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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7화 > 1557. 성유니콘 (1,337/2,000)

< 1557화 > 1557. 성유니콘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67

속마음 :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인 헌터와 친구라. 나쁘지 않네.]

마냥 털털해 보였던 손가연의 속내에는 계산적인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게 실망스럽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도리어 인간적이라서 한시름 났다.

‘명색이 가주 대리인데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할 리 없지.’

그때였다. 그녀의 낚싯대가 흔들렸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고 낚싯줄을 당기는 것이다.

“왔다!”

손가연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낚싯대를 잡았다.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항마의 검을 가지고 거래할 때보다 더.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손가연의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낚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꽤 뛰어난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이윽고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올라온다.

붕어였다.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다.

“에이….”

그녀는 붕어의 크기를 가늠한 뒤 바로 방생했다.

“힘들게 잡았는데 왜 방생하는 거야?”

떡밥을 낚싯바늘에 끼우던 그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 기준으로 너무 작아서. 그리고 난 어지간한 경우에는 전부 방생해.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낚시하는 건 아니니까.”

“요약하면 낚시를 즐긴다는 거지?”

손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해하지 못했다. 낚시대부분은 기다리는 시간이니까. 거기다 손가연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체질로 보였다. 재밌어 보인다기보다는 괴로워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뭐라 말할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게 다르니.

내가 뭐라고 하려 할 때였다. 내 앞에 있는 낚싯대가 크게 출렁였다. 그 흔들림은 아까본 손가연의 낚싯대보다 더했다.

“왔네! 뭐해! 당겨!”

“어? 어.”

나는 대충 대답하며 낚싯대를 잡았다. 낚시를 처음 하는 건 아니었기에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물고기의 힘이 꽤 강하긴 한데, 나는 일반인보다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헌터였다. 이 정도 힘으로는 몸이 떨리지도 않는다.

“힘으로만 하지 말고! 낚싯줄을 감아! 아니, 지금은 풀어! 좋아! 힘이 빠지기 시작했어. 붕어네! 당겨, 당겨!”

옆에서 손가연이 소리치며 훈수를 남발했다. 아무리 봐도 항마의 검을 되찾았을 때보다 더 활기 넘치고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지금 당기면 되는 거지?”

“당겨!”

낚싯대를 힘껏 당겼다. 물속에서 물고기가 올려졌다. 붕어였다. 손가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금 손가연이 잡았던 물고기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거 붕어지? 우와. 아까 누나가 잡았던 것보다 훨씬 큰데?”

“기, 기다려봐. 자가 있으니 몇 cm인지 재보자.”

34cm.

월척이었다.

“추, 축하해. 처음인데 월척을 잡았네? 너 낚시에 재능있는 것 같다.”

손가연은 살짝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재능은 무슨. 이런 건 그냥 운이지 뭐.”

“운칠기삼이라 말하잖아. 낚시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야. 사진 찍어줄까?”

“찍어주면 고맙지. 보통 이렇게 물고기를 들던데.”

찰칵!

사진 찍은 나는 붕어를 방생했다. 손가연에게 주려고 했는데 거절했다. 붕어를 가지고 가기도 뭐 했다. 붕어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황하문과 트라이앵글에 대한 주제로 돌아갔다.

“황하문은 중국에 있어서 당장 처리하기는 어려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가문의 영향력이 중국에까지 미치진 않거든.”

“중국에 인맥이 있어. 황하문은 그 인맥의 힘을 빌려 처리할 생각이야.”

“어떤 인맥인지 물어봐도 돼? 마약을 재배하고 한국으로 유통하는 놈들이야. 보통 인맥으로는 힘들걸?”

“패왕도문.”

“중국의 S급 헌터 천중패왕이 있는 거기? 이야, 인맥이 엄청난걸. 주석도 쉽게 대할 수 없는 길드가 인맥이라니. 황하문을 처리하는 건 간단하겠어.”

“솔직히 도와줄지는 잘 몰라. 아직 얘기 안 해봤어.”

“웬만하면 도와줄 거야. 중국은 마약에 대개 민감하거든. 근데 패왕도문 정도면 우리 가문의 도움이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여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잖아. 깔끔하게 처리하려면 오대 가문이 최적이라 생각했지.”

“잘 생각했네. 잘 찾아왔고. 트라이앵글이라 했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줄까?”

“어떤 방식이 있는데?”

“여러 방식이 있지. 예를 들면… 아예 지워버리거나, 공권력을 이용해 잡아들여 평생을 감옥에 썩히게 하는 것도 가능해.”

“내가 직접 처리하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계획은 있고?”

“계획은… 아직 없어.”

“그래. 생각해 봐.”

“좀 귀찮아질 수 있는데, 도와줄 거야?”

“북백 손가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녀가 멋있게 말했다. 땀을 주르륵 흘리면서.

볼일은 끝났지만 손가연과 헤어지지 않았다. 낚시를 핑계로 그녀의 옆에 앉았다. 기회가 있을 때 그녀와 더 친해지고 싶었다.

나는 손가연의 옆모습을 쳐다봤다. 그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녀의 몸은 땀투성이다. 그리고 그녀는 10분마다 물을 마시고 있었다.

“누나. 땀이 많네? 다한증이야?”

“이거? 다한증이라기보다는 체질의 문제야. 이 체질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 둘이 아니라니까.”

“힘들겠네. 물도 많이 마셔야 할 것 같고.”

“뭐, 그렇지. 하루에 10L는 기본으로 마시니까.”

“10L나?”

“그 정도 마셔야 해. 안 그러면 탈수증상이 오거든. 좀 성가시긴 한데 이 물통이 있어서 곤란했던 적은 없어.”

손가연이 검은색 물통을 들고 흔들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절반 이상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아까부터 계속 물을 먹었는데 절반 이상 남아 있다고?’

찔끔찔끔 물을 마셨을 리는 없을 테고.

“아티팩트야?”

“맞아. 마나를 소모해 식수로 만드는 아티팩트야. 덤으로 시원하게 유지까지 해주지.”

“누나에게 꼭 필요한 아티팩트네.”

“어렸을 때부터 이 물통은 꼭 가지고 다녔어. 내가 이 체질이 된 게 16살 때였으니까…. 벌써 12년이네.”

손가연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물통을 쳐다봤다.

“…12년 전? 누나의 그 체질은 선천적인 게 아니었어?”

“음. 이 일은 잘 말하지 않는데… 넌 친구니 말해줄게.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12년 전에 영약을 하나 먹었어. 그 영약의 부작용으로 이렇게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 되어버렸지. 서흑 현가(西黑 玄家)에도 가보고, 유명한 의원들을 찾아가 봤는데 그들도 고칠 방법을 모르더라고.”

“대체 무슨 영약을 먹은 거야?”

내 질문에 그녀는 뺨을 긁적였다. 물론 그녀의 손가락에는 땀이 묻어있었다.

“화룡이라고 알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모르겠어. 십몇 년 전에 나타난 SS등급 몬스터잖아.”

레드 드래곤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몬스터였다. 나의 소중한 화련비도의 재료가 이 레드 드래곤의 비늘이다. 칼신은 묵철과 레드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어졌고, 칼자루는 레드 드래곤의 뼈다.

“설마, 영약이란 게….”

“화룡의 심장이야. 정확하게는 그 심장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 심장을 먹고 부작용으로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 됐어.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겨울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서 곤란하다니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 만약,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화룡의 심장을 먹겠지.”

“부작용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는 말이네?”

손가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손가연의 힘을 가늠하려고 애썼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손가연은 나와 비슷한 힘을 가졌을 거라고 추측한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할 수도 있고.’

현실에는 알려지지 않은 강자가 내 생각보다 많을 것 같다.

“히트!”

갑자기 손가연이 벌떡 일어났다. 물고기가 그녀의 낚싯바늘을 문 것이다. 그녀는 낚싯대를 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손가연을 일부러 신체 능력을 일반인 수준으로 억누르면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흐음.’

내 시선은 그녀의 상체로 향했다.

입고 있는 조끼 탓에 정확한 크기는 알 수 없으나, 최소 E컵은 되리라 예측할 수 있었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군.’

특히 겨드랑이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겨드랑이는 특히 땀이 많이 나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겨드랑이가 축축한 여자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미녀가 이렇다니.

“헉! 어, 어딜 빤히 보는 거야?!”

내 시선을 느낀 손가연이 깜짝 놀라 몸을 비틀었다. 그 탓에 기껏 걸렸던 물고기가 도망쳤다.

“누가 겨드랑이 보는데. 아주 축축해 보여서.”

“이, 이게 진짜.”

손가연이 얼굴을 잔뜩 붉혔다. 그녀는 겨드랑이를 딱 붙였다.

“체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딱히 냄새나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 않아? 근데 냄새 안 나는 건 신기하네.”

“그건 한국인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내 땀은 더럽지 않아. 땀을 너무 많이 흘리다 보니 이젠 땀에 섞여 나올 노폐물도 없다고.”

나는 그녀를 놀리듯 일부러 코를 킁킁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노폐물이 없어서 그런지 땀 냄새는 전혀 없었다.

“아악! 하지 마, 이 변태 새끼야!”

짜악!

손가연의 손바닥이 내 어깨를 때렸다. 가볍게 휘두른 것 같은데 상당히 매웠다.

“장난이야. 장난이라니까.”

“너 때문에 물고기 놓쳤잖아!”

“아, 그거 때문이었어?”

“그리고 레이디 앞에서 킁킁거리지 마! 매너가 없잖아! 매너가!”

“냄새도 안 나던데 뭘.”

나는 어깨를 바라봤다.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얼굴이나 겨드랑이도 땀으로 범벅인데 손바닥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었다.

“후우. 월척이 확실했는데…. 너 때문에 놓쳤어.”

손가연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 히트다.”

이번에는 내 낚싯대가 흔들렸다. 나는 담담히 일어나서 물고기를 잡았다. 이번에도 붕어였고, 월척이었다.

“4짜… 말도 안 돼. 초심자가 월척을 두 번 연속 낚다니…. 너 솔직히 말해. 사실은 꾼이지? 응?”

“낚시 쉽네요. 여기 강에 월척도 많은 것 같은데. 누나는 월척 안 잡아요?”

“곧 잡을 거니 닥쳐.”

손가연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놀리는 맛이 있는 여자였다.

“거기 안 잡힐 것 같은데. 좀 더 오른쪽으로 던져보는 게 어때요?”

“닥쳐! 여긴 내가 더 잘 알아! 여기가 명당이야!”

“내가 누나보다 낚시는 잘하는 것 같은데. 인정하죠?”

“닥치라니까! 진짜 월척이 뭔지 곧 보여줄게!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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