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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05화 (1,385/2,000)

< 1905화 > 190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적군 진영에서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말을 탄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었다. 노인과 전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나는 그가 마법사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마법사들이 주로 입는 로브를 걸치고 있으니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법사 주제에 성벽 앞까지 다가와? 간 큰 늙은이군.”

“캘리버드 로렌이다.”

엘라인이 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여전히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 이름도 오늘 처음 들어본다.

내 생각을 짐작한 것일까. 스칼렛이 말문을 열었다.

“마도 연합의 일곱 아크 메이지 중 한 명입니다. 일곱 아크 메이지 중 최연장자이며, 카피로스 마탑의 마탑주입니다.”

“카피로스 마탑? 거긴 또 뭐 하는 곳이지?”

“화염계 마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마탑입니다. 작은 불을 일으키는 마도구를 판매하기로 유명합니다. 불을 쉽게 일으킬 수 있어 모험가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카피로스 마탑의 마도구를 선호했었습니다.”

"지금은 아닌가 보군.”

“코리아 상단이 판매하는 라이터와 가스버너에 밀려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로 마도구의 가격을 낮췄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전히 라이터에 비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지요.”

“아.”

코리아 상단에 손해 본 마탑 중 하나였다.

특히, 라이터의 경우엔 1 실버에 1개씩 판매하고 있다. 라이터는 크기도 작아서 현대에서 대량으로 가져오기도 쉬웠기에 이득을 보기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사용했다. 물론 1 실버에 팔아도 충분히 이득이었지만.

“프루커스 백작! 나는 마도 연합의 대표인 캘리버드 로렌이오! 그대가 어떻게 성안으로 들어온 것인지 몰라도 그대에게 항복을 권고하겠소! 무장을 해제하고 성문을 여시오!”

캘리버드가 입을 열었다. 딱히 소리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저렇게 날 부르니 대답하지 않을 수 없군. 어머니, 음성 증폭 마법 좀 사용해주시겠습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구나."

엘라인이 마법을 사용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를 하듯 목소리를 냈다. 내 목소리는 전장 전체로 울렸다. 마음에 들었다.

“너희 마도 연합이 아일린 공주마마를 납치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이 역도 무리들아! 너희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하늘이 너희를 용서해도 이 유진 프루커스가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역도?! 수작 부리지 마시오! 역도는 그대라는 걸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소! 그대가 아일린 공주를 처단하고, 에이든 왕자의 뒤에서 이 나라를 주무르려는 야망을 모를 것 같소?!”

“이 냄새 나는 늙은이 새끼가! 시나리오 쓰고 자빠졌군! 늙었으면 곱게 뒤질 것이지, 다 늙어서 권력과 재물을 탐하는 꼴이 추하기 짝이 없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손주 재롱이나보며 뒤질날을 준비해라! 마법사란 놈이 늙으면 뒈져야지 라는 말도 모르는가?!”

캘리버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특수한 보석으로 장식된 지팡이를 쥐고 땅바닥을 쿵쿵 찍어댔다.

“이 미친놈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손주 재롱? 그래! 내게도 손주가 있었다. 네놈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네 말대로 손주 재롱을 보며 여생을 보냈을지도 모르지! 내 손주가 죽은 것도, 전쟁으로 인해 죽은 어미와 아비들! 그 자식들! 모두다 네놈의 탓이다! 네놈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더욱 평화로웠을 것이다!”

“이 늙은이는 단단히도 노망났군! 옷을 벗기면 똥 기저귀를 차고 있을 게 확실하다! 잘 들어라, 치매 노인! 대륙 전쟁을 일으킨 건 내가 아니다! 나는 전쟁을 종결시킨 영웅이다! 라펠리 왕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대륙의 평화를 가져왔노라! 늙은이! 손주가 전쟁으로 인해 죽었다고 했느냐? 네놈의 손주가 죽은 건 네놈이 손주 관리를 못 했기 때문이다! 아쉽구나! 네놈의 손주가 있었다면 역적의 혈족으로서 이 내가 직접 삼족을 멸했을 터인데!”

“그게 귀족으로서, 위정자로서 할 말인가?! 네놈에겐 위정자가 될 자격도, 영웅이 될 자격도 없다!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항복하라! 네가 그 죄 많은 목을 내놓는다면 테브라의 시민들은 살려두겠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성문을 열고 항복하

라!”

“내가 할 말이다, 이 늙은이야!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공주마마를 풀어주고 항복하라! 일부는 자비를 베풀어 살려주겠다!”

“프루커스 백작! 네놈이 포로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항복할 바에 끝까지 싸울 것이다! 곧 있으면 마도 병기의 수리가 끝난다! 프터스에선 보여주지 못한 마도 병기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노라!”

“마도 병기? 네놈들이 드래곤의 똥구멍을 핥는 대가로 얻은 쓰레기들 말이냐? 인간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냐?”

“닥쳐라!”

캘리버드가 소리쳤다. 자기 혈육을 욕했을 때보다 더 분노한 표정이었다.

“위대하신 분을 욕하지 말라! 그분은 마법의 조종이시며, 이 세계의 조율자이자 수호자이시다!”

“크크. 그렇게 드래곤 똥구멍을 빨아주는 걸 보니 받은 게 많은 모양이군? 진실을 알려주마. 네놈들은 레오시오의 장난감에 불과하다."

“아니, 우리는 그분의 그분의 은혜를 받은 마법사들이다! 이제 이 세계는 그분의 의지대로 돌아갈 것이며, 마법이 곧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드래곤의 똥구멍이 아주 달달 했나 보군!”

“이 이상은 못 들어주겠군! 네놈과의 대화는 끝이다!”

캘리버드가 마법을 사용한다.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 앞에 헬파이어가 나타났다. 평범한 헬파이어가 아니다. 소용돌이치는 헬파이어였다. 헬파이어는 회전하며 압축되었다. 주먹만큼 압축된 그것이 성문을 향해 날아와 폭발했다.

콰쾅! 결계가 흔들린다.

“이 늙은이 새끼가!"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뇌전.’

후우우웅.

내 안의 마나가 밖으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직후, 캘리버드를 향해 시퍼런 벼락이 떨어졌다. 캘리버드는 피하지 않았으나, 수염 한 올 그을리지 않고 멀쩡했다.

배리어가 벼락으로부터 캘리버드를 지킨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마탑의 늙은 마법사가 아무 대비 없이 성문 앞으로 오진 않았을 테니까.

“마도구… 아니, 유물인가? 꽤나 대단한 물건을 갖고 있군. 허나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프루커스 백작. 그대의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틀. 이제 이틀이면 마도 병기의 수리가 끝나니, 그때까지 그 구차한 삶을 누리도록.”

이틀.

지원군이 오기로 한 시점과 딱 맞는다.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틀 뒤에 쳐죽여 달라는 건가? 좋다, 늙은이. 이틀 뒤에 네놈이 지를 비명이 기대되는구나.”

“이틀 뒤에 처절하게 후회할 그대의 얼굴이 선하구나”

캘리버드가 뒤돌아 떠났다.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다. 캘리버드가 아니라, 그 주위로 떨어졌다. 캘리버드를 수행하던 마법사들이 급하게 배리어 마법을 펼쳤다.

쿠르르르릉! 콰콰쾅! 콰콰콰쾅!

연속으로 떨어지는 번개에 마법사들의 배리어가 박살 나고, 마법사들이 감전당해 죽는다. 그 와중에도 캘리버드는 멀쩡했다. 벼락으로 배리어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 것이다. 아크 메이지. 그중에서도 최상급이 틀림없었다.

캘리버드가 뒤를 획 돌아보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부하들에게 무언가를 명령한다. 잠시 멈췄던 놈들의 공격 마법이 시작되었다.

“화나셨습니까?”

스칼렛이 물었다.

“아니. 지금 죽일 수 있으면 편하다고 생각해서 공격한 건데… 쉽지 않군.”

“원하신다면 전투를 준비하겠습니다. 정면이 아니어도 항구를 통해 빠져나가 놈들의 옆이나, 뒤를 칠 수 있습니다. 놈들이 항구를 관심하고 있기에 기습이 성공할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긴 합니다만."

“굳이 어렵게 갈 필요는 없이. 이틀만 기다리자고.”

갑자기 기척이 느껴졌다. 즉 보니 유리아였다.

“유리아, 스칼렛. 남아 있는 미사일을 준비해. 가만히 있기 심심하니 폭죽놀이 좀 해보자고.”

폭죽놀이의 정점인 버섯구름 폭죽은 아쉽게도 사용할 수 없다. 적들의 군대와 성벽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그걸 썼다간 이쪽도 휘말린다. 내 집 앞마당에 방사능을 떡칠할 수 없다.

“우선 대전차 미사일 쇼를 시작해볼까.”

나는 킬킬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를 왔다 갔다 해야 하니 고생 좀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저놈들에게 빅엿을 먹을 수 있으니 이 정도 귀찮은 감수할 수 있다.

전투 메이드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녀들의 손과 어깨에는 대전차 미사일 현궁이 들려있었다. 현대의 현궁이 아니다.

미래 세계의 발전된 현궁이다. 전차를 작살내는 미사일이다. 어지간한 배리어로는 막지 못한다.

“자유 발사."

대전차 미사일이 적군을 향해 날아간다. 50개가 넘는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놈들은 배리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소용없었다. 평범한 배리어로는 막을 수 없다.

지축이 흔들리는 폭발이 일어났다. 화약과 비명이 바람에 실려 들어온다.

적들의 마법사 그룹은 공격을 중단했다. 대신 일제히 배리어 마법을 펼친다. 미사일로 재미 보기 힘들어졌다.

나는 힐끗 뒤를 돌아봤다. 아래쪽에서 M270 다연장 로켓포가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에이씨. 대규모 배리어가 없을 때 M270부터 갈겼어야 했는데.'

메이드들에게 재미 좀 보게 해준다고 현궁을 갈기게 했다. M270부터 사용했다면 더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M270…. 저걸 가져오느라 포인트까지 썼지.'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의 제한은 무게다. 내가 들 수 있는 물건이라면 부피가 아무리 커도 인벤토리에 들어간다. 반대로 부피가 작아도 내가 들 수 없으면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M270의 무게는 25톤. 지금의 나로서도 드는 건 불가능한 무게였다.

‘하지만 딱 좋은 아이템이 있지.'

[0.3 스케일 스티커

스티커를 부착하면 물건의 크기와 무게를 30%로 만듭니다. 스티커를 떼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스티커는 일회용입니다.

가격: 500 포인트

※주의

작아진 물건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스티커를 뗄 때 공간을 생각하십시오.

살아있는 생물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25톤이 7.5톤이 되는 거지.'

7.5톤 정도면 마나를 이용해서 충분히 들 수 있다.

"주인님. 배리어의 저쪽 부위가 약합니다.”

유리아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배리어가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솔직히 직접 봐도 모르겠다.

“약하다고?"

“예. 술식의 패턴이 불안정합니다. 아마도 저기를 담당하고 있는 마법사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거겠죠. 저기… 그리고 저쪽 부위도 약하군요."

“음. 좋아. 저기를 집중적으로 노린다! 준비되는 대로 발사해!”

미사일이 줄지어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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