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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587화 (1,367/2,000)

< 1587화 > 158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미궁 50층은 평화로운 호숫가 환경이었다.

50층 중심에 거대한 호수가 하나 있고, 그 주위로 작은 호수들이 모여 있다. 새파란 하늘처럼 보이는 천장과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몬스터 한 마리 없는 땅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지나치게 평화롭군.”

멀리서 50층을 본 소감이었다. 50층에 함정이 있다는 클로디아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평화롭다.

“결계입니다. 타타리와 모험가들은 결계로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타타리는 백작 각하께서 더 깊게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망칠 수 없도록?”

“예. 그렇습니다.”

“확실히. 뭔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군.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

“저기 호수 사이 길목에 숨어 기습을 준비했습니다만… 제가 배신한 걸 알아차렸을 테니 위치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면 나타나겠지. 경계를 풀지 말고 저 커다란 호수가 있는 곳까지 전진하자.”

결계를 사용했다곤 하나 300명의 기척을 완벽히 숨겼다. 타타리가 작정하고 준비한 것이다. 모험가 길드 마스터답게 능력은 있는 여자였다.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클로디아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꿀렁.

공간이 요동친다.

나를 비롯한 메이드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닌 모양이다.

“선수를 양보할 필요는 없지. 쏴라.”

멜리사가 말했다. 전투 메이드들은 돌격 소총을 척하고 들어 일렁이는 공간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20개의 총구가 불꽃을 내뿜으며 특수처리 된 강철을 쏟아낸다.

꿀렁꿀렁. 충격을 받은 공간이 요동친다. 아니, 그건 공간이 아니라 투명한 벽이었다. 총탄을 튕겨내던 벽은 곧 한계에 달했다.

"끄아아악!"

벽 속에서 어느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들켰다! 공격해라!”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모험가 길드 마스터인 타타리의 목소리다.

장막을 걷어내듯 결계가 사라진다. 정면에는 수백 명에 달하는 무기를 손에 쥐고 흉흉한 기운을 흩뿌리고 있다.

이 중에 어중이떠중이는 없다. 평균적으로 오러 익스퍼트 중급 정도의 실력자들이고, 타타리를 비롯한 최상급 경지의 실력자도 3명은 있다.

‘하지만 이쪽엔 오러 마스터가 둘이다. 그리고… 총이 있지.'

투타타타타타타!

모험가들에게 총알 세례가 떨어졌다. 오러 익스퍼트쯤 되면 총알 정도는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다. 총알은 빠르긴 하나 결국 총구에서 시작되어 직선으로 날아가니까. 그 사실만 안다면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방패로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고 받았던 무기다! 방패 들어!”

“방패에 오러를 둘러라!”

“이 빌어먹을 년들! 집요하게 마법사를 노리고 있다! 마법사를 지켜!”

허나 특수탄은 방패를 손쉽게 관통한다. 거기에 총기를 다루는 사람이 오러 익스퍼트다. 그리고 AM부대의 기본 무장은 총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류탄 투척!”

"파이어 인 더 홀!”

“홀리 그레네이드!"

전투 메이드들은 한 손에 수류탄을 쥐고 입으로 안전핀을 뺀 뒤 내던졌다. 아주 터프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류탄도 총알처럼 특수한 방식으로 강화됐다.

콰앙! 쾅! 쾅쾅쾅!

폭음이 연달아 울린다. 폭발력을 견디다 못한 모험가들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서 여기저기 떨어진다.

적들도 가만히 당해주지 않았다. 전위에 보호받는 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시작했다.

불덩어리, 얼음 창, 바람의 칼날 등등 마법이 쏟아진다. 우리는 뭉쳐 있었기에 이 마법 공격 중 하나라도 닿는 순간 피해가 막심해질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우리 쪽에는 오러 마스터이자, 아크 메이지인 멜리사가 있었다.

“디스펠.”

멜리사가 손짓한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던 마법 투사체들이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사라졌다.

“그 많은 마법을 단숨에 없앴다고?"

“아크 메이지급 마법사다! 계속 공격해라! 아크 메이지가 공격에 집중하지 못하더라도 몰아쳐라!”

타타리가 명령을 내린다. 경험에서 오는 짬밥인지 단숨에 문제점을 알아채고 파고든다.

또다시 마법이 날아온다. 멜리사가 디스펠을 사용하니 마법은 무위로 돌아간다. 공격과 방어가 계속 이어진다. 저쪽은 마법 공격으로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없다. 대신에 멜리사가 디스펠에 집중하는 이상 아크 메이지급 대규모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주인님."

멜리사가 나를 불렀다. 다급함이 서린 목소리였다.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땀 한 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 전투, 오래 끌면 안 된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놈들의 마나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 아마 저 뒤쪽에 있는 마도병기의 영향이겠지. 이러다가 내 마나가 다 떨어지겠다.”

적들의 최후방에 이상한 물건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계로도 보이는 그것들은 검은보라색 유리구슬을 회전시키는 모형탑처럼 생겼다. 클로디아가 말했던 마도 병기이리라.

“네가 쓰는 디스펠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군.”

“그래. 그러니 마님을 투입시키든, 뭐든 수를 내서 최대한 빨리 전투를 끝내야 한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나는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유리아는 조용히 적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리아가 없어도 이겨."

인벤토리에서 스톰브레이커와 유성검천을 소환한다. 스톰브레이커의 능력 중 하나를 사용해 유성검천을 합체 시켰다. 외형적으로 달라진 건 거의 없었으나, 이걸로 스톰브레이커는 유성검천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스톰브레이커가 산산이 부서진다. 그 조각들은 내 몸에 달라붙어 풀 플레이트 아머가 되었다. 한 손에는 화련비도를 쥐고 유성검천의 능력을 발동했다.

하늘에서 생성된 번개를 품은 10자루의 검이 유성처럼 떨어졌다. 폭음과 함께 전류가 터진다. 제 할 일을 끝낸 유성검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아아아아악!"

"마, 마법인가?!"

적들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마음 같아선 유성검으로만 계속 폭격을 가하고 싶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마나가 무한한 건 아니라서 말이지.'

철컥철컥철컥.

전투 메이드들이 쉬지 않고 쏟아내던 탄환이 멈췄다.

"총알이 떨어졌네요."

"주인님이 보급해주시기엔 여유가 없어.”

“뭐, 총이 없어도 딱히 상관없잖아."

그녀들은 망설임 없이 총기를 바닥에 버리고 제각각의 전용 무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드워프가 만들고 마법으로 강화한 특수 개인 장비들.

전투 메이드들은 들이닥치는 적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적진을 살폈다. 적들의 30% 정도가 전투 불능에 빠졌다. 그 때문인지 일부는 겁에 질렸고, 일부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죽음을 무릅쓰고 한 번에 들이닥쳤다면 이쪽도 위험했을 테지만… 이놈들에게 그럴 의리는 없지.'

적들의 본질은 기사도, 병사도 아닌 모험가들이었다. 타타리에게 목숨을 바칠 정도의 의리나 충성심이 없다.

'오합지졸들.'

20명의 전투 메이드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진을 짜서 모험가들을 상대한다. 상대도 오러 익스퍼트지만 압도하고 있는 건 AM부대다.

‘같은 오러 익스퍼트라고 해도 질이 다르지.'

AM부대는 유리아가 훈련시켰다. 그리고 그녀들이 . 있는 전투 메이드복과 메이드복은 모두 특수 장비다. 아주 가벼워 보여도 방어력 하나는 풀 플레이트 아머에 버금간다.

'정예에겐 정예에 걸맞은 장비가 필요한 법이지.'

게다가 인간을 상대하는 전투 경험의 차이. 전투 메이드들의 실력을 확인한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주인님!"

멜리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아."

저 뒤쪽, 마도 병기가 모여 있는 곳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의 폭풍이 느껴졌다.

전장을 지켜보던 나는 화련비도를 한 손에 꽉 쥐었다. 적들이 겁을 먹었다. 다시 말해.

"길이 열렸군."

파지지직.

전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6]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적들을 향해 도약했다. 내 움직임을 끝까지 확인한 자들은 드물었다. 그중에 타타리가 있었다.

그러나 내 목표는 타타리가 아니라 그 뒤편에 있는 마도병기들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군.’

나는 내 감을 믿었다.

타타리를 지나쳐 마도병기들 앞에 도착했다. 해일처럼 압도적이면서도 거센 마나가 나를 압박한다.

'버틸만 해.'

앞으로 걸어간다.

"막아!"

"으으…! 마나가 너무 강력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제기랄! 마도병기를 여기서 잃을 순 없어!”

타타리가 악을 쓰며 달려온다. 그러나 마나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바닥에 나자빠진 타타리가 벌떡 일어나며 어느 마법사에게 소리쳤다.

“프리쉘 마탑주!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마도 병기가 폭주한 것 같소!”

“씨발. 그걸 당당하게 말할 때입니까? 마도 병기가 없으면 승리 가능성이 없습니다! 해결법을 말하세요!”

“모, 모르겠소. 마법 병기를 설계하고 제작한 건 내가 아니라 스승님이오. 폭주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면 해결해 보겠지만… 그 원인을 모르겠소."

"이런 씹!"

타타리가 분통을 터트린다.

‘씹이라…. 이 전투가 끝나고 메이드들과 승리를 축하하는 떼씹을 해야겠군.'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린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罡刃).

오러 블레이드와 붉은 번개가 뒤섞이며 견고한 칼날로 변한다. 나는 칼자루를 양손으로 쥐고 어깨 뒤로 당겼다.

최대한 모은 힘을 전력을 다해 휘두른다.

거대한 참격이 일어났다. 참격은 눈앞의 마도병기를 부수고, 그 뒤로 날아가 다른 마도병기들을 부순다.

콰콰콰콰콰쾅!

호쾌하게 부서지는 마도병기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군!'

마도병기들의 잔해를 확인한 나는 씩 웃었다. 이것으로 이 전투의 승기를 잡았다.

‘타타리년을 죽이고 사기가 낮아진 모험가 새끼들을 모조리 죽인다.'

몸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마도병기를 박살 냈음에도 마나의 압력이 사라지지 않은 걸 깨달았다.

'마나가 왜 안 흩어지지? 그 중심이 되는 마도병기는 박살 났잖아.’

마나의 흐름이 바뀐다. 이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마도병기의 잔해 중 하나로 스며드는 것이다.

구슬.

부서진 잔해 속에 있는 검보라색 구슬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안 그래도 컸던 구슬은 마나를 흡수하며 점점 커지더니 5m까지 커졌다.

“마탑주! 저게 뭡니까?! 마도병기의 기능 중 하나입니까?!"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게 뭡니까!"

뒤쪽에서 타타리가 지랄하는 게 들렸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저 커다란 구슬 속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쩌적!

구슬에 금이 가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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