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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9화 > 1559. 성유니콘 (1,339/2,000)

< 1559화 > 1559. 성유니콘

경찰청장이 똥오줌을 지리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으나, 반응이 바로 오는 건 아니었다.

일단 정치와 관련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도 바로 사진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우선은 합성이 아닌지 의심부터 했으니까.

“이, 잠깐. 진짜 인터넷에 올린 거야?”

퍼뜩 정신을 차린 손가연이 내게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러면 시나리오는 바꿔야겠네. 자수는 안 되겠어.”

손가연은 스마트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가 스윽 둘러본다. 경찰청장 박세문은 정신이 나가 있고, 그의 가족이나 경호원들은 조용히 눈치만 살피고 있다.

“곧 검찰 쪽 사람들이 들이닥칠 거야. 그들에게 반항하지 마. 너희가 뭘 해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까. 좋게, 좋게 끝내자. 알았지?”

“아, 알겠습니다….”

경호실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아예 정신이 나간 듯한 경찰청장을 더 패고 싶었으나, 손가연이 내 어깨를 잡아당겼다.

“가자. 우리가 여기 있으면 곤란해.”

“더 확실히 입막음 해야하지 않아?”

“저 사람들도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에 대해 떠벌린다고 해서 누가 믿어줄까? 설령 그런다고 해도 의미도 없겠지만.”

나는 손가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손가연은 이후에도 어딘가로 연락을 넣었다.

15분이 지나자 한국의 인터넷이 화끈하게 타올랐다. 박세문 경찰청장의 비리가 알려지고, 똥오줌을 지린 사진은 제압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은 박세문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고, 네티즌들은 박세문을 욕하기 바빴다. 과잉 진압이다. 라는 말이 나오긴 했으나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기엔 이 세상은 폭력에 익숙해져 있었다. 박세문이 죽었다면 문제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박세문은 똥오줌을 지린 것과 팔 하나가 작살난 것 말고는 아무 문제 없었으니까.

‘똥오줌을 지린 전 경찰청장이란 꼬리표는 평생 달고 살겠지만.’

박세문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사회에 나올 일도 없을 테니.

“후우. 이 정도면 뭐… 문제없겠지.”

손가연이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이어 나를 보며 물었다.

“이젠 어쩔 거야?”

“다른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가를 조지고 싶은데… 지금은 참는 게 좋겠지?”

“박세문에 비하면 영향력이 없는 놈들이야. 나중에 천천히 잡아들여도 돼. 지금은 트라이앵글? 그 블랙길드 놈들을 터는 게 좋을 거야. 박세문이 잡힌 소식을 접했을 테니 당황하고 있겠지.”

트라이앵글 중 하나로 쳐들어가자는 뜻이었다.

어느 쪽을 골라도 상관없었다. 놈들은 북백 손가에 감시당하는 중이었다. 쉽게 도망치지 못한다. 분단국가인 남한은 위가 막혀 있고, 다른 세 방향도 바다로 막혀 있으니까.

“함초롬으로 가자.”

파이브 새드, 노 카운트, 함초롬. 세 개의 블랙 길드 중 한 곳을 정했다.

“함초롬이라. 아예 성가신 놈들과의 끈을 없애 버릴 작정이구나?”

트라이앵글 중 함초롬은 인맥을 담당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함초롬을 통해 트라이앵글의 뒤를 봐주고 있다.

“경찰청장의 꼴을 봤으면 숨죽이고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성가신 일부터 없애겠다는 거구나. 나쁘지 않아. 하지만… 방금처럼 돌발 행동하면 곤란해.”

“함초롬을 상대로는 안 그럴 거야. 그놈들은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누나야말로 방해하지 마.”

“네가 방금같은 일만 하지 않으면 뒤처리는 확실하게 해줄게. 블랙 길드에게 베풀 자비는 없어. 헌터에게 어중간하게 자비를 베푸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니까.”

일반인 범죄자와 각성자 범죄자는 달랐다. 일반인 범죄자가 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총기를 가질 수 없는 한국에선 더욱더. 그러나 각성자 범죄자는 다르다. 그것들은 까딱 잘못하면 수십 명이 죽을 수 있다. 각성자는 힘을 가졌으니까. 각성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을 받는 것도 그 이유다.

손가연과 함께 차를 타고 함초롬이 있는 서초구로 향했다.

함초롬은 한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방송에도 나왔던 적이 있어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늦은 밤이다. 가게 운영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도 건물에는 불이 모두 켜져 있었다. 건물 밖으로까지 분주한 기척이 느껴진다. 박세문 경찰청장이 검찰로 끌려갔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블랙 길드가 대놓고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니….”

내가 한탄하듯 말하자 손가연이 피식 웃는다.

“놀라운 일은 아니야. 요즘은 대부분의 길드가 사업체 하나 정도는 운영하잖아. 블랙 길드라고 해서 사업체를 운영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뭐, 블랙 길드인 사실은 숨기겠지만.”

“누나. 여기 와본 적 있어? 뭔가 익숙해 보이네.”

“가문의 일 때문에 몇 번 초대받아서 와본 적 있어.”

“높으신 분들이랑 저녁 식사?”

“비슷해. 여기 셰프가 한우 등심을 아주 기막히게 잘 굽던 곳이었는데… 이제 못 먹겠네.”

아쉬워하는 말투와 달리 건물로 들어가는 그녀의 다리는 당당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건물 주위에 숨어있는 기척들이 느껴진다. 손가연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데려온 자들이었다.

손가연을 바라본다. 그녀는 치마가 아닌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스포츠 브라의 형태가 보인다. 청바지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땀으로 젖어 있겠지.

그녀의 허리춤에 걸린 검집이 보인다. 나와 거래했던 항마의 검이다. 저 검자루에 있는 북백 손가의 회전하는 연꽃 문양. 잊을 리가 없었다.

‘보지의 맛!’

손가연 특유의 짭짤한 보지맛이 혀를 통해 느껴진다. 어제보다 맛이 더 진했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55

속마음 : 정신 차리자. 확실하게 끝내야 해.]

손가연의 손이 문에 닿는 순간이었다. 문 너머로 느껴지던 분주한 기척이 일제히 멈췄다.

“이런. 눈치챈 모양이네.”

그녀가 손에 힘을 준다.

쾅!

문이 활짝 열린다. 동시에 입구 근처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적들이 손가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손가연은 빛살처럼 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보법을 밟는다. 무거우면서도 빠르다. 적들의 공격이 손가연의 피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손가연의 발이 멈추는 순간, 그녀의 등 뒤로 빛의 선이 번쩍였다. 나는 저 빛의 선이 검의 궤적임을 알았다. 빛의 선에 닿았던 적들이 몸이 절단되어 후두둑 떨어진다.

피가 쏟아지는 대신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절단 부위가 열기로 지져져 지혈된 것이다. 나는 죽은 시체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방금 장면을 재생했다.

‘단순히 검을 빠르게 휘두른 건 아니야. 자세한 원리는 아예 모르겠어. 북백 손가의 특수한 심법과 관련 있는 건가?’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다. 손가연의 검술은 나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

침묵이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3명이 죽어 나가자 적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손가연의 앞으로 나섰다. 이 일은 내 일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손가연에게 맡겨만 둘 수는 없었다.

내가 앞으로 나설 때, 함초롬 쪽에서도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요리사였다. 다부진 체격에 긴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요리사. 양손에 식칼을 든 그는 자신들의 부하를 한차례 쏘아본 뒤, 나와 손가연을 바라봤다.

“손가연 님. 이렇게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손가연 님께선 제 요리를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았습니까?”

“요리는 만족스러웠어. 입에 넣은 고기는 마약이라도 넣은 것처럼 살살 녹았었지.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나오네.”

“전 제 요리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요리에 마약 같은 건 넣지 않습니다.”

“너 같은 일류 요리사가 왜 마약사범 짓을 하고 있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스르릉.

그들의 대화를 하든 말든 나는 화련비도를 뽑았다.

“성유진 씨군요. 사냥개들이 실패했다는 보고는 받았으나, 설마 이렇게나 빨리 저희에게 칼을 겨눌지는 몰랐습니다.”

“너희가 죽는 이유를 잘 알고 있군. 너희는 사람 잘못 건드렸다.”

마나를 끌어올린다. 파지직. 몸 주위로 붉은 스파크가 튀고, 화련비도의 칼날에 시퍼런 검기가 맺힌다.

그는 나와 손가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한국을 떠나겠습니다. 한국에서 이루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테니 한 번만 못 본 척해주실 수 없으십니까?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결정권은 내게 없어.”

손가연이 나를 쳐다봤다. 내 결정은 하나뿐이다.

몰살.

나를 죽이려고 한 놈들에게 자비를 베푼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부처가 아니다. 부처가 될 생각도 없다.

“한국을 떠나게 해주마. 네놈들의 목적지는 지옥이다.”

요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요리사 또한 피하지 않고 달려든다. 요리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식칼을 휘두른다. 앞으로 돌진하던 나는 발을 멈추고 옆으로 돌았다. 그의 식칼이 허공을 갈랐다.

‘이 새끼, 평범한 요리사가 아닌 건 알았는데…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됐군. 암살자 출신이었나?’

제대로 된 헌터였으면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칼을 단검처럼 사용하는군.’

빠르고 날카롭다. 가장 위협적이고 효율적으로 단검을 휘두른다. 내가 반격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력자다. 하지만….’

단검을 든 적을 상대하는 건 익숙했다. 유리아와 함께했던 훈련 덕분이다.

‘유리아는 마법도 쓰지만, 마법을 쓰지 않고 단검 하나만 들어도 강하지.’

솔직히 나는 단검 하나만 든 유리아를 이겼던 경험은 별로 없다. 그 이긴 경험도 꼼수를 몇 번 써서 이긴 것뿐이다.

‘유리아에 비하면 애 같군.’

화련비도를 휘두른다. 요리사는 식칼을 세웠다. 식칼 하나로 공격을 막고, 다른 식칼로 나를 공격할 속셈이다.

‘뻔히 보이는군.’

앞으로 나아가던 화련비도의 칼날을 역으로 돌렸다. 카가가각! 화련비도가 식칼을 타고 위로 질주한다.

칼날이 허공에 떴다. 여기서 공격하는 대신 회수했다. 정확하게는 회수하는 척하며 놈의 다른 손을 노렸다.

‘이상하겠지. 칼을 역날로 잡은 것에서부터 목이 아닌 다른 곳을 공격하는 것부터.’

효율적이지 못하다. 쓸데없는 움직임이다.

‘일부러 그런 거야. 수 싸움에서 오류를 일으키려고. 이거 유리아도 처음에는 당했던 공격이지.’

화련비도의 칼날이 요리사의 오른 손가락을 자른다.

“크윽!?”

요리사의 자세에서 틈이 벌어졌다. 나는 그 틈을 포착하자마자 비집고 들어가 칼날을 쑤셔 넣었다. 칼끝이 요리사의 목을 꿰뚫었다. 요리사가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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