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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9화 > 1499. 팔라딘 : 악멸의 여정 (1,279/2,000)

< 1499화 > 1499. 팔라딘 : 악멸의 여정

[이름: 유진

출신: 성기사

레벨: 99

힘: 105 민첩: 81 체력: 85 신성력: 122

보유 스킬: 성안(Lv. Ultimate), 홀리 오라(Lv. Ultimate), 신성검(Lv. Ultimate), 질주(Lv. Master), 홀리 라이트(Lv. Master), 신성 강화(Lv. Master) 부활(Lv. Master), 강림(Lv. Master), 세크리파이스(Lv. Master), 완전한 육체(Lv. Master), 여명의 날개(Lv. Master). 성화(Lv. Master), 빛의 속박(Lv.Master)]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대도시에 들어가 악마들을 사냥하고, 성녀에게 부탁해 만든 영약을 빨아먹은 덕분에 쌓을 수 있었던 능력치였다.

한계에 달했다. 내 인내심도 한계였고,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한계였다.

‘3개월 동안 게릴라전만 반복했다. 지긋지긋하면서도 보람찬 일이었지. 그리고 이제… 발렌티어로 간다. 끝을 짓자.’

내가 죽든, 대악마 블레아트가 죽든 결판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 끝은 블레아트의 죽음이 될 것이다.

저벅.

갑옷을 입고 발렌티어 대도시 앞에 도착한 나는 깊은 눈으로 도시를 바라봤다.

키이이이잉.

성안이 발동하며 발렌티어의 상태를 훑어본다. 어마어마한 마력이 도시를 휘감고 있었다. 도시에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대악마 블레아트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 힘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강렬하다.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치고 있었던 건 아니란 거겠지.’

블레아트는 알고 있었다.

결국 이 사태의 끝은 나와의 결판이라는 것을.

나는 블레아트를 죽여야 이 세상에서 악마들을 없앨 수 있고, 블레아트는 나를 죽여야 죽은 대악마들을 부활시킬 수 있다. 그 외의 악마나 인간들이 얼마나 죽어 나가든 크게 보면 아무 상관 없었던 것이다.

발을 내디뎠다.

도시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낄낄낄….”

“블레아트 님이 말씀 하신 대로군.”

“놈이 왔다.”

“팔라딘이 왔다.”

악마들이 웃는다. 그러나 나는 악마들의 웃음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내 손에 죽은 악마와 타락자의 수는 최소 20만이 넘는다. 그걸 저놈들도 알고 있었다. 악마들의 눈에는 내가 학살자로 보일 것이다.

“거슬리는군.”

집행검을 들었다. 악마들의 웃음소리가 뚝 멈췄다. 악마들은 제들끼리 눈치를 보더니 폐가나 다름없는 집에서 인간을 끌고 왔다.

거적때기를 몸에 걸친 인간이었다. 몸은 비쩍 말랐고, 얼굴에는 깊은 절망이 엿보였다.

“팔라딘! 움직이지 마라! 네가 움직이면 이 인간은 죽는다!”

“팔라딘… 이시여….”

입을 꾹 다물고 인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기억을 더듬자 떠올랐다. 나를 따르며 찬양하던 이단심문관 중 한 명이었다.

“…이단심문관이군. 이름이 막스였나.”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팔라딘이시여!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나이다. 여신께서 빛을 잃고, 어둠이 세상을 삼킨 줄 알았나이다…!”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던 이단심문관의 두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것은 신앙의 빛이었다.

“시끄럽다, 인간!”

악마가 커다란 손으로 이단심문관을 바닥에 눌렀다. 이단심문관이 작게 신음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를 올려다봤다. 그가 내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팔라딘. 이 도시에는 아직 인간들이 살아 있다. 노예로서, 가축으로서 우리에게 봉사하며 살고 있지. 그것들을 살리고 싶다면 순순히 우리를 따라와라. 블레아트 님께서 너를 보고 싶어 하신다.”

악마에게 시선따위 가지 않았다. 나는 이단심문관만을 주시했다.

“팔라딘이시여.”

“듣고 있다.”

“저는 이전에 절망하여 신앙을 버렸나이다. 빛이 없다고 생각하였나이다. 여신께서 우리를 져버린 줄 알았나이다.”

“이단심문관으로서 실격이군.”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그 죄는 달게 받겠나이다.”

“이 빌어먹을 인간놈들이!”

악마가 격분하며 손을 휘두른다. 이단심문관의 오른팔이 찢겨나갔다. 그럼에도 이단심문관은 태연했다. 그는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지금 봤을 때, 너는 지금 신앙을 되찾았다. 내게 원하는 게 있나?”

“팔라딘이시여! 여신이 내린 한 줄기의 빛이시여! 저는 그저 악마들이…! 모든 악마가 이 세상에서 멸하기를 원하나이다!”

“걱정마라. 내가 그러하겠나이다.”

“믿겠나이….”

퍽.

이단심문관의 머리가 터졌다.

악마는 손에 묻은 뇌수를 갈라진 혀로 핥으며 실실 웃었다.

“가축이 우리는 소리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이 세상에서 악마를 멸한다? 멍청한 인간들아. 이 세상의 주인은 너희가 아니라 우리다.”

악마가 손을 들고 흔들었다. 비릿한 혈향이 퍼지면서 악마들이 모여 나를 포위했다. 그들은 모두 인질을 데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팔라딘이시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고문으로 인해 신앙을 잃었다.

“팔라딘. 헛짓하지 말고 따라와라.”

“…더러운 악마 새끼 주제에 내게 명령하지 마라.”

분노와 전투 의지를 끌어올리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악마가 주춤거렸다.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거냐? 헛짓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블레아트 님은 너와 대화하기를 원하신다!”

“내가 악마와 할 수 있는 대화는 딱 하나다. 네놈들의 몸통에 검을 쑤셔 박는 것뿐이다!”

홀리 라이트.

하늘에서 빛줄기 여럿이 악마에게 떨어졌다.

“카아아아아아악!”

악마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들의 몸이 불타올랐다. 평범한 홀리 라이트는 이 정도까지의 위력은 없지만… 지금 나는 신성력 능력치만 100이 넘고 홀리 라이트는 Master 레벨이다. 홀리 라이트만으로 어지간한 악마는 그냥 죽인다.

“팔라딘…! 후회하게 될 거다!!”

악마들이 행동했다. 나를 덮치는 게 아니라 보란 듯이 인질들을 죽였다. 인간의 피와 살, 비명이 난무한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집행검을 치켜들고 악마들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원망해도 상관없다. 한 가지 약속해줄 수 있는 건… 이 악마 새끼들은 내 손에 죽을 것이라는 거다!”

인질들을 모두 죽인 악마들은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홀리 오라.’

나를 중심으로 성스러운 기운이 퍼지며 달려드는 악마들을 날려 보낸다. 내 머리 뒤에는 성스럽게 빛나는 헤일로가 나타났다.

홀리 오라에 놀란 악마들은 다시 달려들지 않았다. 강함의 격차를 깨닫고 순식간에 전투 의지가 꺾인 것이다.

악마들은 각각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익숙했기 때문이다.

‘더러운 악마 놈들의 공통된 습성이지.’

자기가 죽을 것 같으면 망설임 없이 내뺀다. 동료가 죽든 말든 최종적으로 자기만 잘 살면 된다. 그게 악마들의 기본이었다. 이런 악마들이 블레아트의 명령을 듣는 건 단순하다. 블레아트를 따르지 않으면 죽으니까.

‘성화.’

화르르륵.

땅에서 황금빛 불길이 일어나 도망치는 악마들을 가로막았다. 악마들은 감히 신성한 불꽃에 뛰어들지 못했다.

나는 우선 날개 달린 악마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미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도 소용없었다.

‘뇌전.’

황금빛 뇌전이 떨어지며 하늘로 도망치는 악마들을 응징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발렌티어 도시 외곽을 돌면서 악마와 타락자들을 보이는 족족 죽였다.

콰르르르릉! 콰콰쾅!

황금 번개가 악마들에게 떨어진다.

악마의 수작과 고문으로 신앙을 잃은 인간들은 악마의 죽음을 보며 다시 희망을 품었다. 인간들은 기도했고, 악마들은 비명을 질렀다.

“거기까지다.”

쿠웅!

내 앞에 거대한 악마가 떨어졌다. 다리에 힘을 주어 흔들리는 땅에서 균형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악마를 올려다봤다.

5m에 달하는 붉은 악마였다. 거인형 악마다. 어떤 의미로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악마들보다 성가셨다. 이놈들의 신체 능력은 지금의 나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게임으로 치자면 네임드 악마에 가깝다.

“블레아트 님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면… 여기서 죽어라.”

커다란 주먹이 뻗어온다. 위로 뛰어 주먹을 피한다. 주먹은 지면을 박살 냈고 파편이 튀었다. 주먹 위에 올라탄 나는 악마의 머리를 향해 내달렸다.

‘질주.’

악마가 왼손으로 날 잡으려고 했으나, 스킬을 사용하는 내 다리가 훨씬 빨랐다.

푸욱.

악마의 미간의 집행검을 쑤셔 넣었다. 집행검은 그 자체로도 날카롭지만, 악마의 피륙은 그 무엇보다 잘 베어 가른다.

‘신성검.’

집행검의 검신이 황금빛으로 한순간 빛난다.

‘템페스트.’

바람을 조종하는 성검, 볼브레이아의 성검의 능력을 사용한다.

집행검에서 발생한 바람에 신성검의 힘이 실린다. 황금빛 바람이 악마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바람은 악마의 뇌를 갈아버리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몸통을 갈았다.

나는 잘게 조각 난 악마의 육체 파편과 함께 지상에 착지했다. 온몸이 악마의 피로 젖어 있었다. 익숙하다. 하지만 그게 기분 좋다는 뜻은 아니었다. 치솟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대로를 바라본다.

악마들이 있었다.

양산형의 어중이떠중이 악마들이 아니다. 죄다 험악한 외형과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 네임드급 악마들이었다.

“이게 대악마들을 죽인 발렌티어의 팔라딘인가?”

“비로스가 단번에 죽었다…. 보통 놈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서 우리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소.”

“블레아트 님은 끌고 오라고 하셨지만… 저항이 심하면 죽여도 좋다고 하셨지.”

“죽인다.”

악마들이었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집행검을 들었다.

‘와라, 천사들.’

아무리 나라도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기에 도구를 소환했다.

허공이 갈라지며 대천사 셋이 나온다.

“대천사인가. 말로는 들어봤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별로 안 강해 보이는데?”

“죽인다!”

악마와 천사들이 격돌한다. 나는 천사들을 앞에 내세우며 차근차근 악마들을 죽여갔다.

승리는 나였다. 조금 지치긴 했어도 큰 상처 없이 이길 수 있었다.

‘블레아트는… 발렌티어의 성당에 들어가 있군. 더러운 년. 끝까지 신성을 모독할 셈인가….’

불쾌함을 억누르며 성당의 문을 열었다.

성당 내부 광경을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바닥은 피로 얼룩져 있고, 벽에는 인간의 피부 가죽이 걸려 있었다. 헤리안느 여신을 모독하고 조롱하기 위한 짓거리였다.

키이이이이잉.

성안은 대악마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기도실, 예배당, 식당 등을 모두 무시하고 성당의 가장 안쪽으로 향한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발렌티어의 성소였다.

성녀가 머무는 곳이자, 내가 휴식을 취했던 곳.

나는 주먹으로 성소의 문을 후려쳤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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