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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신의 아틀란티스 (866/2,000)

〈 1086화 〉 1086. 신의 아틀란티스

가시 장미 레기온이 에이플랜 레기온에 항의를 해왔다.

970 구역, 장미의 도시에서 온 상인과 용병을 구금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꽤 당황스러웠다. 가시 장미 레기온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조금 더 명분을 쌓은 뒤에 나설 줄 알았다.

‘이렇게 반응해오는 이유는 하나지. 우리를 얕보고 있어.’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었다. 에이플랜 레기온은 명성에 비해 세력이 적은 편이고 다른 레기온과 큰 마찰 없이 온건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저번에 기계 공원에서 쉽게 물러난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플랜 레기온은 구금한 상인과 용병에게 벌금만 받고 풀어줬다.

별 수 없었다.

가시 장미 레기온은 생각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에이플랜 레기온은 아직 전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또 문제가 일어났다. 풀어줬던 용병이 이번엔 에이플랜 레기온 소속 일원과 싸운 것이다. 용병은 개박살 났다. 이빨 전부가 부서지고, 눈 하나를 잃었으며, 양팔이 잘려 용병 일을 강제로 은퇴하게 됐다.

……내가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 그놈이 감히 내 여자인 유서희에게 성희롱 발언을 던졌기 때문이다. 내 앞에서 내 여자를 성희롱하는데 남자로서 참을 수 있나. 그대로 놈을 박살 냈다. 질질 짜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꼴이 당시에는 마음에 들었다. 기분도 좋았었다. 가시 장미 레기온이 이 일을 빌미로 에이플랜 레기온을 강력하게 비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성유진. 가시 장미 레기온에 찾아가서 사과해줬으면 한다.”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어쩔 수 없다. 가시 장미 레기온이 널 지명했다.”

“놈들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데.”

가시 장미 레기온이 암수를 뻗쳐올 확률이 높았다. 놈들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생각하면 120% 확실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 혼자 보내지는 않겠다. 주서현과 함께 가라.”

주서현과 함께라면 위험 부담이 줄어들긴 한다.

“그래도 가기 싫은데. 가시 장미 레기온에 날 버리려는 건 아니지?”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할 테지. 하지만 내 모든 걸 걸고 맹세하겠다. 너와 주서현을 버릴 생각은 없다.”

강명진이 목소리에 힘을 담아 말했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저래 보여도 웹소설 주인공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킨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와 주서현의 가치가 가시 장미 레기온보다 더 높다.

“오래 참으라곤 하지 않겠다. 하루. 그곳에서 하루만 참아다오. 그다음 날 부터는 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된다.”

“생각보다 빠르네. 원하는 용병을 구했어?”

“알아보니 가시 장미 레기온에게 당하고 용병이 된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더군. 적당한 돈으로 그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놈들의 업보인가. 근데 꼭 기습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옳게 봤다. 일주일 뒤에 기습할 것이다.”

“일주일 뒤면… 내가 970구역에 있을 때로군. 하루를 참으라는 것도 이 때문이었나. 명분은?”

“일단 승리한 뒤에 전리품을 주변의 레기온들과 나눌 생각이다. 가시 장미 레기온의 악명이 도움이 되겠지.”

“명분을 돈으로 나중에 만드는 건가.”

“불만인가?”

“아니, 그게 더 합리적이겠지. 다만, 전쟁에서 이겨야겠지만 말이야.”

“이긴다. 가시 장미 레기온의 전력은 파악했다.”

“나도 따로 파악하긴 했는데 쉽게 볼 상대가 절대 아니야. …혹시 다른 레기온들을 설득한 거야?”

“아직 아니다. 지금 설득하러 가야지.”

강명진이 당당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습격일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촉박한 시간인데 다른 레기온을 설득하러 간다고?

‘…웹소설 답다면 웹소설 다운 전개이긴 한데…. 보통 불가능하지 않나?’

황당하다는 감정과는 별개로 강명진이라면 성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 해도 강명진은 웹소설 주인공이었다.

???

「970 구역, 장미의 도시에 입장했습니다.」

주서현과 함께 970 구역에 도착했다.

장미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장미가 보였다. 거리의 화단, 벽 할 것 없이 장미가 가득하다. 색깔도 여러 가지다. 기본적인 붉은 장미에서부터 시작해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 검은색 등등. 장미 향이 가득한 곳이었다.

나는 코를 문질렀다. 장미 향이 났다. 아무리 좋은 향기라도 너무 심해서 도리어 불쾌해질 정도다.

“으음.”

내 옆에 선 주서현이 다소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장미로 가득한 도시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나는 이딴 도시보다 주서현이 더 예쁘게 느껴졌다.

시선을 느낀 주서현이 눈을 살짝 찌푸리며 날 바라봤다.

“뭐지? 할 말이 있으면 해.”

“그 옷. 잘 어울려. 예쁘네.”

“이, 이건 네가 입으라고 해서 입은 것뿐이야.”

주서현이 변명하듯 말했다.

현재 주서현은 검은색의 원피스 드레스를 입었다. 하얀색 벨트가 눈길을 끌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덕분에 옷의 맵시가 확 살았다. 치마는 무릎까지 내려왔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다. 벨트 옆에 검을 장비했다.

“도시 좀 둘러보다가 갈까.”

“임무를 잊었어? 우린 놀러 온 게 아니라, 가시 장미 레기온에 사과하러 온 거야.”

“괜찮아. 괜찮아. 시간은 충분하니까.”

나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주서현은 키가 큰 편이라 조금 어정쩡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린 사과하러 왔어. 설령 말뿐인 사과라 할지라도 먼저 상대방을 만나 인사하는 게 예의야.”

“괜찮다니까. 뭐라고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돼.”

주서현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내 품으로 끌어안았다. 주위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한다. 주서현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인상을 썼다. 내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대련에서 진 건 너야. 내 말 들어야지?”

“큭…. 다음에는 기필코….”

주서현이 중얼거렸다. 대련에 진 이상 그녀는 내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누른다.

우우우웅.

“흐극?!”

잘 걸어가던 주서현이 멈칫하며 허리를 떨었다.

지금 그녀는 내 자비로 인해 정조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신 보지 속에는 딜도 하나가 깊숙이 박혀 있다. 리모컨과 연결된 딜도다.

“계속 여기 가만히 서 있을 거야? 걸어야지.”

“비, 비열한 놈…! 흑, 하윽….”

주서현이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녀의 바로 옆에 있는 내 귀에 우우웅 진동하는 딜도 소리가 들린다.

닭꼬치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마침 출출해졌기에 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고기 냄새에 군침이 확 돌았다.

“어서 오십시오! 닭꼬치, 양꼬치, 돼지꼬치! 전부 있습니다!”

“닭꼬치 하나요. 넌 뭐 먹을래?”

“야, 양꼬치로.”

주문을 받은 남자 상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성분이 많이 떠시는군요. 혹시 몸이 안 좋으십니까?”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다더군요. 제가 옆에 있으니 괜찮습니다.”

“하하. 남편분이 참으로 든든하십니다.”

상인이 말하며 꼬치를 구우러 주방으로 향했다. 나와 주서현을 부부로 생각한 모양이다. 아틀란티스 대륙인이라면 이상하지 않았다. 대륙인의 경우 연애를 하지 않고 바로 결혼부터 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마누라. 몸은 괜찮아?”

“이,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주서현이 이를 갈았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그녀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마주보는 게 아니라 나란히 앉았다. 그녀의 옆에서 치마를 들췄다. 젖은 하얀 팬티 안쪽에 진동하는 딜도가 보였다.

“내 자지보다는 아니지만 기분 좋지?”

“이, 이게 네 자지보다 훨씬 나아.”

내 자지에 박히면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허세를 부렸다. 심기가 살짝 불편해진 나는 리모컨을 조작해 딜도의 진동을 최대한으로 올렸다.

우우웅! 우우웅!

거칠어진 딜도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팬티가 딜도를 고정해주지 않았다면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흐으으으읍!!”

주서현이 몸을 굳히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주위를 살폈다. 상인은 주방에 들어가서 닭꼬치를 굽는 중이고, 손님은 우리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주서현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내 혀가 그녀의 입안에 침범했다.

“웁…. 으응…,”

서로의 타액이 끈적하게 뒤섞였다. 주방에서 나오는 기척을 느낀 나는 입을 떼고 날뛰던 진동도 멈췄다.

“꼬치 나왔습니다!”

꼬치를 가져온 상인은 주서현을 보고 놀란 얼굴을 지었다.

“마, 맛있게 드십시오.”

상인은 카운터에 걸어가며 주서현을 힐끗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주서현은 뺨을 붉히고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게 묘하게 야했다. 주서현의 손에 양꼬치를 쥐어주었다. 주서현은 천천히 입안에 양꼬치를 넣었다.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평범한 닭꼬치군.’

확실한 건 내 취향은 아니었다. 두 번은 먹지 않을 것이다.

꼬치로 배를 채운 뒤에 이런저런 가게를 둘러보았다.

장미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장미와 관련된 물건들을 팔았다. 여행객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 커플들이 여기저기서 염장을 뿌렸다. 뭐, 주서현과 커플 행세를 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가게 3가지를 알아냈다.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하나는 꽃집.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팔렸다.

「푸른 장미

970구역의 특산물.

좋은 향기가 난다.

관리를 잘해주면 오랫동안 시들지 않는다.

랭크: F」

평범해 보이는 장미에도 랭크가 붙어 있었다.

두 번째 가게는 관광객을 위한 선물 가게였다. 장미로 만든 비누, 장미로 만든 과자 등등을 판매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의외로 장미와 관련 없는 금은방이었다. 듣자 하니 970구역은 장미만큼이나 액세서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친김에 주서현에게 목걸이를 선물해줬다.

펜던트 목걸이다. 줄은 금이고 장식은 장미다. 장미는 붉은 루비로 표현했다. 꽤 비쌌다. 50만 페니. 한화로 따지면 500만 원이다.

“누, 누가 네가 주는 선물 따위 받을 것 같아?”

주서현은 당연히 거부했다. 내게서 몸까지 돌리며 목걸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어허. 주면 받아.”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채워줬다. 의외로 주서현은 얌전했다.

“…이건… 내가 대련에 져서 어쩔 수 없이 받는 거야.”

“비싼 거니까 관리 잘해.”

“…내가 대련에서 이기면 당장 버릴 거야.”

“그러든가.”

“…….”

이후에 주서현의 반발은 없었다. 은근슬쩍 목걸이를 만지는 게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가시 장미 레기온 건물에 들어가기 전, 주서현을 데리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음습한 골목길에서도 은은한 장미 향기가 났다.

“치마 올려봐.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번 보자.”

“…변태 새끼.”

주서현은 날 한 번 욕하고는 치마를 들어 올렸다. 흠뻑 젖은 하얀 팬티와 툭 나와 있는 딜도의 형태. 나는 팬티를 벗기고 딜도를 빼내 골목길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지를 벌렸다. 끈적한 애액으로 가득한 보지 구멍이 뻐끔뻐끔거렸다.

“못 참겠다. 넣어도 되지?”

“…넣지 말라고 해도 넣을 거잖아. 마음대로 해.”

주서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목걸이를 선물한 효과가 있는 것일까. 그녀의 태도가 평소보다 묘하게 고분고분하다. 나는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내 그녀의 보지에 삽입했다.

“아, 아아….”

보지가 꽉 조여온다. 나는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보지의 조임이 더 강해졌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곧 내 등을 끌어안았다.

찌걱찌걱.

“흐윽, 하아앙…!”

주서현의 최대한 죽인 신음 소리가 골목길에 조용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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