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67화 > 1567. 성유니콘 (1,347/2,000)

< 1567화 > 1567. 성유니콘

“아무래도 여기 파이론이 의심스러워.”

대뜸 손가연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동감 가는 말이었다. 여기 파이론은 어딘가 꺼림직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파이론은 몬스터니까. 구체적으로 뭐가 마음에 걸리는데?”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던전에서 나온 이상 몬스터였다. 나는 놈들을 판타지 세상에 나오는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우선 우리가 이곳에 온 것. 정말 우연히 오게 된 걸까? 의심은 거기서부터 시작돼.”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놈에게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건데. 놈은 처음 만났을 때 우리를 적대하지 않았어.”

“파이론은 강해. 언제든지 우리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토사구팽? 이용해 먹은 뒤에 우리를 죽인다?”

“파이론이 자신의 영역에 있는 던전을 거슬러 하는 게 사실이라면 말이야. 파이론에게 받은 던전 지도. 그것 좀 보여줘.”

화련비도와 함께 허리춤에 대충 매달고 있던 지도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지도를 펼쳐 진중히 바라봤다.

“유진아. 줄을 그어 놓은 건 공략한 던전을 말하는 거야?”

“응. 앞으로 공략해야 할 던전은 8개야. 가까운 던전부터 공략했어. 공략한 던전 중에 B급 이상은 없었어. 아직은.”

“여기 중심에 있는 나무가 파이론의 본체고… 이쯤이 우리가 머무는 동굴이겠네. 유진아. 혹시 파이론의 본체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

나뭇잎 옷 사이로 살짝 엿보인 분홍색 유륜을 보고 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그러니까 뭐라고?”

“집중 안 할래? 파이론의 본체에 가까이 가본 적 있냐고 물었어.”

“아니. 갈 리가 없잖아. 상당히 멀리 있고, 파이론과 대화하고 싶으면 적당한 곳에서 크게 부르면 알아서 오니까.”

“여기 동굴 반대편에 있는 던전 보이지? 내일은 여기 공략하러 가면서 파이론의 본체를 확인해봐.”

“염탐하라는 거지?”

“응. 뭔가 있을지도 몰라. 파이론에게 있어 본체는 가장 중요하니까. 반대로 우리에겐 가장 의심스러운 곳이야. 설령 여기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조사해보는 게 좋아.”

현재 인간에게 파이론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파이론이 자리 잡은 곳은 중국이었고, 지금의 중국은 파이론을 상대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중국 정부가 파이론과 협상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

“알았어, 누나. 내일 한번 확인해볼게.”

“…너한테만 일을 시켜서 미안. 파이론은 사람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네가 아닌 내가 가면 의심할 게 분명해.”

“나도 의심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보다는 나을 거야. 네겐 던전으로 간다는 변명도 있고…. 파이론은 왠지 모르게 널 무시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파이론이 날 무시한다? 기분이 확 나빠지는 말이었으나, 반박하지 못했다. 파이론은 나보다 강했다. 놈이 날 무시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 저녁이나 먹자.”

“그럴까? 오늘은 기대해도 좋아. 아래쪽에서 산딸기를 발견했거든. 조금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더라.”

나는 바닥에 앉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나뭇잎 옷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가리고는 있으나 완벽하지 않았다. 덕분에 눈이 호강한다. 허벅지나 허리 부분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중요 부위가 은근히 노출된다. 아까 그녀의 유륜이 노출된 것처럼.

‘처음에는 내 시선이 신경 쓰여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움직이네.’

정말로 날 동생으로 생각하는 건가?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80

속마음 : 유진이의 시선이 뒤에서 느껴져. 괘, 괜찮아. 안 보일 거야. 설령 보이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해. 내가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면 걔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자지를 대놓고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의도일 거야.]

처녀 주제에 내 의도를 간파했다.

그러나 내가 속마음과 성욕도를 볼 수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손가연이 밤에 나 몰래 자위하는 것도 알고 있다. 절정하기 직전에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치대는 버릇이 있다는 것도 안다.

‘손가연의 속마음을 몰랐다면, 확신하지 못하고 긴가민가했겠지.’

뚝.

나뭇잎 옷으로 가려진 손가연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그 소리가 제법 컸다. 손가연은 몸을 움찔거렸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81

속마음 : 왜 그런 부위에서 땀이 떨어지고 난리야?! 유진이가 오해하면 어쩌지?!]

오해할 일은 없다. 내가 여자를 얼마나 안았는데 땀과 애액을 구분하지 못할까. 그리고 이런 상황에선 못 본 척하는 게 베스트다. 괜히 아는 척했다가 분위기가 씹창날 수 있었다.

“누나.”

“어? 어응? 왜?”

“별건 아니고. 나도 좀 도와줄까?”

“됐어. 넌 던전 공략으로 피곤하잖아? 나머진 내가 할 테니 쉬고 있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기억은 어때?”

“대부분 돌아온 것 같아. 가족들은 전부 떠올렸어. 다만…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라던가, 가문에서 처리했던 일이라던가. 몇 가지가 안 떠오르네.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니 기억은 전부 찾고 싶어.”

“누나는 기억을 찾는 데 집중해. 아직 여유 시간은 있다고 보니까.”

“그래. 고마워. 근데… 언제까지 다 벗고 있을 거야?”

“이게 편해. 어차피 누나는 날 남자로 보지도 않으니 상관없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니면 왜. 내 꼬추를 보고 꼴렸어?”

“얘, 얘가! 그거 성희롱이야!”

손가연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 확실한 반응은 내가 정곡을 찔렀음을 뜻한다.

나는 그녀를 놀리며 낄낄 웃었고, 그녀는 얼굴을 더욱 붉히며 잔소리를 해댔다.

***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척하며 파이론의 본체 나무에 들렸다.

멀리서 봐도 컸던 검은 나무는 가까이서 보니 더욱 컸다. 두께는 수십 미터에 높이는 수백 미터에 달한다. 판타지 소설 속에 나오는 세계수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커다란 나무였다. 비록 그 색깔은 검은색으로 칙칙하다 못해 불길하지만.

-여긴 무슨 일이지?

하얀 인형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파이론이었다. 그가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던전 공략을 위해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런 것 치고는 내 본체를 자세히 살피고 있더군.

“흔하게 볼 수 없는 존나 큰 나무니까.”

-흠. 하긴 이 정도 크기는 너무 눈에 띄지. 인간이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내 본체에 궁금한 게 있나?

“물어보면 알려주려고?”

-못 알려줄 것도 없지.

오만인가 자신감인가. 그것도 아니면 기만인가.

무척 의심스럽지만, 일단은 물어보기로 했다.

“이 나무. 진짜 나무냐?”

-무슨 소리지? 나무로 보이지 않는 거냐?

“겉모습은 나무로 보여. 검은색 일색의 나무. 그래서 더 이상하지. 화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게 말이야.”

-나는. 아니, 너희가 파이론이라 부르는 우리는 이곳의 생명체가 아니다. 너희 재단한 식물이나, 동물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나무는 육신이다. 정신을 담기 위한 그릇이다. 이 육신에 정신이 담겨 있기에 본체다.

“아무튼 본체가 맞다는 거군. 만약, 나뭇가지가 떨어지면 고통을 느끼나?”

-느껴지지 않는다. 이 나무는 내 정신체가 담긴 그릇에 불과하다.

“그릇에 불과하다고? 그럼 그릇도 바꿀 수 있는 거냐? 화신체를 그릇으로 삼으며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릇은 바꿀 수 없다. 내 정신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본체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제약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제약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화신체를 만들었다.

파이론이 말하는 정신이란 영혼을 뜻하는 것일 거다. 인간은 영혼을 다른 몸으로 갈아 끼울 수 없으니, 파이론도 불가능한 거겠지. 나는 대충 그렇게 이해하고 커다란 나무를 보며 물었다.

“넌 뭘 먹고 사냐?”

-무슨 말이지?

“일단 생물이잖아. 식물도 아무것도 없인 못 산다고 알아. 땅의 기운? 뭐 그런 거로 먹고 사는 거냐?”

-멍청한 얼굴로 의외로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군.

“이 새끼가….”

-나무와 같다. 땅의 양분을 먹고 산다. 육체가 큰 만큼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하지. 따라서 나와 같은 종족들은 같은 영역에 함께 있을 수 없다.

“양분을 나눠야 하니까?”

-우리가 영역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이해는 됐나? 그럼 이제 슬슬 던전을 공략하러 가라. 계속 이곳에 있을 건 아니지 않나.

축객령이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으나, 대놓고 나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놈을 감당할 힘이 없었으니까.

감에 불과하지만, 놈이 수상한 느낌이 들긴 했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튀면 되니까.

***

이 숲에 오고 시간이 꽤 지났다.

보지의 맛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오늘 손가연을 따먹기로 했다.

나와 손가연은 서로를 편하게 대했다. 대놓고 알몸으로 다녀도 그녀는 한숨만 내쉴 뿐이지 내게 뭐라 하지 않았다. 잔소리가 의미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뭇잎 옷을 입은 그녀는 허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가령 요리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상체를 숙여 풍만한 젖가슴이 아래로 늘어지는 걸 내게 보여주거나, 바닥에 떨어진 산딸기를 주우며 내게 엉덩이를 보여주거나. 그녀는 내게 마음을 놓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남매 사이로 보일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의 속마음을 보면 나를 완전히 남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녀가 무방비한 것은 단지 이 상황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도 내가 자신을 덮치지 않으니 안심했다. 앞으로도 덮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방심할 때가 덮칠 때지.’

물론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그녀의 성욕도는 90을 찍었다. 자위를 하며 몸을 달래고 있긴 하나, 시간이 지나면 성욕도가 차올라 90을 넘긴다. 최근에는 내 자지를 관찰하는 시선이 꽤 노골적으로까지 느껴졌다.

‘오늘 결전을 본다.’

나는 오늘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척하며 기척을 죽이고 손가연을 지켜봤다. 손가연은 나를 배웅한 뒤에 강물로 향했다. 직접 만든 나무 낚싯대로 낚시하며 시간을 보낸다.

[손가연 28살 처녀

섹스 경험 : 0

경험 인원 : 0

성욕도 : 91

속마음 : 아으. 유진이의 자지가 계속 생각나. 요즘 따라 왜 이러지? 진짜 변태가 된 건가…? 보지도 가려운 것 같고….]

손가연은 낚시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