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6화 > 1556. 성유니콘
북백 손가를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백 손가의 본가가 있는 강원도로 직접 찾아가는 것. 이건 좋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이런 가문들은 불청객을 환영하지 않을 게 뻔하니까.
‘북백 손가가 원하는 물건이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다짜고짜 찾아가면 좋아할 리 없지. 북백 손가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으니 귀찮더라도 절차를 밟는 게 나아.’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승희. 세진 그룹이라면 북백 손가와 어느 정도 끈이 있겠지. 세진 그룹을 통해 연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지만….’
하승희보다 더 적절할 것 같은 인물이 있었다.
강석수.
대한민국의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중2병 놈이자, 내가 속한 세븐 티어 길드의 마스터다. 눈에 띄는 실력만큼이나 인맥도 뛰어난 놈이다. 특히 지금은 세븐 티어 길드를 만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오대 가문과 만났을 가능성이 컸다.
‘하승희에게 빚을 지는 건 껄끄럽단 말이지. 하승희는 어떻게 해서든 빚을 받아내려고 할 테니까.’
내가 본 하승희는 헤빌의 촉진제 하나만으로 만족할 여자가 아니었다. 기회가 되면 내 밑천을 뜯어가려고 하겠지. 뭐, 내 밑천이 바닥날지는 둘째 문제고.
강석수에게 연락했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
-성유진. 무슨 일이냐?
“오대 가문이랑 친하냐?”
-오대 가문? 친한 건 아니다만… 알고 있는 인물이 몇 있다. 그들을 소개 받고 싶은 모양이군. 일이라도 터졌나?
“자세한 건 됐고. 북백 손가와 만나고 싶어. 거래할 게 있거든.”
-북백 손가 쪽에 아는 사람이 있다. 다만, 그 거래할 물건이란 게 뭐지? 그녀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라, 중개인으로서 대충은 알아야겠군.
“항마의 검. 북백 손가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물건이지.”
예전에 캠핑장에서 미령이 동굴에서 찾은 물건이다. 항마의 힘을 가지고 있으나, 나는 이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쓸만한 상황도 별로 없었다.
-흠. 처음 들어보는 검이군. 그게 정말 북백 손가와 관련 있는 물건이냐?
“기다려 봐. 사진 찍어서 보내 줄 테니까.”
인벤토리에서 항마의 검을 꺼내 스마트폰으로 찍어 강석수에게 보냈다. 사진을 확인한 강석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확인했냐?”
-그래. 북백 손가의 문양이 확실히 새겨져 있더군. 여전히 이 검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건 북백 손가가 판단할 일이겠지. 그쪽에 연락을 넣어두마. 반응이 온다면 바로 알려주지.
“고마워. 근데 너 지금 뭐 하고 있냐? 길드는 언제 할 거야?”
-세븐 티어의 마지막 한 명을 설득하고 있다. 원래는 함께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안 한다고 하는군. 변덕스러운 녀석인지는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놈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냥 포기하고 다른 놈으로 채우지?”
-안 돼. 이 녀석은 우리 세븐 티어 길드에 반드시 필요하다.
“데려올 수 있는 건 맞지?”
-녀석은 변덕스럽다. 다시 말해 데려올 기회는 충분히 있다는 거지. 반드시 길드로 데려올 테니 걱정마라. 넌 네 일을 하면 된다. 아, 마침 북백 손가 쪽에서 메시지가 왔군.
“벌써?”
-항마의 검이라고 했나? 보통 물건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널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직접 만나긴 해야지. 그냥 물건도 아니고 퀵으로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니까.”
-아니, 내 뜻은… 흠. 북백 손가의 가주 대리가 널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한 거다.
“가주 대리가? 가주는 이 일에 관심 없는 모양이지?”
-글쎼. 자세히 말해주지 않더군. 다만 북백 손가의 가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나도 북백 손가의 가주가 누군지 모른다. 가주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떠돌고 있긴 한데… 확신할 수는 없지. 어쩔 건가?
“가주 대리면 만나야겠지. 언제 만날 수 있어?”
-시간과 장소는 그쪽이 메시지로 보내줬다. 네게도 보내주지.
전화가 끊기고 강석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읽은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만나자는 장소가 강원도 깡촌이었기 때문이다. 주천강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강원도 출신이라 잘 안다. 여긴 유독 인적이 드문 곳이다. 거기다 당장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내일은 평일이었다. 사람이 더 없을 것이다.
‘거래고 뭐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무력으로 항마의 검을 강탈하려는 건가?’
이거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차하면 공간 이동 주문서로 튀자. 그리고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해줄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난 각오를 굳혔다.
***
지금은 여름이 끝나가는 시기였다. 그러나 날씨는 한창때의 여름처럼 쨍쨍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유독 태양 빛이 따갑다.
나는 태양을 노려보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는 한 여인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멈칫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낚시하는 그 여인이 어마어마한 미인이였기 때문이다.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녀는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로우 번 헤어 스타일이었다. 머리 위에는 하얀색 캡모자를 썼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턱선은 깔끔하고 예쁘다. 피부도 하얗다.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이 섹시하게 느껴졌다.
복장은 낚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늘색 테니스 스커트를 입었다. 발에는 샌들을 신었다. 물론 맨발이다. 상의는 하얀 반팔 티셔츠 위로 국방색 낚시 조끼를 걸쳤다. 낚시 조끼와 테니스 스커트의 조화라니. 전혀 안 어울렸다.
내 기척을 느낀 걸까. 강을 집중해서 보던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성유진 씨?”
“네. 성유진입니다.”
나는 긴장을 풀었다. 북백 손가가 나를 기습할 분위기는 아닌 듯했으니까.
“북백 손가의 가주 대리인 손가연이에요. 가문이 아니라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미안해요. 가문은 지금 손님을 받지 않거든요. 그래도 걱정마세요. 가주 대리로써의 권한은 확실하니까요.”
주륵.
그녀의 매끈한 뺨을 타고 땀이 미끄러져 기존에 턱에 맺혀 있던 땀방울과 합쳐진다. 커진 땀방울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슬쩍 아래를 보니 땀방울이 떨어진 자국이 많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모양이다.
‘일단 보지의 맛부터 쓰자. 흐흐. 명문 가문 가주 대리의 보지맛이 어떠려나. 고상한 맛이 나려나?’
혀 위로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적당히 소금간을 친 느낌이랄까. 너무 적절한 맛인지라 오히려 더 핥고 싶게 되는 맛이다. 보지 맛이라기보다는 땀의 맛과 비슷했다.
‘땀?’
나는 손가연을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얼굴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단순히 땀이 많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이 정도로 땀이 많이 나나?
‘땀이 많이 나는 병이 있었는데. 다한증이라고 했던가.’
테니스 스커트를 입는 이유도 납득이 갔다. 땀이 많으니 바지 대신 스커트를 입은 것일 터다.
‘아마 보지도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거겠지. 그러니 보지에서도 짭짤한 땀 맛이 난 거야.’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67
속마음 : 이 남자가 성유진? 차기 S급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던데. 진짜로 그 정도의 재능을 가졌을까?]
손가연은 28살인데도 처녀였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 능력을 얻고 나서 알게 된 점은 20대 초반은 처녀가 제법 있으나, 나이가 들수록 처녀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긴 한데 미녀들의 경우 20대 중반부터 처녀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귀하디귀한 미인 처녀가 여기에 있구나!’
손가연에 대한 호감도를 치솟는 걸 느꼈다. 지금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손가연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지만, 땀 냄새는 나지 않았다.
“많이 준비해오셨네요?”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하긴 여기서 만나자고 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좀 수상하긴 하네요. 제가 낚시를 좋아해서요. 혹시 낚시 좋아하세요?”
“좋아하지는 않지만, 흥미는 있습니다.”
원래 흥미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미녀가 낚시를 좋아한다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잘됐네요. 옆에 앉아서 얘기하죠. 낚싯대는 제가 빌려드릴게요.”
손가연이 옆의 놓인 커다란 가방에서 낚싯대를 꺼내 내게 주었다. 나는 낚싯대를 받으며 낚시 준비를 했다. 나는 일부러 어색한 손놀림을 보였다.
손가연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직접 손을 뻗어 낚시하는 법을 알려줬다.
‘원래 고인물은 뉴비를 보면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 나는 법이지.’
손가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거치대에 낚싯대를 고정한 뒤에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우리 가문의 항마의 검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직접 보여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제 가방에 넣어놨습니다.”
가방에서 항마의 검을 꺼냈다. 손가연은 집중해서 항마의 검을 바라봤다.
“확실히 항마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검자루에 새겨진 연꽃 문양도 우리 가문의 문양이 확실하고요. 한 번 만져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녀가 항마의 검을 쥐었다.
우웅.
검신이 떨리는가 싶더니 검날에서 하얀 기운이 치솟는다. 검기. 그것도 평범한 검기가 아니었다. 강력한 열기를 품은 검기다.
“백악신류(白岳神流)에 바로 반응하는군요. 이건 본가가 잃어버린 항마의 검이 확실하네요.”
“백악신류요?”
“본가가 익힌 무술입니다. 항마의 검은 본가가 구입하겠습니다. 성유진 씨는 무엇을 원하나요? 보아하니 단순히 돈만 원하는 건 아닌 듯한데.”
“그 이전에 항마의 검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녔는지 알고 싶습니다.”
“항마의 검은 본래 북백 손가를 상징하는 검이었어요. 그러나 8대 가주께서 항마의 검을 가지고 퇴마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하셨죠. 그 후로 항마의 검은 실종되어 역사서에만 존재하게 됐어요. 성유진 씨가 가져오기 전까지는요. 항마의 검은 가문의 보물이에요. 보물을 찾아 돌려주셨으니 웬만한 부탁을 돌려드릴게요. 북백 손가는 은혜를 잊지 않으니 원하시는 걸 편히 말씀하세요.”
보지의 맛을 확인했다. 그녀의
“황하문이라는 세력을 아십니까?”
“글쎄요. 처음 들어보네요. 새롭게 나타난 길드인가요?”
“중국의 블랙 길드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요?”
나는 황하문과 한국의 트라이앵글 등 최근에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황하문과 트라이앵글을 치워버리고 싶습니다. 그놈들을 내버려 두면 절 다시 노릴 게 분명합니다. 나중에는 가족까지 건들겠죠. 그러니….”
“그러니 먼저 나서서 치워버리고 싶다? 이해해요. 방해되는 것들은 없애야죠. 그런데 겨우 그 정도로 되겠어요?”
“…겨우 그 정도라니. 힘든 일이 아닙니까?”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그리고 항마의 검은 더 가치가 높아요. 다른 원하는 건 없나요?”
“그럼….”
나랑 섹스 한 판 합시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성욕도 67이면 높은 편이야. 보통 여자들의 평상시 성욕도는 30 아래이니까.’
손가연은 처녀였다. 북백 손가의 가주 대리다. 내 부탁을 들어줄 리 없다. 욕을 먹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저와 친구가 되어주십시오. 북백 손가 가주 대리의 친구. 어마어마한 타이틀 아닙니까?”
손가연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서 물이 떨어진다. 갑자기 웬 눈물인가 했는데 땀이었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에 묻은 땀을 닦은 뒤 웃었다.
“그래. 좋아. 친구 하자. 난 28살이야. 내가 너보다 5살 더 많지? 앞으로 가연 누나라고 불러.”
그녀는 예상외로 털털한 성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