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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04화 (1,384/2,000)

< 1604화 > 1604.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휘유우우우우웅!

붉은색의 빛덩어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온다.

마나가 느껴진다. 마도 연합의 공격 마법이 확실했다. 저 붉은 에너지 덩어리는 포물선을 그리며 저택에 떨어진다.

빛덩어리는 테브라를 지키고 있는 투명한 결계 벽과 부딪친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흔들리는 결계의 벽이 육안으로 보였다.

“…결계에 살짝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요. 원래라면 저 정도 공격에 흔들릴 결계가 아닙니다.”

유리아가 말했다.

테브라의 결계는 그랜드 아크 메이지인 그녀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돈을 들여 설치한 결계였다. 드래곤 브레스도 몇 번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며칠 동안 계속 폭격을 당했다면 결계가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지. 테브라로 오길 잘했어. 알카이론 산맥이나, 악원의 수해로 갔으면 테브라가 위험했을 거야."

휘유우우우우우우우웅!

7개의 빛덩어리가 영지에 떨어지며 폭발한다. 다행히 결계는 흔들리지언정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저택 밖으로 나간다. 시민들이 사는 외성구역이다.

"시민들이 없군.”

“유사시를 대비해 지어진 대피소에 있을 겁니다.”

“거슬리는 게 없으니 잘됐다고 해야 하나.”

보급품을 나르고 있는 병사들이 보였다. 소총을 멘 메이드들이 뒤에서 병사들을 노려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병사는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

저 멀리 높고 견고한 성벽이 보인다. 저택을 만든 뒤, 놀고 있는 드워프들이 꼴보기 싫어 제작한 성벽이었다. 기왕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심정으로 돈을 퍼부었다.

‘대륙에서 가장 튼튼한 성벽이다.’

돈과 시간, 장인을 갈아 만들었다. 튼튼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성벽 위에는 골든 로즈 기사단과 메이드들이 서 있었다.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성벽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를 풍겼고, 메이드들은 조용히 배치된 기관총을 잡으며 적들을 경계했다. 그들의 중심에는 메이드장인 네피아와 엔티온 프루커스의 아내이자, 카일의 친모인 엘라인이 서 있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분위기가 아까보다 좋아졌다. 그녀들의 기대감 섞인 시선을 받으면서 성벽을 올랐다.

“…왔구나. 올 줄 알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엘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마도 연합에 잡혔다는 카일 때문인 것 같았다.

"주인님! 오셨군요! 다행,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주인님이 없는 동안…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이에요."

“알고 있다, 네피아. 네가 아니었다면 더 힘든 상황이었겠지. 고생 많았다. 얼굴이 말이 아니군. 여긴 내게 맡기고 저택으로 가서 쉬어라.”

네피아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눈 아래에는 다크 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았고, 머리카락은 기름졌으며, 메이드복에는 여기저기 때가 묻어있다.

유리아의 뒤를 이어 메이드장인 된 그녀다. 그 성실함과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그녀가 자기관리를 소홀히 한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주인님. 우선 보고를….”

“그건 다른 이에게 들으면 된다. 유리아, 네피아를 저택에 데려다주고 와라.”

“네, 주인님. 가시죠, 네피아. 지금 당신 몰골은 보통이 아닙니다. 냄새도 나는군요. 며칠간 씻지 못한 겁니까?"

“그, 그게 5일은 못 씻었어요. 하아. 죄송해요. 메이드장인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네피아가 고개를 푹 숙인다. 뚝뚝 떨어지는 것은 눈물일 것이다. 유리아가 깜짝 놀랐다. 그녀 당황하며 네피아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우, 울지 마세요. 혼내려는 게 아닙니다. 네피아는 잘해주셨습니다. 테브라가 무사할 수 있었었던 건 모두 네피아가 고생해준 덕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자, 저택으로 돌아가서 푹 쉬시지요. 주인님이 오셨으니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유리아가 네피아를 달래며 저택으로 향했다. 비슷한 머리카락 색과 비슷한 복장. 그녀들은 꼭 자매 같았다.

나는 성벽의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무수히 많은 기사와 병사, 마법사들이 성벽을 포위하고 있었다.

‘대충 5만 정도인가? 어디서 이런 대군을 끌어모은 건지는 몰라도 아주 작정했군.’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군세에 비해 기사의 숫자가 적었다. 기사는 전장의 꽃이다. 기사가 적은 군대는 두렵지 않다.

‘평범한 경우에는 그렇지. 이 군대는 마법사들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기사가 전장의 꽃이라면, 마법사는 전장의 사신이지.'

저 어마어마한 마법사들이 일제히 광역마법을 펼칠 걸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등골이 좀 오싹해진다.

‘병사들의 무장 수준은 어떻지?’

대충 훑어봤다.

이 세계가 그렇듯 전문 병사는 30%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노예병이거나 농민들이다.

‘무장 수준은 평균 이하군. 기관총에 쓸려나갈 놈들이지.’

주목해야 할 건 병사들 사이에 섞여 있는 놈들이다. 다른 병사들에 비해 유독 장비가 좋다.

‘용병이군. 기사들보다 용병이 더 많다. 마탑이 연합했다더니… 돈을 펑펑 쓰고 있군. 이 전쟁에서 이기면 본전을 뽑을 수있다 이거지?'

마탑이 난립하던 시대와 다르다. 마탑이 하나로 뭉쳤으니 내가 사라지면 시장은 마도 연합의 독점이 될 것이다. 거기에 뒤에 드래곤까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무서울 게 전혀 없겠지.

‘용병들의 수준은… 일반 병사들보다는 뛰어나겠지. 대충 익스퍼트 하급으로 보고… 진짜 문제는 병사들 뒤에 있는 마법사들이군.'

마침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한다. 10명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법을 쓴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은 아까 본 붉은색의 에너지 덩어리였다.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와 성벽에 부딪혔다.

콰아앙!

성벽이 약간 흔들렸다. 이 성벽이 테브라를 지키는 결계의 주체다. 당연히 결계보다 더 단단했다.

“어머니. 방금 그 공격. 무슨 마법인지 아십니까?"

“저건 마법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마법이다."

“네?”

“마법사 개인의 마나를 한곳으로 모아 쏘아낸 것에 불과하다. 저걸 어떻게 마법이라 부르겠느냐.”

“하지만 효율적인데요."

“그렇지…. 복잡한 술식 없이 저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더 없이 효율적이지."

다른 마법사 그룹이 또다시 공격을 준비한다. 마법사 그룹을 나누고 돌아가면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놈들은 천천히 결계를 부수려는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선 피가 바짝 마른다. 멘탈이 흔들리는 것이다. 네피아가 왜 거지 같은 몰골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멍청하군요. 일제히 공격해서 결계를 부수는 편이 더 나을 텐데.”

“그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저들이 일제히 마법 공격을 하려 할 때마다, 당하기 전에 미사일이란 걸 적들에게 쏟아부었지. 저들은 방어 마법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는 이렇게 공격해 오더구나.”

“네피아의 지휘였습니까?”

“그래. 메이드로 쓰기엔 아까울 만큼 뛰어나더구나.”

“네피아는 메이드로 남을 겁니다."

“그래.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있더구나. 하긴 이런 저택의 메이드장이니….”

엘라인은 저택의 편의성을 알아버린 모양이다.

나는 팔짱을 끼며 정면을 노려봤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전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각을 볼 줄은 안다. 지금 그 각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아를 투입한다는 선택을 하기 전에 신경 쓰이는게 있었다.

“저 마법사들 뒤에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마도 병기를 수리하고 있다. 카일이 부쉈던 마도 병기들이지. 프터스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함락된 이유도 저 마도 병기들 때문이다. 카일은….”

“카일 형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구하겠습니다.”

“…그래. 널 믿으마. 저 마도 병기가 완전히 수리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한다.”

“유리아에게 부탁해야겠군요.”

“…유리아가 강하다는 건 나도 안다. 메이드들에게 들었단다. 주인님과 유리아 님만 있으면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나 그이보다 강하겠지. 아 참, 그이는….”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제가 찾아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게 너무 많은 짐을 떠넘기는 것 같구나. 유리아를 혼자 보내는 건 다시 생각해 보거라. 저들에겐 7명의 아크 메이지와 3명의 오러 마스터가 있다."

"……생각 이상의 전력이군요. 그놈들은 직접 나서지 않는 것 같은데… 뭐 하는 겁니까?”

“실험. 이 전장에서 마도병기를 실험하려는 것이다. 마탑 늙은이들의 생각이야 뻔하지."

“오러 마스터들은요?”

“마탑 늙은이들의 호위를 맡고 있다. 그리고… 아일린 공주와 젠트를 감시하고 있지."

“젠트 형님이 저곳에 붙잡혀 있었군요. 근데 감시라뇨?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아일린 공주가 저들의 대표가 아닙니까?”

“아일린 공주는 붙잡힌 명분에 불과하다. 아무리 수완이 뛰어난들, 산전수전 다 겪은 일곱 아크 메이지들을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냐.”

“듣고 보니 그렇군요.”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줄 알았으나, 설마 제 스스로 무덤길로 들어간 것인가.

아일린 공주의 몰락에 씁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아일린 공주를 버릴 수는 없다. 아직 못 따먹었으니까. 아일린 공주는 이번에야말로 내 손에 꺾이겠지. 나는 아일린 공주의 미모를 떠올리며 군침을 꼴깍 삼켰다.

‘유리아에게 아일린 공주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명령해야겠군. 덤으로 젠트까지.’

아일린 공주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경비가 살벌하다. 아무리 유리아라도 7명의 아크메이지와 3명의 오러 마스터를 순식간에 암살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선을 끌어야겠군. 일단 전면전을 한다. 내가 앞장서서 전열을 박살 내고, 유리아가 아일린 공주를 확보한 뒤에 나선다면…?'

뚜벅뚜벅.

누군가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짧은 진홍색 머리카락의 여성, 스칼렛 번클로다. 내가 선택한, 나의 장군이다. 그녀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있었으나, 눈빛은 평소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서늘하게 웃는다.

“오셨군요, 주군.”

“스칼렛. 피곤해 보이는군. 괜찮나?”

“이것저것 수를 쓰느라, 피로를 풀 여유가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웃고 있지?"

"그거야 당연히 이 전장의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유리아 님은 당연히 함께 있으시겠지요?”

“유리아 혼자서 적의 대군을 상대하게 할 생각은 없다. 유리아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 빌어먹을 드래곤 말입니까. 하지만 유리아 님을 쓰실 것 아닙니까. 백작 각하의 가장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가 곧 유리아 님이니까요.”

“유리아에겐 우선 아일린 공주와 젠트 형님 일가의 구출을 맡길 생각이다. 유리아가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전면전으로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틀 뒤에 원군이 도착할 것입니다.”

“원군이 있다고?”

놀라서 되물었다. 나는 인맥 관리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아군보다 적이 더 많았다. 그래도 상관없을 정도의 힘이 내게 있었으니까.

"주인님에게 빚을 진 자들과 약점이 잡힌 자들. 항구를 통해 그들에게 서신을 보냈습니다. 늦어도 이틀 뒤에 테브라 영지로 모일 것입니다. 적어도 2만은 오겠지요. 마지막 발악으로 원군을 보냈지만… 주군께서 마침 딱 오셨군요. 이 전쟁에서

질 수가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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