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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19화 (1,399/2,000)

< 1619화 > 161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플로이와 함께 마왕을 향해 질주했다.

마왕의 시선은 우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왕이 우리에게 집중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마왕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건 나와 플로이가 아닌 유리아다. 지금 마왕은 숨은 유리아를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공에 다수의 마법진이 그려진다. 프리실라와 샤르넬의 지원 마법이다.

발현된 형형색색의 마법들은 황홀할 정도로 화려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왕을 노린 마법의 폭격이 시작되려는 순간, 마왕의 주위로 파동이 일어났다.

파동에 닿은 마법이 부서진다. 마법을 구성하는 술식이 부서지고, 마나가 흐트러진다. 파동에 닿은 나는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플로이의 상태도 나와 똑같았다.

"어디에 있지?"

마왕의 두 눈이 빛난다. 마왕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유리아를 찾고 있다.

“찾았다. 설마 이렇게 모습을 잘 숨길 줄이야. 그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

마왕이 왼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노려보며 손을 까딱인다.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림자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유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도약해 일그러지는 공간을 피했다. 치맛자락이 흔들린다.

“놓치지 않겠다.”

순간적으로 유리아가 허공에서 멈췄다. 정지의 권능이다. 마왕은 그 틈을 노려 공간을 일그러뜨렸으나, 유리아의 그림자에서 솟아나 그림자 사슬이 일그러진 공간을 꿰뚫는다. 일그러진 공간이 멈추고, 유리아는 유유히 자리를 피해 숨어들었다.

마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사슬. 무척이나 거슬리는군.”

마왕이 다시금 유리아를 찾기 위해 눈을 빛낸다.

'이 새끼.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거냐?'

파지지지직.

왼손에 뇌전이 모여들며 회전한다. 붉은 뇌전과 푸른 뇌전이 회전하며 뒤섞인다.

뇌천류(雷天流) 이중공명(二重共鳴) 만뢰나선(卍雷螺旋).

두 개의 뇌전이 하나가 되어 마왕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키이이이이이잉!

마왕의 몸을 지키는 보호막에 만뢰나선이 갈려 나갔다.

경악스러운 건 저 보호막은 권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법으로 배리어를 치듯이, 사방에 널려 있는 부정한 마나를 이용해 보호막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래. 너희도 있었지. 상대해주마."

마왕의 무덤덤한 말이 끝난 것과 동시에 그 발치에서 파도가 일었다. 푸른색 파도는 우리를 향해 오더니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갔다. 5초도 되지 않아 20m가 넘는 해일이 되었다.

"주군! 이건 피할 수 없습니다!"

해일이 너무 컸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라!”

뒤에서 멜리사가 외쳤다. 그녀의 마법이 우리를 감쌌다. 투명한 배리어가 해일로부터 우리를 지킨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우리 뒤쪽에 있던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허공을 날아 해일을 피한 상태였다.

카아아앙!

충격음이 들린다.

마왕을 보니 유리아에게 습격당하고 있었다. 마왕은 어디에서 꺼냈는지 모를 검을 들고 유리아의 단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유리아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는 마왕의 검술과 자세는 익숙했다.

코끝이 간지럽다. 매화향이 느껴진다. 마왕의 검술은 카일의 매화검법이었던 것이다.

‘멍청하군. 매화검법은 이미 나와 유리아가 파훼했다! 유리아는 매화검법을 파훼하고….’

상황은 내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유리아는 마왕의 매화검법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마왕에게 집중했다.

‘다르다.’

카일의 매화검법과 초식은 똑같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매화다.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매화가 피어오르고 있다.'

권능이다.

내가 모르는 권능을 사용해 검을 휘두르지 않고도 매화를 만들어내는 거다.

매화향이 맡아진다. 그 향기는 아까보다 더 진해지고 있었다. 마왕의 주위에 그려진 매화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플로이. 멈춰!"

"주군?"

마왕을 향해 돌진하려는 플로이를 말린다. 매화로 가득 찬 저곳은 사지였다. 나와 플로이는 저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뭔가 비밀이 있을 거다. 약점을 찾아야 한다.'

집중하니 뭔가가 감에 잡히는 것 같다.

'마왕의 검이 매화가 그려지는 위치로 움직이고 있다. 7박자 정도 늦게 움직이는군.'

마치 미래의 결과를 현재로 불러오는 것 같았다.

‘또 신박한 권능을 사용하는군.’

어떻게 방해할까.

'움직임을 방해하면 되겠지.'

나는 칼을 치켜들었다. 저 매화 가득한 공간으로 뛰어들 각오를 마쳤다.

“플로이. 넌 여기서 대기해라."

“주군. 저를 믿어 주십시오. 주군의 발목을 잡지 않겠습니다.”

“널 믿지 않는 게 아니다. 넌 카일의 매화검법을 파훼할 방법을 모르지만, 난 알고 있다. 플로이. 나를 믿어라. 마왕에게 한 방 먹이고 오마.”

“…믿겠습니다.”

마왕을 향해 달렸다. 가속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놈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매화향기는 더 진해졌다. 매화향이 너무 진해서 기분이 나빠질 정도다.

마왕도 나를 인식했다. 나를 막기 위한 매화가 그려진다. 매화의 꽃봉오리가 생겨나고 천천히 회전하며 만개한다.

뇌천류(雷天流) 만뢰개화(卍雷開花).

나는 달리면서 화련비도로 허공에 꽃을 그렸다. 매화와 대척되는 붉은 번개의 꽃이 회전하며 피어난다. 매화와 뇌화는 서로 부딪치더니 상쇄되어 사라졌다. 마왕이 몸을 돌렸다. 나를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다. 명확하게 적대하고 있다.

매화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매화의 꽃잎이 몸에 닿을 때마다 살가죽이 찢어지고 핏물이 바닥에 흘렸다.

"주인님! 위험합니다!”

유리아가 경고했다. 무엇이 위험한가. 나는 그녀보다 한발 늦게 깨달았다. 마왕 주위의 공간이 움직이고 있었다.

공간이 움직이며 매화의 꽃잎도 그에 따라 마왕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이건 믹서기였다. 바로 호신강기를 일으켜 전신을 감쌌다. 버틸 수는 있으나 한계가 명확했다. 호신강기가 점점 깎여 나가고 있다.

매화가 부서 꽃잎 되었다. 뇌화로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유리아의 그림자 사슬이 솟구쳤다. 회전하는 공간을 붙잡으려고 하나, 마왕이 작정했는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회전하는 속도는 느려졌다.

유리아의 그림자가 내 뒤에 길을 열었다. 유리아는 내가 물러나기를 원하고 있다. 그녀는 이 와중에도 내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유리아에게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군. 물러나야 하나?'

물러나서 안전을 신경 쓰면서 마왕을 이길 수 있는가? 절대 아니었다. 상대는 원작의 최종 보스인 마왕이다. 안전만을 계속 추구할 수 없다. 거기에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레오시오가 깨어나기 전에 마왕을 처리해야 한다.

'마왕이 1시간 뒤에 레오시오가 진화를 끝낼 거라고 말한 이유를 알겠군.’

우리에게 초조함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내 다리는 앞으로 나갔다.

이런 일이 많았다. 그동안 완전 회복을 믿고 행동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 회복을 믿기 때문에 행동하는 게 아니다. 믹서기의 가운데에 있으니 완전 회복을 사용하더라도 바로 죽을 가능성이 크다.

‘그 마왕에게 한 방 먹이려면 도박을 할 수밖에.’

내겐 찰나가 없어도 천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감각이 확장된다. 소용돌이치는 매화 꽃잎 사이로 길이 보인다. 그러나 길은 너무 좁았다. 지금의 내가 가면 확실하게 죽는다.

촤르르르륵.

그림자 사슬이 움직인다. 내 의중을 파악한 유리아는 퇴로를 열어주는 대신 마왕에게 향하는 길을 넓혀주었다.

내 안의 마나가 격동한다. 뇌기가 전신을 내달리며 육체를 자극했다.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는 동시에 빛이 번뜩인다.

영천류(影天流) 극(極) 천광(天光).

나는 한줄기의 붉은 빛이 되어 마왕을 향해 질주했다. 당황한 마왕이 공간의 흐름을 한곳으로 집중했다.

나는 공간을 뛰어넘어 마왕의 앞에 당도했다. 빛은 마왕의 오른팔을 베었다.

"크으윽.”

마왕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매화와 공간의 일그러짐이 사라진다. 나와 유리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마왕에게서 충격파가 터졌다. 충격파에 휩쓸린 나와 유리아는 저 멀리 날아갔다.

마법진이 나타나 나와 유리아의 몸을 감싼다. 부드러운 힘이 몸을 감싸며 바닥으로 착지시켰다.

[천재의 시간을 종료합니다.]

마왕을 살펴봤다. 마왕은 잘린 오른팔을 붙잡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카일의 몸을 차지해서 그런지 고통까지 온전히 느껴지는 모양이다.

'아이러니하군. 원래 카일은 왼팔을 잃었는데 말이야.'

마왕의 잘린 오른팔에 빛이 모인다. 권능으로 오른팔을 회복하려는 모양이었다. 유리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와 함께 뒤로 밀려난 그녀는 그림자를 타고 공간을 넘었다. 그녀의 단검이 마왕의 목을 노린다.

“내가… 너희를 너무 얕봤군!”

권능의 폭풍이 몰아쳤다.

마왕의 주위로 1초 간격으로 권능이 뒤바뀌며 형언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러나라! 저 공간은 어떻게 손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프리실라가 외쳤다. 그녀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사용한다.

'마왕의 권능이 몰아치는 건 마왕을 중심으로 반경 10m 정도다. 왜 갑자기 배리어를?'

부정한 마나다. 배경 곳곳에 있는 마석문에서 열린 댐처럼 부정한 마나를 쏟아내고 있었다. 부정한 마나는 마왕에게 모여들고 있다.

“크르르르르”

마석문에서 마수와 악마가 보였다. 기분 나쁜 외형을 가진 그것들은 마석문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다.

'이런 젠장. 악마와 마수를 소환하는 건가?'

마수가 마석문을 넘었다. 그 즉시 마수의 몸은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악마는 그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히익! 마, 마왕님이 여기에 계시다니! 죄송합니다! 인간의 몸을 하고 있으셔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마왕은 한숨을 내쉬며 권능을 안정시켰다. 그는 마석문 너머에 있는 악마를 조용히 노려봤다.

“내가 말했을 터다. 문이 열려도 아직 때가 아니니 넘어오지 말라고.”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름이 뭐지?"

"가리온입니다!"

“가리온. 마수의 형태를 취하는 권능을 가졌군. …쓰레기로군.”

마왕이 악마를 향해 손을 뻗는다. 보랏빛의 레이저가 뻗어나가 악마의 머리를 꿰뚫었다.

나는 그 모습에 의문을 느꼈다.

‘마수와 악마를 불러오면 우리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마수와 악마를 부리지 않는 거지? 마석문을 넘으려는 악마는 왜 죽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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