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4화 〉 1054. 신위
“넌 어떻게 회귀했는데?”
당연히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그리고 물론 이 질문에 대답도 이미 생각해뒀다.
회귀.
인터넷에선 회귀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있다는 소문이 몇 번 돌긴 했으나 실제로 확인된 건 하나도 없었다. 소설을 보고 장난삼아 지껄이는 것이다. 참고로 그들이 말하는 회귀자 후보 중에는 나도 있었다. 내 성장은 좀 이례적이니까.
“셀브레티나. 악신과 대적하는 여신이 나를 회귀시켰어.”
“그 여신이 너를 왜? 언니 같은 S급 헌터나, 협회장 등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을 회귀시키는 게 더 이득이지 않아?”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상식적이었고.
머리를 굴렸다.
이래 보여도 나는 웹소설과 만화를 매일 꾸준히 즐겨보는 사람이다. 상황에 맞는 거짓말 정도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다.
“내, 내 정신력이 뛰어나서 그래. 아까 영상 봤지? 다른 사람들은 다 미쳤는데 나는 멀쩡했잖아. 브라마센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흐음…. 그 셀브레티나라는 여신도 수상해. 지구의 여신은 아닌 거지?”
“사실 던전은 다른 세계랑 이어져 있어.”
“…몇몇 사람들이 떠드는 가설이 맞았다는 거네.”
한하린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긴장했다. 내 말을 완전히 100% 믿지는 않는 것 같았다.
“네가 보여준 증거들. 전부 조작되었을 수도 있잖아.”
그럴 수 있었다.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제대로 만든 합성 사진은 구분하기 힘들고, CG도 마음먹고 만들면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미래에서 왔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줄게.”
“…확실한 증거?”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직접 경험해보면 되잖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하린아. 내가 진짜 회귀했다는 증거를 보여줄게.”
???
나는 한하린을 데리고 서울 북촌 한옥 마을로 찾아왔다. 거리에는 보기 좋은 한옥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참 많았다.
차에서 내린 한하린은 내 옆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스마트폰에는 기사가 하나 적혀 있었다. 미래의 기사다.
“하린아. 시간이 좀 남았으니 일단 밥부터 먹자.”
“반말하지 마.”
“…어? 지금 우리 둘이 있잖아요.”
“사람들 돌아다니는 바깥이잖아.”
“아, 네. 누나.”
나는 고개를 끄덕여 한하린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 괜히 말투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떤 말투를 하든 한하린이 내 여자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도 한하린의 매력이기도 하고.
한하린에게 팔을 내밀었다.
“…….”
한하린은 잠깐 고민하다가 팔짱을 꼈다. 그녀의 큰 가슴이 팔에 물컹 닿는다. 우리는 다른 연인들이 그러하듯 데이트를 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10시가 되었다. 나는 한하린을 데리고 한 카페로 향했다.
한하린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미래의 기사 사진이 있었다.
「오후 10시 경, 북촌 한옥 마을의 한 카페에 가스 버드의 테러! 대화재로 4명 사망!」
가스 버드.
가스로 이루어진 새다. 고스트 계열의 몬스터로 인터넷에선 자폭새로 유명한 E급 몬스터다. E급 몬스터지만 가스로 이루어진 몸과 자폭에 의한 거대한 폭발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에 속한다.
「…협회는 가스 버드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대처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스 버드의 몸체는 가스로 되어 있기에 협회의 기술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협회의 발언에 의하면 가스 버드는 한국의 던전이 아닌 중국에서 찾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저번에 중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던전 브레이크 사태 이후로 중국의 몬스터가 한국으로 찾아오는 건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다. 가스 버드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몬스터는 한국과 중국의 거리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를 헤엄쳐서 오는 놈들이 더 많았지만.
“하린 누나. 왔어요.”
저 밤하늘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보인다. 오늘은 특히나 구름이 심하게 낀 날이라 그런지 나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진짜… 왔다고?”
한하린이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나는 괜히 뿌듯해졌다.
“내 말 맞죠? 저 진짜 30일 전으로 회귀했다니까요.”
“…그래. 이렇게 확인했으니 믿지 못할 수는 없겠네.”
가스 버드는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나와 한하린이 이곳에 있는 건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다. 미래가 바뀌어 다른 곳으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어, 하늘에 저거 뭐야?”
“모, 몬스터 아니야?”
“오빠! 나 무서워!”
“협회는 뭐하는 거야!”
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일반인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거나, 미친 듯이 달려서 도망치거나.
하늘을 돌던 가스 버드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소란스러움이 가스 버드를 자극한 것이다. 가스 버드가 카페를 향해 날아간다.
나는 나서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 가스 버드가 상대면 나보다 한하린이 더 제격이다.
한하린이 가스 버드를 향해 손을 들었다. 가스 버드의 움직임이 허공에서 뚝 멈춘다.
“어? 하린 누나. 방금 어떻게 했어요? 염력은 아니죠?”
“중력을 염력처럼 사용했을 뿐이야. 보이지 않는 힘이란 점에서 염력과 비슷한 점이 있으니까.”
한하린이 펼친 손바닥을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 가스 버드는 자폭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스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런 방식으로도 쓸 수 있네요. 직접 생각했어요?”
“아니. 수월 길드에서 배웠어. 능력에 한계를 두지 말라고 하더라. 어쩌면 너도 가능할지도 몰라.”
수월 길드란 이름이 나오자 납득이 갔다. 수월 길드의 비리는 둘째치고 수월 길드는 대한민국 2위의 거대 길드니까. 가진 힘과 노하우는 진짜다.
몇 분 지나 협회 직원이 헐레벌떡 나타났고. 한하린은 포상금을 받았다.
그 후에 우리는 한하린의 집으로 돌아갔다. 근처에 사람 없이 둘만 있었기에 반말을 사용했다.
“하린아. 어때? 이제 믿음이 가지?”
“…그렇게 되묻지 않아도 아까 믿는다고 했잖아.”
“다행이다. 미래에서 온 내가 말하는데 수월 길드는 결코 좋은 곳이 아니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사고를 칠 게 분명해. 너도 아영 누나도 수월 길드에서 나와야 해.”
수월 길드 놈들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놈들인지 30분에 걸쳐 설명했다.
“하아. 성유진. 그만해. 나도 수월 길드를 그리 믿고 있진 않아.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계약문제로 인해 탈퇴할 수 없어. 못해도 2년은 수월 길드에 있어야 해.”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러니 수월 길드에 있을 때 최대한 골수까지 빨아 먹자. 아영 누나도 수월 길드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언니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언니는 재계약까지 3년 이상은 남았어. 수월 길드에 지원 받은 게 많고, 수월 길드도 아영 누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
하린의 말이 맞았다. 수월 길드의 핵심은 한아영이 되었다. 한아영이 탈퇴하면 그 명성은 서서히 내려가리라. 그걸 수월 길드가 모를 리 없었다.
“방법을… 방법을 찾아야 해.”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가진 미래의 증거만으로는 수월 길드를 끝장낼 수 없다. 수월 길드는 협회의 상층부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니 백지은의 힘도 통하지 않는다.
고민이 깊어져 갈 때였다. 한하린이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위로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품에 안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하린을 바라봤다.
“미래의 내가 죽었다는 건 알겠어. 그것 때문에 오늘의 네가 이상한 거겠지. 성유진, 잘 들어.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야. 미래에 죽는다는 걸 안 이상 내가 죽을 일은 없어. 그러니 평소처럼 행동해.”
“…난 완전 평소대로였는데?”
“너 오늘 진짜 이상했어. 날 계속 보고 있는 건 둘째치고…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건 이상하잖아.”
“…….”
한하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죽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 오버랩된다.
“난 괜찮아.”
한하린이 말했다. 별거 아닌 말인데도 나는 괜히 울컥해졌다.
그녀의 얼굴에 내 손이 닿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진다. 한하린은 살아 있었다. 한하린은 좀 더 강하게 내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체향과 체온을 느끼면서 말했다
“…전에는 내가 너무 안일했어. 이번에는 달라. 네가 위험에 처하는 일 자체를 안 만들 거야. 한하린, 넌 내가 지킬 거야.”
“응. 네가 날 지켜줘.”
한하린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고, 내 눈동자 속에 그녀가 있었다.
나와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입을 맞췄다. 서로의 숨결이 겹쳐진다. 우리는 소파 위에서 몇 번이나 깊이 입을 맞추었다. 입안에는 그녀의 맛이 계속해서 쌓였다.
이윽고 우린 침실로 향했다. 침실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서로의 입을 탐하면서 옷을 벗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침대에 도착한 나는 한하린을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허리를 천천히 훑었다. 매끄럽다. 걸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
“흐으으응….”
잘록한 허리 다음에는 크고 모양 좋은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탄력이 느껴져서 계속 만지고 싶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항문과 젖은 분홍색 보지가 뻐끔거렸다. 보지에 혀를 가져다 댔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맛이 느껴진다.
“흐읏! 앗으… 앙!”
평소보다 더 오래 그녀의 보지를 맛봤다. 내가 만족했을 때는 이미 보지가 풀려 있었다. 한하린의 덜덜 떨리는 허리도 아래로 내려가려고 한다.
“유진아. 이제 그만 애태우고 넣어줘….”
찰싹.
엉덩이를 내려쳤다. 민감해진 한하린의 몸이 푸르르 떨린다. 보지 구멍에서 애액이 침대로 뚝 떨어졌다.
“하린아. 오랜만에 그거 해줘.”
“흐으….”
침대에 상체를 묻은 한하린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잡아당겼다. 엉덩이 사이가 훨씬 잘 보인다. 항문은 움찔거리고 보지는 무언가를 말하듯 뻐끔거렸다.
“하린이의 씹보지에 유진이의 거대 자지 넣어주세요…. 유진이 전용 보지가 유진이 자지 갖고 싶어요….”
불끈거리는 자지를 한하린의 보지에 찔러 넣었다.
찔꺼억.
내 자지에 딱 맞는 보지였다.
“하아아앙! 가득… 빈틈없이 가득 들어 왔어! 흣응.”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상체를 숙였다. 한하린의 목과 귀 사이를 핥았다.
“하린아. 넌 누구 여자야?”
“아, 아긋…. 하린이는… 유진이의 여자예요. 씹보지도, 젖가슴도 모두 유진이의 거예요. 하아앙!”
한하린의 보지가 꽉 조여온다. 스스로 음탕한 말을 내뱉으며 더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조교한 것이다.
“그래. 하린아. 넌 내 거야. 혀 내밀어.”
“에아으….”
한하린이 혀를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선분홍색 혀를 빨면서 보지를 쑤셨다.
분위기는 더욱 끈적해졌다.
“하아아아아아앙!”
???
5월 31일 월요일.
한하린은 수월 길드의 훈련장으로 떠났다. 수월 길드가 거슬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수월 길드를 통해 얻는 것도 많으니까.
나는 박수호를 만났다. 박수호는 피로감이 느껴지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가해 보이는 박수호지만 실은 엄청 바쁘다. 문신 세계의 도시 발전과 현실 세계의 헌터일을 해야 하니까. 덤으로 내 유희 생활 어플과 달리 어느 한쪽 세계의 시간이 멈추지도 않는다.
“피곤해 보인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
“이상한 꿈 같은 건 안 꾸고?”
“이상한 꿈이요? 글쎄요. 가끔 꿈을 꾸긴 하는데 이상한 꿈은 아니었어요.”
셀브레티나 여신의 꿈은 지금이 아니라 며칠 뒤에 꾸는 모양이다. 어쩌면 오늘 밤에 꿀 수도 있고. 어쨌든 내겐 좋은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셀브레티나가 박수호에게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도 판단할 수 있으니까.
‘셀브레티나가 브라마센과 대립하는 건 거의 확실해.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어도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는 될 수 있겠지.’
셀브레티나를 만나고 싶으나, 내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박수호를 좀 자극하면 셀브레티나도 날 알겠지? 이미 알고 있나?’
나는 박수호에게 태블릿을 내밀었다.
“태블릿? 형 갑자기 왜요? 선물이에요?”
“아니. 거기 있는 동영상 좀 봐. 어젯밤에 인터넷에서 발견한 동영상인데…. 거기에 나오는 거 너지?”
“제가 나와요? 무슨 동영…….”
박수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 동영상을 보는 그의 표정은 경악과 당혹감으로 일그러진다. 꽤 볼만한 얼굴이었다.
광원교의 석상녀 3명과 박수호를 비롯한 남자 3명이 섹스 파티를 하는 영상이었다. 얼굴은 모자이크해놨다. 근데 거의 없는 수준이라 박수호를 아는 인물은 바로 박수호임을 알아차린다. 무엇보다 박수호임을 증명하는 것은 몸의 문신이었다.
“이, 이 영상 속에 나오는 거 저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근데 얼굴이 완전 너인데? 체격도 똑같고… 그리고 문신까지 똑같잖아.”
“제, 제가 이런 짓을 할 리 없잖아요! 누가, 누가 절 사칭하는 거예요!”
“진짜 아니야?”
“진짜 아니에요! 전 이런 짓 해본 적 없다고요!!”
“근데 예전에 본 네 물건이랑 똑같은데….”
“제, 제 물건은 이것보다 더 커요!”
박수호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는지 떠올리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런 박수호를 보며 생각했다.
‘맞다. 회귀했으니 이 새끼 아직 동정이겠네?’
박수호가 나와 함께 클럽에 가는 날은 6월 11일. 오크 여자랑 엔조이하고 돈을 뜯긴다.
‘박수호는 그러고 엄청 후회했지. 앞으로 박수호는 클럽에 데려가지 말아야겠다. 동정을 지켜줘야지.’
-헉, 헉헉! 사랑해, 춘희야! 세상이 멸망해도 널 사랑할게!
-야, 박수호 네 여친 보지 조임이 어때?
-엄청 끝내줘요! 춘희의 보지는 세상 제일 보지!!
영상 속의 박수호가 외쳤다.
내 앞에 앉은 박수호의 얼굴은 경악을 넘어서 뭉크의 절규하는 얼굴로 변했다.
“아니야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