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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41화 (1,421/2,000)

패배!

그 심플한 두 글자가 황금 사막의 지배자인 하텝의 귀에 들어왔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하텝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아래에서 치솟는 분노와 굴욕감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다시 말해봐라! 살아남은 게 고작 1,000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텝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사막 전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위대한 사막의 지배자시여!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투탕카멘은 사악한 주술을 사용했고, 대전사는 끝까지 분전하였으나 패배했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사막의 모든 전사들을 불러 투탕카멘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뭘 잘했다고 목소리는 높이는 것이냐!”

하텝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전사를 향해 내던졌다. 지팡이에 맞은 전사가 뒤로 튕겨 데구루루 굴렀다.

하텝. 그는 대전사 출신이었다.

“잘 들어라. 전사를 소집하는 건 일도 아니다. 이 황금 사막에서 감히 내 말을 거역할 전사들은 없다! 군대를 유지하는 것도 쉽다. 내 재산은 수십만 명을 몇 달이나 먹여 살릴 수 있으니! 하지만 네놈들은 돈이 있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을 망가뜨렸다! 내가 네놈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다!”

바닥을 굴렀던 전사는 피를 토하면서 경외심이 담긴 눈으로 하텝을 바라봤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께서 2,000 명 전사의 죽음을 슬퍼하시는군요…!”

하텝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이 멍청한 놈은 끝까지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는군!”

하텝의 손가락이 전사를 가리켰다.

“패배! 괜찮다. 받아들일 수 있다. 대전사였던 나다. 전투에서 항상 이길 수 없다는 것쯤은 안다. 허나 도망은 이야기가 다르다! 하텝의 군대가 투탕카멘에게 겁먹고 도망쳤다! 이게 지금 저잣거리에 도는 소문이다!”

하텝을 분노케 하는 원인이었다.

“명성! 네놈들은 내 명성을 깎아내렸다!”

하텝이 황금 옥좌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분노한 그가 발을 구르자 바닥이 흔들렸다. 그의 신하들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조아렸다.

“하텝의 군대는 투탕카멘에게 패배하고 겁에 질려 도망쳤다는 말을 사람들이 지껄이고 있다는 말이다! 도망자 하텝! 네놈들 때문에 붙은 내 별명이다!”

“그, 그때는 후퇴가 최선이었습니다! 투탕카멘은 죽은 자들을 부리는 사악한 주술사입니다! 싸우다 죽는 건 투탕카멘의 전력을 올려주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끄럽다! 변명 따윈 집어치워라! 네놈들은 전사라 불릴 자격이 없다!”

하텝은 전사의 몸을 바라봤다. 단단한 몸을 장식한 황금 장신구가 보인다. 이 쓸모없는 놈이 가지기엔 황금이 너무 아깝다.

“내 군대에 도망자는 필요 없다!”

하텝이 손을 들었다. 황금과 모래로 만든 병사들이 그의 주위로 나타났다. 모래 병사들은 전사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구속했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한 번만 더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야말로 투탕카멘의 머리를 바치겠나이다!”

“한 번 도망친 놈을 어떻게 믿으란 거냐. 이 쓸모없는 놈. 다행히도 네놈들의 역할은 남아 있으니… 감옥에 가 있어라.”

황금 모래 병사들이 전사를 끌고 갔다. 하텝은 황금 모래 병사를 보고 분노를 풀었다. 황금 모래 병사들은 아주 뛰어났다. 말도 잘 듣고, 지치지도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황금 모래 병사는 비싸다는 거다.

황금 모래 병사는 최소 1kg 이상의 황금을 사용해야 한 마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황금을 더 사용하면 좀 더 강한 황금 모래 병사를 만들 수 있다.

하텝에겐 황금이 필요했다. 아주 많은 황금이.

“여봐라! 전사들에게 하사했던 황금을 모두 수거해라! 또한 공양 의식을 준비하라! 오아시스의 주인께 전사들을 바치고 황금을 받아내겠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재고하여 주십시오! 전사들은 고급 인력입니다! 공양의 제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차라리 노예로 강등시켜 사용하십시오!”

신하 중 하나가 소리쳤다. 충심이 우러나오는 목소리였다. 허나 하텝의 반응은 싸늘했다.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는가?”

“저, 절대 아니옵니다!”

“그럼 내 명령에 따르라. 나는 절대적으로 옳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황금이다! 황금만 있다면 투탕카멘 따윈 언제든지 없앨 수 있다!”

하텝이 소리쳤다.

그는 투탕카멘이 아닌, 투탕카멘이 죽고 난 후를 보고 있었다.

특수 이벤트의 승리 보상으로 황금 모래 병사(SSS) 스킬을 얻을 수 있다. AP를 사용해서 시스템에게 확답을 들었다. 그 외의 다른 보상도 얻을 수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 하텝에게 필요한 건 황금 모래 병사 스킬뿐이었다.

‘황금 모래 병사들만 있으면 아틀란티스의 서쪽 사막 지대를 모두 지배할 수 있다!’

지금 하텝에게 있어 투탕카멘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투탕카멘은 자신에게 쓰러지게 될 것이니까.

“음?”

하텝은 투탕카멘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투탕카멘이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재해에 휘말려 죽은 건 아닐 것이다. 투탕카멘이 죽었다면 특수 이벤트도 끝났다는 알림창이 떴어야 하니까.

생각할 수 있는 건 몇 개 있다.

‘특수한 힘으로 자신의 존재를 숨겼거나, 던전 같은 특수 공간에 진입했거나. 어느 쪽이든 마음에 안 드는군.’

군대를 소집하더라도 적이 있는 곳을 모르면 출정할 수 없다.

‘잠깐. 투탕카멘이 노리는 건 나다. 즉, 내가 먼저 군대를 보내지 않더라도 놈은 언젠간 찾아온다는 뜻이다.’

보고에 따르면 투탕카멘은 언데드 군대를 부리는 네크로맨서다. 시간을 주면 언데드 군대를 최대한 늘려 쳐들어올 것이다.

‘허나 군대가 무한히 늘어날 순 없다. 부릴 수 있는 언데드에도 한계가 있을 테니. 무엇보다 이 특수 이벤트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시간은 내 편이다.’

앞으로 40일.

하텝은 투탕카멘을 죽일 필요 없이 버티기만 해도 특수 이벤트에서 승리한다. 반대로 투탕카멘은 40일 내로 하텝을 죽이지 못하면 특수 이벤트에서 패배하고 사라질 것이다.

‘급한 건 내가 아니라 투탕카멘이다!’

네크로맨서의 전략은 뻔하다. 최대한 언데드의 수를 늘린 뒤에 싸우려 할 것이다.

‘지금처럼 위치를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면… 손해는 나만 보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하텝이 투기를 끌어올렸다. 공기가 떨리며 진동한다. 그의 신하들은 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황금 사막의 왕(SS)과 파라오(SS)의 영향이 신하들에게 끼친 것이다. 지금 신하들은 하텝에게 간언하기 힘들었다.

“군대를 소집하라! 5,145 구역, 개미 사막을 정복하겠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투탕카멘이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른 구역과의 전쟁은 시기상조입니다!”

“틀렸다! 지금이야말로 적절할 때다. 이번 정복 활동에 내가 직접 출정하겠다! 황금 모래 병사들의 힘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마! 모든 이들은 나를 황금왕으로 부르며 찬양하게 될 것이다! 흐하하하하하!”

하텝의 위엄에 압도당한 신하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정복 전쟁이 시작되었다.

“개미 사막을 지배한 뒤에 쓸모없는 포로들을 전부 오아시스의 주인께 바치는 거다. 그럼 황금을 더 얻을 수 있겠지. 크크.”

하텝은 자신의 미래가 태양처럼 빛난다고 느꼈다.

• • •

“끼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커다란 매가 소리친다.

내가 고개를 들자, 매는 내게 물건을 떨어뜨렸다.

‘배달매군. 하르모가 보냈다.’

하르모가 보낸 건 네크로맨서 관련 물건이었다. 하나는 내가 요구했던 스킬을 익힐 수 있는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해골 목걸이였다.

「장의사의 비서

특정한 흑마법을 익힐 수 있다.

랭크: B」

「조건에 만족합니다. 흑마법을 익히겠습니까?」

“익힐 생각이 없었으면 하르모에게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익힌다.”

장의사의 비서가 빛을 내며 사라지는 것과 함께 알림창이 떠오른다.

「조건에 만족합니다.」

「언데드 개조술(C)을 습득합니다.」

「흑마법 적성(SSS)의 영향으로 언데드 개조술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언데드 개조술(SS)을 습득합니다.」

「언데드 개조술

언데드를 개조할 수 있습니다.

종류: 스킬

랭크: SS」

“흑마법 적성. 끝내주는 스킬이구만.”

흑마법 적성은 흑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최고의 흑마법사로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원래는 키메라 제작술을 얻으려고 했는데.’

흑마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 키메라도 흑마법에 포함되기는 하나, 키메라는 시체가 아닌 살아 있는 생물로 만드는 흑마법이다.

‘생물을 키메라로 개조하는 건 귀찮은 일이야. 언데드 개조술이 몇 배나 더 편하지.’

이번에는 해골 목걸이를 착용했다.

「저주받은 해골 목걸이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을 올려준다.

지배한 언데드의 능력치를 3% 올려준다.

흑마법의 위력이 소폭 상승한다.

랭크: A」

이 정도면 네크로맨서의 완소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A랭크인건 둘째치고 효과가 좋군. 이 정도면 제법 많이 비쌀 텐데. 지원은 확실하게 해주는군.’

만족스러웠다.

‘언데드 개조술을 사용해볼까.’

방금 얻은 새로운 스킬은 바로 사용해봐야 제맛이다.

손가락을 까딱였다. 근처에 있던 구울 한 마리가 앞으로 기어 나왔다. 두개골이 절반밖에 없는 불쌍한 구울이었다. 물론 중요한 건 구울의 두개골이 아니다.

‘어차피 몸빵으로 쓸 놈이니… 덩치를 키우는 게 좋겠지.’

「언데드 개조술(SS)을 사용합니다.」

「간단한 개조는 재료가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언데드 개조술의 랭크가 높기 때문이다. 랭크가 낮았다면 재료가 반드시 필요 했을 것이다.

구울의 덩치가 20% 정도 커진다. 이어서 주먹으로 구울의 몸을 쿵쿵 때려봤다. 개조의 효과가 있었다. 강철 정도는 아니어도 상당히 단단해졌다.

‘더 개조하려면 재료가 있어야겠군. 재료는….’

옆에 있는 다른 구울을 선택했다. 언데드 개조술(SS)을 사용하자 재료가 된 언데드가 순식간에 해체된다. 나는 해체된 시체를 개조 구울의 몸에 덕지덕지 붙였다. 시체는 개조 구울에 흡수된다. 개조 구울은 점점 더 덩치가 커져 2.5M까지 자랐다.

‘대충 이런 방식이군. 크크. 재밌는 스킬을 손에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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