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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06화 (1,386/2,000)

< 1906화 > 190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미사일이 펑펑 터진다.

배리어를 박살 내고, 자신들은 안전하리라 생각한 마법사와 병사들의 명줄을 끊는다.

백린탄이 터진다.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쉬이 죽지 못하고 고통스러움에 춤을 춘다. 근처에 있던 마법사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물을 끼얹어도 바로 꺼지지 않아 당황하더니, 아예 아군을 죽여버렸다.

어떻게 보면 자비를 베푸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적군이 고통스러워하는군요. 백린이라고 했던가요? 끔찍한 무기입니다.”

스칼렛이 말했다.

“왜. 죄책감을 느끼나?”

스칼렛이 섬뜩하게 웃는다.

“그럴 리가요. 그 반대입니다. 적군의 고통과 공포는 아군의 행복과 환희입니다. 기왕이면 모조리 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만….”

마법사들이 대응하기 시작해서 힘들었다. 배리어로 막아내는 게 아니라 공격 마법으로 미사일을 격추하고 있다. 공격이 곧 최선이란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유리아. 준비됐어?”

“물론입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뒤쪽에서 10기의 AH-64 아파치 헬기가 떠오른다. M270과 달리 헬기의 무게는 5톤이라 수월하게 가져올 수 있었다. 참고로 10기의 아파치 헬기를 조종하는 건 유리아다. 유리아의 그림자 분신들이 아파치 헬기 조종석에 앉아있다. 그림자 마

법을 이용한 무인 조종법이다.

헬기가 적군을 향해 날아간다. 목적지는 적군이 아니다. 보다 뒤에 있는 쪽, 적들의 보급이 모여있는 곳이다.

‘앞은 미사일을 막느라 집중적으로 배리어를 쳤지만, 뒤쪽은 다르지.’

공격이 닿지 않을 테지 굳이 마나 소모하며 뒤쪽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놈들은 마도 병기에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거의 강박적으로 말이야.'

저 마도 병기에 대한 정보는 들었다. 마석을 사용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마도구다. 자동으로 마법의 술식을 짜내는 기계라 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병기지.'

뒤쪽에서 헬기가 움직인다. 콰콰쾅! 미사일 터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보급 창고를 성공적으로 불태운 것이다.

부랴부랴 적들이 대응한다. 배리어를 펼치고 공격 마법으로 헬기를 노린다.

나는 힐끗 유리아를 바라봤다. 눈을 감고 헬기를 조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어떻게 10마리의 분신을 한 번에 조종하는 거야.'

유리아의 그림자 분신은 자아를 가진 게 아니다. 제각각 모두 유리아가 직접 조종하는 것이다. 즉, 10개의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과 같았다.

"……."

유리아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직후, 미사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게 헬기가 추락할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헬기가 추락할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아군이 죽지 않도록 그림자 분신을 태워 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추락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원래라면 5분은 더 버텨줘야 한다.

"유리아?”

“오러 마스터들이 나섰습니다. 아크 메이지들의 보조를 받아 헬기를 공격합니다.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엉덩이 무거운 것들이 나섰군. 어쩔 수 없지. 다음 플랜으로 넘어가자.”

“네.”

적들의 보급품들을 노리던 헬기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과정에서 2개의 헬기가 추가로 추락했다.

7개의 헬기는 배리어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생화학 미사일 발사합니다.”

죽음의 안개가 퍼진다.

독가스를 마신 병사들은 쓰러지며 몸을 덜덜 떨었다.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은 독가스 속에서 제법 버텼다. 이번에도 적들의 마법사들이 열일했다. 바람으로 독가스를 날리거나, 정화 마법으로 아예 독가스를 없애버렸다.

'이러면 피해가 또 적어지겠군. 역시 마법사가 적이면 성가셔.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아.'

저게 마법사들의 장점이었다.

콰아앙! 쾅! 콰아앙!

적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헬기가 추락하며 폭발을 일으킨다.

“정산해볼까.”

내 말에 스칼렛이 곧장 말했다.

“대략 8,000명이 사망한 것 같습니다. 일방적인 공격으로 학살하셨군요. 역시 주군은 대단하십니다.”

“만 명도 못 죽였다고?"

“역시 주군이십니다. 피도 눈물도 없으시군요. 8,000명으로 만족하지 못하십니까?”

“그게 아니라 투자한 것에 비해 얻은 게 별로잖아.”

“적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닙니다. 마탑의 마법사, 일곱의 아크 메이지, 베테랑 용병, 각국에서 차출된 오러 마스터 셋. 대륙 역사상 유례없는 전력의 군대입니다."

“…뭐, 그렇긴 하네.”

아크 메이지가 7명이나 모였다. 내가 아닌 다른 군대였다면 그 정보를 듣자마자 사기가 꺾였을 것이다.

“더 하시겠습니까?"

나는 몸을 돌렸다.

“주기적으로 미사일이나 계속 쏴. 여기에 더 있어봤자 시간만 버릴 것 같군. 스칼렛, 너도 가서 쉬어라. 넌 지휘관이다. 이틀 뒤에는 네가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이틀 뒤에 있을 결전을 대비해 체력을 챙기겠습니다.”

“어머니도 돌아가서 쉬시죠.”

“…아니, 나는 이곳에 있겠다. 저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지켜보마.”

엘라인의 두 눈에서 전의가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말릴까 하다가 관뒀다. 지금의 그녀는 내 말을 듣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새벽에 이슬비가 내렸다. 그 탓에 전장에는 짙은 안개가 꼈다. 나는 새벽부터 성벽 위에 서서 마도 연합군을 노려봤다.

해가 떠오르며 점점 안개가 걷혔다. 적군의 기세가 자못 살벌하다. 저들도 오늘이 결전의 날인 것을 알고 있다.

아군을 살펴봤다. 메이드, 기사, 병사. 잘 먹인 덕분에 아군의 전투 의지는 드높다.

“주군.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저희가 적들의 군세를 찢어 놓겠습니다.”

골든 로즈 기사단의 단장인 플로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죽을 각오를 끝마쳤다. 물론 나는 그녀를 포함한 여기사들을 의미 없이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닥돌은 내가 허락하지 못한다.

“플로이. 선두는 내가 선다.”

“…주군께서 말입니까?"

"불만이냐?"

“영광입니다. 주군의 뒤는 제게 맡겨주십시오.”

나는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스칼렛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푹 쉰 덕분인지 이틀 전보다 안색이 좋았다.

“스칼렛. 원군은 언제 오는 거지?”

“정오 무렵에 도착할 것입니다. 적들의 진영을 보니… 이미 원군의 존재를 눈치챘군요.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저희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적군의 시선을 빼앗아 원군이 뒤에서 덮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 그럼 일단… 아침이나 든든히 먹자고.”

세상일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정오가 되기 전에 마도 연합군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수리가 끝난 마도 병기가 마법을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성벽과 결계를 두들기는 마법들의 향연은 객관적으로 봤을 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주관적으로 봤을 땐 끔찍하기 짝이 없었지

만.

“멜리사! AM 부대와 함께 방어에 집중해라! 미사일로 적들의 마법을 최대한 요격해라!”

“적들의 화력이 상상 이상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멜리사가 방어 마법을 펼친다. 그녀도 아크 메이지였다.

"유리아! 준비해!"

“아일린 공주는 반드시 확보하겠습니다.”

유리아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플로이! 기사단과 전마의 상태는 어떻지?”

“프루커스를 위하여! 말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마법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승리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프루커스를 위하여!"

여기사들은 성문 앞에서 외쳤다. 성문이 열리는 순간 기사단은 적군을 향해 돌진해 길을 열 것이다. 병사들은 그 뒤를 따를 것이고.

“스칼렛! 원군은 어디까지 왔지?”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좀 더 성안에서 버티는 건… 불가능할 것 같군요. 화력이 너무 거셉니다. 성벽과 결계가 무너지면 피해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래. 지금은 공격이 최선이다.”

스톰브레이커를 소환했다. 스톰브레이커의 조각들이 내 몸에 달라붙어 전신 갑옷이 되었다.

"주인님!"

걸걸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땅딸막한 드워프가 내게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서리 망치 부족의 족장인 페서스다.

“뭐냐, 페서스. 지금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있는 게 안 보이나? 죽고 싶냐?”

“힉! 사, 살려 주십시오! 그저 주인님께 도움이 되고자 찾아왔을 뿐입니다."

“너희 드워프는 대장간에서 망치만 두들기면 된다. 그게 나를 도와주는 거다. 쓸데없는 말을 하러 왔다면 산채로 용광로에 던져버리겠다.”

“그, 그게 아니라 그레이트 골렘킹이 준비되었다는 걸 알리러 왔습니다!”

“그레이트 골렘킹? 아, 그딴 웃기지도 않는 이름은 집어치우라고 내가 몇 번을…. 아니, 잠깐. 그게 준비됐다고?”

그레이트 골렘킹.

드워프들이 만든 골렘이었다. 드워프들의 최종병기로 드워프들을 잡을 때 상대했었다. 해킹이 통해서 전투고 뭐고 없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5m가 넘는 골렘이라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걸 기억한다. 이후에 흥미가 사라져서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

지만.

“준비는 몇 년 전에 끝났습니다만…. 주인님의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아서 틈틈이 그레이트 골렘킹을 개조했습니다!”

“그레이트 골렘킹이든 뭐든, 없는 것보단 도움이 되겠지. 가져와라.”

“그럼 성문 앞에 소환하겠습니다!”

페서스가 품에서 돌덩어리를 꺼내 성 밖으로 내던졌다. 돌덩어리가 한순간 빛나더니, 허공에 아공간이 쩍 갈라졌다. 커다란 아공간에서 15m가 넘는 거대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입을 벌리며 골렘을 바라봤다.

“씨발. 마징가잖아?”

"그레이트 골렘킹입니다. 그, 마징가라는 로봇의 디자인을 좀 참고하긴 했습니다.”

태권브이. 아니, 짭징가를 향해 마법 공격이 쏟아진다. 적들이 당황하며 골렘에게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골렘의 가슴 중심에 박힌 보석이 번쩍 빛난다. 배리어가 나타나 골렘을 감쌌다.

“크흐흐흐.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초강력 배리어를 준비해뒀습니다. 저희 종족이 마법은 문외한이라 배리어가 한계지만… 저 코어는 마석을 정성스레 갈아 넣었습니다. 주인님께서 예산을 차고 넘치도록 지원해주신 덕분에 완성된 물건이었

지요."

“이런 씨발. 내가 저딴 걸 만들라고 했었나? 어쩐지 예산이 좀 많이 나가는 것 같더니!”

"네? 예산은 주인님께 허가받았습니다! 여기 서류도 있습니다!”

서류를 낚아채 확인했다.

내 도장이 찍혀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한다.

“기억에 없는데… 쌓여 있던 서류에 섞여 있었나? 내용도 안 보고 도장을 찍었던 사실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근데 이 서류는 왜 가지고 있는 거냐?"

페서스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항상 품에 안고 넣고 다닙니다.”

“용의주도한 새끼. 저 짭징가는 어떻게 조종하는 거냐?”

“흐흐흐. 조종기로 조종하면 됩니다. 제가 조종하여 주인님을 돕겠습니다!”

“시발. 주인님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각하!”

“조종기는 어딨지?"

"여기 있습니다!”

페서스는 등에서 조종기를 꺼냈다. 조이 스틱이었다. 싸구려틱한 조종기에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 페서스가 조이스틱을 신나게 움직였다. 육중한 골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레이트 골렘킹이 활약할 전장이…! 각하! 저와 그레이트 골렘킹이 각하께 승리를 바치겠습니다!”

“그거 재밌어 보이는군. 내놔.”

“네?”

“내놓으라고! 팍 씨!”

“여,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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