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65화 > 1565. 성유니콘 (1,345/2,000)

< 1565화 > 1565. 성유니콘

“너 미쳤어?!”

당연히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변명을 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싫으면 말라. 그런 뜻이었다.

“하아. 갑자기 또 머리가 아프네.”

“또 정신에 문제가 생긴 거야?”

“그건 아니야. 정신은 회복되고 있어. 사라졌던 기억도 조금씩 돌아오는 중이고. 피 냄새랑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어이가 없어진 것뿐이야. 씻고 올게. 동굴 쪽에서 기다려.”

그녀가 강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나는 시체를 봤다가 나뭇잎을 바라봤다. 다시 한번 생각해봤는데 나뭇잎으로 옷을 만드는 건 나쁜 의견은 아닌 것 같았다.

‘한 번 해볼까.’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을 찢어 줄을 만들어 엮으면 됐으니까. 착용해본 나는 깜짝 놀랐다. 의외로 편했기 때문이다.

‘편할 수밖에 없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걸쳐 놓은 듯한 모양새잖아.’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타구니 쪽에서 느껴지는 나뭇잎의 감촉이 아니었다면 알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타잔이 된 기분이었다.

덜렁덜렁.

움직일 때마다 묵직한 그곳이 시계추 마냥 움직인다.

‘타잔은 아닌가? 타잔도 이것보단 덜 외설스러울 테니.’

나는 낄낄 웃으며 동굴로 향했다. 경악할 손가연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동굴에서 자지나 긁으며 앉아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손가연이 걸어왔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커다란 가죽을 이불 덮듯이 걸치고 있던 그녀가 어설프게나마 옷의 형태로 만들어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죽으로 만든 조잡한 탱크톱과 팬티. 볼품은 없었지만, 몸매 좋은 그녀가 입으니 이건 이것대로 야해 보였다.

“너, 너, 진짜 미쳤구나! 바지는 어쨌어?!”

“해져서 버렸어. 이게 또 통풍이 잘돼서 의외로 나쁘지 않아. 그리고 누나랑 나랑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가죽을 잘라서 옷을 만들어 입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나뭇잎은 아니야!”

손가연이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녀를 존중하기로 했다. 솔직히 엄청나게 답답해 보였다.

‘가공하지 않은 쌩 가죽이잖아. 냄새도 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이런 쪽에는 지식이 아예 없는지 가죽의 털을 뽑지도 않았다. 물로 대충 씻겨낸 가죽을 옷의 형태로 자른 것뿐이다.

손가연은 주춤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누나 너무 열 내지 마.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야. 며칠만 여기에 있다가 돌아갈 테니 좀 참아줘.”

“화내는 건 아니야. 그냥 어이가 없어서… 하아.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지?”

“누나가 날 도와주다가 이렇게 됐으니 좀 미안하긴 해.”

“그건 됐어. 내가 널 도와주기로 했고, 거래였으니까. 그보다 아무리 그래도 나뭇잎 옷을 좀 그렇지 않아? 너도 가죽을 입지 그래? 가죽은 얼마든지 있어.”

“누나처럼?”

빤히 손가연을 쳐다본다. 손가연은 부끄러워하며 몸을 움츠러들었다가,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덕분에 F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E인가 F인가 좀 헷갈렸었다.

“그, 그래.”

“아니, 됐어. 가죽에서 냄새나고. 더러울 것 같아.”

“냄새? 더러워? 화, 확실히 좀 그런 면이 있긴 해도 가죽옷을 입어보면 네 생각도 달라질 거야. 엄청 편해!”

“누나. 가죽옷이 좋은 건 나도 알아. 천연 가죽옷은 비싸게 팔리잖아. 근데 가죽은 무두질을 걸쳐 가공되어야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잖아. 누나의 가죽옷은… 아무리 봐도 입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그래도 나뭇잎보다는 나아.”

“누나가 그러면 그런 거겠지.”

나는 나뭇잎이 깔린 동굴 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손가연을 신경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척했다. 속으로는 보지의 맛을 사용한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71

속마음 : 나뭇잎 사이로 거, 거기가 보이잖아?!]

속마음과 달리 손가연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튀어나온 내 자지를 보고 시선을 다급히 돌린 모양이다.

[손가연의 속마음 : 아, 안 돼. 계속 떠올라. 역시 나뭇잎으로 옷은 만드는 건 아니야. 아, 더워. 가죽 안쪽에 담이 차기 시작해서… 더운데… 왜 유진이의 거기가 자꾸 떠오르는 거야?!]

그녀의 속마음이 시끄러웠다. 성욕도도 70이 넘었다. 이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성욕이 생긴 모양이다.

‘젊은 남녀가 같이 있는데 아무 자극을 받지 않을 리 없지.’

손가연은 북백 손가의 가주대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평범한 그 나이 또래의 여성으로 보였다. 아,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도 제외하고.

“누나. 잠깐 눈 좀 붙일게. 던전을 공략하고 와서 그런지 피곤하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30분만. 딱 30분 뒤에 깨워줘.”

“하아. 알았어.”

나는 잠들었다. 잠든 척했다. 알몸이나 다를 바 없는 젊은 남자가 무방비하게 누워있다. 손가연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슬쩍 실눈을 떠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내게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관심 없다는 듯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손가연의 속마음 : 으으… 자꾸 생각나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났다. 내가 완전히 잠들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녀의 딱딱한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고개가 조금씩 움직이며 내 몸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녀도 한창때의 여자답게 남자의 몸에 관심이 있었다.

[손가연의 속마음 : 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원래 저렇게 생겼나?]

그곳에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발기할 것 같았다.

참았다. 여기서 발기했다가 내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연기 특성이 도움이 됐다. 슬픔을 연기해 가짜 눈물을 흘리듯, 평소의 상태를 연기해 발기를 억제한다.

[손가연의 속마음 : 이러면 안 돼. 안 되는데….]

힐끔힐끔.

손가연이 계속 내 몸을 훔쳐봤다. 직접 만져도 상관없었지만, 아직 거기 까진 나가진 않았다.

대충 30분 뒤, 그녀는 나를 깨우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저녁은 짐승 고기였다. 멧돼지 고기라고 하는데 맛은 없었다. 조미료가 필요했다.

***

다음날.

성유진이 던전 공략을 위해 떠나고, 손가연은 낚싯대를 들고 강가로 향했다.

바위 위에 앉은 손가연은 좀처럼 낚시에 집중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본 성유진의 발기한 자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도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우연히 남자의 성기를 봤을 뿐이잖아. 너무 신경 쓰는 것도 꼴불견이야. 애도 아니고.’

낚시에 집중해서 잡념을 떨쳐내려고 했으나 영 쉽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가죽옷이었다.

‘으, 불쾌해. 어제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가죽옷 안쪽에 땀이 찬다. 땀과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또 냄새까지 났다. 어제 몇 번이나 씻었는데도 불구하고 짐승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 몸이 가렵다. 벌레가 자신의 몸을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기분 탓이다. 가려운 피부를 실제로 보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유진이의 나뭇잎 옷은 가볍고 편해 보이던데. 통풍도 잘 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노출이 심했다. 평소였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죽옷을 벗어버리고 싶어. 계속 입고 있으면 병에 걸리고 말 거야. 차라리 유진이처럼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까?’

촘촘하게 나뭇잎을 엮으면 꽤 괜찮은 옷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기로 했다. 얼른 가죽옷을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흠칫 놀랐다. 하얀 인형이 그녀의 앞에 있었다.

파이론이었다. 손가연은 파이론을 경계하며 항마의 검에 손을 가져갔다.

“…당신이 이 구역의 주인인 크라브라는 파이론이군요.”

-그래.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

“제게 볼일이라도 있나요?”

-네 정신 상태를 보러왔다. 보아하니 제대로 회복되고 있는 것 같군. 두통이 있더라도 참아라. 그건 일시적인 거니. 기억은 어떻지?

손가연은 약간이지만 경계를 풀었다. 적어도 그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건 알았다.

“…기억에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 기분이에요. 3년 전 생일에서 뭘 했는지, 기억나는데 2년 전 생일에는 뭘 했는지 아예 기억나지 않죠.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의 구멍은 점점 메워지고 있어요.”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는 거군.

“제 상태만 확인하러 오셨나요?”

-그 외의 볼일은 없다. 그와 거래했으니, 네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곤란해 졌을 거다.

“…당신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거죠?”

-말하지 않았나. 네 상태를 보러왔다고.

“제가 그걸 말하는 게 아님을 아실 텐데요.”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을 뿐이다. 지금은 내 영역에 있는 차원의 틈을 없애고 싶을 뿐이지.

파이론은 무릎을 살짝 굽히고는 위로 점프했다. 그는 숲 어딘가로 사라졌다.

손가연은 가라앉은 눈으로 파이론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던전 폭발에 의한 공간 이동. 그로 인해 자신과 유진은 이곳에 오게 됐다. 우연히 크라브라는 파이론의 영역에 오게 된 것일까? 그게 아니면….

‘저 파이론에게 무언가가 있는 건 확실해.’

방심할 수는 없었다.

***

던전을 공략하고 동굴로 돌아왔다.

동굴 안에는 손가연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운기행공을 하는 것이다.

‘뭐야. 결국 나뭇잎 옷으로 갈아입었잖아. 그 가죽옷은 좀 심하긴 했지.’

히죽 웃으며 그녀의 몸을 집중해서 살핀다. 나뭇잎 옷은 상의와 하의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뭇잎은 크고 촘촘하게 짜여 있어서 가릴 부분은 확실하게 가려져 있었다. 하의도 마찬가지였다. 허벅지까지 갈고 촘촘하다. 가부좌를 틀고 있었기에 허벅지 사이를 볼 수 있었는데, 크고 긴 나뭇잎을 보지에 붙여 가리고 있었다.

‘아쉽네.’

그래도 눈은 즐거웠다.

손가연의 몸에서 바람이 일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마나가 요동치며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냥 바람이 아니었다. 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손가연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온몸이 젖어 반짝거렸다. 그녀의 몸을 만지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바람의 흐름이 사라진다. 손가연은 천천히 숨을 삼키며 마나의 흐름을 진정시켰다. 이윽고 그녀가 눈을 떴다.

“어, 유진아. 왔어?”

손가연은 어딘가 상쾌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나뭇잎 옷이 떨어졌다.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의 생가슴을 쳐다봤다.

“아아악!”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