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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 아카데미의 구원자 (936/2,000)

〈 1156화 〉 1156. 아카데미의 구원자

유일성의 호위를 시작한 지 5일째.

그동안 총 15번의 습격으로부터 유일성을 지켜냈다. 첫날에만 6번의 습격이 있었고, 그 후로 습격 빈도가 낮아지더니 오늘은 저녁이 다 되었는데도 단 한 번의 습격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호위비로 하루 2억은 받아야겠지만, 이미 가격 협상은 끝났기에 뭐라 할 수 없었다.

철컥.

문이 열린다.

옆방에 있어야 할 유일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씨익 웃는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성하리가 퍼뜩 눈을 떴다. 전투 상황이 발생한 게 아님을 깨닫고 그녀는 몸에서 힘을 풀었다.

유일성은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아 시가를 입에 물었다.

"너희에게 감사하고 있다. 너희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염라대왕과 대면하고 있었겠지."

"...우리가 어제 잠을 못 자서 예민하거든. 용건만 빨리 말해."

"블러드 스웰이 손을 떼기로 했다. 방금 전화로 간략하게나마 협정을 맺었지."

블러드 스웰.

태성파와 전쟁 중인 러시아 마피아다. 아니, 방금 협정을 맺었다고 했으니 전쟁 중이었던 마피아다.

전쟁의 시발점은 마약이다. 블러드 스웰은 한국에 마약을 팔려고 했고, 태성파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블러드 스웰과 전쟁을 치렀다. 유일성의 말로는 한국을 마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블러드 스웰과 싸운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때는 개소리다. 유일성은 자기 이득을 위해, 자신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독점은 포기하고 사이좋게 나눠 먹기라도 했나."

"......"

유일성의 미소가 굳어졌다.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호위 의뢰를 여기서 끝내려고?"

"그건 아니고. 다른 걸 제안하러 왔지."

"일단 들어보지."

"블러드 스웰과의 전정은 끝났지만, 정문파와는 여전히 전쟁 중이지."

정문파.

중국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조폭이었다. 블러드 스웰과는 다르게 정문파와의 분쟁은 어처구니없게도 술집에서 시작되었다. 태성파 조직원과 우연히 마주친 정문파 조직원들끼리 시비가 붙어 칼부림이 오가고 두 조직간의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

"정문파와의 전댕도 끝내고 싶다."

블러드 스웰 때처럼 협상하고 끝내면 되잖아."

"블러드 스웰과는 다르다. 이건 이미 감정싸움이다. 조직원 23명이 죽었고, 덕분에 내 동생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 내가 멈추려고 해도 멈추지 않을 거다."

"피곤하니 본론만 말해."

"10억을 주지. 정문파의 보스인 최정문을 죽여줬으면 한다."

"이제 킬러 노릇까지 시키려 드는군."

"나는 너희의 실력까지 전부 고려한 뒤에 말하는 거다. 너희 실력이라면 최정문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다."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지."

잠깐 고민하던 나는 유일성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

성하리와 함께 몰래 국경을 넘었다.

성하리는 부루퉁한 얼굴로 나를 따라왔다.

"오빠. 왜 의뢰를 받아들인 거야?"

"10억 준다잖아. 어렵지도 않은 일이니 받아들였지."

"사람을 죽이는 일이야."

"사람은 이미 죽였어."

"그거랑 이건..."

"호위랑 청부 살인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 깨끗한 척을 하기엔 너무 늦었지."

"......"

성하리는 불만을 삼키듯 입을 꾹 다물었다.

앞서 걸어가던 나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성하리가 당황하며 내 등뒤에 달라붙어 몸을 숨긴다.

"갑자기 왜 숨는 거야? 내가 못 본 적이라도 나타났어?"

"아니. 몸을 숨기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뭐?"

"하리야. 생각해 봐. 유일성이 갑자기 청부 살인을 의뢰했어. 뭔가 싸하지 않아?"

성하리는 뺨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오빠 말을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유일성. 그놈은 정문파와의 전쟁으로 23명의 조직원을 잃었다고 했지. 그 정도 피해면 자기 손으로 직접 정문파를 쳐서 위신을 세워야 해. 그래야 보스의 위신이 견고해지니까."

"...직접 안 움직여서 이상하다고? 그래도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의뢰했잖아. 그 정도면 위신이 서는 거 아니야?"

"나라면 킬러만 달랑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킬러를 데리고 정문파를 쳤을 거야. 그래야 업적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아저씨가 싸우는 걸 두려워했을 수도 있잖아."

"싸우는 걸 두려워했으면 그 자리에 못 앉았어."

"......"

손가락을 튕기며 마키나를 소환했다. 마키나는 뾰루퉁한 얼굴로 날 째려봤다. 지난 5일 동안 호위임무를 하면서 마키나를 방치해뒀기 때문이다.

"왜 불렀어."

마키나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외박한 다음 날의 마누라 같은 포스를 흘리고 있다.

"정창 좀 해줘."

"싫어."

"해줘."

"넌 꼭 필요할 때만 날 찾더라."

진지하게 강제로 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최근에 마키나와 너무 옥신각신했다는 걸 떠올렸다. 계약상으로 내가 아무리 갑이라도 정령과는 기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좋다. 중요한 순간에 정령이 협조해주지 않는 것만큼 곤란한 건 없으니까.

"해주면 이거 줄게."

손바닥에 정령옥 3개를 올렸다.

마키나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침을 꼴깍꼴깍 삼겼다. 정령에게 있어 정령옥은 극상의 영약이자, 극상의 음식이다.

"지, 진짜? 진짜 3개를 다 준다고?!"

"선수금으로 1개 줄게."

정령옥 하나를 튕겼다. 마키나가 반사적으로 입을 크게 벌렸고, 정령옥이 골인했다.

"하우우우우우!"

정령옥을 삼킨 마키나가 흥분해서 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그대로 떨어진다. 성하리가 다급히 마키나를 안아 들었다.

"마, 마키나! 괜찮아?!"

마키나는 황홀함이 가득한 얼굴로 히죽거렸다.

"히, 히히히..."

침을 흘리며 웃는 꼴이 기분 나빴다.

"마키나, 정찰은? 해줄 거지?"

"해, 해줄게. 근데 조금만... 지금 한창 기분 좋거든... 조금만 기다려."

"나머지 정령옥은 갖기 싫은가 보지."

"정령옥!"

마키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손 등으로 침을 닦고 당당히 내 앞에 섰다.

"정찰이라고 했지? 어딜 정찰하면 돼?"

"일단 영체화해서 저기로 날아가라."

"알았어. 갔다 오면 정령옥 2개! 꼭 주는 거야!"

영체화한 마키나가 신나서 날아갔다.

정령안을 발동했다. 마키나가 보는 시야가 내게도 보였다.

'마키나 오른쪽으로 움직여'

[오른쪽...]

'거긴 왼쪽이잖아.'

[착각했어.]

'......'

이딴게 슈퍼컴퓨터 이상의 연산 능력을 가진 기계 정령이라니...

혈압이 치솟았다. 눈 앞에 마키나가 있었으면 분명 쥐어박았으리라.

[어? 여기 사람이 좀 많네? 모두 숨어 있어. 단체로 숨바꼭질을 하나? 재밌겠다.]

당연히 숨바꼭질이 아니다.

함정이다.

정문파 놈들은 이미 나와 성하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 중이었다.

'이유를 모르겠군. 왜 정문파가 우리를 죽이려 하는 거지?'

우리는 유일성에게 고용되어 일했을 뿐이다. 정문파를 직접 습격한 것도 아니니 최정문에게 원한을 살 일도 없었다.

최정문은 나보다 유일성을 더 죽이고 싶을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마키나. 한 번 더 정찰해보자.'

[또?]

'정령옥 받기 싫어?'

[...꼭 줘야해. 안 준다고 하면 가만 안 둬!]

마키나가 주위를 돌았다. 숨어 있는 자들을 하나씩 찾아낸다. 60명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그들 중에 마키나를 볼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보니까 숨어 있는 놈들 대부분이 조폭이라 하기엔 깔끔하게 생겼군... 정문파 조직원이 아닌가?'

무전기를 손에 들고 무언가를 지껄이는 게 보였다. 입 모양을 보니 중국어였다. 나도 중국어는 꽤 할 줄 알았기에 무슨 말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이 새끼들. 중국 히어로 협회 소속이었군.'

중국 히어로 협회는 여러모로 구린 게 많았다. 각성자를 히어로로 만들어 강제로 부려 먹는다거나, 다른 나라의 각성자를 납치해서 인권을 도외시한 연구를 한다던가. 중국 히어로 협회와 관련된 괴담이 잔뜩 있었다.

'이 새끼들이 왜 나를 노리는 거지?'

테러리스트로 수배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서울에 테러를 저질렀을 뿐이다. 중국과는 아무 관계 없다.

'...내가 아니라 성하리를 노리는 건가?'

성하리를 바라봤다. 성하리는 등 뒤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하리가 가진 것들을 되새겼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전투 실력, 진령성가라는 배경.

'...과연. 진령성가 만으로도 성하리를 노릴 이유는 충분하군.'

대대로 정령사를 배출해온 가문. 붙잡아서 연구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성하리를 납치해 진령성가에게서 무언가를 뜯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국가는 몰라도 중국이면 그럴 수 있지.'

눈앞에 몇 개의 선택지가 아른거렸다.

첫 번째는 이대로 돌아가서 유일성을 족치는 것.

두 번째는 이 자리를 벗어나 도망치는 것.

세 번째는 함정을 정면 돌파하는 것.

'첫 번째와 세 번째를 선택하면 되겠군. 함정으로 우리를 팔아넘긴 유일성을 가만히 둘 수는 없지.'

생각을 끝마친 나는 몸을 돌려 성하리를 바라봤다. 내 등에 기대어 꾸벅꾸벅 조고 있던 성하리가 몸을 휘청이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균형을 잡았다.

내가 웃자 성하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못 참겠다.

그녀의 어꺠를 잡아 나무에 밀어붙였다. 깜짝 놀란 성하리는 어딘가 토끼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입술을 맞췄다. 성하리의 몸이 움찔거렸다.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녀의 눈꺼풀이 감기며 요동치던 눈동자가 자취를 감추었다.

성하리의 혀를 빨면서 손을 움직였다. 능숙하게 벨트를 풀고 셔츠 단추까지 풀었다.

"으웁, 우웁..."

성하리가 몸을 꿈틀거렸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그녀를 밀어붙였다. 성감 고조까지 사용해버리자 금세 그녀의 눈동자가 풀렸다.

살짝 반응을 살필 겸 입을 뗐다. 성하리가 내 목을 끌어안더니 그대로 키스를 이어갔다. 내 손으로 그녀의 배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위로 올라갈까. 아니면 아래로 내려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벨트가 풀려 헐렁해진 바지를 열고 팬티 속으로 쑤욱 들어간다. 성하리가 감았던 눈을 떴다. 시선이 마주친다. 이럴 때일수록 당황하면 안 된다. 나는 진지하게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내려간 손바닥을 통해 까슬까슬한 음모가 느껴진다. 손은 더욱 내려가 그녀의 비처에 도달했다.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둔덕, 그리고 약간의 습기가 느껴진다.

나는 그냐의 보지를 매만졌다. 급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귀한 물건을 다루듯 천천히 그녀의 보지를 애무한다.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발기시키고 소음순을 짓누른다. 손가락 끝에서 질구가 벌렁이는 게 느껴진다.

"하윽, 하아, 하아아..."

긴 키스가 끝나자마자 성하리는 내 가슴에 붉어진 얼굴을 묻으며 신음을 토했다.

"하윽... 너무 잘 하잖아... 히잇..."

클리토리스를 튕겼다.

성감 고조는 중간에 껐다. 이건 순전히 그녀의 감도가 좋아서 나오는 반응이다.

'그때 처음 키스를 하고 나서부터 쌓여 있었나.'

꾸욱.

검지 하나가 그녀의 질에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손가락 한 마디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두려움과 기대감, 쾌락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리야."

분위기를 잡으며 성하리의 이름을 불렀다.

"오빠... 힉?!"

성하리가 애달픈 음성으로 날 불렀다. 바깥의 성하리가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검지를 보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오빠 믿지?"

"미, 믿어...!"

성하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 그녀의 혀가 먼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정찰 끝났지? 돌아가도 돼?]

초를 치는 마키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찰 10번 더 해.'

[미쳤어?!]

'정령옥 3개 더 줄게. 대신 30번 더 돌아.'

[약속한 거야!]

마키나를 떨쳐냈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보지를 애무했다.

5분 정도 지나 손을 뺐다. 손바닥은 애액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다리를 덜덜 떨며 겨우 버티고 서있는 성하리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보지를 충분히 풀었으니 이젠 따먹을 시간이다. 나는 그녀의 바지를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하리야. 오빠만 믿어."

"으, 으응..."

[유진아! 이놈들 움직이기 시작했어! 어, 네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뚝.

행동을 멈춘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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