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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4화 > 1564. 성유니콘 (1,344/2,000)

< 1564화 > 1564. 성유니콘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31

속마음 : 으으. 머리 아파….]

혀에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손가연은 정신을 차렸음에도 바로 눈을 뜨지 못했다. 미간을 좁힌 채로 끙끙거렸다.

“누나! 괜찮아?! 누나!”

손가연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손가연이 힘겹게 눈을 떴다.

“누나! 나 알아보겠어?!”

“어…, 유진아. 여긴 어디야?”

손가연이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보면 딱히 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정신이 어쩌고 하더니 멀쩡하잖아.’

다행이기도 했다. 그녀가 치매라도 걸렸으면 좀 많이 미안했을 것 같으니까.

“중국의 숲이야. 누나는 일단 안정을 취해.”

“…중국? 찜질방에서 잠깐 잠들었는데 왜 중국에 있는 거야? 몰래카메라 같은 거야? 재미없으니 그만둬.”

멈칫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내게 장난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진지한 표정과 분위기를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정신 회복이 필요하다는 파이론의 말은 진실인 것 같았다. 지금 그녀의 정신은…. 정확하게 기억이 온전치 않은 것 같았다.

“누나.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어? 누나 이름은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지. 난 북백 손가의 가주 대리인… 가주 대리인…….”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는 한동안 숨도 내쉬지 않다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모르겠어. 내 이름이 기억 안 나. 왜 이러지? 내가 누군지는 알겠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니….”

“누나 이름은 손가연이야. 그리고 이렇게 된 건….”

나는 그녀가 더 불안해하기 전에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손가연은 침착함을 되찾았다. 설명을 모두 듣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가 중국에 있고, 내 기억이 이렇게 된 건 차원의 틈…. 그러니까 던전 때문이라는 거네?”

“그걸 온전한 던전이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지만.”

그 애새끼가 가지고 있던 마석과 비슷한 돌. 그 정체가 뭔지 아직 짐작 가지 않는다. 그걸로 황하문이 있는 중국으로 도망치려는 목적이었던지, 아니면 던전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나는 좀 어때? 기억이 어디까지야?”

“기억은… 대부분 있는 것 같아.”

“있는 것 같다고?”

“만화에 나오는 치즈 알아?”

“구멍 숭숭 뚫린 치즈?”

“내 기억이 그 치즈 같은 상태야. 기억 중간중간이 비어 있어. 방금 내 이름이 손가연이란 건 기억났는데… 내 동생 이름이 기억 안 나. 혹시 알고 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누나 가족이랑은 만난 적도 없어.”

“하아. 그렇지.”

손가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아까보다 분위기는 풀렸다. 그녀는 몸을 풀려다가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뚝 멈췄다. 커다래진 눈동자로 자기 몸을 위아래로 훑는다.

“내, 내 옷이 왜 이래?!”

그녀는 당황하며 양팔로 찢어진 옷을 가렸다.

“공간을 넘으면서 발생한 부작용 같은 거야. 누나는 정신도 온전치 않았고, 약간의 내상도 있잖아.”

“넌 멀쩡하잖아.”

“난 영향을 적게 받았어.”

그녀는 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차원의 틈으로 빨려 들어갔을 당시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옷 같은 거 없지?”

“내 옷이라도 빌려줄까?”

“아니, 됐어….”

사실 옷 정도는 인벤토리에서 꺼낼 수 있었다. 유희 세계에서 가져와도 되고. 하지만 내 계획상 그건 안 됐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43

속마음 : 상의는 너무 찢어졌잖아!]

그녀는 어떻게든 중요 부위를 가리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양팔을 내리고 당당하게 있으려고 애를 썼다.

[속마음 : 스포츠 브라라 다행이야. 스포츠 브라가 아니었다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었을 거야.]

어쨌든 그녀에게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저녁이 된 것이다. 나와 손가연은 동굴 속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식량이 없었기에 쫄쫄 굶을 수밖에 없었다.

“멧돼지라도 잡아 올까?”

“됐어. 멧돼지를 어떻게 손질할 줄 몰라. 하루를 굶어도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고. 내일부터 낚시로 식량을 확보하면 돼.”

“누나. 북백 손가는 어떻게 할 거야?”

“…그 크라브라는 파이론의 말에 따르면 난 이 숲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며? 정신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뭐.”

“누나랑 같이 있고 싶지만… 난 던전을 공략해야 해.”

“난 괜찮아. 오히려 내가 아무 도움도 안 되니 미안한걸.”

“됐어. 누나는 회복에 전념해. 던전은 내가 알아서 할게. 몇 번 해보니 어렵지도 않더라.”

우리는 나뭇잎을 대충 깔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윙윙윙.

모기가 시끄러웠다.

***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일찍 자서 그런지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손가연은 항마의 검으로 굵은 나뭇가지를 스윽스윽 갈고 있었다.

“누나. 뭐 해?”

“낚싯대를 만들고 있어.”

“꽤 능숙해 보이네.”

“몇 번 해봤거든. 천연 낚싯대의 손맛이 궁금하기도 했고, 어렸을 적엔 무인도에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며 낚시하기도 했어.”

졸음을 이겨내지 못해 하품을 몇 번 했을 때였다. 손가연은 제법 그럴싸한 나무 낚싯대를 만들었다.

“낚싯줄은 어쩌고?”

“이러려고.”

부우욱!

그녀는 걸레짝 같던 티셔츠를 완전히 찢어발겼다. 티셔츠에서 실을 뽑아내 낚싯대에 걸기 시작했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 걸 보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낚싯바늘은 동굴 근처에서 주운 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말로는 평범한 동물이 아닌 몬스터의 뼈라고 한다.

“그걸로 돼?”

“솔직히 낚싯줄은 좀 불안하긴 해. 그래도 마나를 이용하면 끊어질 일은 없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여전히 그녀는 땀이 많았다. 주르르 흐르는 땀은 그녀의 속옷도 적시고 있다. 나는 스포츠 브라의 끈을 바라봤다. 수작을 부려놓았기에 언제 끈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좋아. 다 됐다. 지도를 보니 근처에 강이 있던데. 거기로 가자.”

나무 낚싯대를 만든 그녀는 당당히 일어나다가 몸을 비틀거렸다. 깜짝 놀란 내가 다급히 그녀의 몸을 잡았다.

“아으….”

“누나! 괜찮아?”

“괘, 괜찮아. 갑자기 현기증이 와서.”

“정신 때문인가?”

“…아니, 이건… 물이 부족해서 그래. 밤에 땀을 좀 많이 흘렸거든. 물을 마셨으면 좋겠는데…. 물은 없지? 강물을 마시면 돼. 수질은 봐야 알겠지만… 좀 더러워도 끓여 먹으면 되니까.”

“끓여 먹을 도구가 없는데?”

“…그럼 어쩔 수 없이 그냥 마셔야지. 우린 헌터니까 병 같은 건 걱정하지 마. 그것보다… 내 몸 좀 놔주지 않을래?”

손가연이 부끄러운 듯 말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두르고 있었다.

“아, 미안. 누나. 급하다 보니.”

“이해해.”

덤덤하게 말한 그녀는 앞으로 걸어갔다. 찢어진 청바지 위로 탄탄한 등허리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얗고 굴곡져서 아름답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53

속마음 : 왠지 유진이 한테서 야릇한 냄새가…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잖아. 미치겠네.]

강에 도착했다.

강물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강 가까이 다가가자 기온이 확 내려간 게 느껴진다. 무척 시원하다.

꿀꺽.

손가연은 강물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강물은 투명했다. 내부가 훤히 보인다.

“이, 이 정도 수질이면… 마셔도 괜찮을 거야.”

그녀는 강으로 달려갔다. 양손으로 강물을 떠서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꿀꺽. 그녀의 목울대가 계속 움직였다. 한 자리에서 2m를 원샷한 것 같은 그녀는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갈구하듯이 강물을 바라본다. 평소였다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려 애썼을 것이다. 허나 지금의 내겐 여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기 스킬이 있었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53

속마음 : 물이 너무 시원하고 깨끗해.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에라도 뛰어들고 싶지만…. 유진이가 있으니 참자. 조금만 참으면 될 거야. 유진이는 곧 있다가 던전에 간다고 했으니까.]

샤워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바로 자리를 비켜줄 순 없었다. 이상하니까.

손가연은 근처에 있는 땅을 뒤적이며 미끼로 쓸 벌레를 찾았다.

‘…굳이 꼭 낚시를 해야하나?’

뇌전을 이용하면 단숨에 물고기를 떼 몰살시킬 수 있었다.

일부러 낚싯대를 고집하는 것인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낚싯대를 고집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냥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뒀다.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었다. 맛은 없었다. 소금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이후에 나는 던전으로 가는 척하며 기척을 숨기고 손가연을 지켜봤다. 손가연은 한동안 낚시에 집중하다가 옷을 입은 채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옷을 입은 채로 강물에 들어가다니…!’

제대로 씻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녀는 강물을 헤엄치며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짧게 혀를 찬 뒤 던전으로 갔다.

***

C급 던전 1개와 E급 던전 1개를 공략하고 돌아왔다.

피 냄새가 났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손가연이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파이론이 배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놈은 몬스터 새끼니까.

빠르게 피 냄새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시체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옆에는 손가연이 그늘 아래의 작은 바위 위에 앉아 손부채질하고 있었다.

“어, 왔어?”

“누나… 이 몬스터들은 뭐야?”

“숲에 있던 몬스터야. 흔한 일이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몬스터가 돌아다니니까. 뭐, 대부분 E급 이하라 위험한 놈들도 없었지만. 처음 나를 노리고 온 놈들을 죽였더니 피 냄새를 맡았는지 다른 놈들이 계속 찾아오더라고.”

그녀는 무사했다. 상처 하나 없었다. 다만, 몇 시간 전에 봤을 때와 복장이 달라져 있었다.

“그 옷은 뭐야? 가죽을 몸에 걸치고 있잖아.”

“그게… 강물에서 잠깐 목욕했는데 옷을 잃어버렸어. 물살에 떠밀려 사라진 것 같아. 이건 임시로 입었다고 할까.”

“입은 게 아니라 걸친 거지. 안 찝찝해?”

“엄청 찝찝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옷이 없어.”

“어쩔 수 없지. 내 상의를 줄게.”

“됐어. 네 상의도 제 상태가 아니잖아.”

“아.”

뒤늦게 내 옷도 걸레짝이란 걸 깨달았다. 일단 애새끼가 찌른 옆구리에 구멍이 나 있고, 던전 공략하며 벌어진 전투로 인해 옷이 찢어져 있다. 훈련을 겸한다고 몬스터와 아슬아슬하게 싸웠던 탓이다. 자잘한 상처도 꽤 입었다. 포션도 꽤 사용했지만.

“그래도 그 가죽은 좀 아닌 것 같아. 더워서 죽을 것 같지 않아?”

“후우.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노린내가 안 빠져. 아까 물로 씻었는데 진드기 같은 것도 있더라. 게다가 지금은 피 냄새까지 나서 미칠 것 같아.”

“차라리 다른 걸 입자.”

“다른 거?”

나는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나무를 봤다. 정확하게는 파릇파릇한 나뭇잎을.

“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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