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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6화 > 1546. 광명승천도 (1,326/2,000)

< 1546화 > 1546. 광명승천도

“조건이 있다. 네놈은 자결해라. 그럼 이놈을 풀어주마.”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정작 난리를 치는 건 그의 주변에 있는 무인들이었다.

“장로님! 안 됩니다! 놈의 기만일 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주를 포기할 수 없다! 독고세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가주와 소가주뿐이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이 한목숨,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

그는 검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섬전도 염구석! 무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라! 너는 마교인이지만, 그 이전에 무인이다! 나는 무인의 정신을 믿는다!”

“맹세하겠다. 네가 자결한다면 독고가주를 살려주마!”

그의 검이 움직인다. 검끝이 향하는 곳은 그의 가슴팍이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자신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커헉!”

그가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약속을… 지켜라…!”

“하하하. 설마 진짜 자결할 줄이야. 뭐, 좋다. 이놈은 죽이진 않으마. 더 좋은 생각이 났거든.”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우선 완전 회복을 사용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독고한의 혈을 짚어 제압했다. 이 정도 고수를 점혈로 제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재 독고한은 정신을 잃은 상태라 저항이 아예 없었다.

“염구석! 뭘 노리고 있는 거냐?!”

독고세가의 무인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는 한 손에 칼을 쥐고 그들을 가리켰다.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네놈들을 도륙할 수 있다. 내 말이 우습게 들린다면 덤벼봐라. 모조리 다 베어 죽여 주마.”

독고세가의 무인들은 움찔댈 뿐이다. 감히 내게 덤벼들지 못했다.

“……가주를 우리에게 주시오. 우리는 가주를 데리고 물러나겠소.”

“꼬리를 말았군. 크크. 네놈들 전원 혈을 짚겠다. 내 앞으로 일렬로 서라.”

“뭘 원하는 것이오?!”

“기어 오르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그리고 너는… 본보기로 죽어라.”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검기가 날아가 놈의 목을 베었다. 독고세가의 무인들이 긴장하며 전투 자세를 취한다.

내가 다시 검을 들 때였다. 한 남자가 말했다.

“…놈이 시키는 대로 해라. 어찌 된 일인지 놈은 상처를 회복했다. 가주님이 제압당한 지금, 우리 전원이 놈에게 덤벼도 일방적으로 도륙당할 뿐이다. 무엇보다 장로님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없다!”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었군. 넌 누구지?”

“…독고타진대의 부대주인 독고혼이오.”

“방금 죽은 놈이 대주였나 보군.”

나는 독고세가 무인들의 점혈을 짚었다. 앞으로 한나절은 내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내력을 사용할 수 없는 무인은 많은 게 제한된다. 그래도 일반인보다는 강하지만, 내 입장에선 일반인이나 다를 바 없다.

“크크큭.”

가지고 있던 독고한을 갖다버렸다. 독고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다가간다.

“비켜라.”

놈들의 어깨를 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놈들이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

독고세가의 소가주 독고청하. 무인들의 뒤에서 운기조식으로 상처를 다스리고 있던 그녀가 쌍검을 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독고세가는…지지 않는다…!”

칼을 휘둘렀다. 독고청하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무인을 향해. 무인의 머리가 피와 함께 떨어진다.

“저항해 봐라. 여기 있는 무인들 전부 죽여주마. 독고세가는 소가주의 저항으로 인해 멸문하는 거다. 독고세가를 위해 희생한 장로가 저승에서 탄식하겠군.”

“…….”

그녀의 쌍검이 파르르 떨렸다. 쌍검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크크큭!”

유쾌함이 몰려왔다. 손가락이 그녀의 몸을 콕콕 찌른다. 점혈을 짚어 내력을 봉했다. 독고청하의 손에서 쌍검을 뺏어서 던졌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뭘 할 생각이냐?”

“독고세가로 간다. 거기서 내기를 해야지.”

“…내기?”

“장로와 한 약속은 지킨다. 독고가주는 살려주지. 하지만 독고세가의 다른 놈들을 살려주겠다고 말한 적 없다.”

“큭, 독고세가를 지배할 생각이냐?! 너 따위가 독고세가를 지배할 수 있다고 보느냐?!”

“못 하지. 할 수 있다고 해도 안 한다. 고작 독고세가 따위에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놈…!”

독고세가에 눌러앉을 생각은 없다. 늦어도 이틀 뒤에는 도시를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림맹의 추적대가 붙을 테니까.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니 추적을 따돌리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런 물건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 좋다. 천마신교가 의심할 수도 있으니.

“…독고세가의 무공과 영약을 원하는 거냐.”

“독고세가의 무공이라? 보니까 별거 없더만. 영약은 가져간다. 영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독고세가에 도착했다. 건물만 보면 남궁세가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크고 화려했다.

“주제에 맞지 않게 건물만 더럽게 크군.”

“큭…!”

“가문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한곳에 모아라. 기감을 펼칠 것이다. 내 기감을 속이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도망을 시도하는 놈이 한 명 나올때 마다 30명을 죽이겠다.”

한 시진이 지났다.

가장 지하 연무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무공을 모르는 식솔들까지 합쳐서 총 854명. 천 명도 넘지 않는 건 좀 의외였다.

나는 독고청하를 제외한 853명의 점혈을 짚어 제압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쇠사슬로 몸을 묶어 구속했다. 놈들은 바닥에 꿇어앉은 상태였다. 나는 독고가주가 앉는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일단 무공과 영약은 챙겼다. 진짜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숨겨둔 모양인데… 찾으려고 움직이는 건 귀찮군.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고작 영약 따위를 찾는 데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나는 내 앞에선 독고청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녀는 불안함을 느낀 듯 얼굴을 굳히며 뒷걸음질 쳤다.

“…대체 우리 가문에 원하는 게 뭐냐.”

“아까 말했잖아. 내기를 할 거라고.”

“내가 왜 너와 내기를 해야 하지?!”

나는 킬킬 웃으며 공간함에서 무공과 영약을 꺼냈다. 독고세가에서 얻은 것들이다. 영약은 질이 낮았으나 양이 많았다. 이것들을 모두 복구하려면 최소 삼십 년은 걸릴 것이다.

“내기에 거는 것은 독고세가의 무공들과 영약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일월패신검과 일월신공의 유출을 반드시 막고 싶을 테지. 그리고.”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가까운 곳에 구속된 채 기절한 독고한과 독고세가의 식솔들을 가리켰다.

“이것들의 목숨도 내 손안에 있다. 구하고 싶지 않냐?”

“아버지는! 아버지는 죽이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말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냐?!”

“죽이지 않는다. 대신 팔과 다리는 자를 수 있지. 이미 왼팔이 잘렸는데 오른팔마저 없다면… 크크. 그건 이미 죽은 거나 다를 바 없겠군.”

독고청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무슨…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거냐?”

나는 품에서 모래시계 4개를 꺼냈다. 각각 1분, 3분, 5분, 10분짜리 모래시계들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시간 내로 하지 못한다면 내기는 내 승리다. 반대로 시간 내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네 승리다. 내기에 걸린 물건은 네 것이 되는 거다.”

“그딴 게 내기라고?”

“아니면 뭐. 내가 너랑 주사위 놀이라도 할 줄 알았나? 뭐, 그것도 나쁘지 않군. 주사위를 굴러서 3보다 작으면 저기 있는 놈 중 하나를 죽이고, 4보다 크면 한 놈 살려주는 거지. 그런 내기를 원하나?”

나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어차피 내 목숨이 걸린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독고청하에겐 달랐다. 그녀는 식솔들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같은 걸 할 수 없었다.

“…네가 시키는 대로 하는 내기를 하겠다.”

독고청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감한 것이겠지.

“좋다. 첫 번째 내기다. 이 내기에 걸린 물건은 일월신공이다. 참고로 나는 일월신공에 관심 없다. 그리고 돈이라면 충분히 있지. 네가 내기에 져서 일월신공을 가지지 못한다면, 나는 일월신공을 천마신교의 하급무사들에게 던질 것이다. 이후에는 뭐, 너도 짐작하듯 일월신공은 삼재심법 정도의 싸구려가 되겠지.”

개나 소나 일월신공을 익히게 된다. 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월신공 정도의 상승무공은 비급이 있다고 해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상승무공에 걸맞은 체계적인 수련과 뛰어난 실력의 스승, 양질의 영약이 필요하다. 물론 재능도 필수다. 무공이 난해하기 때문에 더욱더 재능이 필요하다.

“그건… 그건 절대 안 된다…! 일원신공은 독고세가의 심장이자, 상징이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내기에서 이기면 된다.”

나는 모래시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장 작은 모래시계와 그다음으로 큰 모래시계 사이에서 고민한다.

‘음. 1분짜리가 좋겠군. 어려운 걸 시키는 것도 아니니.’

가장 작은 모래시계를 잡았다.

“첫 번째 내기다.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벗어라. 실오라기 하나 몸에 걸치지 마라.”

“뭣….”

탁.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모래가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진다. 독고청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모래시계와 일월신공을 바라봤다. 곧 그녀가 각오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만! 하지마라, 청하야! 네가 가문을 위해 욕보일 필요는 없다!”

독고나직. 독고한의 첫째 아들이자, 독고청하의 큰오빠인 그가 말했다. 나는 끼어들지 않고 독고청하를 지켜봤다.

“…첫째 오라버니. 일월신공이 유출되면 독고세가는 끝입니다. 저와 독고세가.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도 장로님처럼… 독고세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확고한 말투였다.

모래시계는 절반이상 떨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옷고름을 풀었다.

“큭! 가문의 식솔들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라!!”

이곳에 모인 전원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나는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내기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과연 저들이 마지막까지 충절을 지킬 수 있을까?

스윽. 스으윽.

독고청하가 거침없이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내가 말했던 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독고청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가리려 하지 않았다. 최대한 당당히 내게 맞서려고 한다.

“크크. 꼴리는 몸이군. 가슴과 엉덩이도 크고… 딱 내 취향이다.”

가슴은 물방울 모양으로 살짝 처진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젖꼭지는 밝은 분홍색으로 깨끗하다. 복근은 무인답게 탄탄했다. 허벅지 사이의 음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덥수룩했다.

나는 그녀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말했다.

“첫 번째 내기는 네 승리다.”

일월신공은 구속되어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장남을 향해 던졌다. 장남은 분한 표정으로 일월신공을 품에 안았다. 나는 킥킥 웃었다. 장남을 비롯한 수십명의 남자들이 곁눈질로 독고청하의 몸을 본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독고청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본래 당사자가 가장 시선에 민감한 법이니.

“두 번째 내기다. 내기에 거는 건 일월패신검. 검술이 유출되면 온갖 무인들이 파훼하기 위해 달려들겠지.”

“그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내기의 내용이나 말해라…!”

“크크. 재촉하지 마라. 두 번째 내기는 면도다. 요즘 털보지를 너무 많이 봐서 질려서 말이야. 빽보지가 보고 싶다.”

나는 면도 세트를 던졌다. 면도칼과 깨끗한 물. 그리고 그릇이다.

“…천박한 놈! 네놈에게선 고수의 풍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구나!”

“건방지군. 5분 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3분 주마. 이상한 꼼수로 몸을 가릴 생각은 하지 마라. 그때는 네 반칙패니까.”

“크윽….”

독고청하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면도칼을 쥐었다. 날카로운 면도칼을 본 그녀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했으나, 이내 바닥에 앉아 면도를 준비했다.

“우선 물에 적신 뒤에 긴 것부터 적당히 자르고 잔털을 정리하는 방식이 편할 거다.”

훈수는 못 참지.

“알아서 할 테니 닥쳐라!”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내 훈수에 따라 물을 이용해 보지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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