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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07화 (1,387/2,000)

< 1907화 > 190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골렘의 조종기인 조이 스틱을 페서스로부터 빼앗듯이 받았다.

왕년에 오락실을 몇 번 들락거리며 격투 게임을 해본 적 있던 나다. 골렘을 조종할 자신은 차고 넘쳤다.

조이스틱을 잡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허나 현실은 내 예측과 좀 많이 달랐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할 골렘은 삐거덕거리며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쓸데없이 팔이 허공을 가르고, 올라간 다리는 앞이 아닌 옆으로 향한다.

부우웅.

골렘의 커다란 오른팔이 성벽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더 가까웠어도 성벽을 공격했었으리라.

“가, 각하!"

“이런 씹! 조작감이 개떡 같군. 조종 시스템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냐?!”

“격투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만… 현실과 게임이 다르다 보니….”

그딴 걸 지금 대답이라고 하는 건가.

짜증이 난 나는 조이스틱을 내던졌다. 경악한 페서스가 몸을 던져 조이스틱을 받아냈다.

“제, 제가 조종할 수 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레이트 골렘킹은 각하를 위해 활약할 것입니다!"

“제대로 조종하는 게 좋을 거다.”

해킹을 이용하면 골렘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렘의 크기를 생각하면 해킹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을 거다.'

그럴 바엔 조종을 페서스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 페서스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일단 아군이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성벽에서 뛰어 골렘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마침 전방에서 마도 병기가 쏟아낸 공격 마법이 날아온다. 골렘의 배리어가 발동하고 마법들을 전부 막아냈다.

나는 페서스에게 소리쳤다.

“페서스! 이런 공격을 앞으로 몇 번 정도 버틸 수 있지?!”

“30번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습니다!”

30번.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다. 마도 병기는 한 번 공격하고 나서 약간의 틈이 발생한다. 마도 병기의 연료인 마석을 투입하는 시간이다.

그것 고려해 골렘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0분.

'10분 내로 전장을 휘저어야 한다.'

골렘의 꼭대기에서 지상을 내려다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적병이 함성을 내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드높은 함성 소리와 반대로 병사들의 얼굴에는 전의 대신 공포가 차지했다. 선민사상으로 가득 찬 마법사들이니 병사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뻔하다.

지금도 병사들을 닥치고 돌격시키는 것으로 보아 병사가 아무리 적어도 상관없다는 뜻이겠지.

화련비도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파지직.

붉은색 뇌전이 전신을 휘감는다.

지상을 향해 칼끝을 겨눈다. 목적지는 몰려드는 병사들의 중심.

파지지지지지직.

붉은 뇌전이 검 끝에 모여 절정을 이루었다. 나는 골렘의 머리를 박차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뇌천류(雷天流) 낙뢰(落雷).

콰아앙!

지상에 착지하는 동시에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가장 가까이 있던 적병은 육체가 박살 나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근처에 있던 적들은 쓰러지거나 날아갔다.

뇌천류(雷天流) 한뢰(寒雷).

붉은 번개와 오러가 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 적병들을 쓸어버린다.

"히이이익!"

“프루커스 백작이다!"

“도, 도망쳐!”

안 그래도 바닥을 기던 사기였다. 전투 의지를 완벽히 상실한 병사들이 나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멍청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인파가 많이 몰려 있는데 순조롭게 도망갈 수 있을 리 없다.

‘이놈들을 학살하는 건 어렵지 않아. 마음 같아선 다 죽여버리고 싶어. 하지만 이놈들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어.'

내가 노려야 할 놈들은 저 뒤쪽에 있는 마법사놈들이다.

쿠우우우우웅!

육중한 소리가 귀를 때린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골렘의 뒤쪽, 성문이 열렸다.

“돌격! 주군의 뒤를 따르라!”

플로이의 외침과 함께 골든 로즈 기사단이 달려온다. 그녀들이 탄 말들의 눈빛은 광기로 번질번질 빛나고 있었다. 그 비싼 군마를 마약과 마법을 이용해 신체 능력을 강제로 끌어올린다.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군마는 부작용으로 죽을 것이다. 군마를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 그만큼 이 전쟁이 중요하다.

"주군!"

플로이는 적병을 짓밟으며 일직선으로 내게 달려왔다. 그녀의 옆에는 갑주를 걸친 군마가 있었다. 나는 위로 뛰어 반쯤 눈 돌아간 군마의 위에 올라탔다. 고삐를 있는 힘껏 당겨 군마를 제어한다.

“가자. 잘 따라와라.”

“지옥 끝까지 따르겠나이다!”

“지옥은 무슨. 천국으로 이끌어주마!”

군마가 내달린다. 드워프제 갑옷으로 무장한 군마는 전차나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한 병사는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저 짓밟히거나 치일 뿐이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뒤에서 총성이 울린다. 나는 이번 전쟁 때 아군들에게 돌격소총을 쥐여주었다.

그동안 대규모 전쟁에서 총기 사용은 되도록 자제해왔다.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병기라 재미가 없다는 점도 있었지만, 적들이 총기를 모방하면 귀찮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마지막이다.

이 전쟁이 끝나면 당분간 전쟁은 없을 것이다.

“주군! 전방 하늘에 마법사가 있습니다! 아크 메이지 듀탄 같습니다! 듀탄은 대지 마법의 대가입니다!"

유독 눈이 좋은 여기사가 보고했다.

일곱 아크 메이지 중 하나가 하늘에서 마법을 영창 한다. 놈의 마나는 땅으로 떨어져 마법이 되었다. 바위 장벽이 지상으로 치솟는다. 벽으로 우리를 막을 속셈이다.

“오른쪽으로 틀어라!”

억지로 방향을 틀었다. 말에 무리가 가해진다. 개의치 않고 전장을 질주한다.

‘그냥 갈 수는 없지.'

뇌천류(雷天流) 이중공명(二重共鳴) 만뢰나선(卍雷螺旋).

적뢰와 청뢰가 공명하며 레이저가 되어 아크 메이지에게 쏘아진다. 아크 메이지가 여유롭게 배리어를 펼쳤다.

만뢰나선은 그대로 배리어를 꿰뚫고 아크 메이지의 상체를 관통했다.

'막지 않고 피했어야지. 그게 안 되면 전력을 다해 배리어를 펼치던가. 만뢰나선이 평범한 번개인 줄 알았나?'

한순간의 판단 미스. 그 대가는 목숨이었다. 일곱 아크 메이지 중 한 명이 사망했다.

기쁨에 젖어있을 시간은 없었다. 사방이 적으로 가득했으니까. 조금만 방심해도 죽는 건 우리가 될 것이다.

“멈추지 마라! 멈추면 죽는다!”

기병은 달려야 한다.

달리는 게 곧 살길이다.

“주군! 또 다른 아크 메이지입니다! 저 뒤쪽에 있습니다!"

“그래. 보인다. 늙은 할망구로군.”

“아크 메이지 세가느입니다! 빙결 마스터로 유명합니다!”

문득 시선을 내리니 새파란 기운이 안개처럼 지상에 뿌려져 있었다. 냉기였다. 전장의 열기로 달궈졌던 몸이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쩌저적, 저적!

얼어붙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커다란 고드름 수십 개가 나타났다. 고드름의 끝은 우리에게 향해 있었다.

“고드름이 떨어진다! 충격에 대비해라!”

고드름이 후두둑 떨어진다. 나를 포함한 여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날카로운 고드름이 떨어지며 몸을 두들겼다.

버틸 수 있다. 여기 있는 여기사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중의 베타랑이다. 그녀들이 몸을 걸친 갑옷은 드워프들이 혼신을 다해 만든 명품 중의 명품이다.

까앙! 깡! 카앙!

우리는 고드름의 비를 뚫어냈다. 그 과정에서 3명 정도 낙오한 듯했지만, 되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들이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주군! 함정입니다!!"

플로이가 다급히 소리쳤다. 전방에 용병들이 모여 있었다. 놈들은 절그덕 거리는 쇠사슬 그물을 손에 쥐고 우리를 비웃고 있다. 용병의 숫자만 해도 100명이 넘고, 그들이 손에 쥔 쇠사슬 그물을 모두 합치면 수십 제곱미터에 달한다. 그물에 엮이

는 순간 말은 달리지 못하게 된다.

“내 앞에서 쇠사슬 그물을 들어? 간도 크군. 플로이! 내가 먼저 가서 해결하겠다!”

말을 박차고 앞으로 도약했다.

“백작 나으리가 미쳤군!”

“오러 마스터라고 무적인 줄 아나? 오러 마스터든 뭐든 우리에게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물을 던져라!”

그물이 날아온다. 나는 일부러 그물을 일부러 맞아주었다. 쇠사슬 그물이 갑옷을 긁는 소리가 심히 거슬렸다.

“당겨! 이놈만 죽이면 우리 인생에 꽃길이 열리는 거라고!”

“네놈들 인생에 열린 건 지옥 길이다!”

파지지지지지직!

쇠사슬 그물을 타고 붉은 뇌전이 타고 흐른다. 그물을 잡아당기려던 용병들은 그대로 감전당했다. 놈들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뇌가 구워져 바닥에 후두둑 쓰러진다. 쇠사슬 그물을 쥐고 있지 않던 용병들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도망? 꿈도 꾸지 마라.”

양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몸을 회전하며 칼을 휘둘렀다.

뇌천류(流) 뇌섬(閃).

붉은 번개를 휘감은 푸른 참격이 주변을 포위한 용병들은 단번에 갈랐다. 핏물이 전장을 적신다.

“주군!”

플로이가 왔다. 나는 달리는 뛰어올라 달리는 말에 올라탔다.

“힘내라! 한 번 더 전장을 휘젓고 돌아간다!”

이후에는 아일린 공주를 구출한 유리아가 합류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마도 연합을 끝장낼 시간이다.

그때였다.

변수가 일어났다.

골렘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마도 병기들이 다른 방식으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지면이 흔들린다. 처음에는 놈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대규모의 지진 마법을 쓰는 줄 알았다.

"저건...."

땅이 일어나고 있었다.

골렘이다.

짭징가에 꿇리지 않은 거대한 골렘을 마법으로 일으킨 것이다. 그냥 골렘이 아니다.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그 몸은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도 병기로 저런 것도 가능했나.’

파이어 골렘이 페서스가 조종하는 골렘을 향해 쿵쿵 걸어갔다. 크기는 둘 다 비슷했다. 파이어 골렘은 투박했고, 페서스의 골렘은 정교했다. 두 골렘은 물러서지 않고 서로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충격음이 여기까지 들린다.

다행히도 페서스의 골렘은 밀리지 않았다. 힘은 거의 호각이라 보면 된다.

‘버틸 수 있겠군. 그럼 됐다.’

마도 병기를 가장 먼저 박살 내고 싶으나, 기사랑 마법사, 베테랑 용병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마도 병기를 지키고 있기에 그건 힘들 것 같았다.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는 없다. 우선 전장의 흐름을….’

쩌저저저저적!

얼음 장벽이 지면에서 치솟는다. 놀란 나는 옆으로 피했다. 문제는 나와 기사단 사이가 얼음 장벽으로 막혔다는 것이다.

플로이가 검으로 얼음 장벽을 때렸으나, 두께만 1m가 넘는 얼음 장벽을 오러 블레이드로도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평범한 얼음 장벽이 아니다.

“플로이! 계획 변경이다! 그쪽 끝에 있는 마법사들을 처리하고 성으로 귀환해라! 나는….”

정면을 노려봤다. 나를 상대하기 위해 2명의 오러 마스터가 달려오고 있었다.

“저것들을 처리하고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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