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8화 > 1498. 팔라딘 : 악멸의 여정 (1,278/2,000)

< 1498화 > 1498. 팔라딘 : 악멸의 여정

“이런 곳이 있다니…. 놀랍군요.”

정신을 차린 성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은 타락한 신수 테기아스의 뒤에 있던 공간이었다. 어두컴컴한 것을 포함해 성소와 굉장히 흡사했다. 바닥에는 따뜻한 물이 흐르고, 한쪽에는 부서진 헤리안느 여신의 신상이 존재했다.

“성소로 이용할 수 있나.”

“여신께서 허락하신다면… 가능합니다.”

그녀는 반쯤 부서진 신상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으며 조용히 기도한다.

성녀의 기도는 천상에 닿았다.

그녀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일어났다. 빛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스며들었다. 낡은 벽이 새것처럼 변하고, 바닥에 흐르던 뜨거운 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성스러운 연못이 되었다. 반쯤 부서진 신상은 방금 막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하게 수리되었다.

나는 눈앞에 일어난 기적에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여신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이곳은 이제 새로운 성소입니다.”

“다행이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헤리안느 여신으로선 허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신의 마지막 희망은 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지금 다른 이에게 계시를 내려 새로운 팔라딘을 선정한다? 악마의 군세가 인간들에게 들이닥치고 있다. 새로운 팔라딘이 성장할 시간이 없다. 새로운 팔라딘이 나처럼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리도 없다.

“악마들은 여길 쉽게 찾지 못할 거다. 이제 해야 할 건… 블레아트를 어떻게 죽이냐는 거겠지.”

대악마 블레아트.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가진 무력은 둘째치고 악마의 군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성가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쳐나가 블레아트와 악마들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래선 가능성이 없다.

“악마의 군세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악마들은 이기적이다. 동료애 따윈 없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놈들이지.”

인간이 아니라 같은 동족이라도 재미있다면 죽이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모인 군세가 오래 유지될 리 없다.

그때였다.

여신상의 머리 부분에서 빛이 나오더니 성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여신께서 계시를 내리셨습니다. 악마의 군대는 쪼개져서 대도시를 침공하고 있습니다.”

여신이 성녀를 통해 정보를 알려주고 있었다.

“교황청을 제외한 대도시 8곳을 공격한다는 말이군. 발렌티어도 공격받았나?”

“발렌티어는 아직 무사합니다. 허나, 대악마 블레아트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발렌티어로 향하고 있습니다.”

성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블레아트가 직접 나선 이상 발렌티어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발렌티어는 끝났다.’

블레아트가 발렌티어에 도착하는 순간, 발렌티어는 버티지도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다른 대도시를 봐야 한다.’

게릴라전.

다른 대도시로 가서 악마들을 처리하며 경험치를 쌓고 능력치를 올린다. 한계까지 성장한 뒤에 블레아트를 상대할 것이다.

‘쪼개진 악마의 군세가 다시 합쳐지기 전에 최대한 수를 줄여 놓아야 한다.’

게릴라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물건이 있었다.

나는 성녀를 쳐다봤다.

“아멜리아. 귀환석을 만들 수 있나?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필요하다.”

“재료가 있으니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

“신성한 돌과 악마의 육체입니다. 신성한 돌은 바로 이곳에 있고, 악마의 육체는… 타락한 신수의 사체로 충분할 겁니다.”

“귀환석을 만들기까지 몇 시간이 필요하지?”

“3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악마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나는 집행검을 바닥에 꽂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대도시 바르바티에는 악마와 인간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악마들의 시체는 내가 만들었고, 인간들의 시체는 악마들이 만들었다.

쌓인 시체들을 보며 잠깐 쉬다가 다시 움직였다.

키이이이잉.

성안을 발동해 주위를 둘러본다. 숨어 있는 악마나 타락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다행히 악마와 타락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죽었거나, 도망쳤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 고생한 보람이 있군.’

5시간 동안 놈들과 싸웠다. 부활뿐만이 아니라 완전 회복까지 사용해야 했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 그리고 전투의 승리자는 나였다.

치열한 전투였던 만큼 보람은 있었다.

내 힘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대도시를 구했다. 살아남아 악마의 노예로 부려지고 있던 인간들을 구했다.

“팔라딘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팔라딘께서 구하러 와주실 걸 믿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헤리안느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자들도 많았다.

귀환석을 꺼냈다. 아쉽게도 그들과 대화를 나눌 여유는 내게 없었다.

“도시를 재건하라. 악마들은 바르바티를 노리지 않을 것이다.”

대도시에 모였던 악마들은 점점 흩어지는 추세였다. 모여봤자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대부분이고, 대도시 밖에 있는 인간들의 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악마들의 습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

“…팔라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악마들이 침공해오지 않을지 두렵습니다. 그리고 대악마 블레아트가 발렌티어를 점거하며 인간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대악마 블레아트는 내가 죽인다. 너희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를 믿어라. 그리고 여신님을 믿어라.”

블레아트가 악마의 군대를 끌고 대도시 8곳을 침공한 지 보름이 지났다. 블레아트는 발렌티어를 점령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언젠간 발렌티어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귀환석을 사용해 아멜리아가 있는 성소로 돌아갔다.

성소로 돌아오자마자 피에 젖은 갑옷과 속옷을 벗었다. 그럼에도 몸은 피투성이였다. 찢어진 피부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라딘이시여! 어서 성스러운 연못에 몸을 눕히세요!”

“호들갑 떨 것 없다. 치명상은 없으니까.”

성녀의 재촉을 뒤로하고 성스러운 연못에 들어갔다. 상처에 성수가 닿는다. 성녀는 곧바로 정화 의식을 시작했다.

타락의 기운들이 사라지고, 상처가 점점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상처 부위가 따끔하면서도 간지러웠다.

따뜻한 물이 기분 좋게 느껴져 눈을 감았다. 잠깐 잠들었다가 깨어났다. 몸의 상처는 모두 회복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팔라딘이시여, 조금 더 휴식을 취하십시오.”

“내가 쉬는 순간에도 악마들을 인간을 농락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악마들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인류는 연약하지 않습니다. 지금 악마들에게 농락당하더라도, 언젠간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팔라딘께서 인류를 구할 테니까요. 지금 팔라딘께서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성녀가 다가왔다.

그녀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는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녀는 내 등에 가슴을 밀착했다. 얇은 옷에 감싸인 그녀의 가슴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심장 소리에 맞춰 느릿하게 뛰던 내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내 가슴과 복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러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곤란하군.”

“제가 할 수 있는 건 팔라딘께 봉사하는 것뿐입니다. 팔라딘께서는 부디 저를 거부하지 말아 주소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그곳을 만졌다. 고환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굴러다니고, 손바닥이 아직은 말랑한 음경을 꾹꾹 누른다. 음경이 피가 쏠리며 점점 발기하기 시작했다.

자지가 완전히 발기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발기한 자지를 농락한다. 자지를 몇 번 만져봐서 그런지 아주 전문가 스럽다. 자지 기둥을 훑고, 불알주머니를 천천히 주무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선 악마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온다. 지금 내 관심은 야한 성녀가 독차지했다.

“아멜리아…!”

흥분한 내가 몸을 뒤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다리와 내 다리가 꼬였다. 너무 흥분한 탓에 밀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깐 망각한 것이다. 균형을 잡을 순 있으나, 그녀가 다칠 것이다. 나는 차라리 그녀를 끌어안고 연못에 뒤로 넘어졌다.

풍덩!

연못에 고인 성수들이 나와 아멜리아를 뒤덮었다.

“아… 이렇게 돼버렸군요.”

내 위에 걸터앉은 그녀가 웃음기를 머금으면 말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하얀 원피스가 젖어 육체에 달라붙었다. 육체의 굴곡이 완전히 드러났을 뿐만이 아니라 속살이 은은히 비쳤다. 분홍색의 젖꼭지와 금색의 음모가 은근히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베일 너머에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멜리아는 헤리안느 여신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어떤 남자가 그녀를 앞에 두고 참을 수 있을까.

나는 성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우선 베일을 벗겼다. 차분한 얼굴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청초하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상황이 그녀를 음란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물에 흠뻑 젖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멜리아의 얼굴을 만진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엄지가 그녀의 탱탱한 입술을 매만졌다. 그녀의 입이 자연히 벌어졌고, 손가락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혀를 누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알몸이 된 그녀의 몸은 빛이 나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왼손이 그녀의 은밀한 곳을 매만진다.

“아으, 으응, 앙…!”

성녀가 달아올랐다. 내가 손을 떼자, 그녀는 스스로 움직였다. 내 위로 올라타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를 삼켰다. 그녀가 앞뒤로 움직이며 내 자지를 자극한다.

그녀의 자극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내 본능은 그보다 더 한 자극을 원했다.

몸을 일으켜 성녀를 성스러운 연못에 눕혔다. 놀란 그녀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연못의 가장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상체가 위로 둥실 떠 올랐다. 풍만한 가슴이 흔들리며 위로 떠 오르는 모습은 무척 야했다. 그러면서 양다리로는 내 허리를 휘감는다. 나는 천천히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성스러운 연못이 요동쳤다.

물속에서 물결치는 그녀의 금발은 매우 탐스러웠다.

“아읏, 아아아아아…!”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 음탕한 신음을 흘리는 아멜리아를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희생양인 그녀는 내가 블레아트를 죽여도 죽을 것이다. 그녀는 말 그대로 대악마를 영영 소멸시키기 위한 희생양이니까.

그녀가 살 수 있는 루트는 있다. 아니, 있었다.

‘다섯 대악마의 영혼을 태초의 악마의 뿔에 담아 태초의 악마를 부활시켜 죽이는 루트. 하지만… 그 루트는 내가 없앴다.’

그때만 해도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멜리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