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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599화 (1,379/2,000)

< 1599화 > 159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콰앙! 콰아아아앙! 쾅!

하얀 정액 메테오가 떨어지며 폭음이 연신 울린다. 정액 메테오는 지상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마왕의 군세는 충격파뿐만이 아니라, 뜨겁게 달궈진 정액까지 감당해야 했다. 정액이 얼마나 뜨거운지 딱딱한 바닥마저 녹아내렸다. 용암에 버금가는 정액이다.

허나 마왕의 군세는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몬스터가 쓸려나간 몬스터들의 시체를 밟으며 나타난다. 개미 떼도 이 정도로 바글바글하진 않을 것이다.

“한 번 더 메테오를… 윽…!”

마나를 끄집어내려는 순간이었다. 빈혈이 일어났다.

마나가 부족한 건 아니다. 마나는 이미 대부분 회복했다. 라비트가 내게 미궁의 힘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마나는 사실상 무한에 가까웠다.

문제는 나였다. 요정의 몸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메테오를 연속으로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다.

‘일종에 과부하 상태다. 좀 쉬면 나아지겠지만….'

계속해서 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몬스터 놈들은 꾸역꾸역 기어나와 진격하고 있었다.

힐끗. 성을 쳐다본다. 성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땅으로 떨어진다. 멜리사가 쓴 헬 파이어다.

효과는 뛰어났다. 몬스터 수백 마리가 헬파이어의 불길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또 다른 몬스터가 그 자리를 메꾼다.

‘기가 질리는 물량이군.'

메테오로는 안 된다.

메테오는 강력하나, 그 한순간뿐이다. 지속적으로 적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

손을 까딱였다.

바람이 불었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칠어졌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생겨났다.

쿠르릉!

정액 비린내를 풍기는 먹구름은 빠른 속도로 증식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증식하는 동안 성의 성황을 살폈다. 급하면 끼어들 생각이었는데… 멜리사를 비롯한 AM부대 메이드들이 잘 버텨주고 있었다.

쾅쾅쾅! 펑펑펑!

내가 넘겨준 현대화기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먹구름에서 비가 내린다. 당연히 그냥 비가 아니다. 하얀 정액비였다. 정액 비에 닿은 몬스터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싸운다. 싸우는 이유는 쉽게 짐작됐다.

어깨가 부딪쳐서, 눈이 마주쳐서, 그냥 짜증 나서. 흥분한 상태에선 그 모든게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진격해라.

마왕의 낮은 목소리가 넓게 울린다.

자기들끼리 싸우던 몬스터들이 재차 진격하기 시작했다.

'지배의 권능이군.'

몬스터 수십만 마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상식을 벗어났어. 다른 뭔가가 있어.'

조금 생각해보자 답이 나왔다. 지금 내가 이렇게 마법을 펑펑 쓸 수 있는 건 요정의 특성과 미궁의 힘 덕분이다.

'미궁의 힘. 마왕은 미궁을 절반 이상 지배했다. 마왕도 미궁의 힘을 쓰고 있는 거지.'

미궁의 힘을 가진 마왕.

나열한 문장만으로 최악이었다. 진절머리가 난다.

동시에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런 압도적인 힘을 가진 마왕이 왜 직접 나서지 않는 거지?'

마왕이 왜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집하는지 생각해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거다.”

마왕은 존재감을 내비치면서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마왕이 경계하는 건 한 명뿐이지. 유리아에게 쫄았군.’

유리아는 시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마왕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이렇게 생각할 거다. 유리아가 몸을 숨기고 자신의 목을 노린다고.

‘크크. 유리아의 힘을 봤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지.'

마왕의 조심성 덕분에 시간을 벌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쿠르릉! 쿠르르르릉.

먹구름이 허공을 뒤덮었다. 구름 사이가 번쩍인다. 번개가 검은 구름 사이를 노닐고 있었다.

“크크크.”

나를 재촉하는 번개의 울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손가락을 까딱인다.

먹구름에서 굵은 번개 한줄기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세상이 번쩍였다. 벼락이 떨어진 곳에는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그곳에 있던 몬스터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번개로는 보여줄 수 없는 광경이지.'

나는 눈을 감고 입을 벌려 숨을 들이마셨다.

뇌전이.

먹구름 속에서 타오르는 뇌전이 느껴졌다.

눈을 뜬다.

"날뛰어라."

명령을 내리자마자 무수히 많은 벼락이 지상으로 떨어진다. 몬스터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번개의 속도는 초속 10만km.

초속 340m에 불과한 음속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천둥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허나 천둥소리가 들렸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천둥소리는 번개의 시작이 아닌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지상을 의기양양하게 내려다보며 번개의 연희를 지켜보던 내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바닥에 갈라진 틈이 10곳 이상 나타났다. 그곳으로부터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

내가 죽이는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메테오도 쓸어버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메테오를 사용하기 위해 공격을 멈추면, 이번에는 성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전으로 해결한다.'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감각이 확장되는 게 느껴졌다.

지금의 난 요정인지라, 천재의 시간을 사용해도 감각적인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직접 느껴보니 알겠다. 유리아의 재능은 요정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확장된 감각 아래로 먹구름이 느껴진다.

'30km 정도인가.'

나는 먹구름을 지배했다. 내 의지에 따라 먹구름을 움직인다. 먹구름 그 자체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필요한 건 먹구름이 머금고 생성하는 뇌전이다.

먹구름이 회전한다.

그 중심에서 번개가 춤을 추고 있었다. 하나의 번개가 아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번개가 그곳에 모여 번쩍이고 있었다.

[천재의 시간을 종료합니다.]

천재의 시간이 끝났다. 10초는 너무 짧았다.

‘그래도 덕분에 가장 어려운 모양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흐른다.

저 번개들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것 같은 피로가 몰려온다.

'여기서 더 나가야 한다.'

단지 이것만으로는 번개를 한 지점에 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뇌기의 공명.

시작은 두 줄기의 뇌전이다. 두 줄기의 뇌전이 공명하고, 주위에 있는 번개들이 공명한다.

생성되고 찢어지기를 반복한다.

제어할 수 없다.

제어할 생각도 없었다.

내가 해야할 건 딱 하나. 뇌우가 쏟아질 곳을 정하는 것뿐이다. 그것도 간단하다. 지상에는 아군이 없으므로 그저 놓아주면 된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뇌천명(雷天命).

번개의 빛이 세상을 채웠다.

빛이 사라졌을 때는 지상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바글박르하던 몬스터들은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새까맣게 그을린 바닥 어디에도 그 흔적은 없었다.

쿠르르르르릉.

먹구름 속에서 또 다른 번개가 기지개를 켠다.

'위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한 번 더 뇌천명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군.’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은 갈라진 틈이었다. 마왕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저 틈. 저기에 커다란 뇌전 하나를 꽂아 주자.

-반전하라.

땅의 갈라진 틈에서 마왕의 목소리가 울린다.

세상이 다시 반전한다. 아니, 반전된 상태에서 반전되었으니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성이 지상으로 내려가고, 거대한 틈이 있는 땅이 다시 천장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반전한다고? 내 공격이 무서웠나?'

졸지에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흩어진다.

'날 너무 얕보는군.'

파지직.

손끝에서 뇌전이 꿈틀거린다.

손을 위로 올린다. 내가 하는 것은 그저 방향을 이끄는 것. 그게 위라고 해서 선택하지 못할 방향은 아니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뇌천명(雷天命).

막대한 뇌전이 천장의 갈라진 틈을 향해 올라간다. 그 모습은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과도 같았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천장이 부서진다. 바위와 돌멩이가 지상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먹구름은 흩어졌고, 나는 후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붙잡았다. 뇌천명을 두 번이나 쓴 반동으로 몸속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마왕은….’

갈라진 틈에서 마왕이 천천히 내려온다.

검보라색 보석과 푸른색 에너지로 이루어진 압도적인 육체. 마왕의 등에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한 쌍의 날개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놈의 주위에 떨어져 내리는 검게 탄 몬스터의 시체들의 풍경이 놈을 신처럼 거룩하게 만들었다.

'시발. 상처 하나 없네.'

그래도 의미 없지는 않았다. 끝없이 쏟아지던 몬스터가 이젠 없으니까.

'완전 회복이 있긴 한데….’

지금은 완전 회복을 쓰는 게 오히려 좋지 않았다.

‘완전 회복은 병이나 저주 같은 상태 이상까지 없애 주니까.'

완전 회복을 쓰면 요정이 아니게 된다.

요정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즉, 약해진다.

스톰브레이커를 검의 형태로 소환해 손에 쥔다.

‘…마왕과는 근접해서 싸운다.'

멀리서 마법을 쓰며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까전의 여파로 마법을 쓰기 어려웠고, 놈에게는 온갖 권능이 있으니까.

‘결국 하는 걸 해야겠지.'

각오를 굳히고 놈에게 날아간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선 마왕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유리아가 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

-네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은 의외였다. 그 여자에 비하며 턱없이 부족한지라 무시하고 있었다만…. 내가 한 방 먹었군. 너를 내 적수로 인정하마. 최선을 다해 너를 죽이겠다.

“50층의 일이 기억 안 나나? 넌 나한테 죽을 뻔했다! 근데 이제야 날 인정한다고?"

-그 기회를 만든 건 네가 아니라, 그 여자다. 지금도 그렇고 너는 미궁의 힘을 쓰고 있지 않나. 네 순수한 힘만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허나 내가 너를 인정했다. 기뻐하라. 내 인정을 받은 자는 악마 중에서도 몇 없다.

“새끼가 좀 깝치네. 치트키 쓰기 전에 아가리 봉인해라.”

-입이 거칠군. 기고만장하지 마라. 그 여자에 비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그 여자는 고요했다. 동시에 예리하며 매서웠지. 조금만 방심해도 치명상을 받는다. 아마 인간 중에서 그 여자가 최강이겠지. 그런 여자가 왜 너를 모시는지 이해할 수 없군.

“이 새끼.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내 성질을 많이 긁는군.”

-죽이진 않겠다. 그 여자가 너를 모시고 있으니, 인질로서 가치가 있을 터. 그 여자와 싸울 때 도움이 되겠지.

“인질? 씨발. 날 공주님 취급하다니…. 죽여버리겠다!”

검에서 오러블레이드가 치솟는다.

-멈춰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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