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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37화 (1,417/2,000)

내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이었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가면은 신비하면서도 오싹한 느낌이 드는 물건이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

황금 가면을 쓰고 있을 땐 어떤 저주도 통하지 않는다.

죽은 자가 된다.

마나가 50 상승한다.

마나 수치에 따라 언데드를 조종할 수 있다. 단, 미라는 관계없이 조종할 수 있다.

착용자의 정신을 파괴한다. 정신이 멀쩡하면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다. 허나 정신이 파괴되면 미라로 전락한다.

랭크: SSS」

‘가면의 외형도 외형이지만, 능력은 더 뛰어나지. 무려 SSS 랭크의 물건이니까.’

랭크 SSS답게 가진 효과가 하나, 하나 끝내준다.

‘지금 내게 필요한 능력은 저주 면역. 이 가면을 쓰면 저주가 통하지 않게 되니 빌어먹을 갈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이 끝내주는 가면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죽은 자가 된다. 즉, 가면을 쓰는 순간부터 언데드가 되는 것이다.

‘섹스를 못 한다.’

심장이 멈춘 시체가 어떻게 자지를 세우겠는가.

‘섹스할 땐 벗으면 되지.’

지금 중요한 건 이 빌어먹을 갈증이었다. 물을 마시고 토하는 걸 반복하는 건 이제 지겨웠다. 나는 투탕카멘의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쓰자마자 느껴진 것은 편안함이었다. 내 몸에 들러붙은 저주가 사라지면서 오는 시원함! 갈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이 사막의 저주를 해제합니다.」

물론 이게 일시적이란 걸 안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벗는 순간 저주는 다시 날 덮칠 것이다.

죽은 자의 몸이 됐지만, 육체는 편해졌다. 만족스럽게 웃는 순간이었다. 황금빛이 보였다. 너무 눈이 부셔서 당황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한 박자 늦게 빛의 근원지가 가면이었을 깨닫고 당황했다.

‘뭐, 뭐지?’

내가 알기로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에 발광하는 효과는 없었다.

「특수 이벤트 발생!」

「투탕카멘이 돌아왔다!」

「투탕카멘이 황금 사막으로 돌아왔습니다! 황금 사막은 본래 그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당신은 황금 가면의 소유주로서 특수 이벤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44일 내로 5,144 구역 황금 사막을 지배하십시오!」

「44일 동안 사막의 축복을 받습니다.」

「44일 동안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벗을 수 없습니다.」

「황금 사막을 지배하지 못하면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은 파괴됩니다.」

「황금 사막 이외의 다른 사막 구역을 지배할 경우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특수 이벤트!’

특수 조건을 만족해야만 뜨는 이벤트다.

이번 같은 경우는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이 5,144 구역, 황금 사막에 도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건 나도 몰랐던 거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군.’

이런 특수 이벤트의 보상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 같이 보상이 좋다.

‘특수 이벤트의 보상은 아무리 못해도 능력치를 올려준다.’

이 세상에서 능력치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리고 특수 이벤트를 성공하지 못하면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잃게 된다. SSS 랭크 물건을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다.

‘5.144 구역, 황금 사막을 지배하려면 지배자를 죽여야 한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를 죽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5,144 구역, 황금 사막은 서쪽 사막지대에서 가장 부유한 구역이다. 돈이 있다는 건 힘을 갖추기도 쉽다는 뜻.

‘부유한 구역을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수지. 나 혼자서 황금 사막의 지배자를 죽일 수 없다.’

황금 사막을 지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잘 이용하면 된다.

‘특수 이벤트가 괜히 44일이란 시간을 준 게 아니야. 그리고 사막의 축복.’

「이름: 성유진

클래스: 천마(天魔)

칭호: 보지의 수호자

신좌: 마천의 왕

소속: AL 401 지구.

근력: 133 민첩: 127 체력: 150 마나: 200 행운: 80

고유 특성: 기만(SS) 노 라이프 킹(SS)

특성: 천마지체(S) 파라오(SS)

스킬: 천마신공(SSS) 종속(S) 마풍신공 전수(SSS), 전투 회복(S), 생지옥(S), 흑마법 적성(SSS)

(상태창 적용중)」

“미친.”

상태창을 보자마자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사막의 축복’의 효과인지 모든 능력치가 상승했다. 특히 가장 많이 상승한 건 마나 능력치다.

‘마나가 200? 이건 인간을 초월한 능력치다.’

거기에 고유 특성과 특성, 스킬까지 새로 생겼다. 랭크는 모두 SS랭크 이상이다.

「노 라이프 킹

죽은 자들을 지배한다.

종류: 고유 특성

랭크: SS」

「파라오

사막의 왕.

사막에서 능력치가 상승한다.

적들은 위압을 느낀다.

높은 지배력을 가진다.

종류: 특성

랭크: SS」

「흑마법 적성

흑마법에 높은 적성을 가진다.

종류: 스킬

랭크: SSS」

나는 낄낄 웃었다.

고유 특성과 특성, 스킬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언데드 군세를 일으켜 다 쓸어버리라는 거군.’

네크로맨서가 군침을 흘릴만한 스킬이 무려 3개나 가지고 있다.

‘사막의 축복은 이게 끝이 아니다.’

허공을 바라봤다. 허공 한쪽에 반투명한 창이 있었다. 창은 지도였다. 황금 사막뿐만이 아니라 서쪽 사막지대 전체가 표기된 지도다.

‘지형만 표기된 지도가 아니야.’

숨겨진 던전, 숨겨진 보물, 숨겨진 이벤트. 그 모든 것들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 지도야말로 진짜 사막의 축복이다.

‘아쉬운 점은 도시를 제외한 작은 부족 같은 건 표기되지 않는군. 뭐, 오아시스 근처에 있겠지. 크크.’

• • •

5,144 구역, 황금 사막의 지배자 하텝은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크크. 그 주제 모르는 것들이 모래 폭풍에 다 날아갔다고? 좋구나! 역시 신에게 대적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비쩍 마른 몸에 온갖 황금 장신구를 걸친 하텝의 손이 황금 옥좌를 퍽퍽 때렸다. 그가 기분 좋을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

“여봐라! 오아시스의 주인께 바칠 제물을 준비하라! 늙은 여자와 죄를 지은 여자, 감히 내게 반란을 일으킨 부족들을 오아시스의 주인께 바칠 것이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 신하는 고개를 조아리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다음 공양 의식까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제물을 바칠 필요는 없습니다.”

“어허. 이런 우매한 놈을 봤나. 지금 제물을 바쳐야 오아시스의 주인이 흡족해하지 않겠느냐? 다른 사막 구역의 지배자들이 제물을 바치기 전에 이 내가 먼저 제물을 바쳐서 그분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 이 일을 황금 사막을 위한 일이니, 주술사들을 불러 공양 의식을 시작하라!”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공양 의식의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크크크. 그리고 전사들을 준비해라.”

“전사들 말입니까?”

“사막숲을 공격한다! 그들은 오아시스의 주인의 분노를 샀다! 사막숲의 지배자인 칼라스는 모래 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죽지는 않았어도 당장 정신을 차리긴 어렵겠지. 지금이 사막숲을 지배할 절호의 기회다! 크크. 사막 엘프가 내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몸이 근질거리는군.”

퍽퍽퍽!

하텝은 연신 황금 옥좌를 때려댔다. 그의 몸에 걸쳐져 있는 황금 장신구들이 흔들거리며 반짝였다.

「특수 이벤트 발생!」

「투탕카멘이 돌아왔다!」

갑자기 뜬 알림창에 하텝의 몸이 멈췄다.

“으음? 투탕카멘? 여봐라. 너희도 이 알림창이 보이느냐?”

하텝의 신하들이 고개를 조아렸다.

“특수 이벤트는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운이 좋아야만 특수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점에 특수 이벤트가 떴다는 것은 사막이 뜻입니다! 경축드리옵니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투탕카멘이 황금 오고자를 노릴 것입니다.」

「44일 동안 투탕카멘에게서 황금 사막을 지키십시오!」

「혹은 투탕카멘을 쓰러뜨리고 진정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임을 증명하십시오!」

「황금 사막의 축복이 당신에게 내려집니다.」

하텝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금 사막의 축복을 확인했다.

황금 사막의 축복.

황금 사막에서 본인과 부하들의 능력치가 30% 상승한다.

또 하텝에게 새로운 고유 특성, ‘황금 사막의 왕(SS)’와 특성, ‘파라오(SS)’ 스킬, 황금 모래 병사(SSS)가 생겼다.

황금 사막의 왕과 파라오는 지배자를 위한 스킬이었다. 효과는 바로 발동되었다. 그의 주위에 있던 신하들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충성심을 뽐낸 것이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투탕카멘을 죽여 그 위대함을 증명하소서!! 그리하면 사막의 모든 자들이 당신을 우러러볼 것이옵니다!”

“크크. 물론 그럴 생각이다. 나는 황금 사막의 축복으로 투탕카멘이란 놈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동남쪽 방향에 있군. 우선 정찰병들을 보내 놈의 위치를 파악해라! 그 후에 군대를 파견할 것이다!”

“현명하신 선택이옵니다!”

“황금이 필요하다! 황금을 준비해라! 오아시스의 주인께 제물을 공양하고 황금을 받아라!”

“위대한 사막의 지배자시여! 황금은 이미 충분히 넘쳐납니다!”

5,144 구역, 황금 사막에는 황금 광산이 있었다. 오아시스와 황금 광산! 황금 사막이 부유한 이유였다.

“부족하다! 설마 내게 거역하는 것인가?!”

“반드시 황금을 받겠습니다!”

“투탕카멘이 죽는 날까지 황금 거래는 금지한다! 모든 황금을 내게 가져와라!”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그의 신하들이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지만, 하텝은 신하들의 반응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황금만 있으면 된다! 황금만 있다면 투탕카멘인가 뭔가 하는 놈은 전혀 두렵지 않다! 황금은 무적이고, 나는 신이다!”

그가 황금에 집착하는 이유는 새로운 스킬 때문이다.

황금 모래 병사(SSS)는 황금과 모래가 있다면 제한 없이 병사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 사막에서 모래는 어디에나 있으니 황금만 구하면 된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하텝은 특수 이벤트로 얻을 막대한 보상을 상상하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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