심 따윈 하진 않고 죽여주마!!”

카일의 몸에서 자줏빛 기운이 폭발했다. 하늘 높이 치솟는 그 기운을 보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내 일격이 카일을 죽이지 못한 이상, 승기는 카일에게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죽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죽더라도 한 방 먹이고 죽을 것이다.

나와 카일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옆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찾았습니다, 주인님. 여기에 계셨군요.”

유리아였다.

두 눈에 초점이 없는 그녀는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이번만큼은 진짜 위험하다.

“유리아!! 내가 옆에 있는데! 왜 내겐 시선도 주지 않는 거야?!!”

카일이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럼에도 유리아는 카일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여기서 고민했다. 죽는가. 아니면 순순히 붙잡히는가.

엘레나를 믿고 붙잡히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내가 유리아를 상대해 막아낸다면, 나머지는 엘레나가 알아서 할 테니까.

“주인님.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전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함께하죠. 제가 영원히 주인님에게 봉사할 테니 안심해주세요.”

내게 다가오던 유리아가 뚝 멈췄다. 내 왼팔로 향한 그녀의 눈이 커진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유리아가 몸을 획 돌려 전투 준비를 끝마친 카일을 노려봤다.

“당신이군요…! 주인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 죄, 몇백 번이고 죽어서라도 갚아야 할 겁니다!”

“유리아! 드디어 나를 봐주는 거야?! 그렇군! 답은 유진이야. 유진을 죽이면 날 계속 봐주겠지?!”

정상인이 나밖에 없었다.

유리아가 먼저 움직였다. 카일을 단숨에 죽이기 위해 그 목을 노렸다. 내 눈에는 그녀의 자세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카일은 검을 들어 올려 막아섰다.

“유리아! 대충이지만, 네 전투 방식을 파악했어. 그리 쉽게는 죽지 않을 거야!”

“그래 봤자 1분도 버티지 못할 벌레가…! 죽어!”

유리아가 소리쳤다. 증오와 살의가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를 보니 내 상처를 보고 흥분한 모양이다.

‘저래 보여도 오러 마스터라는 건가. 최소 30초는 버티겠지.’

이 틈에 도망치는 거다.

나는 몸을 뒤로 돌렸다.

중간 유리아와 작은 유리아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안 됩니다, 주인님.”

“주인님은 저와 함께해야 해요.”

파란 나비 3마리가 나타났다. 나비 2마리는 각각 중간 유리아와 작은 유리아의 몸에 닿았다. 유리아들의 몸이 잿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남은 1 마리의 나비는 내 몸에 닿았다.

몸이 쑥 하고 사라졌다.

웬 공터였다. 저 뒤로 반짝이는 호수가 보인다.

엘레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피곤하게 하는군. 이럴 줄 알았으면 엘프 마을에서 한계 돌파를 사용 하고 내 세계로 돌아가는 건데….”

엘레나가 투덜거렸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빌어먹을 악마 새끼의 짓거리만 아니었어도… 일은 쉽게 풀렸을 텐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성욕을 억눌렀다. 이 짓도 꽤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우리는 잡설을 집어치우고 본론부터 들어갔다.

“드래곤 로드의 심장을 찾았다.”

엘레나가 손바닥 위에 파란색 구슬을 올렸다. 밖에 있을 때 본 심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였다. 한입에 먹어 치우기에 충분한 크기다.

“역시 엘레나야. 어디에 있었어?”

“운이 좋았다. 웬 산꼭대기에 있더군. 이틀 전쯤에 찾은 거다.”

“카일이나 테리우스의 손에 안 들어가서 다행이군.”

“최악의 상황이란 점은 변하지 않았다. 너도 알 테지. 유리아는 이걸 준다고 해서 먹지 않을 거다.”

“지금 유리아의 목적은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니까.”

“좋게도 말하는군. 너를 구속해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현실의 몸은 따로 있으니까. 그리고 그건 지금 생각할 필요 없다.

“네가 선택해라. 이걸 유리아에게 억지로 먹이는가. 아니면 지금 네가 이걸 먹고 심상 세계를 끝내든가.”

“…….”

“웬만하면 네가 먹어라. 유리아는 괴물이다. 직접 싸워본 입장으로서 몇 번을 싸워도 내가 진다.”

“지금 유리아에겐 정신 공격이 통할 텐데?”

“통하지만, 의미 없다. 너에 대한 집착은 광기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뭐, 그나마 통해서 10분 정도를 버틴 거지. 통하지 않았다면 5분도 힘들었을 거다.”

그때 그 전투에서 10분 동안이나 유리아와 싸우고 있었던 건가. 새삼 엘레나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유진. 네 선택은?”

나는 인상을 쓰며 고민을 거듭했다.

‘……이걸 유리아에게 먹일 방법이 없나? 그 악마 놈의 권능만 아니었다면….’

문득, 글베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기력함에 빠진 글베트. 쉬고 싶다는 욕망이 자극당한 그 모습은 처참했다. 그러나 글베트는 본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글베트는 카일과 엘레나의 전투를 보고 그렇게 됐다고 말했지. 다시 말해….’

욕망을 바꿀 수 있다. 유리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원래 계획대로 갈 거야. 심장은 유리아가 먹어야 해.”

“…똥고집은 아닌 모양이군. 계획을 한 번 들어볼까.”

???

37번.

유리아가 2시간 동안 카일을 죽인 횟수였다. 카일은 멍청하게도 죽어서 다시 나타날 때마다 유리아의 이름을 크게 외쳤고, 유리아는 분노와 증오를 담아 카일을 살해했다.

그럼에도 유리아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유진의 팔을 자른 그 죄. 못해도 100번은 죽어야 마땅하다.

“유리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카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리아가 다시 카일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려 할 때였다. 파란색 나비가 팔랑이며 날아왔다. 유리아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파란색 나비를 피했다. 저 나비는 유리아가 가장 경계하는 인물의 힘이다.

유리아가 계속해서 나비를 피하자, 나비에서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아. 유진은 이쪽에 있다. 유진을 만나고 싶으면 나비를 피하지 마라.”

“엘레나. 주인님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요?”

“무슨 짓을 하려는 건 너겠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계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통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주인님과 함께 이곳에서 영원을 함께할 겁니다.”

“그래. 그래. 이쪽으로 오기나 해라.”

“…….”

유리아의 푸른 눈동자는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파란 나비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순식간에 공간 이동된 유리아는 정면을 쳐다봤다.

정면에 엘레나가 있었다. 단상 위에 서 있는 그녀는 유리아를 보며 히죽 웃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만, 인정하도록 하마. 네가 첫 번째다. 뭐, 난 너처럼 헌신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니….”

“엘레나. 당신은 죽이지 않고 가둬두겠습니다. 당신을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저와 주인님의 사이를 방해하겠지요. 주인님은 어디에 있죠?”

유리아의 그림자가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살기를 없애고 주위를 둘러봐라.”

“…….”

유리아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 깨끗한 바닥과 하얀 꽃잎으로 된 길, 주변은 순백의 느낌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주위의 의자에 구속된 글베트, 카일, 테리우스. 팔다리는 물론이고 입까지 완벽하게 구속되어 있었다.

“여긴 마치….”

“야외 결혼식장이지. 저것들은 하객이고.”

“결혼식이라니!! 당신 설마!! 주인님과!!”

“흥분하지 마라.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보면 모르나? 나는 주례사다.”

유리아는 엘레나의 복장을 확인했다. 웨딩 드레스와는 거리가 먼 옷이었다. 유리아의 두 눈에 빛이 들어온다.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럼. 이 결혼식의 주인공은….”

“쯧. 두 사람밖에 더 있나?”

“……!!”

“너무 기뻐하는군. 짜증이 날 정도다. 아무튼, 이쪽으로 와라.”

엘레나가 유리아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날카로운 기운과 살의를 흘리던 유리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어, 어디로 가는 건가요? 주인님에게…?”

“갑자기 멍청이가 됐느냐? 당연히 신부 대기실이지. 설마 그 꼴로 신부가 될 생각은 아니겠지?”

“정말 여기서 주인님과 결혼을…?”

“싫다면 내가 대신해주마.”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

천막 안에 들어선 나는 작아진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시야가 갑자기 확 높아졌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거기에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이 턱시도로 바뀌었다.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엘레나의 말대로 이 심상 세계의 중심은 유리아였군.’

내 몸이 작아진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유리아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라고. 내가 유리아를 어렸을 때부터 키웠듯이, 유리아는 나를 어렸을 때부터 키우고 싶었던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쨌든 계획이 먹혀 들었어. 유리아의 욕망이 변했어. 결혼식이 끝나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결혼식이 유지되는 동안은 문제없어.’

결혼식이 끝났을 때는 현실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컨트롤이 힘든 성욕이 초를 칠 수 있는데, 그건 엘레나의 환술을 이용해 해결했다. 절대 정신이 제대로 발동하지 않기에 가능한 편법이었다.

그때, 천막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인님. 결혼식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입장하실 시간입니다!”

네피아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녀는 가짜였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메이드복을 입은 그녀의 뒤를 따라 결혼식장으로 들어간다. 들어갈 때는 혼자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리아는 없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이고, 주인공은 뒤에 입장하는 법이다.

흰 융단을 밟으며 단상으로 향한다. 밝고, 부드러우며 경쾌한 음악이 울렸다. 결혼식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하객이 많았다. 특별 초대한 3명을 제외하고도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는 내 부모님도 있었다. 아, 물론 진짜 부모님이 아니다. [백환] 세계의 부모님인 엔티온 프루커스와 엘라인이다. 당연히 이들도 가짜다. 그 외에도 저택에서 일하는 메이드들, 스쳐 지나가듯이 본 적 있는 귀족들 등이 하객의 자리를 빛내고 있다.

나는 버진로드를 걸으며 하객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맨 앞에 앉은 카일이 보인다.

“우우우웁! 우우우웁!”

붉게 충혈한 두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자 카일의 반응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단상 위에 올랐다. 주례사인 엘레나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주례역을 맡은 게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더 화려한 곳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는다. 알아둬라.”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엘레나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미안하지만, 지금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라 유리아였다. 나는 구속된 카일이 발광하는 걸 조용히 지켜봤다. 그 옆에 테리우스와 글베트가 구속되어 있었는데 글베트는 멍했고, 테리우스는 네피아를 보며 눈물만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신부 입장합니다!”

사회자인 네피아가 발랄하게 외쳤다.

유리아가 식장에 들어섰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잠깐 넋을 잃었다. 그 정도로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와 두 눈이 마주친 유리아는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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