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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09화 (1,389/2,000)

< 1909화 > 190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시하기 힘든 폭음과 함께 땅이 살짝 흔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획 돌린다. 성문 앞. 골렘끼리 싸우고 있는 곳이었다. 골렘과 골렘의 전투에 결판이 난 것이다.

승자는 적군의 골렘이었다. 페서스가 자랑하며 직접 조종하던 골렘은 박살 나 무너졌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그 잔해가 성문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과 마도 연합 쪽 골렘도 멀쩡하진 않다는 것이다.

‘마도 연합 쪽 골렘의 몸체 절반은 무너졌군.'

전투에서 승리한 마도 연합 쪽 골렘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다. 성문을 코앞에 두고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성문을 공격할 여유가 없는 거다.'

마도 연합의 대표인 캘리버드도 지금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성문을 무너뜨리는 것만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없다. 놈이 살려면 현재 전장을 압도하고 있는 초인들을 잡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노리는 거지.'

막대한 마나의 흐름이 하늘에서 느껴진다.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 하늘에 누군가가 낙서하듯이 붉은 마법진이 그려진다.

순식간에 완성된 마법진의 중심에 불길이 확 일었다. 그곳에서 커다란 운석이 천천히 소환되고 있었다.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나를 죽이기로 정했나.’

운석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을 초토화 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크기의 운석이다.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웅성거린다. 전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에는 벌써 성공한 것 같았다.

‘저건 어떻게 할 수 없군. 피하는 게 상책이다.'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하면 된다. 골든 로즈 기사단에게도 만일을 대비해 공간 이동 주문서를 줬으니 메테오에 의한 개죽음은 피할 테지.

촤르르르륵.

쇠사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직후, 지상에서 굵은 그림자 사슬 몇 개가 하늘로 치솟더니 떨어지는 운석을 휘감아 구속했다.

그림자 쇠사슬이 힘이 팍 들어간다. 운석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운석 조각들이 지상으로 떨어졌으나, 그 힘은 모두 잃었다. 그저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크크. 놈들의 비장의 한 수도 무용지물이 됐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높은 곳을 찾았다. 부서진 얼음덩어리가 쌓여 있는 곳이 가장 높았다. 그 위를 빠르게 올라가 화련비도를 높이 치켜들었다.

“마도 연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적들에게 우리의 공포를 새겨 넣어라!”

이 전장의 주역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함성이 들렸다.

원군이다.

알바 솔테스가 데려온 원군과는 다른 원군들.

‘원군들이 속속 들어 도착하고 있다. 갑자기 이렇게 나타난다고? 이 새끼들…. 근처에서 지켜보며 간 보고 있었구만.'

숟가락 얹으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다.

원군이 도착했지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아본 뒤에 적절히 조치해야겠군.'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처리하면 된다. 내겐 그럴 권력과 힘이 있었다.

‘전투에 집중한다.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마도 병기만 박살 내면….'

마도 병기가 있는 쪽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마나의 폭풍이 느껴졌다. 그 기세만으로 피부가 저릿하게 느껴진다.

‘큰거 온다…!'

마도 병기들이 하늘로 떠오른다. 생김새는 이상했다. 커다란 기계라기보다는 보석을 깎아 놓은 조각품 같았다.

‘저 새낀 저기서 뭐 하는 거지?’

마도 병기들 중심에는 흰수염을 휘날리고 있는 캘리버드가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마도 병기들이 회전한다.

마도 병기들이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는다. 너무 밝은 무지개빛이라 기분이 더러워지고 있다. 여기서 신나는 브금만 틀어주면 딱… 마법 소녀가 변신하는 장면이 아닌가.

‘저 늙은이가 변신한다고? 시발. 상상만으로도 토가 쏠리는군.’

그 끔찍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빛을 내던 마도 병기가 작은 보석이 되더니 캘리버드의 몸에 탁탁탁 달라붙은 것이다.

"크오오오오오오오!"

캘리버드가 괴성을 내질렀다. 새차게 움직이던 마나의 폭풍이 그의 몸 안으로 압축되어 스며들었다. 캘리버드의 두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줄줄 흘러나온다.

‘…압박감이 장난 아니군. 무슨 짓을 한 거지?'

캘리버드는 허공에서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며 전장을 둘러본다. 그가 입을 열었다.

"흔들려라."

쿠쿠쿵.

땅이 흔들린다.

놈의 한 마디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마법이 아니다.'

마법은 단순히 상상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선 복잡한 술식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달리 캐스팅이라 불린다. 숙련될수록 마법 캐스팅이 빨라지는 거고.

'이 문제 때문에 아크 메이지라도 전투에서 사용하는 마법은 한정되지.'

유리아는 그림자 마법을 주로 보조로 사용하고, 멜리사는 헬파이어를 자주 사용한다.

‘갤리버드는 화염계 마법사다. 이 정도의 대규모 지진 마법을 이렇게 쉽게 일으킬 수 없어.'

보통의 아크 메이지라면 그렇다.

하지만 지금 캘리버드의 상태는 이상했다.

‘저놈의 몸에 박힌 보석들… 마도 병기의 힘인가.'

캘리버드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800m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나와 놈의 눈은 정확하게 부딪혔다.

“설마 우리 마도 연합이 이렇게나 몰리게 될 줄이야…. 프루커스 백작. 너의 힘은 인정하마. 허나 거기까지다. 레오시오님께서 하사한 이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으리라!”

캘리버드가 내게 손가락을 뻗는다. 놈의 손가락 끝이 빛나더니 번개가 날아온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찰나를 사용해 옆으로 피했다.

날아온 번개가 내가 있던 자리에 꽂혔다. 지면에 10m가 넘는 구덩이가 생겨났다. 평범한 번개가 아니었다. 억지로 받아내려 했다간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쓰읍."

놈을 노려보며 육체의 회복 상태를 확인한다. 나쁘지 않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마나가 느껴지고, 심장이 뛸 때마다 활력이 돋는다.

나는 캘리버드를 향해 질주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뿔 나팔 소리가 울린다. 뒤늦게 도착한 원군의 기사들이 전공을 세우기 위해 전장을 향해 돌진했다. 전마의 말발굽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캘리버드의 시선이 원군을 향해 돌아간다.

“거슬리는 것들.”

캘리버드의 몸에 박힌 마도 병기 보석들이 번쩍 빛난다. 직후, 캘리버드가 손을 가로로 그었다.

마법이 발현되었다. 아니, 재앙이 일어났다.

시뻘건 불꽃이 바닥에서 하늘까지 치솟더니 돌진하는 기사들을 향해 쓰러졌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해일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기사와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갑옷을 입은 자도, 갑옷을 입지 않은 자도 상관없이 평등하게 온몸이 불타오른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벌렸다.

“아크 메이지의 수준이 아니잖아."

그랜드 아크 메이지라고 해도 저렇게 쉽게 대규모 마법을 사용하진 못할 거다.

‘지금 캘리버드는 그 이상의 무언가다. 다행인 점은 완전한 무적은 아닌 모양이군.'

화염 해일로 수천 명을 쓸어버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허공에 떠 있다. 힘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유리아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유리아는 아크 메이지 셋과 싸우고 있었다. 아까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캘리버드. 저 새끼는 내가 죽인다. 그랜드 아크 메이지라고 해서 안 죽는 건 아니니까.’

열심히 달린 덕분에 캘리버드와의 거리는 100m 가까이 줄어들었다.

“프루커스 백작! 느껴지는가?”

“뭘 느껴?”

“이 순수한 마나와 원초적인 엘레멘탈! 정녕 느끼지 못하는 건가!!”

“드디어 대가리가 돌아버린 건가?”

“무지몽매한 것. 번개의 축복을 받고 있음에도 엘레멘탈을 느끼지 못하다니….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도 아깝도다.”

“힘 좀 생겼다고 날 내려다보고 있군. 후회하게 될 거다.”

“날 후회하게 만들 수 있는 자는 네가 아니다. 저기선 날뛰고 있는 은발의 여인이 내 최대의 적수가 되겠지.”

놈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져 유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법. 최대의 적수를 유리아로 보고 있는 것이다. 뭐, 유리아가 이딴 늙은이를 상대로 질 리가 없다.

“한 명이 죽었군. 셋이서 상대하는데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가. 뭐 저런 괴물이….”

빈틈이 발생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성검천을 손에 쥐고 능력을 사용했다.

유성검.

하늘에서 생성된 거검 3개가 캘리버드에게 정확히 떨어진다.

캘리버드는 피하지 않았다. 그의 몸을 감싸는 구체 형태의 배리어가 유성검의 질량을 막아낸다.

그가 손짓하자 바람이 일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은 살벌한 기세로 유성검 3개를 박살 내고 사라졌다.

“이 이상 아군이 희생되면 본전도 찾을 수 없겠군…. 프루커스 백작, 네게 마법의 극의를 보여주지. 영광으로 알도록."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들었다.

익숙한 감각이다. 공간 이동할 때의 감각과 비슷하다.

시야가 확 바뀌었다. 나는 다른 공간에 와 있었다.

화산.

검은 땅과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가득한 곳에 와 있었다.

"…공간 이동?"

“임시로 만든 공간이다. 이곳이라면… 아군의 피해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캘리버드의 몸에 박힌 보석들은 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쉬지 않고 빛을 내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졌기에 느껴진다.

저 보석들은 마나의 핵이다. 하나, 하나가 아크 메이지의 핵과 맞먹는다. 그 보석들이 무려 12개다.

'아크 메이지 12명이 저 노인을 백업하는 거나 다름없군.'

캘리버드까지 합하면 13명의 아크 메이지가 합쳐진 것이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니지.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안 되지.'

12 더하기 1은 13?

틀렸다.

본체인 캘리버드는 딱히 강해진 게 아니다. 마도 병기의 백업을 받는 것뿐이다. 마나의 양과 캐스팅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들 캘리버드 자체가 그랜드 아크 메이지의 경지에 오른 게 아니다.

‘간다.’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뇌천류(流) 허도(道).

캘리버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땅을 흐르던 용암이 손이 되어 내 다리를 붙잡으려고 한다. 나는 내 달리며 그 공격을 피했다.

팟.

캘리버드의 신형이 사라졌다. 블링크다.

[천안(天眼)을 개안합니다.]

마나의 흐름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도약해 블링크로 공간 이동한 캘리버드에게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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