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2화 > 1372. 신의 아틀란티스
포비츠의 스케줄은 빡빡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광고 촬영, 행사 활동 등등.
멤버 개인 활동까지 합치면 하루 스케줄은 10개가 넘는다.
‘힘든 만큼 인기도는 착실히 쌓아가고 있어.’
「포비츠의 인기도: 1,510,149」
「포비츠의 인기 순위: 15위.」
덕분에 포비츠의 인기도는 15위로 올랐다.
다음 주에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니 인기도를 단번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못해도 10위권 안에는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래서 준비한 게 신곡이었다.
데뷔곡인 ‘데이트’는 중독적인 곡이지만 너무 흔했다. 이번에는 6,700 구역이 놀랄 정도로 충격적인 걸 준비해야 한다.
‘바로 섹시 컨셉으로 간다.’
멀리 본다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청순형 아이돌이 섹시 컨셉으로 전환하는 건 보통 끝물일 때니까. 나날이 인기가 좋아지는 포비츠에겐 굳이 컨셉을 바꿀 이유가 없다.
‘보통의 경우엔 그렇지. 하지만 포비츠에겐 시간이 없어. 멤버들의 역량이면 섹시 댄스를 소화하는 건 일도 아닐 테지.’
릴리트 엔터에서 섹시 컨셉의 곡을 받으려고 했으나, 유리아가 직접 곡을 건네줬다. 그녀의 자작곡은 뇌가 녹아내릴 정도로 끈적하며 섹시했다. 중독성은 덤이다.
안무는 내가 짰다.
섹시라는 건 곧 섹스어필이다. 나는 섹스에 관해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좀 받긴 했지만.
멤버들은 내 안무를 잘 따라왔다.
“데이트의 댄스보다 이 댄스가 더 편하네요! 서현 언니는 어때요?”
“…나도 이게 더 편해.”
“데이트의 댄스는 너무 애 같은 느낌이 들었지.”
“주인님이 짜주신 안무는…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야하군요. 대단해요, 주인님.”
노골적으로 야한 안무는 짜지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그딴 안무를 짜겠는가. 노골적이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야한 안무를 짰다.
‘은근히 꼴리는 게 시선을 더 끌지. 평소에도 내가 섹시 댄스를 많이 시켜서 그런지 멤버들이 잘 따라오고 있어.’
다음 주가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다.
“성 PD님!”
사마라가 다급히 연습실로 뛰어왔다. 심각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사고가 터졌다는 걸 직감했다.
“진정하고 설명해. 어떤 새끼를 죽이면 돼?”
“네?”
“아, 말이 헛 나왔네. 무슨 일이야?”
“지금 인터넷에 난리 났습니다! 소피아의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 퍼졌어요!”
인터넷을 확인했다. 실시간 검색어부터가 엉망이었다.
1.포비츠 티아 폭언
2.소피아의 식당
3.핑크 러브 연유리
4.연유리 티아 불화설
5.코코뱅
어제 소피아의 식당 녹화 촬영장에서 있었던 엘레나와 연유리의 다투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
악질인 건 영상 그대로 올린 게 아니라 연유리와 소피아는 피해자로, 엘레나는 갑질을 하는 것처럼 편집해서 퍼뜨린 것이다.
‘악마의 편집이군. 편집 실력 하나는 기똥차네.’
나는 영상의 시작점을 찾으려 했다. 몇 번 검색해보니 찾을 수 있었다. 그 시작은 동영상 사이트다. 영상을 올린 놈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상 일부, 직촬 영상 등 자극적인 영상만 집중적으로 올리는 악질 유저였다. 간단히 말해서 사이버 렉카다.
‘방송국의 영상이 유출된 건 아니야. 그런 것치곤 화질이 개판이고… 영상도 몰래 찍은 느낌이니까.’
촬영장에 있던 누군가가 몰래 찍은 것 같다.
“우와. 엘레나 언니. 화끈하게 저지르셨네요.”
“…좀 참으면 안 됐나?”
“엘레나 님. 차라리 환술을 사용하시지 그랬어요.”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상황을 확인한 미령과 주서현, 유리아는 엘레나를 장난스럽게 비난하고 있었다. 엘레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다. 성질을 좀 드러내긴 했지만… 이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악마의 편집인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흘리는 건 내가 즐겨 쓰는 방법이긴 하다만…. 직정 당해보니 짜증 나는 군. 유진. 아이돌 놀이는 이쯤에서 끝내고 뒤엎어 버리는 게 어떠냐?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엘레나가 서늘하게 웃고 있었다. 웃음에서 살의가 느껴진다.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참아. 이 영상 퍼뜨린 새끼는 내가 알아서 조질게.”
엘레나의 협조를 받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나는 포비츠가 다음 무대에서 춤추는 걸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포비츠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인 내가 수습해야 할 일이다.
“편한 길을 마다한다고? 네가?”
“내가 시작한 일이야. 내가 끝까지 해결하게 해 줘. 날 믿어줘.”
“…알겠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믿어 보도록 하지. 근데 수습할 수 있는 건가? 아이돌은 이미지 사업이라고 하지 않았나?”
“뭐, 그렇긴 한데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심각한 건 아니야.”
「포비츠의 인기도: 1,804,577」
「포비츠의 인기 순위: 13위.」
포비츠의 인기도는 오히려 올랐다.
데뷔 이후 포비츠가 또 화제가 되면서 대중들에게 다시금 각인된 것이다. 자극적인 일에 흥미가 생긴 사람들은 포비츠를 찾기 시작했다.
‘싸대기 날리며 싸운 것도 아닌지라 심각한 수준은 아니야.’
허구한 날 연예인의 섹스 스캔들이나, 성 상납 스폰 사건이 터지는 게 6,700 구역이다. 이 정도의 일은 애교에 가깝다.
‘그리고 엘레나의 이미지는 원래부터 싸가지없는 귀족이야. 일부 팬들은 엘레나의 태도에 더 좋아하고 있어.’
전화위복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사마라. 이거 견제지?”
내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자, 덩달아 차분해진 사마라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요. 아예 포비츠를 묻으려 하기에는 좀 약하고… 견제의 느낌이 강합니다. 악마의 편집은 어차피 원본 영상을 공개하고, 당사자들의 발언으로 해명할 수 있으니까요. 포비츠의 성장세를 조금 꺾으려고 시도일까요?”
“누구의 짓이라 생각해? 방송국?”
“방송국은 아닐 겁니다. 소피아의 식당 프로그램도 악영향을 받을 테니…. 이건 아마 비너스 엔터테인먼트 짓 같습니다.”
비너스 엔터.
6,700 구역 최고의 연예 기획사.
업계 최고라고 해서 더러운 짓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아니, 최고이기 때문에 더러운 짓을 잘하는 거다.
“평화적으로 가려고 했더니만… 안 되겠군. 사마라. 애들 보고 있어. 시간 되면 숙소에 데려다주고. 난 오늘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바로 나르 엔터의 데이비드 실장에게 전화한다.
“나다.”
-…네. 성 PD님. 지금 인터넷에 퍼진 소피아의 식당 영상 때문에 전화 주셨습니까?
“영상 올리고 편집한 새끼 찾아내서 잡아. 될 수 있으면 그 가족도.”
-……가족까지 말입니까?
“어. 친구나 친척도 찾아. 포비츠를 건드린 놈이야. 당연히 구족을 멸해야지. 불로 태워 죽일까? 아니면 삶아 죽일까? 넌 어느 쪽이 좋을 것 같아?”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혹시 밖이십니까? 바람 소리가 들리는군요.
“비너스 엔터로 가고 있어. 영상을 보니 핑크 러브 매니저가 몰래 찍은 것 같더라. 그래서 일단 본보기로 절반 정도 죽이려고.”
-……바로 피의 보복입니까. 망설임도 없이 비너스 엔터를 공격하겠다니… 대단하시군요.
“지금 비꼬는 거냐?”
-그렇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순수하게 감탄했을 뿐입니다. 그도 그럴게 비너스 엔터는 6,700 구역 최고의 세력이니까요.
“됐고. 시킨 일이나 잘해라. 이 정도 일도 못하면 알지? 삶는 물에 들어가는 건 너야.”
-전력을 다해 제 가치를 증명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고유 특성 기만(SS)을 사용한다. 나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를 바꿔 정체를 숨긴다. 그 뒤에는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로 나갔다.
끼이이이익!
자동차 한 대가 멈췄다. 운이 좋게도 빨간색 슈퍼카였다.
“이 미친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당장 안 꺼져?!”
금발 태닝 양아치가 운전석에서 내리며 소리친다. 조수석에는 날라리처럼 보이는 여자가 새침하게 앉아 있었다.
‘…아니, 잠깐. 쟤 비너스 엔터 소속의 모델이잖아. 유리아에게 스킨 로션 광고 빼앗긴 애!’
나는 히죽 웃으며 슈퍼카에 다가갔다.
큼발 태닝 양아치가 인상을 구기며 내게 다가온다. 근육질의 몸과 왼손에 낀 장갑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새끼가. 너 진짜 뒤지고 싶어?! 앙?!”
양아치의 목을 잡았다.
“커억?!”
당황한 양아치가 주먹과 발로 나를 때린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나와 양아치의 신체 능력은 고블린과 오우거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천마신공(SSS)을 사용합니다.」
육체에서 시커먼 마기가 연기처럼 새어 나온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천마신공은 무척 기분 좋았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랑 여자는 내가 좀 쓰마.”
붙잡은 양아치를 내던졌다. 양아치는 오른쪽 대각선으로 날아가 빌딩에 처박혔다. 빌딩 일부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나는 웃으며 슈퍼카 운전석에 앉았다.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도망치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긴 갈색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았다.
“어디가, 씨발년아. 넌 나랑 드라이브해야지.”
“사, 살려주세요.”
“벗어. 네가 죽고, 사는 건 네 보지에 달렸어.”
여자는 침을 꼴깍 삼키며 옷을 벗었다. 상황 파악 능력이 제법 뛰어났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인도를 내달렸다. 지나가는 행인 5명을 죽였다. 알몸이 된 여자는 내 손짓에 따라 내 자지 위로 올라왔다.
‘제법 유명한 모델로 알고 있는데… 처녀는 아니군. 그래도 보지맛은 제법이니 살려주자.’
한 손으로 대충 운전하며, 다른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1.슈퍼카 폭주
2.슈퍼카 인도 돌진.
3.행인 5명 사망
4.빌딩 붕괴
5.슈퍼카 빌런
‘크크. 엘레나와 관련된 이슈는 순식간 묻혀버렸군. 하긴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연예인들의 말싸움이 문제겠어.’
주먹 쥔 손으로 슈퍼카 천장을 때렸다. 천장이 날아가며 오픈카가 되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에 들었다.
“꺄아아아악!”
“야. 죽고 싶어? 허리 제대로 안 움직여?”
“흐윽! 주, 죽이지 말아 주세요! 허리 움직일 게요!”
철퍽철퍽.
여자는 울면서 내 어깨를 잡고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불어오는 바람은 꽤 차가웠지만, 그와 반대로 자지를 감싼 그녀의 보지는 뜨거웠다.
‘한여름에 에어컨 틀고 이불 덮고 있는 느낌이군. 아니, 그것보다 더 좋지만.’
비너스 엔터테인먼트 건물을 지나친다. 이 여자와 섹스 드라이브를 더 즐기고 싶었다.
삐용삐용삐용!
뒤에서 경찰차가 따라붙는다.
“거기 빨간 슈퍼카! 당장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탕탕탕탕!
말도 끝나기 전에 총을 갈기고 있었다. 내 허벅지 위에서 힘차게 허리를 흔드는 인질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거기에 평범한 총이 아니었다. 호신강기로 몸뿐만이 아니라 차를 감싸지 않았다면, 차가 폭발했을 것이다.
“하, 짭새 새끼들. 시끄럽게 구는군.”
천마흑탄(天魔黑彈).
손가락 끝에 천마기를 모아 경찰들을 향해 쏘아냈다. 옛날에는 총알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으나, 성장한 지금은 다르다. 총알이 아니라 대포 수준으로 끌어낼 수 있다.
쾅! 콰앙! 쾅!
뒤를 쫓는 경찰차가 폭발한다.
“크하하하하! 본좌가 바로 천마다!”
나는 섹스 드라이브를 즐겼다. 오랜만의 GTA는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줬다. 도시를 3바퀴 정도 돌았을 때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
1.천마
2.모델 루아 강간
3.경찰 전멸
4.사상자 247명
5.천마 정체
6,700 구역은 나로 인해 시끌벅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