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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16화 (1,396/2,000)

< 1616화 > 161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천안(天眼)을 개안합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악원의 수해 중심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하로 이어진 구덩이처럼 보였다.

‘그런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야. 마법이라기엔 너무 칙칙해. 흑마법이라 해도 이 정도로 칙칙하진 않을 거야.'

-알아차린 모양이군. 저건 마석문을 이용한 결계다. 저 공간은 중간계라 부르기도, 마계라 부르기도 힘든 공간이다.

"저 안에 레오시오와 마왕이 있는 거군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빨리 쳐들어가서 끝장을 보죠.”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으나, 놈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작정을 한 것 같군.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진의 중심에서 거대한 얼음 검이 시커먼 공간을 향해 떨어졌다. 카앙! 얼음검은 결계를 꿰뚫지 못하고 튕겨 나가 지면에 떨어졌다.

-지금의 내 힘으로 결계를 뚫기 쉽지 않다. 마법으로 만든 결계가 아니니 술식을 역산해 파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리아. 할 수 있겠어?"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유리아가 단검을 들었다. 그녀는 결계를 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의 파동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유리아가 얼마나 강한지 조금이지만 느껴졌다.

유리아가 단검을 천천히 내리그었다. 동시에 공간에 베인다. 공간과 결계를 통째로 베어버린 것이다. 허나, 갈라진 공간과 결계에 부정한 마나가 모이더니 순식간에 회복해버렸다.

“…공간 수복력이 상상 이상입니다. 우리가 들어갈 정도의 틈을 만드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힘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건가.”

“제게 조금 더 시간을 주신다면… 완전히 파괴해 보겠습니다.”

-관둬라. 너는 마왕을 상대해야 한다. 힘을 최대한 아끼는 게 좋다. 그리고 방법은 있다. 저 결계는 공간 안쪽에 근원을 둘 수 없다. 저 공간에 휘말리면 결계도 유지할 수 없을 테니. 결계의 근원은 바깥에 있다. 근원을 찾아내 파괴하면 결계를 없앨 수 있을 거다.

프리실라가 고도를 좀 더 높였다.

-탐색 마법을 사용하겠다. 집중이 필요하니 방해하지 말도록.

프리실라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1분이 지났다.

나는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팔꿈치로 멜리사의 허리를 쿡쿡 찌른다.

"주인님. 장난은 그만둬라. 드래곤이 화낼지도 모른다.”

“드래곤의 집중력이 겨우 이런 걸로 흐트러지겠어?”

“하아.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오늘 팬티 뭐야?”

멜리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중요한가? 지금 우린 마왕과 레드 드래곤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게 아니었나?”

“혹시 모르잖아. 최악의 경우 우리가 전멸할지도…. 그러니 네 팬티가 뭔지 알고 싶어.”

“후우. 주인님의 고집을 누가 말리겠나. 내 팬티가 보고 싶다고? 그럼 봐라!”

멜리사는 화끈하게 치마를 잡아 올렸다. 그녀의 검은색 팬티는 면적이 작았다. 조금만 더 작았어도 보지털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다. 게다가 팬티도 작은 편인지 중심의 도끼 자국도 선명했다.

“좋은 팬티야. 만져보고 싶지만… 지금은 참도록 할까.”

이번엔 고개를 돌려 유리아를 바라봤다.

“유리아. 팬티 보여줘."

“네. 주인님.”

유리아가 치마를 올렸다. 순백의 팬티. 그리고 순백의 가터벨트와 스타킹이었다. 스타킹 밴드 끝의 허벅지가 볼록 튀어나왔다. 팬티 중심 아래에는 역삼각형의 공간이 있었다. 나는 그 공간을 빤히 쳐다봤다.

“멜리사와 달리 청순한 팬티로군.”

"주인님의 메이드로서 당연합니다.”

“아니, 잠깐. 나도 주인님의 메이드다만…?”

멜리사가 항의했다. 나와 유리아는 멜리사를 무시했다.

청순한 하얀 팬티라고는 하나, 색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팬티 표면에는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팬티 중심에는 멜리사 정도는 아니지만 흐릿하게 도끼 자국이 있었다.

“응?”

유리아의 팬티 중심이 살짝 젖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뻗어 팬티 중심을 찔렀다.

“아응!”

“팬티가 젖었잖아. 왜 젖은 거야?”

"주인님이 제 그곳을 보시는데 어떻게 젖지 않겠습니까. 하아….”

스윽스윽. 팬티 중심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그에 따라 젖은 부위가 점점 커진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보지에서 손가락을 뗐다.

“아.”

유리아가 아쉬운 소리를 냈다. 내 손가락에는 찐득하고 투명한 애액이 묻어있었다.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유리아의 맛이 느껴졌다.

“플로이.”

이번엔 여기사를 쳐다봤다. 독안의 여기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 보시다시피 저는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만… 주군께서 원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플로이는 유리아와 멜리사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벗었다. 플로이는 몸에 착 달라붙는 베이지색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갑옷 아래에 레깅스? 안 더워?"

“전 이게 편합니다."

본인이 편하다니 뭐라 할 수 없었다. 드워프가 만든 갑옷이라 그런지 불편함도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내 시선은 이어서 샤르넬에게 향했다.

“뭐, 뭐야?! 난 쟤들이랑 달라! 팬티는 안 보여 줄 거거든?!"

샤르넬이 몸을 움찔 떨며 뒷걸음질 쳤으나, 곧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긴 프리실라의 등위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샤르넬. 내가 네 주인이란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리고 이번에 네 스승도 내 것이 됐지. 좋은 말로 할 때 팬티나 보여줘.”

"으으윽....”

샤르넬이 경멸 가득한 눈으로 날 째려본다. 나는 개의치 않고 샤르넬을 지그시 바라봤다.

샤르넬은 어쩔 수 없이 치마를 잡아 위로 올렸다. L컵의 가슴이 너무 커서 그 간단한 행동도 바로 하지 못했다. 덜떨어진 년 같았다.

파란색 팬티였다.

“평범하군.”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넌 대체 뭘 기대한 거야?!”

“노팬티를 기대했건만…. 그게 아니어도 끈팬티 정도는 입지 않을까 했다. 근데 애같이 평범한 팬티를 입고 있을 줄이야. 뭐, 네가 그럼 그렇지."

“이게 진짜…!”

샤르넬이 발끈하며 지팡이를 움켜쥔 순간이었다.

-소란 피우지 말거라.

“스승님!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결계의 근원을 발견했다. 바로 공격하겠다.

프리실라가 마법을 사용했다.

바람이 불었다. 냉기를 머금은 바람은 사정없이 지면을 때렸다. 바짝 마른 나무가 잘려 나가고, 흙이 뒤집힌다.

뒤집힌 흙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언데드?"

좀비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놈들은 돌멩이나 뼛조각을 들고 프리실라를 향해 던진다. 가소로울 뿐이다. 던진 것들 대부분이 10m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진다.

-잡것들에게 신경 쓰지 마라. 진짜는 따로 있다.

프리실라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언데드 사이로 스켈레톤과 흡사하게 생긴 존재가 있었다. 느껴지는 기백 자체가 평범한 언데드 따위와는 천지 차이다.

-용아병이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오러 익스퍼트 중상급의 힘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군.

용아병.

용의 이빨로 만들어진 병사. 레오시오가 자신의 이빨로 만든 병사들이다.

“대충 봐도 300은 넘을 것 같은데… 드래곤은 이빨이 계속 자랍니까?”

-부러지면 자란다. 그래도 함부로 이빨을 뽑아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막 자란 이빨로 용아병을 만들어봤자 약해빠졌으니. 레오시오는 긴 세월 동안 용아병을 준비한 것 같군.

"결계의 근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아직 모습을… 아니, 지금 몸을 일으키고 있군.

프리실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결계의 근원을 찾았다. 그것이 몸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 그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

그 존재는 익숙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엔티온 프루커스.

이 세계의 내 아버지가 검을 쥐고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에는 이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살의와 증오밖에 없다.

-아는 인물인가?

"제 아버지입니다."

-…그렇군. 그는 이미 언데드가 되었으나, 네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가 그를 상대하겠다.

“됐습니다. 아버지 가는 길이니 아들이 직접 보내줘야죠. 근원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프리실라랑 다른 이들은 힘을 아끼십시오."

나는 화련비도를 소환했다.

엔티온 프루커스.

그를 향한 정은 없었다. 애초에 엔티온과 마주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드물었다. 그는 항상 우트렌 요새에서 머물며 악원의 수해를 감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유리아를 시켜 죽일까? 아니지. 조금이라도 힘을 아끼게 두자.'

우리의 비장의 한수는 유리아였다. 저깟 상대에게 유리아의 힘을 사용하기엔 아까웠다.

나는 엔티온 프루커스를 향해 칼을 겨누며 뛰었다.

오러를 일으킨다. 오러는 전신을 감쌌다. 엔티온을 겨눈 칼끝에서는 붉은 전류가 꽃처럼 피었다. 전류는 이윽고 내 전신을 타고 흐른다.

뇌천류(雷天流) 낙뢰(落雷).

나는 한줄기의 벼락이 되어 엔티온에게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엔티온이 검을 옆으로 세워 나를 받아 쳤다. 죽어서 언데드가 되었다곤 하나, 그 기량은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뒤로 날아간 나는 땅에 칼을 박아 멈춰 섰다.

‘내가 이렇게나 밀려났다고? 기량은 쇠하지 않은 건 확실하고… 힘은 인간 수준을 한참 벗어났군. 결계의 근원이 박혀 있어서 그런가?'

엔티온의 두 눈이 시퍼렇게 빛난다. 그가 굳어 있는 입을 목각 인형의 그것처럼 탁탁거렸다. 이어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유진… 프루커스… 내 아들아…. 정녕 이 아비를 죽일 생각이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 눈에는 보인다. 마왕의 권능인지 뭔지 모를 힘에 붙잡혀 고통받는 엔티온의 영혼이.

하지만 저 말은 내뱉는 건 자의가 아니다. 내 멘탈을 부수려는 의도가 엔티온의 육체에 심겨 있다.

“나를 흔들어 시간을 끌 속셈인 모양인데…. 아버지, 기꺼이 죽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진짜 아버지였다면 그딴 말을 지껄이지도 않았다."

엔티온을 아버지로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원작을 통해서 엔티온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있다. 엔티온은 죽으면 죽었지 저렇게 구차하게 굴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상황을 무척 수치스럽게 생각하겠지.

“아버지. 엘라인은 제가 잘 따먹었습니다. 앞으로 잘 따먹으며 효도하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성불하십쇼.”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6]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나는 그에게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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