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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18화 (1,398/2,000)

< 1618화 > 1618.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용아병을 태우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상공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었다. 곳곳에 널려 있던 잿더미가 바람에 날려 사라져간다.

프리실라를 비롯한 여인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인간의 상태로 돌아온 프리실라는 내게 물었다.

"괜찮으냐?”

"뭐가 말입니까?"

“아비를 네 손으로 죽이지 않았느냐.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으냐?”

“힘들긴요? 멀쩡합니다. 뜻밖의 상황이 일어나서 좀 당황했을 뿐입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유리아가 포션을 가져갔다. 그녀가 내 몸에 정성스레 포션을 바른다. 상처는 점점 아물기 시작했다. 프리실라는 내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아무리 포션이라도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 몰랐군.”

“뭐, 포션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다. 포션은 회복력을 극대화시킨다. 대상의 체력이나 생명력, 원래 회복력 등에 영향을 받지. 넌 그 세 가지가 모두 뛰어나다는 뜻이다. 어쩌면 드래곤인 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겠군.”

생명력과 회복력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정력.

유희 생활 어플의 정력 능력치를 올리고서 회복력이 올랐다. 생명력도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역시 정력이 최고군.’

스윽.

기분 탓일까. 내 몸에 포션을 바르는 유리아의 손길이 야릇해진 느낌이다. 나는 눈동자를 움직여 유리아를 바라봤다. 유리아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마침 유리아의 허벅지 근처에 있는 손목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손에 유리아의 매끈한 허벅지 촉감이 느껴진다. 유리아는 움찔거리지도 않고 상처에 포션을 바르는 데 집중했다.

프리실라는 내가 아닌 정면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유리아의 팬티 옆으로 침입했다. 젖은 보지가 느껴진다. 유리아의 몸이 움찔 떨렸다. 표정은 그대로다.

“근원을 없앴는데 결계는 유지되고 있군요.”

"근원이 없어 간신히 겉모습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알맹이가 없지. 이 정도 결계라면 물리적으로 박살 내면 된다. 이렇게."

프리실라가 손톱을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마법의 빛이 번뜩인다. 은색의 바람의 칼날이 결계를 찢어발겼다. 결계에 감춰져 있던 시커먼 구멍이 나타났다. 구멍에서부터 대량의 부정한 마나가 느껴진다.

“쳐들어갈 시간이다. 너희도 어서 준비를….”

뒤돌아본 프리실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유리아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너희는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냐? 지금 우리 손에 이 세계의 미래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장은 되지 않는거냐?"

"주인님이 함께하시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십니까. 프리실라 님. 마음 편하게 먹으십시오.”

유리아가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내가 믿고 있는 건 유리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흐뭇하게 웃었다.

'주인인 나를 치켜세워주는구나!'

어쨌든 프리실라에게 걸린 이상 유리아를 희롱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치마 속에서 손을 뺐다. 묻어있는 액체는 상의에 대충 닦으며 정면으로 걸어갔다.

시커먼 공간은 꼭 깊고 깊은 바닷속을 보는 것 같다.

"들어가기 싫은 생김새군. 좀 쉬다가 들어가죠.”

찰나의 스택을 전부 썼다. 스택을 전부 회복하고 싶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않았어도 네게 쉴 시간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심각합니까?"

“결계는 저것을 지키고 감추는 동시에 억제했다. 부정한 마나가 계속 퍼지는 게 느껴지지 않느냐? 이대로는 악원의 수해 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까지 물들겠지. 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지금 사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뭡니까?”

“대량의 부정한 마나에 의해 공간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러면 마계와 이어지기 쉬워지지. 최악의 경우는 대량의 마계의 문이 열려, 마수와 악마들이 쏟아지는 거다.”

그리고 여기엔 부정한 마나가 많다.

부정한 마나. 악마들이 좋아하다 못해 환장하는 것. 부정한 마나가 마계와 가까운 환경을 조성할 뿐만이 아니라, 악마들의 힘까지 되어줄 것이다. 중간계에서 골골대던 악마와 마수들이 중간계에서 제힘을 발휘한다?

마수의 터무니없는 신체 능력과 악마의 사기적인 권능. 그것들을 떠올린 나는 지금 사태가 존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후우우우우욱!

검은 공간에서 갑자기 부정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프리실라와 유리아가 동시에 배리어를 펼쳐 부정한 마나를 막았다. 배리어를 유지하는 마나가 실시간으로 오염되어간다.

부정한 마나의 출력은 다시 줄어들었다. 배리어가 없어도 버틸 수준은 되었다. 아마 저 안쪽은 더 위험할 것이다.

“진짜 시간이 없군요. 근데 저 안에 들어가서 버틸 수 있는 겁니까?”

프리실라는 아공간에서 물건을 꺼내 우리에게 주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파란색 팔찌다.

“이걸 착용해라. 부정한 마나 속에서도 2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거다."

"그 이상은요?”

“마나로 배리어를 만들거나, 오러로 전신을 감싸라. 나는 몰라도 인간인 너희는 분명 부정한 마나에 영향을 받을 테니.”

우리는 팔찌를 착용했다. 프리실라가 앞장서려고 했으나, 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기습을 당할 수 있으니, 완전 회복을 사용할 수 있는 내가 앞장서는 게 맞다.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그곳은 우주였다.

아니, 우주를 닮은 세계였다. 우주라고 하기엔 숨을 쉴 수 있었고, 중력도 느껴졌다. 걸을 수 있는 바닥도 있었다. 이 바닥 아래쪽에는 푸른색의 빛무리가 가득했다. 마치 빛나는 바다처럼 보인다.

‘저 우주 같은 건 부정한 마나다. 반대로 아래쪽의 푸른 바다 같은 건 순수한 마나다.’

부정한 마나와 순수한 마나를 조금씩 오염시키고 있었다. 아니, 조금씩이 아니다. 순수한 마나가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조금씩 오염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제로는 마나 오염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

나는 그녀들을 둘러봤다. 혹시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녀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다행히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가자."

말하면서 앞장섰다.

길은 하나밖에 없었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명확했다.

저 앞,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에 감싸여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레드 드래곤이 있다. 그 크기는 프리실라의 본체와 비슷했다. 레오시오가 확실했다.

'레오시오는 지금 전투 불능인가?’

꼼짝도 하지 않는 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마왕 하나만 상대하면 되나? 그건 희소식이군.'

행복 회로를 돌린다. 유리아를 필두로 다구리를 까면 마왕이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길을 걸을수록 거슬리는 게 보였다. 상공에 문처럼 생긴 돌, 마석문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대충 30개가 넘어 보였다. 부정한 마나가 마석문을 통해 흘려나오고 있는 것이다.

“프리실라 님. 저 마석문들 먼저 처리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데요.”

“마석문의 폭발력을 잊은 거냐? 마석문이 폭발하면 우리도 휩쓸린다. 하나, 하나 봉인하며 없애기에는 시간이 없다. 마석문의 처리는 레오시오와 마왕을 처리한 뒤에 한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눈을 움직였다. 마왕을 찾기 위해서였다. 의미 없는 짓이었다. 마왕은 어디에 숨어있지도 않았다.

웅크리고 있는 레오시오의 앞, 운동장보다 10배는 넓은 땅 위에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까. 돌로 된 의자는 마치 왕좌와 같이 굳건했다.

나는 눈을 찡그렸다. 마왕은 카일의 육체를 차지했다. 카일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다시 보게 되는군. 축하한다. 너희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았다. 1시간. 앞으로 1시간 내로 레오시오는 진화는 완성하게 되고 계약은 완료된다.”

"계약?"

“레오시오와의 계약이다. 계약이 완료되기까지 레오시오를 돕는다. 나를 상대하기 싫다면 1시간까지 거기서 기다려라.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면, 이쪽도 공격하지 않겠다.”

“여기까지 와서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살고 싶으면 거기서 비켜라. 그럼 레오시오를 죽이는 동안은 살려주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마왕 아스테릭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카일의 잘린 팔이 멀쩡하게 존재해 있다는 것을.

내 시선을 어떻게 생각한 것일까. 마왕이 피식 웃는다.

“네 형제의 몸이다. 내 진짜 육체에 비하면 덜떨어지지만… 제법 쓸만한 육체더군. 새로운 육체를 만들 때까지 임시로 쓸 육체 정도는 된다.”

도발이었다.

화를 끌어내 내가 달려들기라도 원하는 모양이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 육체의 주인은 아직 살아 있다. 일부러 영혼을 소멸시키지 않았다.”

“나를 협박하려고?”

“그렇지. 내가 이 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다."

“넌 날 모르는군."

내가 카일을 살리기 위해 협박에 굴할 것 같나?

카일에게 빚이 있긴 하다. 카일이 마도 연합을 상대로 시간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내 여자들이 죽었을 테니까.

“잘 들어라.”

마왕이 아니라 유리아를 비롯한 그녀들에게 말했다.

"카일에겐 빚이 있다. 살릴 수 있으면 살린다. 하지만 그건 차선책이다. 마왕을 죽일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죽여라.”

나는 화련비도의 칼끝을 마왕에게 겨누었다.

“놈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은 3개. 아마 레오시오를 진화시키는 데 권능을 사용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은 2개지. 그걸 유의해라. 특히 빙의의 권능을 조심하고.”

조금 당하더라도 마법사들이 에테르 마법을 사용해주면 권능에 저항할 수 있다. 빙의의 권능 같은 건 조금만 저항해도 실패하는 권능이니, 빙의 당할 일은 없을 거다.

“시간 끌 것도 없으니… 시작하자.”

유리아가 모습을 감춘다.

갑옷과 검을 갖춘 플로이가 내 옆에 서고, 프리실라와 샤르넬이 마나를 일으킨다. 멜리사는 프리실라와 샤르넬을 지키듯 중간에 섰다. 포지션은 순식간에 갖춰졌다.

나와 플로이는 마왕을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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